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17.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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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4. 02:29

- 사카타 긴파치x헤이와지마 시즈오



 

 

" 아저씨. …이봐, 아저씨."

 

 

 곤히 자고 있는 아저씨를 깨우는 건 대체 누구야? 하며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긴파치가 눈을 떴을 때에는 세상이 뒤집혀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눈을 깜빡이고 있자 그제야 머리로 피가 몰려 자신이 거꾸로 있던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눈앞에 모래가 있는 것으로 보아 놀이터 같은 곳이고, 등에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그네에 몸을 맞기고 뒤집혀 잔 것 같은데, 설상가상으로 지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창피한 일이! 제정신이 아닐 때까지 술을 퍼붓고는 길가에서, 그것도 그네에 거꾸로 매달려 자고 있었던 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보이다니! 긴파치는 지끈거리는 머리가 더욱 더 아파오는 것을 느끼면서 최대한 침착하게 몸을 일으켰다. 눈앞에서는 자신보다 한참 더 클 것 같은 남자가 교복을 입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하, 하하, 하하하, 하, 거, 고, 고맙구먼, 학생! 그, 그, 그럼 갈 길 가렴!"

 

 

 긴파치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건내며 침착하게 코 밑을 손가락으로 훑고, 침착하게 발을 내딛다가 침착하게 균형을 잡지 못하고 침착하게 바닥으로 처박혔다. 얼굴로 다시금 피가 몰렸다. 창피함에 얼굴조차 들 수 없어서 긴파치는 이 자리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생각할 지경이었다.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자신 때문인지 학생은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긴파치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 아저씨…. 일단은 일어나라고."

 

 

 학생은 주저 없이 긴파치의 팔을 잡았다. 일으키려 하는 것 같아서, 긴파치는 차라리 여기서 얼굴을 가리고 일단 학생부터 가달라고 말을 하기 위해서 일어나지 않기 위해 몸에 힘을 주었지만, 번쩍, 하고 들어 올려지고 말았다. …엉? 말 그대로 번쩍, 하고 들어 올려 진 것이다. 무려 땅에 발조차 닿지 않아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들어 올린 학생을 바라보자, 성인 남자 한 명을 들어 올렸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태연한 얼굴의 학생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악한 얼굴로 멍하게 학생의 얼굴을 바라보자, 학생은 또다시 태연하게 자신을 내려놓았다. 바닥에 닿은 발에 간신히 체중을 싣고 그를 바라보자 노란머리의 학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손을 털고는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닌가. 긴파치는 밀려오는 혼란에 다급하게 학생의 옷을 잡았다. 물음표를 띄운 학생의 표정이 자신에게 마주대해 졌을 때에는, 긴파치는 대체 자신이 왜 그를 붙잡은 것인지 순간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 아니야, 일단 침착하게! 침착하게!

 

 

" ……지금 몇 시야?"

 

 

 으아아아 어디가 침착하다는 거야!! 긴파치는 다시 한 번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혼자 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고 있는 긴파치와는 다르게 학생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덤덤한 목소리로 1시입니다, 하고 말했다. 긴파치는 생각보다 훨씬 낮은 목소리에 한 번 놀라고 지금이 1시라는 말에 한 번 더 놀랐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이 학생이었기에 등교시간이려니,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것만 이미 한참을 지나있었다니!! 완전 지각이잖아! 애초에 이렇게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힘도 무지막지하게 세고 상처투성이인 학생이 제 시간에 학교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잘못 된 거였어!! 타임머신!! 타임머신이 필요해!! 이왕이면 어젯밤 술집에 들어가기 전으로! 얼레, 거기서 본 예쁜 언니는 괜찮았는데? 이게 아니라!

 

 

" 점심시간 아니야? 밖에 있어도 돼?"

 

 

 출근 시간은 이미 한참은 넘었고, 이렇게 된거 결근이나 하자고 생각하며 긴파치는 일단 침착하게 학생에 대한 것을 물었다. 교복을 보아하니 라이진 고등학교 같고…. 교복을 보느라 밑으로 내려간 시선을 위로 올리자, 무엇이 잘못 된 것이었는지 혈관이 튀어나와 무려 빠직, 하는 마크를 그리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빠직, 하고 학생이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이 부셔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뭐가 잘못 된 거지!? 폭탄? 시한폭탄인가!?!! 오늘의 긴상은 침착하면 안됬던 거야!?

 

 

" ……자식이…."

 

" 엉?"

 

" 빌어먹을 벼룩 자식이……!!!"

 

 

 잘못했습니다!!!! 결국 학생은 휴대폰을 부러뜨리고 말았다. 손에서 튀어나가는 휴대폰의 부품이 1분 후의 자신의 척추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긴파치는 처음 본 학생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잘못했다고 빌어야겠다고 생각 할 만큼 무서웠다. 일단 화가 난 것 같은 학생을 진정 시켜야 한다! 이건 분명 미션 임파시블보다 어려운 일 일거야!

