2016. 5. 17. 23:38

5.21 디 페스타 남아선호 에서 모브x이치죠우지 형제 책이 나옵니다.

수량조사는 이쪽을 참고해주세요 -> http://me2.do/5m9EOR9P



표지는 현운 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R19 / 50-60p(예정) / 6-7000원(예정)

모브 아저씨가 이치죠우지 형제에게 나쁜 짓을 하는 내용입니다. 페이지 내내 떡만 칩니다(...) 


모브, 페도필리아, 약간의 유아퇴행, 원조교제, 성폭행, 약한 스캇, 조교, 근친상간 등 여러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소재가 들어있습니다. 하나라도 민감하신 분께는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또한 본 책은 범죄 행위를 포함하고 있으며 따라할 시엔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시합니다.


수량조사+극소량만 뽑아갈 예정이니 구매하실 분께서는 꼭 참여 부탁드립니다. 또한 1인 1권이며 신분증 확인 및 실명서명을 받고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마감하고있습니다...orz 꼭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Posted by 하리쿠
2016. 4. 2. 04:19

- 약간의 켄미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불륜 소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취향이 아니신 분들께서는 피해주세요.





 켄이 다이스케의 집으로 발을 들였을 때엔 이미 그에게는 옅게 술냄새가 나고 있었다. 손끝에서 바스락거리는 봉지 안에 있는 것을 핑계로 여기까지 발을 옮겼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자신이 사온 것을 대충 받아든 다이스케가 말없이 작은 냉장고 안으로 그것을 넣는다. 냉장고 안에는, 아직 봉투에서 꺼내지 조차 않은 몇 개의 캔과 안주들이 이미 굴러다니고 있었다. 자신이 편의점에서 한참을 골랐던 것과 같이, 그도 아마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며 그 안을 몇 바퀴나 돌았으리라.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생각을 애써 잊어버리려는 듯이.



“ 적당히 앉아. 많이 더럽지만.”



 언제나 더럽잖아, 새삼. 익숙한 대답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곤 켄은 조용히 바닥에 꿇어앉았다. 그가 자취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히카리가 집들이 선물로 사다준 앙증맞은 방석은 이미 한쪽 구석에 쌓여있는 상자 안에 들어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방 안 가득하던 다이스케의 흔적들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풍경을 차마 보고 싶지 않아 켄은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방금 전까지 그가 씹고 있었을 오징어 다리 하나가 굴러다녔다. 다이스케는, 금방 그가 마시던 것과 살짝 다른 종류의 맥주 한 캔을 건네주었다. 별로 좋아하지 않던 술을 매일같이 마시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더라. 이제는 익숙한 알코올 향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불덩이라도 삼킨 것 같다.


 자신이 미야코 씨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얘기한 것과, 다이스케가 미국으로 떠나가겠다고 결정한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며 웃어보이는 다이스케를 향해 자신은 차마 함께 웃어줄 수 없었다. 다이스케는 전부터 외국으로 나가고 싶다는 말을 하곤 했지만, 그를 자신이 쫓아낸 것 같은 기분을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던 자신에게, 다이스케가 얼마나 단단한 손으로 붙들어 주었던가. 언제까지나, 자신은 그 손의 따듯함에 기대고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쭈욱.



“ 다이스케.”



 중얼거리듯 그의 이름을 부르자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침묵을 안주삼아 그저 입 안으로 술을 쏟던 다이스케의 손이 조금 멈칫했을 뿐이었다. 다이스케. 내 입에서 나오는 그의 이름은 미련이다. 추악함이고, 더러운 집착이다. 그의 상냥함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가 오늘 자신을 집으로 들인 것도, 자신에게 술을 권한 것도 모두 그의 상냥함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뭐가 상냥함의 문장이야. 손 안에서 따듯하게 빛나던 그것이 아직도 제 손에 있었다면, 아주 오래전에 빛을 잃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들고 있던 맥주캔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다이스케에게 달려들었다. 차마 시선을 자신과 마주하지 못하고 내리깔고 있던 다이스케가 놀라 몸부림치는 것을 내리눌러 막았다. 마주한 입술 사이에서 술맛이 느껴졌다. 처음 그와 키스했을 때엔, 지금과 다르게 코코아를 마시고 있었다. 잔뜩 긴장하여 꽉 쥔 손바닥에서 흘러나오는 식은땀과 흥분한 공기, 귓가에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와 서로의 심장소리가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혀가 얼얼할 정도로 느껴지는 알코올의 기운이 가끔 미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혀가 얼얼한 만큼, 속에서 흘러나오는 알콜 섞인 숨이 거칠어질 만큼, 점점 돌이킬 수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 …취했어? 쉬어야겠다, 너.”



 입술을 떼어내자 붉어진 얼굴을 애써 숨기며 다이스케가 어깨를 살짝 밀어내었다. 신경 쓰지 않으려는 척 하는 것이 눈에 보여 입 안으로 살짝 웃었다. 아무렇지 않아야 했다. 아무 일도 없어야 했고, 아무래도 좋았다. 위에서 체중으로 누르고 있는 쪽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를 조금 더 내리누르자 다이스케의 표정이 조금 더 복잡해졌다. 켄, 너…. 무어라 말을 하려는 그의 입술을 다시 한 번 자신의 것으로 막았다. 나는 조금도 취하지 않았어, 다이스케. 술이 위 안으로 들어갈수록, 몸이 뜨거워질수록 반대로 싸늘하게 식어가는 머릿속이 신기할 정도였어. 오히려 죽을 만큼 멀쩡해서, 모두 잊고 싶었는데, 알코올로 모두 지워버리고 싶었는데 지우려 할수록 선명해서 비참할 지경이었어.


 아, 그래. 사실 다이스케가 방금 하려던 말이 자신이 제일 신경 쓰고 싶지 않던 것이었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면, 아는 지인과 머리가 돌아버릴 만큼 술을 마시면, 그러면 잊혀질 줄 알았는데. 그럼에도 너무나도 확연하게 남아서 결코 잊히지 않는 것이 있었다. 뇌가 녹아버릴 만큼의 쾌락으로 모든 신경을 돌려서, 잠시라도, 아주 잠깐만이라도 잊어버리고 싶은 것. 그렇기에 켄은 조금 더 다이스케에게 깊숙하게 입 맞추며 그의 허리를 쓸었다. 약간의 반항을 하려 꿈질거리는 다이스케는 진심으로 자신을 밀어내지 못했다. 자신이 무엇에서 도망치려 하는 것인지 알고 있기에. 그것을 알려주고 싶으면서도, 굳이 일깨워주고 싶지 않았기에.


 아, 그래. 내일이 자신과 미야코 씨의 결혼식이라는 것을.


 조금 더 힘을 주어 무릎으로 다이스케의 사타구니를 문지르면 아래서 참는 듯 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참지 않아도 좋아. 모두 들려줘. 먼저 유혹을 하고 있으면서도 쫓기는 것 같은 자신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급하게 다이스케의 목덜미로 입술을 묻었다.


 나는, 최악의 쓰레기였다.

 


Posted by 하리쿠
2016. 2. 21. 21:30






 나는 잘 모르겠어. 명백하게 다음 이야기를 거절하는 그녀의 말에 다이스케는 저도 모르게 울컥한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더 하고 싶은 말은 있었지만 이대로 갔다간 평소처럼 싸움이 날 것 같았기에 다이스케는 차라리 밖으로 나가는 것을 선택했다. 자신의 말에 차가운 반응을 보이는 히카리도 그렇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도 않던 이오리 녀석도 그렇고, 하나같이 꽉 막힌 녀석들이었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반응이라는 것이 더 짜증이 났다. 뒤에서 쫑쫑거리며 쫓아오는 치비몬의 소리를 들으며 밖으로 나간 컴퓨터실의 밖에는 타케루 녀석이 있었다. 이오리 녀석보다 더 디지몬 카이저를 싫어하면 싫어했지, 덜할 녀석은 아니었으니 어짜피 반응도 비슷하겠지, 싶어 괜히 더 심술을 내며 지나쳤다.

 

 잔뜩 힘을 담아 쿵쾅거리며 계단을 내려와도 도저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잘 되지 않을 것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냉담한 반응이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적어도 히카리만은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을 외면하던 그녀의 살포시 내려앉은 속눈썹을 생각하며 다이스케는 괜히 분통을 가득 담아 벽을 한 번 걷어찼다. 발끝에서부터 찌르르 올라오는 통증에 눈물이 절로 나왔다. 얼얼한 발가락이 자신에게 바보,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입술을 조금 삐죽였다. 이 녀석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치죠우지 녀석에게 직접 말하는 수밖에! 가방을 고쳐 메는 다이스케의 표정이 단숨에 밝아진다.

 


“ 다이스케, 어디 가려고?”

“ 이치죠우지 녀석에게!”

 


 어깨에 메고 있던 운동 가방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치비몬이다. 다른 녀석이었다면 분명 자신을 막으려 했을지도 모르지만, 치비몬은 자신과 마음이 잘 맞았기 때문에 이해해 줄 것이었다. 에, 어디로? 이어지는 치비몬의 목소리에 교문을 뛰쳐나가려던 다이스케의 뜀박질이 멈칫, 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지금 이치죠우지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치비몬을 바라보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는 모습이 보였다. 젠장, 괜히 부끄러워졌다. 어떻게든 되겠지! 빽 하고 외치고는 다시 달리기에 시동을 걸었다. 타마치에 가면 어떻게든 만나겠지. 뭣하면 이치죠우지네 학교나, 멘션 앞에서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워낙 유명한 녀석이었던 터라 뉴스나 잡지만 들여다봐도 대략적인 동선 유추는 가능했다. 디지털 세계에서 돌아온 지 오래 되지 않았으니 다른 곳에는 들르지 않을 거라고 대충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고 싶어. 자신에게 반응하며 빛나는 황금의 디지멘탈이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했다. 처음 들어 올린 용기의 디지멘탈도, 자신에게 날아왔던 우정의 디지멘탈도 말을 하지는 않았기에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뇌 속으로 직접 들어오는 간절한 목소리가 도저히 사라지지 않았다. 기적의 진화를 일으킨 디지멘탈이 찾는 사람은 그것에서 나오던 따스하고 영롱한 빛만큼 다정한 사람일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간절히 찾는 사람이 누굴까, 하고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치죠우지 녀석의 것이었다. 처음 녀석이 디지몬 카이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 배신감에 마구마구 짜증이 났지만, 카이저의 옷을 집어던지고 혼이 나간 것 같은 녀석의 얼굴을 보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째서 그런 짓을 했느냐는 물음도 진심으로 게임으로 생각했던 것 같은 녀석의 반응에 모두 사라진 것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지친 표정을 짓는 거야. 어째서 그렇게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거야. 자신의 말을 따라서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꽈악 쥔 손바닥 안에 문장의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얇은 천을 넘어 서서히 스며드는 따스한 감정. 기적의 디지멘탈에서 나오던 간절히 무언가를 호소하는, 상냥하고 따듯한 온기. 그것이 진짜 이치죠우지라는, 어쩐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자신도 몇 번이나 시험지에 이름을 깜빡하기도 했고, 중요한 슛을 헛발짓을 하기도 했고, 히카리의 앞에서 농구공을 얼굴로 받아내기도 했고, 실수로 창문을 깨기도 했다. 매번 실수를 하는 것은 자신이고, 그것을 용서해 주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다. 실수를 하며 자신은 시험지에 이름을 확인하고 되었고-비록 점수는 변하지 않더라도-, 슛의 정확도도 늘었고, 농구는 아직 조금 부족하지만 실수는 줄게 되었다. 자신은 언제나 그런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치죠우지에게도 용서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맞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이치죠우지에게 가는 이유는 충분했다.

