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재가.. 취향을 탈 수도 있습니다. 주의.
어쩌다 그런 분위기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날씨는 더웠고, 누나가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선풍기 하나 없던 방에선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습하고 시원하지 않은 바람만이 방 안을 돌아다녔다. 방학숙제를 하자는 명목으로 불러냈지만, 아직 일주일이나 남은 방학은 여유롭게 느껴져 한 판 하고 온 축구 덕분에 온 몸이 땀으로 끈적끈적했다. 샤워라도 하고 싶었지만 샤워를 했다간 그대로 숙제고 뭐고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았기에 일단 뒤로 밀어둔 참이었다. 더워어, 하고 투덜댈 때면 빨리 끝내고 씻자. 하는 단정한 목소리만 들려왔기에 다이스케는 입술을 조금 더 삐죽이며 책상에 얼굴을 비볐다. 옆으로 보이는 숫자들의 나열이 벌써부터 싫증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분수는 전혀 모르겠다구! 숫자들 안에 있는 동그라미를 까맣게 메꾸며 다이스케는 시선을 조금 위로 올렸다.
켄은 벌써부터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명문 초등학교에 다니는 켄은 자신보다 숙제가 더 많았기에 미리미리 처리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개인공부와 병행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끝내지 못한 듯 했다. 자신은 방학 숙제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개인공부라니. 언젠가 켄의 집에 놀러갔던 날, 알아볼 수 없는 꼬부랑 글씨로 쓰인 책이 책상위에 놓여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꼬부랑 글씨였기에 영어? 하고 물으니 켄은 조금 웃으며 프랑스어야. 하고 답했다. 어쩐지 살짝 다르게 생긴 것도 같았다. 작년 겨울에 녀석은 야마토 형과 프랑스 쪽에 갔던가. 그 뒤로도 외국어는 게을리 하지는 않는 것 같아 역시 대단하구나, 싶었다.
“ 숙제에 집중해, 다이스케.”
자신의 시선에 여전히 책에 눈을 고정한 채로 켄이 단호한 목소리를 내었다. 아차, 들켰나. 어색하게 낄낄 웃으며 다시 시선을 책으로 옮겨보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르는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 이거, 어떻게 푸는 거더라아.. 연필의 끝으로 머리를 조금 긁적이다가, 켄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었지만 집중하고 있는 그를 향해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자신은 텅 빈 동그라미에 색칠이나 하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켄은 어느새 옆에 있는 노트에다가 산더미 같은 수식을 적어가며 문제를 풀고 있었다. 사각사각 거리는 연필소리가 간지러워 다이스케는 조금 눈을 깜빡였다. 노트에 적혀있는 문자들은 분명 숫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나, 꼬부랑 글씨가 섞여있었기 때문에 자신으로써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기에 재미가 없어 시선은 켄을 향해 있었다.
조금 내려앉은 눈꺼풀, 아래로 뻗은 속눈썹, 느슨한 바람에 말라가는 땀과 이리저리 흐드러진 진한 색의 머리카락. 같이 다니면 주변 여학생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을 아무리 눈치 없는 자신이라도 알 수 있었던 것처럼, 좀처럼 시선을 뗄 수 없는 녀석이었다. 예쁘게 생겼구나. 녀석에게 우연히 시선이 갔을 때, 요즘 따라 왜 그것을 다시 돌릴 수 없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 것이었다. 애초에 녀석에게 유난히도 시선이 자주 머무는 이유가 과연 우연이었을까? 몸 안쪽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렸다. 언제나 뛰고 있을 심장소리가 왜 유난히도 신경이 쓰이는지 알 수 없어서 다이스케는 연필을 쥐고 있던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까득, 하고 손톱과 맞닿은 연필의 표면이 조금 울었다.