 

 

" 이, 이, 일단은!! 하, 학생 이름이 뭐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 해주면 들어줄 수 있는데!! 일단 난 선생이니까! 진정하고!!"

 

 

 주제를 살짝 돌리자 금방 학생은 조용해졌다. 다행히도 끓는점은 낮아도 금방 식는 모양이었다. 놀란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최대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자-하지만 입꼬리가 덜덜 떨렸다- 자신을 바라본 학생이 지었던 인상을 풀고는 옆에 있던 그네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신을 간신히 진정시켰어. 난 세상을 구한거야. 긴파치는 냉큼 그 옆에 앉아 그의 말을 경청하기로 했다.

 

 

" 헤이와지마 시즈오, 요. 밖에 있는 건…, 빌어먹을 벼룩 놈이 자고 있는 저를 건들여서……!"

 

" 으아아아!! 진정, 진정해!! 그, 벼룩이라는 애는 생각하지 말고!!"

 

 

 뿌드득, 하고 다시금 시즈오라는 학생 손에 들려있던 휴대폰이 신음했다. 이제는 정말로 명을 다한 것 같은 휴대폰에게 애도를 하고 긴파치는 또다시 학생을 진정시키기 위해 진땀을 빼었다. 끓는점은 낮아도 자신이 선생이라고 하자 말을 높이는 것을 보면 분명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닐 것이라고 긴파치는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

 

 

" 그 학생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만나서 왜 그랬는지 묻는 게 좋지 않을까?"

 

" 그리고 죽이면 되겠군요."

 

" 그, 그게 아니라!! 물어보고 해결방법을!!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 …이유가 없으면 죽여도 된 다는 거겠죠. 아아…. 역시 그렇군. 감사합니다, 선생님."

 

 

 으아아아!!!! 고맙다는 소리까지 들어버렸어!! 무엇을 그렇게 잘 납득 한 것인지 고개까지 끄덕이던 시즈오는 벌떡 일어나서는 자신에게 인사를 하고는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언제 또 폭발할지 모르는 마신을 불러 세울만큼의 배짱은 없었기에 긴파치는 그냥 얌전히 있기로 했다. …이 아저씨는 아무런 책임이 없어요. 다시 지끈지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이대로 집으로 가버릴까, 하고 생각을 하고 있던 긴파치의 뒤로 갑자기 미성의 목소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 싫다아. 시즈를 괴롭히는 데에 이유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사카타 긴파치 선생님."

 

 

 하면서, 자신을 흘끗 바라보고는 아까 시즈오가 간 쪽으로 폴짝폴짝 뛰어가는 까만 머리의 학생. 리폼 한 듯 보이지만 분명 저 교복도 라이진의 것이었다. 어라, 내가 저 학생을 알고 있던가? 어떻게 내 이름을…. 하고 생각해봐도 긴파치는 정말 본 적이 없는 학생이었기에 어떻게 된 건지 모를 노릇이었다. 어쩐지 저 학생이 그 '벼룩'일 것이라고 막연히 드는 생각을 머리를 가로저어 날려버렸다. 라이진네 선생님. 미안합니다, 명복을 빕니다.

…오늘은 정말 집에 가서 잠이나 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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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
2013. 8. 12. 03:02

-사카타 긴토키x키르아=조르딕

 

 

 

 키르아는 지금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몸에 딱 달라붙는 수트덕분에 움직이기도 불편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자신이 어린아이라는 점과 귀여운 외모(?) 때문에 눈에 아주 많이 띄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두 이유를 다 씹어버릴 정도로 큰 원인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옆에 서있는 한 명의 남자. 분명, 사카타 긴토키라고 했었다. 자신과 똑같은 은발에 곱슬머리를 하고는 온 몸의 기력을 쭉 빨아먹을 것 같이 힘빠진 눈동자를 하고 있는 남자인데, 처음 만날 때 부터 빙글빙글 웃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옆에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조차 않는 것이 아닌가! 키르아는 지금이라도 자신이 이 곳에 온 목적을 달성하고 이 장소를 떠나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너도, 저 남자를 죽이러 온거지? 긴토키라는 사내가 제일 처음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 키르아가 심장이 발 끝까지 떨어진 것 같은 느낌으로 그 사내를 쳐다보자 곤란한 듯이 웃어보이던 남자는 자신의 옆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오더니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있으라고 조용히 속삭였다. 정곡을 찔린 느낌에 키르아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그의 말마따나 자신은 아버지에게로부터 임무를 받고 정치계에 큰 영향력을 가진 사내 하나를 죽이러 와있었다. 집안에 자신을 과시하고 싶었기에 일부러 날짜를 큰 행사가 있는 날로 잡고, 그 곳에 잠입했다. 자연스럽게 파티에 녹아들어 암살의 상대를 생각하며, 그가 혼자 남았을 때 순식간에 해치우고 유유히 자리를 떠날 생각이었것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를 흘끗 바라본 순간 옆에서 목소리가 끼어든 것이었다.