 

 

 타마치에 도착했을 때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천천히 붉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다이스케는 전에도 와 본적이 있던 이치죠우지가 산다던 멘션 앞을 서성대다가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이미 학교는 끝났을 시간이었다. 사립인 이치죠우지네 학교가 언제 마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늦게까지 잡아 두지는 않을 것이다. 잡지에서 읽기에는 따로 하고 있는 부활동도 없다고 했으니 귀가부일테니 집으로 오는 중이겠지. 이대로 학교로 가는 길을 따라 가면 만날 수 있으리라. 꽤나 엉망인 추리였지만 서둘러 그의 학교로 향하면, 강을 따라 흐르는 길에서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소리 없이 내려앉은 저녁 같은 이치죠우지였다.

 

 그에게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한참을 생각해봤지만, 그의 얼굴을 볼 때까지 아무런 결론도 내릴 수 없었다. 어색함을 지우려 인사를 하고, 조용히 할 얘기가 있다며 그를 불러내자 이치죠우지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그 때처럼 지친 표정도, 울 것 같은 표정도, 축구를 할 때의 자신만만한 표정도 모두 지우고 있던 녀석은 입술을 꾸욱 닫고는 조금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이 자신에게 닿으려다 금방 강변으로 떨어졌다. 녀석의 표정은 예전과는 다른 서늘함이 감돌고 있었다. 조용히 계단을 내려가는 뒷모습 또한. 멀어져가는 뒷모습은 가까웠지만 잡히지 않을 것 같았다.

 

 조용히 흐르고 있는 강변에선 자신과 이치죠우지의 사이에는 커다란 거리가 있었다. 딱 세 걸음. 그 만큼만 더 걸어가면 될 것 같았지만 온 몸으로 자신을 거부하는 것 같은 녀석에게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마치 자신과 그의 마음의 거리처럼. 그것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치고 박고 싸우던 사이였기에 당연한 거리였다. 딱 세 걸음이 모자란 사이를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리자 이치죠우지 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 …그래서, 할 얘기는?”


 

 함께 축구를 하면서 들었던 자신감으로 가득한 목소리도, 디지몬들에게 명령을 하던 찢어질 것 같은 목소리도, 엎드려 절규하던 슬픔이 흘러내리는 목소리도 사라져버린 녀석은 조금 더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렇게 꺼질 것 같은 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서, 마음 속에 따듯하게 내려앉는 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서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거야. 다시 튀어나올 것 같은 물음을 억누르며 다이스케는 입 안에서 조금 말을 골랐다.

 


“ 모두와 디지몬들에게 사과해주지 않을래? 물론, 네가 그럴 생각이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

 


 기회는 이쪽에서 만들어줄게. 어때? 조용히 묻는 자신의 말에 반응하는 녀석의 표정을 살피고 싶었지만 다이스케는 조금 더 강가에 시선을 집중했다. 물의 흐름을 따라 흔들리는 자신의 표정이 복잡하다.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놓고,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놓고 그와 지신의 거리는 이 정도였던 것이다. 또 다시 거절당할까 무서웠다. 이치죠우지 녀석도 싫다고 한다면 그와 모두의 거리는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것이다. 세 걸음, 겨우 세 걸음 남았는데. 긍정하는 녀석에게 다가가도, 도저히 좁혀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 …하지만, 사과한다고 용서해줄까?”

 


 녀석의 시선이 조금 더 아래로 떨어졌다. 조심스럽고, 머뭇거리는 그의 심정이 사르르 묻어난다. 표정은 바뀌지 않지만 그럼에도 보이는 감정이 안쓰럽다. 심한 짓을 했지. 용서 받을 수 없는 짓을 했지. 녀석을 용서할 수 없는 다른 아이들의 감정도, 다른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없는 이치죠우지 녀석의 감정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다이스케는 그를 향해 웃어줄 수 있었다. 자신이 그를 이해한 것처럼, 분명 다른 아이들도 이해해줄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조용히 내려앉은 노을에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며 이치죠우지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자신처럼 확연히 보이는 거리감이 싫었을까. 아니면 자신과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할까. 동료라는 자신의 말에 놀라며 고개를 돌리는 녀석의 머리칼이 가득 퍼진 붉은 빛을 받아 하늘하늘 빛난다. 겨우 시선이 마주한다. 녀석의 눈동자에 자신이 비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기쁘다. 새하얀 피부에 흘러내릴 듯이 가득 노을을 담고 있는 녀석의 놀란 얼굴은 자신과 같은 남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예쁘다. 어쩐지, 계속해서 시선이 가는 녀석이었다.

 


“ 미안, 그 동료에 들어가는 건 사양할게.”

 


 다시금 시선을 돌리며 조용히 속삭이는 녀석의 표정에서 다시 감정이 사라졌다. 덤덤하게 강물을 바라보던 녀석이 자신이 다가가기가 무섭게 발걸음을 돌린다. 간신히 좁혔던 육체적 거리조차 용납하지 않는다는 듯이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자신은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빨랐던 걸까. 조급하게 나아가던 발걸음이 자신과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지자 안정된다. 견고히 쌓아올려져 있는 벽의 너머를 자신은 아직 완전하게 바라볼 수 없었다.

 

 며칠 전까지 진심으로 싸우던 상대다. 녀석은 아직 디지털 세계에 대한 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자신과 선택받은 아이들에 대한 것도 알지 못했다. 뉴스에선 다시 돌아온 녀석이 몇 날 며칠이고 잠들어 있다는 소리도 했던 것 같다. 섬세함이 부족했던 걸까, 하는 후회가 조금 들었지만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이 위태한 녀석을 그대로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동료가 되지 못하는 이유도, 자신들에게 거리를 두는 이유도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힘들구나, 동료라는 건.”

 


 귀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치비몬을 끌어안아주며 다이스케는 그러게, 했다. 처음엔 싸우는 것만을 생각했다. 정체를 밝혀내고 그의 야망을 막을 것이라고, 반드시 결판을 낼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다가가지 못 한 세 걸음. 그것을 좁혀나가는 것이 새로 그들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붉어진 강물에 비친 녀석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는다. 꽈악 쥔 주먹에서 다시금 따스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것이 이치죠우지의 진심이라고, 다이스케는 그렇게 생각했다. 소리 없이 내려앉은 노을에 마음 한 편이 간지럽다. 





----------------------------------------

켄른 합작에 다이켄으로 참가했습니다.

한 달이 넘었는데도 합작이 공개되지 않아 올려봐요. 합작이 공개되면 주소 첨부하겠습니다


Posted by 하리쿠
2016. 2. 6. 01:23







 다이스케 군은 항상 타케루 군 이야기만 하는구나?

 

 모처럼 히카리와 단 둘이 하교를 하는 날이었다. 히카리에게 잘 보여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차서 엄청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던 다이스케가 눈을 조금 깜빡였다. 에, 나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라? 자신이 방금 전까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 바보같이 눈만 깜빡이고 있자 자신의 표정을 본 히카리가 꺄르르 웃었다. 친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야. 살짝 앞서나가는 그녀의 뒤를 쫓아가며 다이스케는 괜히 입술을 삐죽인다. 모처럼 히카리와 단 둘이 있는 시간에 타케루의 이야기를 했다니, 엄청난 시간 낭비를 한 것 같았다. 좀 더 그녀에게 잘 보일만한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괜히 이 자리에 없는 타케루를 마음속으로 탓하며 다이스케는 다시금 히카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오늘 점심시간에 한 축구에서 골을 넣은 이야기, 오후 수업이 졸렸던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아까 전 히카리가 자신에게 한 말이 도저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내가 타케루 녀석의 이야기만 한다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내가 어째서 자신에게 이득도 없는 녀석의 이야기만 한단 말인가. 공부도 자신보다 더 잘 하고, 축구는 내가 더 잘하지만 농구라던가 다른 쪽 운동은 운이 좋아서 점수를 더 잘 받고(절대로 시험 날 타케루 녀석이 운이 좋았고, 자신이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다이스케는 믿고 있다), 여자애들의 인기만 독차지하고, 특히 히카리의 관심을 고마운지도 모르고 받고 있는 녀석을! 아무리 수업 시간에 조용히 칠판을 바라보고 있는 녀석의 뒤통수를 노려봐도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다이스케는 어쩐지 심통이 나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않는다며 선생님께 교실 뒤로 나가 있으라는 벌을 받게 되었을 때, 자신을 바라보며 작게 웃는 녀석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은 여담이었다.

 


“ 다이스케는 항상 타케루 군의 험담만 하잖아?”

 


 질투쟁이. 가볍게 덧붙인 미야코가 컴퓨터를 향하고 있던 시선을 돌려 자신을 살짝 흘겨본다. 입술을 삐죽거리고 있는 것을 봐서는 그녀도 자신에게 심술을 내고 있을 뿐인 것 같았지만, 다이스케는 고개를 픽 돌리며 질투쟁이라 미안하다! 한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머릿속에서 타케루 녀석에 대한 것이 사라지지 않아서 다른 녀석들에게도 물어보기 위해 종례가 끝나자마자 컴퓨터실로 달려왔다. 하필 있던 사람이 미야코였기에 조금 망설였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심술이 잔뜩 섞인 대답이 돌아온다. 다른 녀석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이오리 녀석일지라도 비슷한 대답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곧 뒤따라왔다. 대체 뭘 잘못했다고 주변에 적 밖에 없는 것인지 괜시리 짜증이 났다.

