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 21:20

- 유희왕 온리전 데스티니 드로에 발간된 십만 배포본 [ 일생의 파트너가 되어도 곤란하지 않은 십만 배포본 ]에 그냥 십마니로도 참여했었습니당

- 태그포스의 인생의 파트너 <-짤만 보고 혼자서 한 망상입니다 태그포스 내용과는 전혀 관련 없으며 내용이 달라도(다르겠지만) 태그포스를 해보지도 않은 저는 모릅니당^0^ㅎㅎ

 



 


 정령들도 모두 잠든 한 밤중, 조용히 스탠드의 불을 켜고 펜을 집어든 만죠메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그런 만죠메의 인기척에 살짝 눈을 뜬 옐로가 형님께서 왠일로 공부를 하시려는 걸까, 하며 작게 중얼거리다 끝조차 맺지 못한 채로 까무룩 잠이 들어버릴 때까지 만죠메의 펜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요즘 따라 자신이 이상했다. 수업시간에도 툭하게 멍하게 있곤 했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으며, 심지어는 정신을 못 차리다가 오므라이스 위에 케첩이 아닌 타바스코를 뿌려버리기까지 했다. 대체 자신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어 아무리 고개를 저어 봤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또다시 칠판이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었고, 눈앞에는 쥬다이가 있었다. 처음엔 장난스러운 얼굴로 얄밉게 웃고 있던 그가 점점 진지한 얼굴로 변했다. 멀리 떨어져있는 것 같았지만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쥬다이의 손길이 자신에게 닿은 것 같다는 착각이 드는 순간, 만죠메는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쥬다이의 생각으로 잠을 설치던 오늘, 만죠메는 결국 이불을 걷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지금 당장 그와 자신과의 관계를 정확하게 정의내리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새하얀 종이에 커다랗게 유우키 쥬다이의 이름을 써넣고, 만죠메는 한참을 고민했다.


 유우키 쥬다이와는 악연이었다.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고, 지금도 라이벌로써 이기고 싶었다. 분명 자신이 그를 바라보는 것도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라이벌이 생기면 이렇게 항상 보고 싶고, 그 녀석의 얼굴만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생각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지금까지 라이벌이라는 것을 만들어본 적이 없던 만죠메로써는 알 수 없었다. 라이벌, 하고 적힌 글자가 자신을 비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힘, 재주, 기량 따위가 서로 비슷하여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대. 사전적인 정의를 생각해보면 분명 자신과 유우키 쥬다이는 라이벌이 맞다.(옆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하며 누군가가 비웃은 것 같았지만 만죠메는 쿨하게 무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금 더 복잡한, 어떠한 감정이 더 깊숙한 곳에 있는 것 같은 기분.


 아, 그래. 사실은. 만죠메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쥬다이를 생각하는 것을 라이벌이라는 허울 속에 숨겨두고 애써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만죠메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만죠메는 그것을 다시 꺼내보기 두려워했다. 차마 그와 자신의 사이에 우정과 라이벌이라는 관계 외의 다른 것을 들이대기가 무서웠다. 혹시나 그가 눈치 채버릴 까봐, 그가 이것이 아니라고 부정할 까봐, 만죠메는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돌려버렸다. 굳이 이렇게 정리하려고 하지 않아도 만죠메의 머릿속은 깔끔하게 답을 도출해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종이의 끝에 아주아주 조그맣게 움직이던 펜이 좋아, 라는 글씨를 쓰다말고 멈추었다. 자신의 마음을 글씨로 확인하다니 이것만큼 부끄러운 것이 없었기에 재빨리 새까맣게 칠해버린 만죠메가 다시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런 남사스러운 글자말고, 조금 더 순화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조금 더 명확하게, 조금 더 확실하게.



“ …아, 정말!”



 얌전히 자고 있던 정령들이 모조리 깰 만큼 큰 소리로 짜증을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가 버린 만죠메의 방 쓰레기통엔,


『내 인생의 파트너가 되어줘, 쥬다이.』


볼펜으로 지우려 애쓴 흔적이 가득한, 정성이 가득 담긴 잔뜩 구겨진 편지가 하나.

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