 

살기가 새었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고작 살기 하나 숨기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는 일을 생기게 할리가 없었다. 만약에 새었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눈치 못 챌 만큼의 미세한 것이었을 텐데, 의뢰의 대상자를 한 번 흘끗 본 것만으로도 자신의 생각을 눈치채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리가 없었다. 그 남자의 경비원이라도 되는 것일까 싶어서 한 발자국 물러서며 인상을 썼다. 경비원은 커녕 지나가던 아저씨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태평하게 생겼으면서! 혹시나 그렇다면 당장 이 남자부터 죽이는 것이 맞았다. 키르아가 손 끝의 근육에 힘을 가하며 긴토키를 노려보자, 긴토키는 다시 한 번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런거 아니야, 꼬맹아.

 

 

" 나도 너와 같은 목적이라고.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정말로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할 심산인지 긴토키라는 남자는 아무것도 들지 않은 두 손을 곱게 펴서 들어보였다.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 말에 키르아는 인상을 조금 더 썼다. 키르아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공기가 조금씩 굳어갔다. 온 몸을 짜릿짜릿하게 찌르는 듯 한 느낌에 긴토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키르아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날카롭게 신경을 곤두세우며 손가락의 뼈를 뚜둑거리며 공격하기 쉽게 변형시키고 있던 키르아를, 확실하게는 그런 키르아의 손을 긴토키가 잡아챈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터라 긴토키에게서 조그마한 움직임이라도 있었다면 바로 어떠한 대처를 했을 텐데,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키르아는 손을 붙잡히고도 자신이 지금 어떠한 상태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손에 가득 닿은 남자의 단단한 손바닥은 차가웠다. 어린아이인 자신이 어른보다 체온이 높더라도, 혹여 이 남자의 체온이 다른 사람들의 체온보다 낮다고 할지라도 이렇게까지 체온의 차이가 크게 날리가 없어서 손이 마주 닿자마자 키르아는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 같았다.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나서 손을 다시 빼려고 해도 단단하게 잡힌 손은 결코 빠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반대쪽 손으로 그를 겨냥하고 빠르게 뻗었지만 그 손도 곧 잡히고 말았다. 날카로운 손톱에 닿지 않게 유연히 손을 비틀어 자신의 손목을 잡아챈 남자의 실력은 상당했다. 게다가 손목을 잡은 채로도 여유롭게 손가락을 움직여 자신의 손바닥을 꾸욱, 누르며 긴장한 근육을 풀어주는 손놀림이라니. 키르아는 온 몸으로 이 남자는 엄청난 실력자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붙잡혔다고 해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있는 힘껏 손목을 비틀며 긴토키를 노려본 키르아는, 그와 눈을 마주친 순간 온 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서글서글한 아저씨에 불과했는데, 순간 눈빛이 변하고 만 것이었다. 자신과 똑같은 은발이 이렇게 어둡게 빛날 수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진하게 그늘진 얼굴 안에서 붉게 빛나고 있는 눈은 피에 굶주린 살인귀의 그것같았다. 눈빛만으로도 살해당한다. 키르아의 머리 속에 경보음이 울렸다. 이 남자는 결코 이길 수 없는 남자였다. 키르아는 눈을 빠르게 돌려 도주로를 찾았다. 이런 남자가 세상에 존재할 줄은 몰랐다. 도망가야해. 손을 빼내지 못하면 손목을 잘라서라도. 그렇지 않는다면 살해당한다! 도망가. 도망가. 도망가!

 

 

" 영-차."

 

 

 세포 하나하나를 짓누르는 압박감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맥빠지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 다음이었다. 순간 바뀌어져버린 눈 앞의 풍경에 키르아는 자신의 목이라도 날아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그의 목은 몸과 제대로 붙어있었다. 그저, 구석에서 홀 쪽으로 몸을 옮긴 긴토키에게 손이 붙잡혀 있었기에 그대로 따라온 것 뿐이었다. 그것을 파악하고 나자 주위에서 왈츠을 추고있는 사람들이 보였고, 그것을 쫓아오듯 부드러운 음악소리가 들렸다. 눈 앞의 남자는 음악에 맞추어 부드럽게 몸을 흔들고 있었고, 자신은 그대로 그에게 매달려 있었다. 올려다 본 남자의 눈은 아까전 그렇게 빛을 발했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힘이 빠져있었다.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한참을 그에게 몸을 맞기며 바라보자, 한창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으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이런 곳에서 눈에 띄이는 짓을 하면 곤란하지 않겠어? 도련님.

