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5. 02:25

- 슬럼프.. 내용도 항상 비슷해서 화난다 영 맘에 안들어서 버림..ㅠㅠ







 하얗구나. 자신의 팔을 잡아챈 만죠메의 새하얀 손목을 내려다보며 쥬다이는 멍하게 생각했다. 커다란 보름달이 뜬 평소보다 환한 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얇은 달빛이 만죠메를 조각조각 비추고 있었다. 그것을 받아 빛나는 만죠메의 살결이 평소보다 현기증 나도록 하얘서, 그래서 그가 입을 열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낼 때까지 아무런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걷어 올려진 소매로 인해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았지만, 만죠메에게 잡힌 부분에서부터 신경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뜨거운 기운이 심장까지 퍼져와 아무래도 좋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또 다시 피를 빨리겠구나. 몸에 각인되어 있는 두려움에 팔이 저도 모르게 바들바들 떨렸다.



…….”



 식어버린 피부를 꾸욱 짓누르는 송곳니는 마치 불에 달군 것처럼 뜨거웠다. 어쩌면 예전의 기억 탓일런지도 몰랐다. 만죠메는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온 몸이 차가웠고, 지금 자신을 붙잡고 있는 손 또한 마찬가지였다. 닿아있는 부분에서 퍼지는 뜨거운 기운은 그 차가운 피부에 대한 신체의 반사작용일 수도 있었고, 그저 강하게 잡혀 혈액이 몰린 것일 수도 있었고, 그에 대한 감정의 표현일 수도 있었다. 이유조차 찾지 못한 뜨거움이 제멋대로 몸 안을 돌아다니며 자신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점차 뜨거워지는 혈액의 흐름이 혈관을 타고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 피부가 뚫리는 소리가 뼈를 타고 들렸다.


 으득. 이제는 익숙해질 법 한 고통에 쥬다이는 이를 악물었다. 저도 모르게 샐 뻔 했던 신음이 간신히 목 뒤로 삼켜진다. 표피층을 넘어 진피층, 그리고 혈관까지 꿰뚫어오는 날카로운 이의 아찔함에 저도 모르게 얼굴이 구겨졌다. 자신의 안으로 들어온 뼈의 차가움을 느끼기도 전에 팔을 타고 흘러내리는 자신의 혈액이 소름 돋아 쥬다이는 조금 몸을 떨었다. 자신의 피부를 타고 자신의 몸 안에 있던 은밀한 붉은 액체가 흘러내리는 감각은 몇 번을 느껴도 몸이 떨릴 정도로 무서웠다. 그리고, 그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만죠메 또한.


 그럼에도 자신의 팔에 입술을 파묻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올라오는 고통도, 피가 빨리고 있는 소리도, 감각도, 점점 떨려오는 근육조차도, 모조리 아무래도 좋아지는 것이다. 끈적하게 늘어지는 그의 타액엔 마취작용이 있는 것인지 점차 멀어지는 고통과 의식을 간신히 붙잡으며 쥬다이는 쓰러지려는 몸을 벽에 기대어 섰다. 하아, 하고 금방이라도 멎을 것 같은 숨이 입가에서 터졌다. 피가 모자라 팔이 저려와 금방이라도 툭, 하고 떨어질 것 같았지만 자신의 팔이 떨릴수록 단단하게 죄어오는 만죠메의 손덕분에 아슬아슬하게 붙들려있었다. 둔해지는 다섯 손가락이 피부를 누르는 감각에 멍하게 그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예쁘구나, 하고 생각했다.



만죠메…….”



 더 이상 빨리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하나의 신호와도 같은 것이었다. 마치 어머니의 젖에 원시적인 반사 작용을 일으키는 아기같이 자신의 팔에 매달리던 만죠메가 자신의 피부 사이에서 이를 천천히 빼어내는 것이다. 그는 절대로 자신에게 무리하게 바라지 않았다. 바라보고 있자면 자신의 피부 밑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구멍에서 흘러내리는 혈액조차 아쉽다는 듯이 혀를 내밀어 핥아오는 만죠메를 반대쪽 손으로 쓰다듬으며 쥬다이는 조금 웃었다.


 만죠메의 정체는 굳이 소리 내어 묻지 않았다. 만죠메 또한 굳이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카드의 정령도, 뱀파이어도, 심지어 죽었다가 살아난 파라오조차 있는 세상에 인간 외 생물 같은 것이 어떤 놀라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쥬다이는 자신에게 몸을 겹쳐오며 팔을 강하게 잡아채는 그를 거절하지 않았고, 몇 번이고 내어주고 있었다. 이리저리 멍들고 덕지덕지 밴드가 붙어있는 자신의 팔이 하나의 훈장 같았다.

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