 

 아, 됐어! 돌아갈래! 괜히 잔뜩 짜증을 잔뜩 담아 외치며 쿵쾅쿵쾅 뒷문으로 향한다. 뒤에서 어디 가냐는 미야코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지만 일부러 흥! 하고 외치며 무시했다. 자신이 화가 난 이유가 그녀의 탓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다른 녀석들이 오기 전에 머리나 식힐 심산으로 밖으로 나가기 위해 뒷문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드르륵, 하고 문이 먼저 열렸다. 아, 젠장. 제일 보기 싫은 순간에 제일 보고 싶지 않은 녀석이 눈앞에 나타나고 난리다.

 


" 다이스케 군? 한참 찾았잖아. 먼저 가면 간다고 말이라도, “

“ 내버려둬!”

 


 확 치밀어 오르는 기분에 소리를 지르고 나니 또다시 심술을 부려버렸다는 생각에 아차 싶었다. 뭐야, 그렇게 말 할 필요까지는 없잖아. 살짝 인상을 찌푸리던 타케루가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됐어, 하고 걸음을 옮긴다. 자신을 지나쳐간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차마 잡을 수 없어 다이스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녀석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하고 싶은 말도, 감정도, 표현도 모두 숨긴 채로 혼자 납득해버린다. 순간순간 느낀 것을 바로 표현하는 자신과는 정 반대인 그의 모습에 항상 짜증이 났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면 되잖아. 타케루 녀석의 뒤에서 들어오던 히카리와 자신의 뒤에 있던 미야코가 작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꽈악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녀석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쩐지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디지털 세계에 가서도 타케루와의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을 배려하여 괜히 이오리, 히카리와 같은 팀이 되겠다며 먼저 가버린 미야코도, 어둠의 탑에 협공을 날리는 화염드라몬과 페가수스몬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었다. 잔뜩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상황을 모르는 호크몬과 아르마지몬의 등을 쭉쭉 밀어대는 미야코의 뒷모습을 보며 타케루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들이 싸우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차라리 평소처럼 내버려 뒀으면 좋았을 것을. 둘만 남게 되는 것은 역효과인 것도 모르고.

 

 큰 소리를 내며 쓰러져가는 어둠의 탑을 바라보는 타케루 녀석의 표정엔 색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얼굴. 어째서 자신은 그렇게도 타케루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가. 잘난 녀석에게 질투심을 느꼈기 때문에? 히카리와 친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어서? …속을 알 수 없는 건 어떤 사람이나 똑같은데, 왜 하필 타케루 녀석만?

 

 어둠의 탑을 쓰러뜨렸다며 칭찬해 달라는 듯이 안겨오는 파닥몬을 끌어안은 타케루 녀석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해냈구나, 다이스케 군. 평소와 다름없이 미소 짓는 녀석의 표정에서 위화감이 느껴진다.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얼굴. 도대체 정답을 찾을 수 없는 내 마음속처럼. 왜, 하필 타케루 녀석만? 마치 딱 달라붙은 것 같은 입술을 간신히 떨어뜨리며 다이스케는 그래, 했다.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 같다.

 

 


“ 나 잠시 교실에 올라갔다 올게. 먼저 가.”


 

 다 같이 학교를 빠져나왔을 때 즈음이었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멈추어 선 타케루가 숙제를 놓고 와서,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 수학 숙제가 있었던가. 교실의 뒤에 나가 서있으면서도 여전히 수업에 집중이 되지 않아 선생님의 말씀을 제대로 듣지 않은 탓인가 숙제의 유무자체도 가물가물하다. 만약 있어도 그 전 쉬는 시간에 풀거나 제대로 풀어가지 않아 혼나는 것이 일상다반사인 다이스케와 다르게 타케루는 성실하게 숙제를 해가고는 했다. 과연 인기 많고 공부 잘하는 이케맨이라는 건가. 여전히 삐딱한 생각만 차오른다.

  


“ 나도 같이 가, 타케루 군.”

“ 앗, 나도!”

 


 히카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외친 다이스케가 학교 방향으로 몸을 돌린다. 히카리가 간다고 하기에 자동 반사적으로 같이 가겠다고 한 것이었지만 또다시 녀석에게 질투를 해버렸다는 생각에 아차, 싶었다. 하지만 타케루 녀석과 히카리를 단 둘이 보내기는 싫다는 마음이 더 컸기에 다이스케는 재밌다는 듯이 웃는 타케루의 얼굴을 조금 노려볼 뿐이었다. 복잡한 자신의 속도 모르고, 언제나와 같은 반응.

 

 잠깐, 히카리. 짧게 외치며 미야코가 학교로 향하려던 히카리의 손을 잡는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한 그녀의 얼굴에서 무언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미야코와 시선을 마주하던 히카리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아! 하고 작은 탄성을 뱉었다.

 


“ 오늘 미야코 언니랑 약속이 있었어. 미안해, 타케루 군! 다이스케 군과 같이 다녀와!”

 


 여전히 웃는 얼굴을 한 히카리와 미야코가 꺄르르 웃으며 이오리까지 데리고 가버리는 것이었다.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삐삐몬이 무어라 말하려는 것을 손바닥으로 입을 막아버린 미야코가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같이 가겠다는 이유가 뭐였는데! 뒤도 보지 않고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이스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실망스러운 마음에 고개가 푹 숙여진다. 옆에서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아하하, 하고 웃던 타케루가 학교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 번 따라가겠다고 말한 이상 히카리가 가버렸다고 해서 철회할 수는 없었기에 하는 수 없이 뒤를 따르던 다이스케의 발걸음이 힘이 빠져 터벅터벅했다.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내내 타케루와 자신 사이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괜히 어색한 마음에 쳇, 이라던가 히카리랑 가고 싶었는데, 따위의 볼멘소리를 중얼거렸지만 앞서가는 타케루에게는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다. 진심이 아니었는데. 물론 히카리와 함께 가는 것을 원했던 것은 맞지만 타케루 녀석과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는 다시 입술을 삐죽인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는 타케루 녀석이 마치 전염되어 온 것 같았다.

 


“ 다이스케 군.”

 


 타케루가 교실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보며 다이스케는 삐딱하게 교실 벽에 기대어 섰다. 그의 자리 앞에 서는 것까지 흘끗대다 시선을 창밖으로 옮긴다. 당번이 닫는 것을 깜빡했는지 열려있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디지털 세계에서 돌아왔을 때보다 훨씬 밖이 어둡다. 집에 돌아가면 밤이 되겠지, 저녁 먹기 전까지 돌아갈 수 있을까, 나도 숙제 할 공책이나 들고 갈까, 따위의 생각을 하며 흘러가는 붉게 물든 구름을 바라보는데 옆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팔짱을 끼고 있던 다이스케가 창밖을 보던 그대로 눈동자만 굴려 타케루를 바라본다. 한 쪽 손에 노트를 쥐고 있던 타케루가 자신을 보고 있다. 그의 뒤에서 커튼이 조금 흩날렸다.

 


“ 내가 싫다면 그렇게 말해도 괜찮아.”

 

 

 교실 안에 노을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확산된 빛에 물들어가는 교실이 붉다. 작은 바람이 미아처럼 교실 안을 돌아다녔다. 조금 사각거리는 얇은 금색 머리칼을 하고, 하얀 피부를 노을로 물들이고 있는 타케루의 표정은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조금 슬퍼 보인다고 다이스케는 생각했다. 그에게 무어라 말을 해야 하는 지 알 수 없어 오물거리던 입술이 꾸욱 닫힌다. 입 안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울렸다. 복잡한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고개를 조금 숙인 타케루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평소처럼 웃었다. 노을이 반짝였다. 교실바닥과 실내화가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자신은 타케루 녀석이 싫은 것이 아니었다. 자신보다 공부를 잘 하는 녀석도, 운동을 잘 하는 녀석도, 심지어 축구를 잘 하는 녀석도 한참은 있다. 인기가 많은 녀석도 있다. 물론 자신과 같은 나이 중에서 히카리와 녀석만큼 친한 남자애는 없었지만, 그렇다면 자신이 더 히카리와 친해지면 되는 것이다. 그럴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심술을 내는 것은, 그러니까, 타케루 녀석이 옆에 있으니까. 자꾸 시선이 가서, 녀석이 자꾸만 보이니까, 조금 울컥하는 기분이 되어버려서. 사실 숨겨오던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것을 그대로 내비쳐 보이기도 부끄럽고, 심지어는 마주하기조차 민망해서. 자신의 마음을 자신조차 알 수 없어서.

 

 천천히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타케루의 걸음걸이가 빠르다. 또 다시 녀석을 잡을 틈도 없이 옆모습만 바라보는 것은 싫었다. 대체 왜 녀석에게만 관련되면 감성적이 되는 것인지, 괜히 무언가 막혀 있는 것처럼 속이 답답해지는 것인지, 자꾸만 시선 끝에 녀석이 걸리는 것인지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다면 멱살이라도 잡고 물어보고 싶은 기분이었다.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않고 지나치려는 녀석의 흔들리는 손목을 재빨리 잡아챘다. 한 손 가득히 들어오는 손목. 몸을 돌리자 조금 놀란 눈을 한 타케루와 시선이 마주쳤다. 커튼이 거칠어지는 바람에 이리저리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

 


“ 나는!”

 


 또 다시 소리를 질러버리는 자신이 싫었지만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막혀있던 댐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이라는 물들이 걷잡을 수 없이 자신에게 몰아치고 있었다. 자신은 그것에 이름을 붙일 수 없다. 11년밖에 살지 않은 자신은, 이것이 어떠한 감정인지조차 정의하지 못하니까.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하고 싶은지 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그를 그냥 보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닿아온 손목에서 두근, 두근 하는 맥박 소리가 손바닥을 통해 전해져왔다. 순간 몸이 화끈 달아올랐다.

 


“ …네가 싫지 않아.”


 

 꽉 쥐었던 손에서 조금씩 힘이 빠져나갔다. 한참을 말을 골랐지만 더 이상 어떤 말을 해야 좋은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감정이 가득 묻어나온 그 말은 매우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얼굴까지 치밀어 오르는 열기를 보이고 싶지 않아 고개를 숙였다. 힘 빠진 손에서 타케루의 손목이 빠져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 타케루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다. 그의 대답을 듣기조차 부끄러워 도망가고 싶었다. 스읍, 하고 그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들리기 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했다.