 

 

 그렇게, 춤을 끝마치고 나서도 얌전히 그의 옆에 있었던 것이었다. 졌다는 느낌과 함께 불쾌함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자신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그의 시선이 따라오고, 그의 몸 또한 따라왔기 때문에 벗어날 수가 없었다. 속으로 욕짓거리를 뱉으며 키르아는 모르는 척 암살 상대를 훔쳐보았다. 파티장에서는 여전히 부드러운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있었다. 무대 끝에 모여 바이올린이나 첼로 따위의 현을 문지르며 나오는 소리의 향연에 몸을 흔들고 있는 목표는 자신을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둘 씩이나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듯 했다. 하긴 보통 그런 생각은 안하면서 살겠지. 키르아는 살며시 주먹을 쥐었다가 힘을 뺐다. 옆에 서있는 남자는 음악에 맞추어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위를 둘러보며 입술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하나 싶어서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춤을 추고 있는 여자들의 몸매에 대해 감탄을 하고 있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서, 키르아는 당장이라도 이 남자의 옆을 벗어나고 싶었다.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은 썩어버린 눈에 입으로 내뱉는 말이라고는 저런 아저씨같은 말 뿐이고! 애초에 여기엔 뭐하러 온거야! 목표를 죽일 생각은 있는거냐고!

 

…그러고보니, 이 남자는 왜 저 사람을 죽이려 하는걸까. 자신과 같이 의뢰라도 받은 것일까?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 …아저씨."

 

" 하아? 긴상은 아직 아저씨라고 불릴 나이는 안됬거든!?"

 

" 아저씨. 아저씨는 왜 저 남자를 죽이려고 하는거야?"

 

 

 자기는 아저씨가 아니라고 투덜거리던 남자는 키르아의 물음에 금방 입을 다물었다. 그 호칭을 부정하는 것이 더 아저씨같다고 생각하며 낄낄 웃던 키르아는 갑자기 표정을 굳히는 남자에 의해 같이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대답을 고르는 것 같이 보이던 남자의 뒤에서, 목표가 혼자 어디론가 가는 것이 보였다. 방향을 보아하니 화장실에라도 가는 것 같았다. 이 남자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 보다 모처럼 온 찬스를 잡는것이 더 중요했다. 키르아는 순식간에 온 몸의 근육에 힘을 밀어넣으며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아니, 정확히는 움직이려 했다. 발을 움직이자마자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단단한 팔이 없었더라면 키르아는 분명 그대로 미끄러지듯이 목표를 향해 가서는 그의 심장을 정확하게 끄집어 내었을 테였다.

 

 

" -여기는 나한테 맡겨, 꼬맹아."

 

 

 잔뜩 가라앉은 남자의 목소리처럼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선이 느껴져서 키르아는 그대로 멍하게 서있었다. 남자는 지금까지 자신이 봐온 사람과는 전혀 달랐다. 힘이라던가, 살기같은 부분에서는 자신보다 한참을 웃돌고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평소의 모습에서는 그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평소의 모습은 그저 한심한 아저씨일 뿐인데, 한 번 힘이 들어가면 사람이 바뀌어 버린다. 세상엔 이렇게 알기 힘든 사람도 있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보이는 것으로만 사물을 판단했던 키르아의 세상이 뒤집어지는 순간이었다. 목표를 향해 걸어가던 남자의 넓은 등이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안타깝게도 남자의 암살실력은 그리 좋지 않았던 것인지 파티장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었다.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어하는 파티장 안의 사람들과 그들을 진정시키려는 주최쪽의 노력으로 난리가 난 파티장 안에서, 여유롭게 긴토키는 키르아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나가자, 하며 긴토키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 죽인 건 네가 했다고 해도 괜찮아. 나는 상관없거든."

 

" 이렇게 눈에 띄는 암살이 어딨어? 당신 몰래 죽이려는 생각도 없었지? 이런건 말해봤자 욕만 먹는다구."

 

" 아아, 너는 암살자구나. 이렇게나 어린데."

 

 

 어린애 취급하지 마. 나즈막히 말하자 긴토키는 손을 들어 키르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온 몸으로 어린애 취급을 하고 있다는게 느껴져서 순간 울컥했지만 더이상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고 화를 내어도 들어줄 것 같지않아서 키르아는 입을 다물었다. 주변에서는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로 인해 시끄러웠다. 이리저리 밀쳐지는 몸뚱아리 사이로 결 좋은 키르아의 머리를 몇 번 만지작거리던 긴토키가 작게 입을 열었다. 나도 너 처럼 어린 시절이 있었지, 하고.

 

 

" 너도 만날 수 있었음 좋겠다. 단단하게 쥐고 있는 검을 놓게 만들어 줄 사람을."

