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5. 23:27

- whiteberry의 나1츠2마츠리 라는 곡의 가사를 보자마자 오사무의 생각이 났습니다. (숫자는 검색 방지용)







 나에게 새 유카타를 입혀주시던 마마가 울고 있었다. 옷장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곱게 다려진 새 옷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눈물의 의미를 묻지 않았다. 괜히 눈물이 많은 그녀에게 다시금 슬픈 기분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몇 번이나 빳빳하게 서있는 옷깃을 매만져주고, 애절한 손길로 오비를 몇 번이나 정리해주며 웃는 그녀의 뺨에 한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을 모르는 척 하느라 애써 시선을 그녀의 손끝으로 내렸다. 잘 어울리는 구나, 켄. 울음 섞인 목소리에 괜히 목이 메였다.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입 꼬리를 올려 웃는다. 자신의 체형보다 조금 큰 옷. 그럼에도 그녀는 기쁜 듯이 울면서 웃고 있었다.


 오사무가 키가 많이 컸구나. 자신이 유치원에 다니던 때, 형의 옷맵시를 만져주던 마마께서 기뻐하며 말했었다. 발목 위로 올라오는 유카타가 어색한지 형이 볼을 조금 긁적였다. 초등학교에 올라간 형은 키가 자신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형의 키가 클수록 점점 그가 자신에게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리는 것 같아 켄은 몇 번이나 그의 옆에서 발끝으로 서서 키를 재보고는 했다. 형보다 크고 싶어서 우유도 남기지 않고 마셨지만 격차는 좁혀지지 않아 입술을 삐죽이던 어린 나날. 형이 커져서 못 입게 된 옷을 또다시 물려 입는 것이 싫다는 어린 생각을 하며 울상을 짓던 어린 나날이 있었다.


 짧은 유카타를 입은 형과 형의 유카타를 입은 자신이 손을 꼬옥 붙잡고 마지막으로 갔던 여름 축제는,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이후로 형은 여름 축제를 편안하게 즐긴 적이 없었다. 아직 어린 자신은 몇 번이나 함께 하자고 손을 이끌었지만 형은 그런 자신의 손을 거칠게 쳐내곤 했다. 3학년, 형제 자매와 함께 여름 축제를 즐기러 간다는 반 친구들의 말에 마마를 졸라 간신히 허락을 얻어냈을 때엔 이미 축제 시즌이 끝난 후였다. 그러고 보니 오사무의 유카타가 짧았지, 하고 생각난 듯이 중얼거린 그녀는 그 후 분명 새 유카타를 샀을 것이다. 그대로 아무에게도 입혀지지 못한 채로 옷장 깊숙한 곳에 들어가게 되었겠지만.

 

그래, 그렇게 형은 12번째의 여름을 맞이하지도 못한 채로 그렇게도 짧은 생을 끝마쳤더라.

 


 자신의 마지막 여름 축제는 한낮이었다. 형은 사방으로 흩어져있는 길거리 상점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앞으로 쭉쭉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함께 축제에 가면 안 되냐고 손을 뻗고 싶었지만, 몇 번이나 거칠게 거절당했기 때문에 자신은 차마 그의 손끝에조차 닿지 못하고 있었다. 얼얼한 손등과 깜짝 놀라 주저앉은 자신. 두꺼운 안경알 속에 잔뜩 화난 얼굴을 하고 자신을 내려다보던 형의 모습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형의 뒤를 밟았지만 그는 여전히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자신을 데려다주기 위하여 학원에 가는 방향이 아닌 쪽으로 오게 된 형은 조금 화가 나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형의 화를 풀어줄 수 있을까, 하며 조금 눈치를 살피던 자신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가, 동그랗게 잡히는 것에 방긋 웃었다.



“ 형아야, 선물!”



 자신이 잠시 길을 벗어난 것도 모른 채로 앞으로 나아가던 형의 걸음이 멈칫했다. 아직 제대로 개점도 하지 않은 가게에 달려 갔다 오느라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형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자신의 손에 쥐어져있던 사과 사탕을 한 번, 자신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던 형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기에 잠시 자신은 실수를 한 것인지 고민을 했어야만 했다. 사과 사탕이 아니라 초코 바나나를 사왔어야 했나, 아니면 형은 이제 여름 축제가 싫어진 것일까, 를 고민하는 사이에 자신을 내려다보던 형의 얼굴이 자신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사각, 하고 사과가 깨물리는 소리가 들렸다.



“ 나머지는 너 먹어.”



 짧게 중얼거리며 앞서나가는 형의 발걸음이 빨랐다. 아직 학원 시간까지는 한참 남아있었지만 어딘가 급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자신은 따라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입밖에 먹어주지 않았지만, 그가 화내지 않고 자신의 선물을 받아줬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잇자국이 나있는 사과의 옆을 깨물자 옅은 캐러멜 향과 상큼한 사과맛이 느껴졌다. 달달했다. 그것이 아마, 그의 마지막 축제 기억이겠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집 밖으로 나설 때엔 붉은 눈가를 하고도 자신을 향해 기쁜 듯이 웃어주고 있는 마마의 얼굴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형의 옷은 자신에게 약간 컸지만,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자신에게 작아질 즈음엔 아마 자신은 형보다 커져 있겠지. 형보다 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형은 필연적으로 자신보다 작을 수밖에 없었다. 웃고 있는 마마가 누구를 보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처음으로 형의 옷을 물려 입은 것이 기뻤다.


 형은 아마 입을 수 없던 이 유카타를 입고 여유롭게 여름 축제를 즐기고 싶을 것이다. 여유롭게 자신과 사과 사탕도 먹고, 초코 바나나도 먹고, 금붕어 낚시도 하고, 풀밭에 누워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처럼 자유롭게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싶었겠지. 다이스케들과 함께 올려다 본 밤하늘에 수놓아진 이 불꽃을 학원이 끝나고 돌아오던 형은 보고 있었을까. 함께 여름 축제를 즐기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리워하고 있었을까. 그 때 꼬옥 맞잡은 손의 온기를 느끼며 조금쯤은 웃었을까.

 

 형이 있던 여름은 먼 꿈의 속.

 

 하늘로 사라져 버린 위로 쏘아진 불꽃.

 

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