 


“ ……응.”

 


 타케루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귀 속에 확실히 박혀 들어왔다. 손목이 빠져나간 손바닥 안에서 그의 온기가 두근거리고 있었다. 대체 이 두근거림을 무어라 설명해야할 것인지, 다이스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잦아들었다.

 

 언젠가, 어른이 되면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

디지몬 다이타케 합작 [그 날의 우리]에 소학생 버전으로 참여했습니다

합작은 이쪽-> http://moment0710.tistory.com/notice 에서 감상해주세요


 

'디지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켄] 최악의 쓰레기  (0) 2016.04.02
[합작/다이켄] 켄른 합작  (0) 2016.02.21
[오사켄] 나츠마츠리  (0) 2016.02.05
[타이야마/R19] 건방진 고양이를 길들이는 방법  (0) 2016.01.17
[타케켄] 립스틱  (0) 2016.01.10
Posted by 하리쿠
2016. 2. 5. 23:27

- whiteberry의 나1츠2마츠리 라는 곡의 가사를 보자마자 오사무의 생각이 났습니다. (숫자는 검색 방지용)







 나에게 새 유카타를 입혀주시던 마마가 울고 있었다. 옷장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곱게 다려진 새 옷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눈물의 의미를 묻지 않았다. 괜히 눈물이 많은 그녀에게 다시금 슬픈 기분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몇 번이나 빳빳하게 서있는 옷깃을 매만져주고, 애절한 손길로 오비를 몇 번이나 정리해주며 웃는 그녀의 뺨에 한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을 모르는 척 하느라 애써 시선을 그녀의 손끝으로 내렸다. 잘 어울리는 구나, 켄. 울음 섞인 목소리에 괜히 목이 메였다.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입 꼬리를 올려 웃는다. 자신의 체형보다 조금 큰 옷. 그럼에도 그녀는 기쁜 듯이 울면서 웃고 있었다.


 오사무가 키가 많이 컸구나. 자신이 유치원에 다니던 때, 형의 옷맵시를 만져주던 마마께서 기뻐하며 말했었다. 발목 위로 올라오는 유카타가 어색한지 형이 볼을 조금 긁적였다. 초등학교에 올라간 형은 키가 자신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형의 키가 클수록 점점 그가 자신에게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리는 것 같아 켄은 몇 번이나 그의 옆에서 발끝으로 서서 키를 재보고는 했다. 형보다 크고 싶어서 우유도 남기지 않고 마셨지만 격차는 좁혀지지 않아 입술을 삐죽이던 어린 나날. 형이 커져서 못 입게 된 옷을 또다시 물려 입는 것이 싫다는 어린 생각을 하며 울상을 짓던 어린 나날이 있었다.


 짧은 유카타를 입은 형과 형의 유카타를 입은 자신이 손을 꼬옥 붙잡고 마지막으로 갔던 여름 축제는,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이후로 형은 여름 축제를 편안하게 즐긴 적이 없었다. 아직 어린 자신은 몇 번이나 함께 하자고 손을 이끌었지만 형은 그런 자신의 손을 거칠게 쳐내곤 했다. 3학년, 형제 자매와 함께 여름 축제를 즐기러 간다는 반 친구들의 말에 마마를 졸라 간신히 허락을 얻어냈을 때엔 이미 축제 시즌이 끝난 후였다. 그러고 보니 오사무의 유카타가 짧았지, 하고 생각난 듯이 중얼거린 그녀는 그 후 분명 새 유카타를 샀을 것이다. 그대로 아무에게도 입혀지지 못한 채로 옷장 깊숙한 곳에 들어가게 되었겠지만.

 

그래, 그렇게 형은 12번째의 여름을 맞이하지도 못한 채로 그렇게도 짧은 생을 끝마쳤더라.

 


 자신의 마지막 여름 축제는 한낮이었다. 형은 사방으로 흩어져있는 길거리 상점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앞으로 쭉쭉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함께 축제에 가면 안 되냐고 손을 뻗고 싶었지만, 몇 번이나 거칠게 거절당했기 때문에 자신은 차마 그의 손끝에조차 닿지 못하고 있었다. 얼얼한 손등과 깜짝 놀라 주저앉은 자신. 두꺼운 안경알 속에 잔뜩 화난 얼굴을 하고 자신을 내려다보던 형의 모습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형의 뒤를 밟았지만 그는 여전히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자신을 데려다주기 위하여 학원에 가는 방향이 아닌 쪽으로 오게 된 형은 조금 화가 나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형의 화를 풀어줄 수 있을까, 하며 조금 눈치를 살피던 자신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가, 동그랗게 잡히는 것에 방긋 웃었다.



“ 형아야, 선물!”



 자신이 잠시 길을 벗어난 것도 모른 채로 앞으로 나아가던 형의 걸음이 멈칫했다. 아직 제대로 개점도 하지 않은 가게에 달려 갔다 오느라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형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자신의 손에 쥐어져있던 사과 사탕을 한 번, 자신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던 형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기에 잠시 자신은 실수를 한 것인지 고민을 했어야만 했다. 사과 사탕이 아니라 초코 바나나를 사왔어야 했나, 아니면 형은 이제 여름 축제가 싫어진 것일까, 를 고민하는 사이에 자신을 내려다보던 형의 얼굴이 자신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사각, 하고 사과가 깨물리는 소리가 들렸다.



“ 나머지는 너 먹어.”



 짧게 중얼거리며 앞서나가는 형의 발걸음이 빨랐다. 아직 학원 시간까지는 한참 남아있었지만 어딘가 급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자신은 따라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입밖에 먹어주지 않았지만, 그가 화내지 않고 자신의 선물을 받아줬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잇자국이 나있는 사과의 옆을 깨물자 옅은 캐러멜 향과 상큼한 사과맛이 느껴졌다. 달달했다. 그것이 아마, 그의 마지막 축제 기억이겠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집 밖으로 나설 때엔 붉은 눈가를 하고도 자신을 향해 기쁜 듯이 웃어주고 있는 마마의 얼굴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형의 옷은 자신에게 약간 컸지만,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자신에게 작아질 즈음엔 아마 자신은 형보다 커져 있겠지. 형보다 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형은 필연적으로 자신보다 작을 수밖에 없었다. 웃고 있는 마마가 누구를 보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처음으로 형의 옷을 물려 입은 것이 기뻤다.


 형은 아마 입을 수 없던 이 유카타를 입고 여유롭게 여름 축제를 즐기고 싶을 것이다. 여유롭게 자신과 사과 사탕도 먹고, 초코 바나나도 먹고, 금붕어 낚시도 하고, 풀밭에 누워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처럼 자유롭게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싶었겠지. 다이스케들과 함께 올려다 본 밤하늘에 수놓아진 이 불꽃을 학원이 끝나고 돌아오던 형은 보고 있었을까. 함께 여름 축제를 즐기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리워하고 있었을까. 그 때 꼬옥 맞잡은 손의 온기를 느끼며 조금쯤은 웃었을까.

 

 형이 있던 여름은 먼 꿈의 속.

 

 하늘로 사라져 버린 위로 쏘아진 불꽃.

 

Posted by 하리쿠
2016. 1. 25. 22:11

1. 다이스케랑 켄이 뽀뽀했으면좋겠다 수줍게 손을 잡고 손깍지를 끼우는데 서로의 손이 너무 따듯해서 심장소리가 너무너무 커져서 서로에게 들려버릴까봐 걱정하면좋겠다 솔직하게 서로와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뻐서 시선을 맞잡은 손으로 한 번 내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정말 행복하게 웃었음좋겠다 시선이 마주하고 스킨쉽을 하고 두근두근거려서 서로 야릇한기분으로 바라보다가 누가 말했는지도 헷깔릴만큼 들뜬목소리로 괜찮아? 하고 물었음좋겠다 그리고 다시 살풋웃고,,,. 누가 먼저랄것도없이 눈을 감으면서 뽀뽀하면 좋겠다 겨우 입술이 닿았을뿐인데 너무 행복해서 뗄생각도 못하면좋겠다.....



2. 켄을 보기 부끄러워서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는 다이스케와 같이 걸어가면 표정을 들켜버릴까 무서워 뒷모습만 바라보는 켄.... 그렇게 둘이 걸어갈땐 약간의 거리가 있었음좋겠다 뒤에서 들려오는 켄의 발걸음소리에, 그리고 앞서가는 다이스케와의 거리에 안도감과 애달픔을 느끼면 좋겠다 왜 자신이 켄의 발걸음소리를 듣고만있어야하는지, 왜 자신이 다이스케의 뒷통수만 바라봐야하는지 이유를 알고있는사람이 있다면 멱살을 잡아서라도 물어보고싶었음좋겠다 그렇게 걸어가다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데 동그랗게 뜨여진 눈과 마주하는 시선 멈춰버린 발걸음 드리워진 그림자 뒤에서부터 내려오는 붉은 노을빛 그 모든요소에서 너무나도 위화감이 느껴서 차마 아무런 말도 못하고 아니야, 하는거야



3. 다이스케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켄.... 다이스케의 뒷모습도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도 다른사람을 바라보는 모습도 웃는 모습도 정의롭게 화내는 모습도 심지어 그가 숨쉬는 사실조차도 너무나도 좋아서 끊임없이 속으로 고백하면 좋겠다 좋아해, 좋아해, 하고,,



4. 트라이에서 바라는건..... 켄의 성격을 알려죠,.... 어느분이었는지 잊어버렸는데 켄이 자기자신에게 엄격할것같다는 트윗은 정말 공감했다 끊임없이 왜 나였던거야 왜 내가 아니면 안됐던거야 하는거 너무너무 과거를 후회하고있는것같아서^_ㅠ 타케루와 같이있었던걸 보면 분명 제로투애들과는 잘지내는것같고,,, 같이 다이스케를 놀리기도 하는 사이일테고,... 아 왜 본편에서 애 진짜 성격 안보여줘요 왜.... 왜애애애애애애애애애ㅜㅁㅜ 내 안의 켄은 항상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하고있지만 표정을 풀면 차갑다는 표현에 가까운 인상이다 그것을 자신도 인지하고있기때문에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부드럽게하려고 노력하는쪽 웃고있는모습이 호구처럼 보여도 질나쁜애들이 이용해먹으려하면 단호하게 쳐낼줄 알것이다 하지만 친한애들 사이에서는 굳이 자신이 이길생각하지않고 낮출줄알고.. 겸손하고... "말로 안 돼니까 이젠 폭력?" <-이 말도 해줬음좋겠군 근데또시발 드씨생각해보면 본편에선 왜 나였던거야...! 했으면서 카이저얘기하니까 바로 카이저목소리내면서 하하핳하하!!! 하고웃는게 좀개또라이같기도함 캐롤도그렇곸ㅋㅋㅋㅋㅋㄱ또라이얔ㅋㅋㅋㅋㅋㅋㅋ 시발 본편에서 일코하는새끼가 어딨엌ㅋㅋㅋㅋㅋㅋㅋㅋ시발