 

 

 검? 무슨 검? 이해가 되지 않는 말에 키르아는 긴토키의 손을 치우고 그를 바라보았다. 대답을 원하는 키르아에게 어깨를 으쓱해보인 긴토키는 그대로 키르아를 잡고 주변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물결속으로 들어갔다. 사람을 죽이고 나온주제에 너무나도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과 섞인 남자는 한껏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통제덕분에 긴토키와 키르아는 금방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키가 작은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치여야 했던 키르아가 엉망이 되어버린 옷을 정리하고 있자 긴토키가 가려는 듯이 가볍게 몸을 돌렸다. 아직 아무런 말도 못했는데! 깜짝 놀란 키르아가 급하게 고개를 들자 얼굴만 돌린 채로 자신을 보고있던 남자와 시선을 마주쳐버려서, 키르아는 순간 부끄러워졌다. 남자는 자신보다 아주아주 컸고, 정말정말 강했으며, 어느 누구보다 자유롭고 여유로웠다.

 

 

" 왜 죽이느냐고 물어봤지?"

 

 

 키르아는 자신의 삶에 의욕이라는 것을 별로 갖고있지 않았다. 자신의 손 안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은 사람의 생명이라는 것을 끌어안고 있기에는 너무나도 작고 연약해서, 키르아는 생명이라는 것에 별다른 생각을 갖고있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조차 할 수 없었던 키르아의 삶에 타인이란 죽이는 상대밖에 되지 못했기에 키르아는 자신이 왜 살고 있는 지 조차 알고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자신보다 강한 사람은 형과 아버지밖에 없었다. 쉽게 죽어버리는 타인들과 그들을 쉽게 죽여버리는 자신. 삶은 무료했고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키르아는 빨리 어른이 되고싶었다. 누구보다,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보다 강하고,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어른이.

 

 

" 복수, 였어."

 

 

 남자의 표정은 매우 후련해보였다. 자신에게 손을 흔들며 떠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키르아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저런, 어른이 되고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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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키르 백수가 되면

 

졸려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겟슴다 일단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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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
2013. 6. 3. 04:09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2013. 3. 25. 17:13

ts아카시- 세이카 ts미도리마- 신쿠 입니다.

 

 

 

 

" 계속 그렇게 피할꺼야?"

 

 부활동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던 미도리마의 뒤에서 뜬금없이 들려온 말의 내용이었다. 조용하던 탈의실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잠시 놀란 듯 하던 미도리마는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 애초에 둘이 있을 때 부터 그녀가 언젠간 이 이야기를 꺼낼 것은 알고있었다. 그녀와 함께 있지 않기위해 노력을 했지만 같은 부활동을 하는 이상 마주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블라우스의 단추를 채우던 미도리마의 손길이 빨라졌다. 아무런 대답없는 미도리마의 뒤에서 아카시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미도리마는 뒤를 돌아 아카시와 곧게 시선을 마주했다. 그날 이후로 처음으로 마주쳐보는 눈이었다.

 

 나, 라쿠잔에 갈꺼야.

바람에 실려오는 목소리였다.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미도리마와는 다르게 아카시는 매우 평온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열린창문 사이로 불어온 바람에 아카시의 긴 머리가 흔들렸다. 예쁘게 웃고 있는 그녀는 창 밖의 노을과 동화된 듯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을 말하는 것 같은 말투 안에 들어있던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엄청난 통보였다. 시간은 어느새 3학년 말이었다. 학교는 고등학교 진학으로 떠들썩했다. 제일 주목받았던 것은 역시 전교권인 아카시와 미도리마의 진학이었고, 미도리마가 명문고 슈토쿠에 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아카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미도리마는 그녀가 자신과 같은 학교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카시와 사귀기 시작한지 1년, 함께 있고 싶은 것은 같은 마음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갑자기 선언된 이별통보에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슈토쿠와 라쿠잔. 가깝지 않은 거리에 있기에 거의 만날 수도 없을 것이었다. 만나지 못해도 아카시는 괜찮은 것인가, 까지 생각이 미친 미도리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마주쳐보는 아카시의 눈은 그 때와 마찬가지로 살짝 웃고있었다. 이대로 헤어져도 괜찮냐고, 더이상 우리는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냐고, 묻고싶은 말은 수없이 많았지만 미도리마는 차라리 입을 다물었다. 아카시의 생각은 언제나 읽을 수 없어서, 미도리마가 무서워하는 부분 중 하나였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차 물을 수 없는 관계가 그녀와 자신의 관계였다. 사귀는 사이라는 표현은 두루뭉실했다. 미도리마가 불안해 하는 것도 당연했다. 미도리마는 차마 그녀의 눈을 계속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고개를 숙여버렸다. 숙여진 미도리마의 시선에 아카시의 단화가 흐릿하게 보였다. 아카시가 미도리마의 볼을 향해 손을 뻗어서 그녀의 고개를 손수 올려주지 않았더라면 아랫 속눈썹 끝에 매달려있던 눈물은 이미 흘려내렸을 터였다.