하아. 자신의 시선을 결국 견딜 수 없었는지 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집중력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기에 아마 자신이 전혀 집중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살포시 내려간 얇은 눈꺼풀이 예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싶었다. 귀 뒤로 넘겨진 머리칼이 간질간질하게 자신의 손가락에 닿아오고, 아마 그 후론 꺼끌꺼끌한 속눈썹이 손끝에 닿겠지.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말로 느껴지는 것 같이 손가락 끝이 간지러웠다. 손목에서 두근두근하고 들려오는 고동이 이렇게나 신경에 거슬리는 것이었던가. 한숨을 쉬느라 살짝 벌어진 작은 입술이 이렇게나 예뻐 보이는 것이었던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자신은 어느새 켄을 넘어뜨리고 있었다.
“ …다이스케?”
다행히도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켄을 넘어뜨렸다고 해도, 아마 세게 밀친 것은 아닌 듯이 켄은 살짝 얼얼할 그의 뒷통수 보다는 위에 있는 다이스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입술 사이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이 부끄러워 다이스케는 순간 그의 입술을 막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무엇으로? 아직 자신은 그것을 알 수 없었기에 그저 입안 가득하게 고인 끈적한 침을 한 번 꿀꺽, 삼킬 뿐이었다. 목구멍 너머로 넘어간 액체가 식도를 타고 자신의 위로 넘어간 것이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할 때 즈음, 다이스케는 바짝바짝 마른 입술을 조금 열었다. 켄. 자신의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켄에게 닿았을 자신의 목소리가 혹여나 실체를 가지고 있다면 어두운 색에 찐득찐득한 기분 나쁜 무언가 였을 것이라고 다이스케는 생각했다. 마치 타르처럼. 폐에 진득하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그것처럼, 켄에게 닿아 그의 본래의 색을 어지럽히고 말 것이라고, 다이스케는 그렇게 생각했다.
켄은 자신의 행동에 의문을 가진 듯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자신은 차마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를 왜 쓰러뜨렸는지 자기 자신조차도 알 수 없었기에 행동의 이유를 그에게 설명해 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단 하나 다이스케가 알 수 있는 것은, 그저 자신의 밑에 있는 켄이 예쁘다는 거였다. 살짝 벌어진 입술을 만지고 싶었고, 이리저리 하늘하늘하게 퍼진 머리칼을 쓰다듬고 싶었고, 머리칼사이로 드러난 새하얀 목덜미의 따스한 기운을 느껴보고 싶었다. 단지 그 뿐이었다. 자신은 아직 어렸고, 이 기분의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그에게 답해줄 수 없었다.
눈을 깜빡이며 켄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의 목덜미에서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언제나처럼 교복에 단단히 가려져 있는 목덜미 아래가 푸르스름했다. 그가 자신에 의해 넘어져 있기에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어딘가 다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장 단지 그런 단순한 이유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뒤따라왔다. 순간 심장이 두근, 하고 울었다. 아까 켄을 보며 두근거리는 것과는 조금 다른 두근거림이었다. 심장의 두근거림에도 종류가 있었구나, 하고 다이스케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상처의 정체를 자신이 알아도 되는 것인가, 혹시 그만의 조심스러운 비밀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어느새 손끝은 그의 옷을 향하고 있었다. 긴장한 손가락 끝에 땀이 살며시 배어왔다. 그리고,
“ 보고, 싶어?”
켄은 그것을 잡아챘다. 켄의 따듯한 손바닥에 갇혀버린 손가락이 갈 곳을 잊어버리고 공중을 배회하고 있었다. 당황했다는 듯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던 눈동자가 조금 휘어진 것이 보였다. 그렇게 살풋 예쁘게 웃으며, 켄은 쥐고 있던 자신의 손가락을 놓고는 그의 옷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이었다. 그의 단정한 손에 닿는 지퍼의 달각거림이 왠지 크게 들린 것 같았다. 자신이 대답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켄은 그만의 비밀을 자신에게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 약간의 걱정과 조금의 기대감, 그리고 많은 위치를 차지한 나쁜 일에 대한 두근거림이 긴장감으로 변해갔다. 다이스케는 천천히 벌어지는 그의 상의에 저도 모르게 침을 조금 꿀꺽, 하고 삼켰다. 옷에 의해 가려져있던 새하얀 목덜미 아래엔, 누가 봐도 목이 졸린 자국이 나있었다. 다른 것도 아닌, 사람의 손으로.