5. 8화) 아시발 축구장에 오자마자 다이스케부터 발견하고 놀라는 켄이라니 둘이 너무 사귀는거아니냐; 미쳣군 선택받은 아이들을 보고 놀람->다이스케를 발견함->상대편 유니폼을 입고있음->ㅋ 이 순서였겠지만

다이스케가 태클거는거 다시봤는데 다이스케네 팀에는 다이스케 외에는 붉은 머리가 없는데-> 켄이 흘끔 봤을때 켄 기준으로 왼쪽 뒤에서 달리고 있던 다이스케-> 오른쪽에서 태클을 해오니 당할수밖에 없었구나 싶었다

다이스케의 등번호는 18번(공격수) 켄의 등번호는 7번(미드필더)

이때 진짜 다이스케가 빡친거같아서 와.. 진짜 얘 카이저에게 화가났구나 싶었다 하지만 다이스케가 화난 이유는 자기를 도게자시키거나 브이몬에게 자기 머리를 밟게해서가아닌 고스몬들이 친구들의 모습을 하고있어서겠지 제로투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싸우는게 잘 안나오는데 유일하게 나오는 두 때가 타케루vs카이저 다이스케vs카이저....인걸로 기억... 카이저 진자 미움 많이샀구나 다시보면서 진짜 얘 나쁜짓 많이했고 애들 빡치게했구나 싶었다 아니 세상에 저렇게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 화를 내며 덤벼들던 다이스케가 마지막 결전때는 결판을 내자고 화를 내던 다이스케가 제일 먼저 켄을 용서하고 한편으로 받아들이려했딴말이야???? 다이스케 혹시 부처니????? 성자니????????? 타케루랑 이오리의 반응이 제일 정상적 아니나노..? 아니 다이스케 진짜 성자니???????? 와.... 진짜.. 어떻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좋아하나바...(아닙니다)


@ 그렇게 노리던 카이저의 약한 모습을 앞에두고도 더이상 어떻게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라며 걱정을 해주던 그때부터 다이스케는 켄을 용서했다고 생각해요 다이스케의 이런 대인배스러운 면모 너무..너무멋있는...ㅠ_ㅠ


진짜...미쳣다진짜... 저렇게 덤벼들던 켄을 단 한번에 용서하는 다이스케의 대인배력... 역시 다이스케.... 저렇게 덤벼들던 켄을 동료로 받아들이고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직접 찾아가기까지 하는 다이스케..... 어떻게 다이스케같은 캐릭터가 있을수가있지??? 어떻게??? 아니 웜몬은 다정한 켄의 모습을 알고있었다고 쳐도(그래도 그 못된짓을 견디다니 대단함!) 대체 켄의 뭘믿고 단 한번에 켄을 받아들인거지? 티비 속의 울고있던 켄의 부모님을 보고? 웜몬을 끌어안고 울던 켄의 모습을 보고?? 괴로워하는 켄의 모습을 보고??? 그게 그렇게 심금을 울렸나??? 아니면 기적의 디지멘탈을 손에넣던 바로 그순간? 훨씬 더 전? 언제부터???? 그렇다... 결론은 단 하나밖에 나오지 않는다 사랑이다..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야...........(존나개소리중) 다이켄은 서로 존나 사랑하고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둘은 사귄다구요...진짜로....시발 미쳣다...ㅠ.ㅠ.ㅠ.ㅠ.ㅠ



6. 켄이 웜몬에게 말한 '태어나줘서 고마워'는 자기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이었겠지 언제나 형에게 밀려있던 자신 과연 나는 형의 대신인걸까? 나는 필요없는 존재인걸까? <-이게 트라우마였던 켄에게 저 말은 정말정말 듣고싶었던 말이겠지 자기자신을 인정해줄 존재가 필요했겠지 자신을 천재라고 표현한것도 너희들과 다르다고 했던것도 인정받고 싶어서였겠지 켄의 환경은 켄을 애정결핍으로 몰아갈수밖에 없던 상황이니까.. 얼마나 자기자신에게 확신이 없고 자기자신의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디지바이스마저 '오사무 형의 디지바이스로 웜몬과 함께 디지털 세계를 여행할 때'라고 표현할까.. 그런 켄이 정말로 원한건 자기자신만의 것이었고 그렇기에 원하는 모습이 표현되는 디지털세계에서 디지바이스의 모습까지 바꿔버릴 필요성이 있었던거겠지 이 이야기를 하려던게 아니라.. 아무튼 23화의 마지막에서 웜몬의 탄생을 기뻐하는 나. 내 탄생을 기뻐해주는건 웜몬뿐? 아닐거야. 하면서 만나는게 부모님이니까 켄의 안에서는 자신을 인정해주고 자신의 탄생을 기뻐해주는 사람+디지몬은 부모님과 웜몬이었겠지 하지만 그런 켄에게 다이스케는 살아 라고 말해준다고 죽지말라고 네가 죽으면 자신은 후회할거라고 켄이 제일 듣고 싶었던 말이겠지 자기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은 부모님과 웜몬밖에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사람이 더 늘어난거니까 켄의 세계를 넓혀준거라고 켄이 다이스케를 믿고 의지하게 되는건 너무나도 당연한 절차라고... 아 어떻게해 켄이 다이스케 생각하는 마음을 생각만해도 너무.. 너무 슬퍼서 울고싶어... 켄의 옆에 다이스케가 있어줘서 너무너무 좋아.. 켄과 싸우고 그를 받아들이면서 다이스케는 더 성장을 하고 다이스케를 만나면서 켄은 자신의 세상을 넓히게 되고.. 이 호모는 미쳤다....(결론) 켄에게 살아 라고 말해주는 다이스케 너는 이전의 네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다이스케 너는 열심히 했다고 말해주는 다이스케...... 아... 미쳤음... 켄이 어떻게 안반할수가 있겠는가 다이스케가 이렇게 멋지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데... 켄이 정말 원하고 바래왔던 말을 해주는데 어떻게 켄이 반하지 않을수가 있냐고..... 어떻게...... 어떻게 안반하냐고........... 아 진짜 너무 울고싶다


난.. 도저히 켄의 부모님을 용서하지 못할것같다^_ㅠ 켄도 오사무도 그렇게 밀어붙여놓고... 그래도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고 바꿔나가려 했으니까... 그래서 딱히 까거나 하진 않지만 과거의 그들은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아....... 형이 죽었다는 이유로 자신이 있을곳을 찾지못하는 켄....... 아 어떻게하지...... 아..... 나 켄이 너무 안쓰러워서 죽어버릴것같아....


@ 켄이 형에게 필요한건 따듯한휴식? 이라고 표현할만큼 오사무를몰아붙였겠죠 쉬지도못하고 천재라는 틀 안에서 공부에만 몰두했을 오사무와 애정을 받아야할시기에 애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을곳을 찾지못하는 켄.. 부모님들 너무나빴어요..


켄의 자존감이 바닥인건.. 진자.. 사소한거에도 느껴져서 너무너무 안쓰럽다 '형의 디지바이스' '형의 컴퓨터' 대체 켄의 것은 어디에있는? 자신에게 온 메일마저 '나에게 온 메일 나를 위해 온 메일' 이라고 표현한다고 대체 켄의 자존감은 어디에..? 대체 어디쯤에...? 오사무가 죽고 켄이 오사무의 방을 물려받았을텐데.. 서랍조차 여는것을 망설이고... 켄의 자존감은 어디에(2).. 이 세상에 자신의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켄 자신이 있을곳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켄... 그런 켄의 도피처가 디지털세계....



7. (오레설정) 켄이 어둠의 바다의 문을 연것도 켄에게 켄이 있을 장소, 켄의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겠지 어둠의 바다와 야마토와 소라가 빨려들어간 어둠의 동굴은 대체 무슨관계지? 다고몬의 바다라고 표현하니까.. 원래 다고몬의 바다가 존재했는데 선택받은 아이들의 어둠에 반응해서 동굴도 만들어낸건가? 다고몬의 바다에도 동굴이 존재하니까.. 야마토와ㅏ 소라가 빨려든 동굴은 다고몬의 바다에있는 동굴..? 다고몬의 바다에 있는 존재들은 자신의 모습조차 유지못하니까.. 삭제된 데이터가 가는 곳.. 뭐 이런식인가... 켄의 디지바이스가 변화했으니 그래봤자 다고몬의 바다는 디지털 세계 안인것이 아닌가... 디지바이스는 디지털 세계에서 나오고 변화하는데...

Posted by 하리쿠
2016. 1. 17. 03:20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2016. 1. 10. 22:49

- 손풀이 낙서'~'









 어울려, 이치죠우지 군. 입술을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는 타케루의 목소리에 켄은 조금 시선을 내렸다. 이물질이 묻은 것 같은 입술에 위화감이 있다. 음식물이 묻은 것 같기도, 아니면 무언가 더러운 것이 묻은 것 같기도 한 이상한 기분에 혀로 핥거나 무언가에 닦아내고 싶은 것을 꾸욱 눌러 참았다. 탁, 하고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은 타케루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바닥에 놓인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립스틱을 한 번 바라보고 다시 시선을 돌렸다. 저 안에 들어있던 화장품은 색이 붉었다. 붉은 색에도 여러 가지 다양성이 있었던 것 같았지만 여자들의 화장품에 쓰이는 종류까지는 켄은 알지 못했다. 타카이시 군의 어머니 것이라고 했나. 언뜻 지나가다 마주친 적이 있는 그의 어머니의 기억나지 않는 입술을 조금 떠올려볼 뿐이었다. 이런 불편한 것을 여자들은 왜 바르고 다니는 것인지는 아직 어린 켄이 이해하기엔 어려웠다.