 

" 뭐가 그렇게 불안해?"

" …아카시. 나는…,"

 

 고작 고등학교만 헤어지는거야. 아카시의 목소리는 언제나와 같이 평온했다. 고작이, 아니라는 것이야. 목까지 차오르는 대답을 애써 누르고 미도리마는 눈물이 터져나오지 않도록 눈을 크게 깜빡였다. 언제나 같이 있던 사람과 헤어진다는 느낌은 결코 익숙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어린 소녀의 감성에 더 슬프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했다. 미도리마는 손을 내려 자신의 치마를 그러쥐었다. 그렇게라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터져나와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리라. 나, 나는, 하고 운을 뗀 미도리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 응, 미도리마."

" 모, 모르겠다는 것이야.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살짝 가웃겨려지는 아카시의 고개를 보자 미도리마는 애써 눌러놓았던 무언가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한 번 말로 표현하기 시작한 감정은 그동안 품어놓았던 것들을 멋대로 빠져나오게 했다. 미도리마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단지 축축하게 젖어오는 뺨 때문에 울고있구나, 같은 것만 느껴질 뿐이었다.

 

" 너는 항상 그런것이야. 항상 멋대로 상대를 주물러놓고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상대방의 생각은 해본적이 있어? 나는 언제나 그런 너가,"

 

 미도리마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것만 아카시는 미도리마의 뒤로 손을 뻗어 미도리마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캐비넷의 안에 놔둔 그 날의 행운의 아이템을 집었다. 그것은 결코 장난스레 집고 놀 수 있을 만큼 안전한 물건이 아니었기에 놀란 미도리마가 그것을 빼앗으려 손을 움직이려했고, 아카시는 그녀가 자신에게 손을 뻗기도 전에 그것을 잡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칼을 한데 움켜쥐었다. 사건은 한순간이었다.

시원하게 잘리는 소리와 함께 아카시의 머리카락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아카시의 움직임에 따라 휘날리는 머리칼이 하늘하늘 바닥으로 떨어졌다. 미도리마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난데없이 자신의 앞에서 지금까지 기르고 있던 머리칼을 잘라버리는 행동을 보았으니 놀라는 것이 당연했다. 공기중에서 흩날리는 아카시의 빨간 머리카락의 가운데에서 그녀는 웃고있었다. 예쁘게 호를 그리며 휘어진 아카시의 입술은 반짝반짝했다. 마지막 한 올이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그녀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미도리마였다.

 

" …이, 이게 무슨짓이냐는거다! 가, 갑자기 머리를 자르다니..!"

 

 허둥지둥 아카시의 머리칼의 끝에 손을 대는 미도리마를 보며 아카시는 여전히 웃고있었다. 가위의 날에 따라 엉망으로 잘려진 머리칼이 삐죽삐죽하게 손 끝에 닿았다. 너무나도 놀라버린 탓에 방금까지 흐르던 눈물은 이미 말라버린지 오래였다. 머리칼의 상태를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온 미도리마의 팔에 아카시의 숨결이 느껴졌다. 순간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미도리마는 문득 부끄러워져 몸을 굳혔고, 곧 아카시의 손이 미도리마를 향해 다가왔다. 조심스럽게 미도리마의 뺨을 어루만지는 아카시의 손길은 부드러웠다. 또, 이 느낌이었다. 분명 또 자신이 상처를 받을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도리마는 잠자코 그의 손길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아카시의 말은 거부할 수 없는 언령에 가까웠다.

 

"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약속해. 졸업해도 나는 너를 다시 만나러 올꺼야."

" 아카시……."

" 고등학교를 들어가면 우린 분명 중학교 때와는 달라질꺼야. 머리스타일도, 취향도 달라지겠지. 그래서 그게 뭐가 문제야? 다시 만날 수 있고,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으면 된거잖아? 설마 내가 고작 고등학교가 달라졌다고 널 놔줄 것 같아?"

 

 조심스레 자신의 어깨에 손을 감고 힘을 주는 아카시의 손길에 따라서 미도리마는 잠자코 고개를 숙였다. 키스할 듯 가까워지는 얼굴 사이에서 미도리마는 그냥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어버리기로 했다. 될대로 되라 싶었다. 위에서 내려온 머리칼이 아카시의 목덜미를 간지렵혀 아카시는 작게 웃었다.

 

" 좋아해, 신쿠. 그러니까 놔주지 않아."

 

 내가 바라던 것이라는 거야. …세이카.

