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늘도 다이스케는 단 한 번도 켄의 공을 뺏지 못했다. 잔뜩 지쳐 방금까지 자신이 달리던 모래 위에 풀썩 누워버린 다이스케가 더는 못 한다며 비명을 지르자 꽤나 지쳐 보이는 얼굴의 켄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조금 으쓱, 한다. 매일 아침 일찍부터 눈 비비며 일어나 축구부 연습에 시달리고 있것만 아직도 켄의 체력에 따라가려면 한참 부족한 것 같았다. 심지어 가끔씩은 타이치 선배께서 직접 연습을 봐주실 때도 있었는데 아직도 이 수준이라니 분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아직 높은 곳에 있는 켄을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기에, 다이스케는 아직까지는 자신이 그를 따라가지 못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점심은 켄이 가방 안에서 수줍게 꺼내오는 도시락이었다. 너를 만난다고 하니까, 엄마께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만들어주셨어. 우리도 이제 중학생인데.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볼을 긁적이는 켄이 어색하게 자신의 눈치를 본다. 도시락은 커녕 점심에 대한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았기에 다이스케는 감사하다고 전해달라며 허겁지겁 주먹밥 하나를 입 안에 쏘옥 집어넣었다. 맛있어! 탄성을 지르는 다이스케의 목소리에 축구공 위에서 중심잡기를 하고 있던 치비몬이 그대로 공을 굴리며 달려온다. 축구를 하고 싶다며 그렇게 난리를 피웠으면서 벌써 다른 놀이로 넘어가버린 그의 모습에 다이스케는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치비몬의 뒤에서 먼저 먹어버린 자신에게 질투하는 미노몬에게 나무젓가락으로 주먹밥을 하나 집어 먹여준 켄이 또 하나의 나무젓가락을 다이스케에게 건네준다. 있었으면 진작 달라구~. 손가락에 묻어있던 김가루를 대충 옷에 문질러 닦은 다이스케가 볼멘소리를 내며 젓가락을 받아든다. 그의 이런 말은 대게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켄은 작게 웃었다.
“ 있잖아, 켄.”
돗자리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그와 언젠가 함께 먹은 적이 있던 도시락이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것 같다. 묘티스 네오몬을 무찌르고, 망가진 디지털 세계의 복구를 도와주러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정말 마음 편하게 소풍을 준비했던 적이 있었다. 자신들이 디지털 세계를 알게 된지 얼마 안됐을 때에도 한 번 시도해본 적이 있었지만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실패했었다. 위험도 사라진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신경을 쓰지 않고 놀 수 있을 것 같아서, 가볍게 얘기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엔 무슨 일이 있었더라, 하고 고개를 갸웃하자 미야코가 깔깔 웃으며 고키몬 브라더스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사실은 사이가 엄청 안 좋았는데, 이빌 링에 조종당하자 엄청 우애가 깊어졌다며 빠른 목소리로 설명하는 미야코를 보며 켄이 어색하게 웃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때엔 다섯 명이서 소풍을 했으니 이번엔 여섯 명이서 하자며 아무렇지도 않게 켄을 초대하는 미야코가 거리낌 없는 녀석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끼어도 괜찮냐며 조심스레 물어보는 켄에게 큰 소리로 긍정하며 확신을 주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었고, 그 뒤에도 조금 망설이는 켄의 등을 밀어주는 것은 타케루 녀석과 이오리였다.
그 날엔 웬일로 켄이 지각을 했다. 타마치에 사는 켄은 자신들과 다른 게이트를 이용해 오기 때문에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헤어졌었다. 처음엔 혹시 그가 안 오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을 했었지만 이미 한 번 오겠다고 답을 한 이상 성실한 그가 지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컴퓨터실에서 만나 디지털 세계의 약속장소에 도달했을 때에는 약속시간이 아슬아슬 했것만 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켄 군이 오지 않을 리가 없는데, 하며 디 터미널을 만지작대는 미야코를 보며 다이스케는 분명 그가 이미 디지털 세계에 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며, 도시락을 챙기며, 게이트의 앞에서, 약속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망설이며 켄은 착실하게 자신들을 향해 오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다이스케의 예상이 맞았다는 듯이, 우리들이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꺼내놓았을 때 즈음 켄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사실, 나무 뒤에 서있던 그를 미야코가 발견하고 손을 붕붕 흔들었기에 다가온 것이었지만.