 켄의 입술을 어루만지던 타케루가 조금 힘을 주어 꾸욱 눌렀다. 손가락이 더러워질 텐데, 하는 짧은 걱정이 지나갔지만 켄은 굳이 입술을 열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입술을 누르던 손가락이 입술의 선을 따라 움직이더니 결국 벗어나는 것이다. 입술에 묻어있던 붉은 것들이 번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하는 행위의 이유를 알 수 없어 얌전히 입을 다물고 눈을 맞추자 얼굴이 다가오는 것이다. 이것의 이유는 알 수 있었기에 켄은 타케루를 바라보고 있던 눈을 감았다.


 손끝으로 쓰다듬어지던 입술에 다른 것이 닿았다. 혀가 침투하기 쉽도록 입을 벌리면 체중이 가득 실어진 손바닥이 어깨에 닿는다. 힘을 주어 내리누르는 것에 굳이 저항하고 싶지 않아 몸을 뒤로 넘기자 등에 닿아온 침대 매트릭스가 넘실거렸다. 천천히 켄의 몸 위로 올라오는 타케루의 고개가 비틀어진다. 가득 막혀진 입 안으로 넘어오는 숨이 뜨겁다. 코로 들이쉬는 숨으론 충분치 않아 헐떡이며 타케루의 어깨를 꽈악 잡자 웃옷 안으로 급하게 손이 들어왔다. 달아오르는 몸을 가누기 어려워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를 그가 들어오기 쉽도록 간신히 조금 벌리자 입 안을 가득 메운 타액이 넘쳤다.



“ 타, 카이시….”



 입이 열려있는 채론 숨을 쉬는 것도, 입 안에서 흘러넘치는 타액을 삼키는 것도 버겁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어깨를 누르려 애썼지만 아무런 외력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셔츠를 끌어올리며 올라오는 손에 저도 모르게 달콤해지는 숨이 뇌까지 닿아 어지럽다고 생각한 순간, 타케루의 몸이 흠칫, 떨리더니 멀어졌다. 단번에 식어가는 공기가 어리둥절해 켄은 눈을 끔뻑거렸다.



“ …맛없어.”



 인상을 찌푸린 타케루가 혀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붉은 혀끝에 더 붉은 무언가가 묻어있다. 키스하다가 입술에 혀가 닿은 모양이었다. 급하게 키스하며 자신을 넘어뜨린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아이로 돌아간 얼굴에 켄은 조금 웃었다. 흘끗 바라본 타케루의 입술이 자신의 그것과 동일하게 붉었다. 이리저리 키스하는 동안 번졌지만 평소보다 붉은 입술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손으로 혀에 묻은 립스틱을 닦아내는 타케루의 움직이는 붉은 입술선이 선명하다. 번진 붉은 자국들조차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아, 이제야 타케루가 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눈앞에서 살랑거리는 붉은 입술의 맛을 알고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키스하고 싶다.


 단숨에 몸을 세워 입술을 집어삼키자 조금 놀란 것 같던 타케루도 조금 웃으며 입을 열어주었다. 혀에 닿아오는 그의 입술은 그의 말대로 맛이 없다. 그럼에도 입술을 떼고 싶지 않아서, 솔직하게 위험한 기분이었다. 

Posted by 하리쿠
2015. 12. 26. 02:13

- 딱히 전 내용과 이어지지는 않지만 설정은 공유하고 있습니다.

- 백합주의 약간 수위 주의~







 네가 누워있는 모양에 따라 주름이 가있는 침대 시트는 먼지 하나 없이 새하얗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쓸 것에 조금의 더러움이라도 있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에 당연했다. 스프링에 따라 출렁이는 침대에 몸을 맡기고 고개 하나 들지 못한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켄은 입술을 부드럽게 휘어 웃었다. 얇은 천에 의해 입이 막혀있는 그녀가 웃음 하나 짓지 못하고 몸을 조금 떨었다. 네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천을 제거하면 분명 자신이 듣고 싶지 않은 말을 할 것이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자신에게 꽂혀있는 시선에 물기가 가득하다.



“ 다이스케….”



 작게 중얼거리며 손을 뻗으면 도망가려는 듯이 몸을 조금 뒤로 내뺀다. 묶여있는 팔과 다리로는 그것에 한계가 있을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이스케는 한가득 맺혀있는 눈물을 또르륵 흘려보내며 바들바들 떠는 것이다. 다이스케의 짧은 스커트 밑으로 길게 뻗어있는 허벅지 위에 살짝 올라타 그녀를 내려다보면 무언가 말하고 싶다는 듯이 입술 사이에 있는 천을 짓씹으며 고개를 젓는 그녀가 예쁘다. 옆으로 쏟아진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켄은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잔뜩 젖은 눈가에 그녀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방금 덧바른 붉은 입술이 비쳐보였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너는 이렇게나 예쁘고 아름다운데, 너를 위해 쓸데없는 단장을 하는 자신의 모습은 한없이 추악하다.


 툭, 하고 다이스케가 앙 문 입술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색이 옅은 입술에 곧 붉은색 핏기가 돌기 시작한다. 예쁜 몸에 상처 내지 말아줘. 옆 서랍 뒤에 올려져있는 립밤을 발라주기 위해 집어 올리니 시선이 따라온다. 힘을 주어 연 립밤에서는 장미향이 났다. 쭉 써오던 것이었지만 향을 맡은 것은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바를 때에는 자신의 추악함에 사라져버린 향기도 다이스케가 바를 때엔 그 향을 뽐내는구나. 어쩐지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새끼손가락 끝을 살짝 굳어있는 립밤 위에 올리고 부드럽게 굴린다. 체온에 조금씩 녹아가는 분홍색의 립밤이 손가락의 표면에 진득하게 묻어나왔다. 립밤을 서랍의 위에 달각, 하고 올려놓고 켄은 다이스케를 향해 몸을 내렸다. 흐트러진 교복의 옆에 체중지지를 위해 놓여진 손과 그 옆의 겁에 질린 표정을 한 다이스케. 그리고 그 위로 쏟아지는 자신의 그림자가 어쩐지 조금 기분 좋았다.



“ 아프겠다…….”



 작게 중얼거리며 새끼손가락 끝을 다이스케의 입술에 가져다대었다. 잔뜩 터버린 다이스케의 입술 표면은 까끌까끌했다. 입술의 선을 따라 새끼손가락을 움직이자 움찔, 하고 눈을 꾸욱 감던 다이스케가 다시 물기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약간 색이 있는 립밤이었기에 조금 분홍색을 띄게 된 다이스케의 입술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같은 것을 발랐기 때문에 아마 같은 향일테이지만, 다이스케의 그것은 좀 더 아름다운 향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입술을 가까이 가져다 대면 향을 맡을 수 있을까. 립밤으로 번들거리는 그의 작은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짓누르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만 해도 황홀해지는 느낌이었지만 켄은 그 즐거움은 조금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조금 더, 소중하게 다루고 싶었다. 연약하고 깨지기 쉬운 유리 인형처럼.


 그녀의 입술에 립밤을 꼼꼼하게 바른 켄이 조금 허리를 들어올리며 손끝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가 덧발랐다. 굳이 한 번 더 바를 필요는 없었지만, 자신의 손가락이 다이스케의 입술에 닿았다는 생각을 하면 마치 키스라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이스케의 온기가 마치 손가락이 남아있는 것 같아 자신의 아랫입술을 한 번 훑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움찔거릴 정도로 좋았다. 손가락을 떼어내자 바른지 얼마 안 된 립 때문인지 손가락 끝에 붉은 것이 묻어나 있었다. 마치 그녀를 향한 자신의 숨길 수 없는 욕망처럼.



“ 다이스케….”


“ …우…….”



 작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흐트러진 교복 위로 손을 내렸다. 작게 바스락거리는 교복 블라우스가 손끝에서 애처롭게 올라가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밑으로 드러나는 아랫배가 예뻤다. 운동을 하고 있는 그녀였기에 하얗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창백하여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려지게 하는 자신의 것보다는 훨씬 분홍 빛깔을 띄고 있었다. 자신의 감추어진 부분이 보여지고 있다는 생각에 다이스케는 눈을 꼬옥 감으며 작게 우는 소리를 내었다. 막힌 목에서 울리는 소리마저 예쁘다고 생각하며 켄은 부셔지랴 천천히 그녀의 배에 손가락을 얹었다.



“ 부드러워, 다이스케….”



 그녀의 피부를 살며시 쓸어 올리자 우는 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그녀의 안쪽 피부에 손이 닿았다는 것만으로도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흥분되어 켄은 저도 모르게 숨이 달콤해진다. 살짝 힘을 주어 누르면 약간의 살집이 있어 말랑거리는 아랫배가 참을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이를 세워 자신의 흔적을 남겨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켄은 조금 더 아랫입술을 깨무는 것으로 대신했다. 조금 더, 조금 더 나중에. 한 번 그녀를 맛봤다간 끝까지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의 아랫배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도망가려는 듯이 묶인 팔을 몇 번이나 꼼지락거리고, 다리를 비트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이 앉아있는 엉덩이 아래에서 다이스케의 허벅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짧은 그녀의 스커트 아래에서 속옷이라도 보일 것 같아 켄은 그녀를 조금 힘을 주어 누르며 쉬이, 하고 작게 바람소리를 내었다. 자신의 목소리에 움찔, 하고 허리를 떤 그녀가 다시 보석 같은 눈물을 흘려보냈다. 점점히 젖어가는 시트의 색이 짙어진다.



" 울지 마…….“



 허리를 조금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고는 천천히 손을 그녀의 허리선에 따라 쓸어올렸다. 손가락 피부에 얇게 느껴지는 그녀의 세포 하나하나가 푸딩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이렇게 하고 싶었어, 다이스케. 그녀의 묶여져 붉게 달아오른 손목에 소중하게 키스를 떨어뜨리며 켄은 손끝에 닿아온 그녀의 속옷을 만지작거렸다. 다이스케의 표정이 더 울 것 같이 변했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그녀가 이 이상 진행하면 되돌릴 수 없어, 하고 비난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이미 되돌릴 수 없는걸.”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속옷 안으로 들어간 켄의 손끝에 다이스케의 작은 밑 가슴이 닿은 순간, 켄은 떨어지듯 정신을 깨웠다.

 




-


“ 이봐, 켄! 괜찮은 거야? 어디 아파?”