 

 

 

 

 

 

 

 

제 적녹은 이런 느낌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 세이카 이런?
미도리마는 분명 또 다시 상처받고 혼자 끙끙댈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카시라면 그냥 넘겨버리겠죠
사실 그냥 소녀스러운 감성이 폭발하는 신쨩을 쓰고싶었습니다만
어쩌다보니 제 해석의 적녹까지 들어가버렸네요
미도리마의 행복은 어디갔는가...
내용이 너무 두서없어서 부끄럽다 티스토리에만 올리고 끝내야지 어휴
쓰고싶던 백합의 느낌은 어디로갔는가...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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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
2013. 1. 18. 23:26

미도리마 신타로는 손바닥에서 저릿하게 올라오는 고통을 차마 견딜수가 없었다. 멀쩡히 자고있던 자신을 발로 깨우고 손바닥에 칼을 꽂아넣은 장본인인 타카오에게 '왜'냐고 물을 수도 없을만큼, 악 소리 하나 나오지 않을만큼의 고통이 남아있던 잠기운마저 물리치고 온 몸의 끝까지 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경이 없어 흐릿한 눈 앞에 조금 더 흐릿해진 것은 갑자기 느껴진 엄청난 고통에 의해 생긴 눈물이 눈에 왈칵 차올랐기 때문이리라. 그 증거로 몸을 동그랗게 웅크린 미도리마의 이마가 닿는 바닥 앞에 동그란 무늬가 방울방울 생겨났다. 욱씬거리는 오른손을 향하려는 왼손은 벽에 묶여있는수갑에 의해 막히어져 챙강거리는 철의 마찰음만 내놓을 뿐이었다. 옅게 흘러나오는 신음소리 사이로 멀쩡한 목소리 하나가 비집고 들어왔다.

" 신쨩."

무엇에 그렇게 흥분한 것인지 잔뜩 심호흡을 하던 타카오가 마음을 가다듬고 처음으로 뱉은 말이었다. 타카오의 날카로운 눈빛이 자신이 내리꽂은 이의 시선과 마주칠때마다 미도리마의 어깨가 흠칫 떨려왔다. 잔뜩 화나있는 타카오를 보고있자니 전에 타카오에게 당한 손가락과 발목이 욱씬거려 미도리마는 차마 그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눈을 계속 피하고 있자니 그것 또한 그를 화나게 할 것이 분명하기에 미도리마로써는 미칠 노릇이었다. 어떻게든 그가 화난 이유를 알아내어 비위를 맞춰야 오른손의 고통이라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게 그것 뿐이고, 그렇게 단정짓고있는 자신을 생각하고 있으면 자존심이 상해 죽을 노릇이었지만, 그것을 생각하기에 미도리마는 이미 지쳐있었다.

같은 남자에게 세어보기도 지친 시간동안 감금당해있었다. 그동안 타카오를 제외한 사람은 보지도 못했다. 수백번의 감정을 강요하는 소리를 들었고 몇 번인지도 모를 키스도 당했다. 밥을 제 손을 먹지 못하는 것은 예삿일이었고, 심지어 자기손으로 씻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는 날도있었다. 빠져나가려고 노력하지 않았던것도 아니었다. 구조요청을 시도하다 손가락이 부러졌다. 탈출을 시도했단 이유로 몇일동아 홀로 지하실에 갇혀 소중히 여기던 손톱이 부러지고 손 끝의 지문이 닳아 피가 나도록 문을 긁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도록 발목의 힘줄을 강제로 끊겼다. 이런 생활을 하는동안 미도리마는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져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얌전히만 있으면 그는 화내지 않았다. 화내지 않는 그의 얼굴은 언젠가 슈토쿠에서 함께 농구하던 그것과 같아서 미도리마는 그것만을 보기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렇기에, 갑자기 다가온 그의 돌변에 미도리마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 오늘, 쿠로코를 만났어. 세이린의 보이지 않는 패스주자말이야."

상황은 이랬다.

미도리마에게 요리를 해주기 위해 시장에 다녀오던 타카오가 뒤에서 쫓아오던 쿠로코를 발견했던 것이었다. 사실, 쿠로코가 마트에 들어설 때 부터 보였기에 처음엔 내버려두기로 했지만, 자신을 발견하곤 말을 걸기 위해 따라오는 것을 사람 많고 복잡한 마트라는 특성을 이용해 교묘히 따돌리고 나왔지만, 역시나 미도리마가 신경쓰던 인물이니만큼 금방 자신을 찾았던 것이었다. 걸음을 약간 빠르게 하여 코너를 돌아 기대어 선 후, 자신을 쫓아 코너를 돌려는 쿠로코를 한숨에 잡은 타카오가 쫓아온 이유를 물었고, 잠시 놀라하던 쿠로코가 금방 평소의 표정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쿠로코는, 타카오가 미도리마에게 한 짓을 알고 있다고 했다.-확신은 아닌 듯 했다- 무슨 말이냐고 묻고, 쿠로코의 근거를 다 들을때까지 타카오는 아무런 변화도 없어보였다. 자신의 표정을 살피려는듯 시선을 곧게 하고 말을 이어가는 쿠로코에게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일관하고, 등을 돌린 후부터 타카오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까지 알아낸 쿠로코에 대한것도, 끝까지 숨긴 자신에 대한것도 아니었다.