“ 켄, 너…….”
내가 한 거야. 켄은 기쁜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 자국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붉게 울혈이 생겨버린 목덜미의 살결을 손끝 피부로 다정하게 쓸면서,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켄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분명 켄의 눈에 비치는 것은 자신이었지만 그는 자신을 통해서 그 자신의 흉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도취감에 눌려 다이스케는 ‘어째서’라는 의문조차 내뱉을 수 없었다. 조금 벌어져 작은 숨만 내쉬고 있는 자신의 입술에 켄은 살짝 웃는 것 같았다.
목을 졸리면 말이야, 다이스케. 켄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다정했지만, 약간의 도취감을 담고 있었고, 조금의 열기와 달콤함도 들어 있었다. 마치 단죄를 받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다이스케, 나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나쁜 짓을 했잖아? 그걸 아무도, 정말 단 한 명도 나에게 심하게 굴지 않았어. 시작의 마을에서 약간의 진실을 듣고, 나의 망상 속에서 어둠의 탑에 매달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맞았을 뿐이었어. 나는 말이야, 그 상냥함이 고마웠지만, 그와 동시에 너무너무 괴로웠어. 차라리 나를 욕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지경이었어. 내가 아무리 너희에게 속죄하기 위해, 친해지기 위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과거의 일은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 그래서, 차라리 욕을 하고, 내가 디지몬들에게, 그리고 너희에게 했던 것처럼 모질게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내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어. 하지만 말이야, 나는 차라리 그렇게 해서라도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그래서 말이야, 다이스케. 나는 방법을 찾아낸 거야. 이렇게, 목을 조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 자기 만족이라고 해도 좋아. 이렇게 해서라도 나는, 조금이라도 편해지고 싶어. 있잖아, 아직도 꿈에서 나는 내 친구들을, 디지몬들을 괴롭히고 있어. 내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채찍은 여전히 웜몬을 때리고, 그렇게 상처 입은 웜몬은 바닥을 뒹굴며 지워지지 않는 흉터에 괴로워해. 나는 그것을 막을 수 없었어. 두 손 가득히 흘러넘치는 디지몬들의 피-그들이 피를 흘리지 않는다고 하여도-가 아무리 손을 씻고, 비누칠을 해도 사라지지 않아. 그것이 끝나고 나면 나는 또다시 다크 타워에 매달리는 거야. 맞고, 또 맞고, 상처를 입고, 끝에 불이 질러져 온 몸이 녹아가는 고통에 괴로워하면서도, 나는 그것에 안심해버려. 그리고, 그 안도감을 느낄 때 즈음에 꿈에서 깨. 안도감은 꿈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너는 영원히 속죄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나는 말이야, 다이스케. 그게 너무너무 괴롭고 힘들었어. 밤마다 땀에 젖어 깨는 것도, 현실로 다가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것도.
“ -있잖아, 다이스케. 내 속죄…, 도와주지 않을래?”
몇 번이고 자신의 존재를 되새기려는 듯이 자신의 이름을 부른 켄은 그 따듯한 손으로 내 손을 쥐고는, 그의 목으로 가져다 대었다. 그의 목에 새겨진 붉은 자국의 위에 나의 손이 덧대어 졌다. 켄의 목은 불에 달군 듯이 뜨거웠다. 마치 그의 죄책감이 화염이 되어 손끝에 달라붙어 오는 것 같아서 다이스케는 그것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손이 그의 목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그 뜨거운 기운에 자신의 피부가 녹아 그의 것과 결합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긴장감에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는 나의 손에 켄은 다시 눈을 곱게 휘며 야살스럽게 웃었다.
응, 다이스케. 그대로 손끝에 힘을 줘. 옳지. …우, 그, 렇게…….