 핫, 하고 퍼뜩 고개를 올린 켄이 눈을 조금 깜빡이자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다이스케가 보였다. 바로 앞에서 깜빡이는 그녀의 속눈썹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아 켄은 흠칫, 하며 몸을 뒤로 물렸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작게 대답하니 금방 흥미를 잃으며 멀어져가는 그녀를 붙잡을까, 하고 고민했지만 켄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 그래. 다이스케의 집에 놀러가는 중이었지. 다이스케가 속해있는 학교의 축구부 시합이 있다고 해서 보러왔다가, 자신이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그녀가 함께 뒷풀이를 가자던 같은 팀원들의 권유를 모두 거절하고 자신에게 달려왔었다. 누구보다도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 같은 생각에 그녀의 저녁 초대를 기쁘게 받아들였지. 그래, 그렇게 함께 돌아가던 중이었다.


 앞서나가는 그녀의 높게 올려 묶은 머리칼이 걸을 때마다 하늘하늘 흐드러진다. 노을을 받아 붉게 빛나는 그녀의 머리칼을 보며, 살랑거리는 머리카락의 사이로 보이는 목덜미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상상을 해버린 것 같았다. 그 전에도 몇 번이나 한 것이 있는 그런 상상을. 상상 속에서 닿았던 그녀의 부드러운 밑 가슴의 느낌이 손끝에 남아있는 것 같아 켄은 손가락을 조금 부볐다.


 다이스케, 너를 원해. 뒷모습에 작게 중얼거린 켄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와 나란히 걸어가며 웃었다. 언젠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싶어. 아직, 아직은 아니야.


 이런 나를 네가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디지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이야마/R19] 건방진 고양이를 길들이는 방법  (0) 2016.01.17
[타케켄] 립스틱  (0) 2016.01.10
[타이야마] 흔적  (1) 2015.12.03
[다이켄/ts] 소녀식 연애방법  (0) 2015.11.11
[다이켄/R17] 짝사랑  (0) 2015.10.22
Posted by 하리쿠
2015. 12. 25. 01:30








 딸랑딸랑, 하고 자동문에 달려있는 종이 작게 울었다. 며칠 안 남은 행사에 잔뜩 젖은 거리처럼 붉은 색의 리본을 달고 있는 종을 잠시 바라보다가, 쥬다이는 가게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둘둘 두른 목도리가 무색할 정도로 실내는 따듯하다. 향긋하게 풍겨오는 갓 구운 빵 내음을 맡으며 케이크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충동적으로 들어온 빵 가게는 꽤나 인기가 있는 곳이었는지 한쪽 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테이블엔 이미 연인들이 한 가득 있었다. 한데 섞인 재잘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가벼운 음악을 대충 흘리며 쥬다이는 조용히 케이크를 내려다보았다.

 

 새빨간 딸기가 장식 되어있는 케이크. 초콜릿색 롤 케이크에 새하얀 생크림을 얹어 눈 쌓인 나무 집을 연상케 하는 케이크. 작은 산타와 루돌프 장난감이 꽂혀있는 달콤한 초콜릿으로 코팅 된 케이크. 그 위에 투명한 녹색 빛의 설탕으로 쓰여 있는 Merry christmas, 라는 글자를 멍하게 내려다본다.

 

 내가, 왜 외출을 하기로 마음먹었더라. 그것도 오늘 같은 날. 이런 가게에.

 

 이렇게 여러 종류의 케이크를, 자신은 3년 전에도 본 적이 있다. 어떤 케이크가 맘에 드느냐고 살짝 들뜬 목소리로 물어보던 연인이 보여준 인터넷 사이트엔 한 눈에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들이 잔뜩 있었다. 단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이런 행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분위기를 내고야 마는 그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쥬다이는 얌전히 그가 자신에게 들이미는 화면을 눈에 담았다. 스크롤을 대강대강 내리며 난 이런 것보다는 직접 가서 고르는 게 더 좋은데. 하고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것인지 표정을 구기던 자신의 연인은, 며칠 후 늦은 밤에 츄리닝만 입은 자신을 이끌고 기어코 케이크 전문점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후즐근한 차림의 자신과는 다르게 일이 끝나고 바로 온 만죠메 녀석은 쫙 빼입은 정장 차림이었다. 누가 봐도 가격대가 꽤나 나갈 것 같은 가게 안 풍경에 쥬다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쓸데없는 것에 진지한 녀석이다. 생일날, 장난 식으로 직접 만든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했다가 집으로 배달 온 엄청난 양의 재료에 놀랐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이런 장면을 생각하고 말을 했어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한 자신이 잘못했다고 대충 넘기며 쥬다이는 작은 케이크들을 훑어보았다.

 

“ 찾으시는 케이크라도 있으세요?”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면 급하게 음악 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온다. 혼자 케이크를 내려다보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점원이 친절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또 상념에 빠져있었나. 눈을 꾸욱 감았다 뜬 쥬다이가 손가락을 들어 작은 케이크 하나를 가리켰다. 이걸로, 주세요. 쇼케이스 안에서 꺼내져 점원의 손길에 따라 아기자기하게 포장되는 케이크의 색은 옅은 갈색이었다. 그래. 전에도 똑같은 것을 골랐던 것 같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자신의 연인도 함께 먹을 수 있는 것을 찾다가. 그가 즐겨 마시던 커피와 비슷한 향이 나던 것을 골랐던 것 같다. 3년 동안 쳐다보지도 않던 케이크였는데, 마치 어제 먹은 것처럼 뇌 내에 맛이 생생하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뒤로 이어지는 따듯한 인사와 다르게 밖은 쌀쌀했다. 케이크 상자를 쥐고 있는 손이 단번에 차가워졌다. 괜히 샀나, 하는 후회감과 함께 내려다본 케이크 박스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단지 들려있을 뿐이었다. 어서 집에 들어가야지, 하고 한 숨 내쉰 눈앞이 하이얗다. 목도리 안으로 고개를 조금 더 집어넣으며 쥬다이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순식간에 지나간 전자제품 매장 유리벽 안의 커다란 텔레비전 안에서 오늘 밤에는 폭설이 온다는 뉴스를 전하는 예쁜 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잠깐 지나간 헤드라인에 익숙한 이름이 보인 것도 같았지만 쥬다이는 그것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괴로운 기억을 떠올려봤자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은 없다. 지금까지 괴로워하고, 후회하고, 힘들어 하며 쥬다이는 그것에 무덤덤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자신에게는 죄가 너무나도 많았기에.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뉴스였다. 어서 집에 들어가서 환기를 위해 열어둔 창문을 닫아둬야겠다. 오늘은 추울지도 모르니 난로를 더 때고, 저녁은 따듯한 스프로 할까. 곧 냉장고가 텅 비어있던 것이 생각났지만, 1인분정도는 만들 수 있었으므로 상관없었다. 혼자 살면 냉장고가 가득 차있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몇 번이나 음식을 버리면서 깨달았다. 생각보다 음식 만들기는 번거롭다는 것도. 생각보다 혼자 식탁에 앉아있기는 쓸쓸하다는 것도.

 

 


“ 다녀왔습니다.”

 


 어서와, 하고 옆에 있던 유벨이 자연스럽게 대답해주는 것을 들으며 쥬다이는 신고 있던 신발을 벗었다. 창문을 열어 두었던 집 안은 쌀쌀했다. 밖과 거의 공기의 온도차가 없는 것을 느끼며 쥬다이는 종종걸음으로 창문을 닫고 난방을 켰다. 아직 따듯해지려면 한참은 걸릴 것이기 때문에 쥬다이는 목도리만 풀고는 옷깃을 조금 더 여몄다.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새삼 밖에 나갔다 오니 조금 더 추웠다. 텅 빈 방에서 차가운 몸을 끌어안으며 닫힌 문을 바라보는 것은 익숙했는데. 익숙했어야만 했는데.

 

 너는 신경 쓰지 말고 있어라. 아직까지도 울리는 핸드폰을 억세게 쥐고는 급하게 나가는 연인의 등은 그렇게도 강인해 보이더랬다.

 

 닫히는 문소리가 그날따라 너무나도 무서워 쥬다이는 어깨를 떨었다. 따라오는 뉴스 앵커의 말소리가 침착해 더욱 더 소름이 끼쳤다. 자신은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두려운데. 아직까지도 덜덜 떨리는 손가락의 느낌이 선명하게 전해져 오는데. 도리어 패닉에 빠진 자신을 진정시키며, 이런 일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침착하게 대응하는 만죠메의 표정은 덤덤했다. 지금까지 쌓아오던 일이 모조리 허사로 돌아간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만죠메가 자신과 키스를 하는 사진이 언론에 퍼졌다.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뜬 사진을 보며 그 때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생각날 수 있을 정도로 며칠 지나지 않은 일이었다. 만죠메가 어떤 달콤한 목소리로 자신을 불렀는지, 따듯한 손으로 어떻게 자신을 어루만졌는지 아직까지도 생생했음에도 그것을 기분 좋게 떠올릴 수 없었다. 누가 봐도 그 사진은 자신과 만죠메였다. 당연하게도 아직까지 일본사회는 동성애자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의 핸드폰에 수없이 쌓인 전화 중엔 분명 그의 스폰서를 끊겠다는 종류의 것도 있을 것이다. 뉴스에 지나가는 ‘충격’ 이라는 글자가 눈에 뚜렷하게 박혀들어왔다.

 

 프로로 데뷔하지 않은 자신과는 다르게 만죠메는 차근차근 프로의 길을 밟았다. 형님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당당하게 만죠메 가문에게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던 만죠메는, 어제 자신에게 기뻐 보이는 목소리로 다음 날이면 정식으로 만죠메 그룹이 자신의 스폰사로 들어오게 된다고 말했다. 조금 취기가 섞여있는 목소리로, 정말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자신에게 그렇게 말했다. 자신은 더 이상 형제들의 열등생이 아니라고. 형님들께 인정받았다고. 늦게 들어온 이유가 단순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아닌 형님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던 것이었다. 웃으며 안겨오는 자신의 연인에게 수 없이 키스를 해주며 그의 주머니에서 떨리는 핸드폰의 배터리를 뺀 것은 자신이었던가, 아니면 만죠메였던가. 그것이 중요한 전화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채로. 자신들은 얼마나 행복하게 밤을 보냈던가. 얼마나 달콤하고 따듯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던가.

 

 그것이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밤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채로.