오늘 초대해줘서 고마워. 답장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조곤조곤 어색한 말을 늘어놓던 켄은 아직도 돗자리 앞에 어정쩡하게 서있다. 이미 돗자리 안으로 들어온 웜몬이 사실 아까 전부터 도착해있었다며 변명을 해왔지만, 그런 것은 이미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가지고 온 도시락을 넘겨주면서도 켄은 여전히 돗자리 안에 들어오지 못한다. 조금 눈치를 보며, 망설이는 켄의 행동과 생각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다이스케는 먼저 그에게 손을 뻗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타케루 또한 마찬가지였기에 자신이 그의 손을 잡았을 때 켄의 등을 밀어준 것이었겠지. 우리들의 사이에 끼는 것 자체에 기뻐함을 숨기지 못하며 자리에 앉은 켄이 티 없는 웃음을 내어놓는다. 그 날 먹은 켄의 도시락은 정말 맛있었고, 함께 나눈 대화는 즐거웠으며, 평화로운 디지털 세계의 풍경은 예뻤고,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그래, 마치 그 소풍 때처럼. 지금의 바람도 그렇게도 시원하다.
“ 계속 이렇게 있고 싶다.”
자신의 말은 많은 생각을 거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바람이 시원했고, 먹은 도시락은 맛있었고, 치비몬과 미노몬은 시끄러웠으며, 켄에게 단 한 번도 공을 뺐지 못했을지언정 축구 연습을 했고, 지금 자신의 옆에는 켄이 있었다. 그 사실이, 현실이,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해서. 다이스케는 잠시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를 향해 차마 자신이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커져만 가는 자신의 마음과 함께.
“ …….”
자신의 말을 들은 켄이 조금 놀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본다. 눈을 꾹 감았다 뜨며, 바람에 날려 얼굴을 간질이는 얇은 머리칼도 정리하지 않은 채로, 자신의 말을 이해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린다는 듯이. 마치 새로운 옷을 입어 고장난 고양이처럼. 버벅거리는 컴퓨터처럼.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조금 갸웃하며, 조심스럽게 닫혀있는 입술을 열었다.
“ 무슨 소리야, 다이스케. 어제도,”
“ 어?”
“ …아.”
무어라 말을 하려던 켄이 다시 입을 꾹 다문다. 마주보고 있는 켄의 눈동자가 조금 떨린 것 같았다. 자신이 한 말에 놀란 것인지, 잠시 동그랗게 뜨여진 눈이 이리저리 갈피를 찾지 못하고 헤맨다. 아주 잠깐 치비몬과 미노몬의 떠드는 소리가 지나가고, 켄이 어색하게 한 쪽 입 꼬리를 비틀며 아무것도 아니야, 했다. 아무리 둔한 자신이 봐도 억지로 짓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어색한 미소다. 어딜 가던 켄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어, 자연스럽게 웃어주는 것에 도가 튼 녀석인데 이렇게까지 동요하는 이유가 뭐지? 잠시 눈을 끔뻑이고 있자 켄이 엉덩이를 털며 벌떡 일어난다.
“ 여, 연습 계속 하자. 몸이 굳어버리기 전에.”
자신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후다닥 공을 향해 달려간 켄이 발을 사용해 바닥에 있던 공을 튕긴다. 맛있는 밥을 먹은 참이라 그런지 어느새 진화해버린 브이몬이 그 공을 뺏기 위하여 덤벼들었지만 켄은 가볍게 발을 움직여 피한다. 축구에서는 반칙인 손까지 사용해가며 인간보다 가벼운 몸으로 폴짝폴짝 뛰어오는 브이몬의 움직임을 어떻게 간파하는 것인지 공은 여전히도 켄의 발등 위에 있었다. 잡았다! 하고 크게 외치며 손을 공을 향해 휘두르는 브이몬의 머리 위로 공이 튄다. 발등만으로도 공을 정확히 브이몬의 이마에 맞추고는 잡아챈 켄이 브이몬을 보며 시원하게 웃었다. 아무리 예전만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하여도 켄의 화려한 개인기는 죽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축구 잡지의 청소년 페이지에 종종 오르는 그의 최대 강점은 필드를 넓게 본다던가, 금세 돌파구를 찾아낸다던가, 얇은 몸에서 나오는 강한 슛도 있었지만 누구나가 인정하는 개인기가 제일 크니까. 자신 나이 또래의 그 누가 덤벼도 1대 1로는 켄을 당해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돌 정도였으니까. 그런 켄을 보며 다이스케는 그에게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웃으며 다가가기로 했다. 켄이 자신의 실언을 무마하고 싶어 한다면, 굳이 캐묻고 싶지 않았기에. 게다가, 정말 실로 오랜만에 만나지 않았던가.
* 태일매튜(타이야마) [니가 밑이야!]
(아직 미완성입니다. 후에 추가합니다.)
20-30p(예정) / R19 / 3000-4000원(예정) / 중철
태일이와 매튜가 침대포지션으로 싸우는 내용입니다.
한극식 표현을 쓰고 있으며 약간의 비속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 페이지는 이어지지 않으며 부득이하게 조금이라도 수위표현이 있는 부분은 가린 채 업로드합니다.
전체적으로 이런...내용입니다...(이게무슨내용이지...) 수위가 없는 부분이...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