그의 목소리를 따라 천천히 손가락의 근육 하나하나에 힘을 주자 켄의 목덜미가 조금 더 붉게 변했다. 그의 살짝 상기된 볼과 기쁜 듯이 비틀어지는 입술을 보며 다이스케는 조금 가빠진 숨을 몰아쉬었다. 목을 졸리고 있는 것은 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숨이 턱, 하고 막혔다. 손에 힘이 들어갈수록 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괴로울 텐데, 분명 괴로울 텐데도 켄은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듯이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바닥에 이리저리 흐트러진 그의 머리칼이 마치 곱게 물들여진 실로 수를 놓은 것 마냥 예뻤다. 참을 수 없는 듯이 그의 얇은 손가락이 바닥을 조금 긁었다.
그의 힘들어 보이는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다이스케는 짜릿짜릿하게 올라오는 쾌감을 느꼈다. 켄의 목덜미는 햇빛에 제대로 닿아본 적도 없다는 듯이 희었고, 그곳에는 붉은 자국이 있었고, 그리고 지금 자신이 그것을 아로새겨 넣고 있었다. 손의 감각을 통해 그의 심장소리가 두근, 두근, 하고 전해져왔다. 마치 처음 죠그레스를 했던 것처럼, 그런 일체감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이 자신의 두 손에 깃들어 있다는 것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기뻤다. 이제는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손의 움직임조차도 느낄 수 없었다. 오직 들리는 것은 켄의 밭은 숨소리였고,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성대의 작은 떨림으로서 흘러나오는 약간의 신음소리였고, 자신의 숨소리였다. 온 몸이 축축해질 정도로 흘러나오는 땀으로 인해 더웠지만 그와 닿아있는 뜨거운 부분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자신은 분명 나쁜 짓을 하고 있었다. 친구의 목을 조른다니, 이건 누가 생각해도 나쁜 짓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것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이 멈출 줄을 몰랐다. 나는 대체 켄에게 무슨 짓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는지 생각하는 것조차 모조리 날아갔다. 온갖 잡생각이 죄다 날아간 새하얀 두뇌 안에 켄의 괴로워 보이는 얼굴과 그의 야릇한 목소리만이 가득 차는 것이었다. 내가 중심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오로지 켄 한 명만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쿨럭, 하고 힘든 기침을 하는 켄의 입술을 타고 끈적한 타액이 형광등의 불빛을 받아 반짝이며 흘러내렸다.
“ 핫, 아…! 허억, 하, 아, ….”
그의 위를 향해진 눈동자가 서서히 감겨지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 즈음, 다이스케는 힘을 조금씩 빼었다. 부족한 산소를 필사적으로 탐하는 켄의 숨소리가 시끄럽게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갑자기 안을 거칠게 메우는 산소를 견딜 수 없는 지 몇 번 쿨럭거리고, 그럼에도 가쁘게 숨을 들이쉬는 켄을 내려다보는 느낌은 생각보다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저렇게 필사적으로 원하는 산소는 어떤 느낌일까.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처럼 짜릿짜릿하게 온 몸을 돌아다니는 느낌일까. 머릿속이 어떻게 되어버려 쾌락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들을 잔뜩 내어놓는 그런 것일까. 괴로운 것도, 힘든 것도, 모조리 잊고 자기자신이 아니게 되어버릴 만큼 강렬하고도 야릇한 쾌감을 주는 그런 마약을 한 것 같은 느낌일까.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켄에게 그러한 느낌을 줬다는 생각에 다이스케는 저도 모르게 반응하는 몸을 어찌할 수 없었다.
기분 좋아, 다이스케. 반쯤 탈진하여 바닥에 쓰러진 켄이 누구보다 쾌락에 젖은 달콤한 표정으로 말했다. 달뜬 숨소리가 섞인 그의 말에 다이스케는 방금전까지 그의 생명을 짓누르고 있던 손바닥으로 다정하게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창문을 타고 들어온 따듯한 바람이 살랑살랑 얼굴을 간지럽혔다. 머리칼을 타고 올라오는 따듯한 기운이 참을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그가 웃으며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포함해서.
나도,
“ 나도, 좋아. 켄.”
오늘의 일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두 소년들만의 은밀한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