 


“ …윽, 으…….”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구역질에 쥬다이는 벽을 타고 주르르 미끄러져 내려왔다. 마른 등의 척추에 오돌토돌하게 닿아오는 벽이 아팠지만 아무래도 괜찮았다. 그 날에도 만죠메가 떠난 닫힌 문과, 들려오는 여자 앵커의 목소리를 들으며 헛구역질을 했다. 그대로 화장실에 달려가서 어젯밤에 먹은, 밤새 소화되어 거의 남지 않은 케이크와 위액들을 꾸역꾸역 게워내고 나서야 자신은 숨을 들이쉴 수 있었다. 산소가 모자라 시야가 두어번 뒤바뀌고, 흔들리는 몸을 몇 번이나 다잡고 화장실의 밖으로 나왔을 때에도 만죠메의 방에는 변화가 없어서 얼마나 다리가 떨렸던가. 지금 만죠메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고, 무슨 생각을 하며 그의 얘기를 해대는 언론의 목소리를 듣고 있을까. 지금까지 그가 쌓아온 일은, 앞으로의 그의 길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것을 모두 감내하고도 그는 자신에게 그렇게 담담하게 굴 수 있었다는 것인가.

 

 자신은, 그가 돌아오면 어떤 표정으로 그를 맞이해야 하는 것인가.

 만죠메는, 어떤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을까.

 

 자신은, 그의 옆에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

 

 그렇게 자신은 그 자리를 도망쳤던 것 같다. 만죠메가 돌아오는 것을 보지도 않은 채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만죠메를 홀로 남겨두고.

 

 외국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쉬웠다. 원래 여행을 다니고 있기도 했으니까. 얼굴이 알려져있던 그와는 다르게 자신은 매니악한 몇몇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르는 무명 듀얼리스트에 불과했으니까. 아무리 세상을 몇 번이나 구했어도, 대중들은 자신보다는 프로로 활동하는 만죠메를 더 기억하니까. 사진 속의 자신은 만죠메와 키스하던 모브 남자A일 뿐이니까. 그의 앞길을 막아버리는 그런 지나가는 남자였을 뿐이니까. 그렇게 자신은 모든 것을 만죠메에게 맡기고,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자신이 사라지기를, 자신의 기억조차도 시간 속에 묻혀버리기를 기다렸다. 겨우 3년이라는 시간으로는 함께 한 잠자리의 온기조차 지워버릴 수 없음에도 자신은 그저 잊히기를 차가운 이불 안에서 바르작대며 기다렸다.


 그렇게 도망친 자신과는 다르게 만죠메는 몇 개월이 지나자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자신이 집 밖에조차 나가지 못할 때. 텔레비전조차 켜지 못할 때. 닫힌 문조차 두려워하고 있을 때, 만죠메는 그 지옥 밑바닥에서 다시 불사조처럼 되살아났다. 예전, 그가 고등학생 때 했던 것처럼. 귀를 닫고 있던 대중문화의 소식에 조금씩 다시 귀를 기울였을 때 들려온 소식은 만죠메의 우승 소식이었다. 그는 자신이 없이도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1위 트로피를 손에 쥐고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는 그의 옆에는 자신의 존재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쥬다이는 안심할 수 있었다. 안심한 구실을 찾을 수 있었다. 방구석에 홀로 제자리에 있던 자신과 앞으로 나아가는 만죠메. 예전, 우리가 고등학생이었을 때처럼.

 

 다시금 몰려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쥬다이는 떨리는 손으로 리모컨을 집었다. 먼지가 뽀얗게 앉아있는 리모컨을 눌러 텔레비전을 켜고는 뉴스에 채널을 맞춘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아마 메인 뉴스는 끝났겠지만, 그래도 뉴스가 하는 곳은 있으리라. 자신이 최근에 언제 만죠메의 기사를 찾았더라. 만죠메가 만죠메 그룹으로 들어갔다는 얘기까지였나. 세계적인 행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얘기까지였나. 아니면, 그것으로 인해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큰 회사와 혼담이 오간다는 얘기까지였나. 기억을 더듬으며 시작하는 뉴스의 헤드라인을 바라보는 쥬다이에게 보인 것은,

 

 만죠메의 은퇴 선언이었다. 아니, 은퇴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미 얘기가 꽤나 진행된 것인지 하나도 놀라워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만죠메 프로의 은퇴에 대한 말을 전하는 앵커들을 바라보며 쥬다이는 거의 기어가듯 텔레비전 앞으로 향했다. 뉴스 화면에 보이는 드로를 하는 만죠메, 손을 높이 들며 썬더콜을 하는 만죠메, 우승 트로피를 받으며 자신만만하게 웃는 만죠메는 분명 자신이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아는 만죠메는 그의 꿈을 이렇게나 쉽게 내려놓을 사람이 아니다. 어딘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지만 뉴스에서 들려오는 오늘 아침 매니저에게 전송되었다던 은퇴에 대한 편지 내용을 쥬다이는 멍하게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내용,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형님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 동료 듀얼리스트들에 대한 내용.

 

 뇌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자의 흐름을 들으며 쥬다이는 급하게 휴대폰을 꺼내다가, 그대로 떨어뜨렸다. 그렇게 도망친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어서 이유를 묻겠는가. 자신에게는 자신이 없는 연인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조차 주제넘은 짓인데.

 


“ ……아하, 하, 하하….”



 도망쳤던 3년 전의 자신도, 그동안 수없이 오던 연인의 연락을 무시해버린 자신도, 그가 무사히 지낸다는 소식을 듣고 죄책감을 덜어버리는 자신도, 그의 은퇴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에게 연락을 하려했던 자신도 너무나 혐오스러웠지만, 자신이 옆에 있지 않아 행복해지지 못한 연인의 소식에 안도해버리는 지금의 자신이 제일 역겨워 쥬다이는 차라리 웃었다. 웃지 않고서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지울 수 없을 것 같았다.

 

――――쾅쾅쾅.

 

 그렇게 피식피식 웃고 있던 쥬다이는 들려오는 소리에 몸을 움찔 떨었다. 현관문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아무도 올만한 사람이 없었기에 초인종마저 달아놓지 않은 집이었다. 가끔 집으로 찾아오는 잡상인이 오기엔 자정이 넘긴 시간은 너무나도 늦었다. 쥬다이는 잠시 웃는 것을 멈추고 멍한 눈으로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잠시 시간차를 두고, 쾅쾅쾅, 하고 다시 문이 울었다. 올, 사람이 있을 리가 없는데. 쥬다이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한 사람의 얼굴을 애써 지우며 쥬다이는 주먹을 꽈악 쥐었다. 올 사람이 있을 리가 없는데. 없음을 알고 있는데.

 

 쥬다이는 침을 조금 꿀꺽, 하고 삼키며 문을 향해 다가갔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조금 심호흡을 했지만 도저히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그럴 리가 없지 않느냐고 아무리 자신을 타일러도 제멋대로 손끝이 떨렸다. 누구세요, 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만약에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실망을 늦추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쥬다이는 문의 손잡이를 단단히 잡았다. 차가운 쇠의 기운에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오늘은 밖이 추웠다. 해가 진지 꽤나 시간이 지났으므로 아마 밖은 더 추워졌을 것이다. 오늘은 눈이 온다고 했다. 아마 이미 내리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밖에 쌓이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추운 날에, 눈까지 펑펑 오는 날에, 이렇게 늦은 시간에. 조금씩 열린 문의 너머에는 네가 서있었다.

 


“ …만죠메.”

 


 쥐어짜듯 내뱉은 쥬다이의 목소리에 만죠메는 어깨를 조금 떨었다. 우산조차 쓰지 않은 만죠메의 머리위에는, 어깨 위에는 눈이 소복소복 쌓여있었다. 뼈까지 서늘해지는 추운 날씨에 맞지 않는 차림의 만죠메는 아무래도 하얀 피부가 더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살까지 빠진 것 같은 야윈 얼굴을 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만죠메를 보며 쥬다이는 차마 들어오라는 말 한마디 건내지 못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연인의 모습이었다. 아니, 과연 그가 아직도 자신을 연인으로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말라붙은 입술이 찢어지듯 열렸다.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였다. 텔레비전 속에서 보이는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은 그와 함께 살면서 알고 있었는데. 강한 척 하는 그를 가장 가까이서 보고 있었는데, 자신은 자신을 위해서 그는 괜찮을 것이라고 애써 모르는 척 하고 있었다. 나에게 중요한 건 형님들의 인정도, 대중들의 시선도, 사회적 위치도 아니야. 네가 나를 위해 사라져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모든 걸 버린 이런 나라도.

 


“ …….”


“ 이런, 나라도. …받아줄래?”

 


 바들바들 떠는 입술을 짓이기며 흘러나온 말이 간절해 애달프다. 그를 놓아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나 자신의 예상을 빗나가는 행동만을 하는 그에게 놀라기도 지쳤다. 그래, 만죠메는 이런 남자였다. 자신은 이런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죠메. 쏟아지듯 끌어안은 그의 몸은 차가웠다. 그가 연락까지 받지 않던 자신의 거처를 찾는 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지 모른다. 그도 자신처럼, 몇 번이나 상대방을 위해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만죠메는 자신을 찾아내고, 그동안 휘어잡은 모든 것들까지 버리고 달려왔다. 아니, 버리기 위해 잡았을런지도 모른다. 이 순간을 위해서.

 


“ 미안해…. 내가 미안해…….”


“ ……바보자식.”

 


 복받치는 감정에 쥬다이는 만죠메를 조금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가락이 놓칠세랴 만죠메의 허리를 붙들었다. 어디에도 도망가지 않음에도. 잔뜩 젖어버린 시야를 몇 번이나 끔벅이며 쥬다이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질책하는 목소리마저 달콤해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천천히 쥬다이의 어깨에 기대오는 만죠메의 고개도 이미 축축했다. 좋아해, 좋아해. 그동안 막혀있던 것에 불만을 표출하듯 흘러넘치는 감정에 마음 안쪽이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아팠다.

 

 추운 날씨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질 정도로, 너의 앞길을 막는다는 사실조차도 아무래도 좋아질 정도로, 그동안 떨어져있던 시간조차 괜찮을 정도로, 엇나갔던 감정도, 표현도, 그동안의 괴로움도 모두 잊을 수 있을 정도로. 네가 좋았다.

 

 ‘너’가 좋았다.

 








------------------------------------------------------------------------------

유희왕 크리스마스 합작에 십만으로 참여했습니다.

원본은http://blog.naver.com/oats_flower/220577232343 이쪽에서 감상해주세요 


어째 크리스마스랑 점점 관련이 없어진 기분..

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