'미도리마에게 관심을 가진' 쿠로코에 대한 분노.

자신 외의 사람이 미도리마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행위가 이렇게 화가 나게 만들줄은 자신도 예상을 못하고 있었다. 미도리마를 감금한 이후부터 미도리마의 모든것은 오롯이 자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탈출을 시도하던 미도리마가 결국 포기한 이후부터, 지하실에 들어설때마다 눈이 잘 보이지 않을터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자신만을 응시하고 있는 눈을 볼 때에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 없으면 미도리마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것을 새삼 깨우칠때마다 전율이 흐르는 것 같았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염원해오던 일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타카오는 미도리마를 손에 넣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미도리마를 가졌다는 이유로 남들의 미도리마에 대한 생각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이 세상에 남아있는 모든 미도리마의 흔적들을 모조리 도려내버리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애써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것만 새삼스레 깨닫게 된 것이었다. 뒷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으리라. 그리고 그것은 미도리마를 본 순간 폭발했다. 그뿐이었다.

" 신쨩은 그런 녀석 생각하지 않을꺼지? 신쨩의 머리 속에는 나만 있으면 되는거잖아."

" ……으, 큭…!"

말을 할 때마다 손에 힘이 들어감에따라 조금씩 파고드는 날에 미도리마가 이를 악물었다. 찔리지 않은 다른 손이 마치 같이 찔리고 있는듯 움찔거렸고, 그 움직임에 따라 철컹거리는 수갑의 마찰음이 공기를 갈랐다. 으드득, 하고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타카오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후-하. 타카오가 크게 숨을 고르자 미도리마도 겨우 막혔던 숨을 토해놓았다. 숨을 쉴 때마다 욱씬거리며 상처가 아파왔다. 아, 아파, 아프단…거다, 타카오…. 덜덜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유난히 긴 속눈썹은 이미 잔뜩 젖어있었다. 그것을 본 타카오는 고개를 숙여 미도리마의 눈 위를 핥았다. 익숙해진듯 감겨오는 눈끝에 닿은 혀에는 짠맛이 맴돌았다.

" 잘했어, 신쨩."

미도리마는 나긋하게 칭찬을 담고 울려오는 목소리에 안심하는 자신에 대해 입술을 깨물었다. 타카오는 금새 몸을 일으켜 방 구석에 있는 응급상자를 가져왔다. 그는 애초에 자신을 치료해줄 목적으로 찌른다. 그 없이는 치료받지 못하는 자신과 오직 미도리마를 치료해줄 수 있는 타카오 자신. 그리고 그 행위 때문에 몸을 성하게 움직일 수 없는 미도리마의 필요에 따른 결과에 만족하는듯 했다.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은 하기만해도 피곤했다. 애초에 그가 정상이었다면 자신이 이렇게 묶여있을 일 따위는 없었을것이다. 인사를 다하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정작 이렇게 묶여있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3년 넘게 해온 농구도, 슛연습도 없었다. 묶이기 전까지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아예 다른사람인 것 같았다.

" 신쨩, 손 줘봐. 치료해줄께. 많이 아팠지?"

-하는 타카오의 목소리는 꽤나 즐거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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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
2013. 1. 18. 23:25

" 의사 선생님! 어디가세요?"


밝게 울리는 작은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옆으로 지나가던 사내의 발걸음이 멈췄다. 의사선생님이라 불린 만큼 새하얀 가운을 입고 있던 이 작은 시골 마을의 의사- 아카시 세이쥬로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동그란 눈을 깜박거리며 물어오는 그녀의 주위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 또한 꺄르르거리며 아카시에게 몰려들었다. 화창한 낮에 놀 것이 없는 이런 시골 마을의 어린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 노는 것은 당연했다. 모래로 잔뜩 헝크러진 소녀의 머리 위에 아카시의 손이 올려짐으로 손목에 걸려있던 검은색 비닐봉투가 바스락거렸다. 궁금증을 가득 담은 눈으로 안을 들여다보던 소년소녀들의 입에서 사과! 배추!- 하는 그 안에 들어있던 물품들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 먹이주러."


선생님께서 기르시는 애완동물이요? 저희도 보고싶은데. 언제 보여주시는 거에요? 고양이? 강아지? 사자일지도 몰라!- 하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를 잠자코 듣고있던 아카시가 좀 잠잠할 즈음이 되어서야 소녀의 머리에서 손을 치우며 살짝 굽혔던 몸을 일으켰다. 다음에 보여줄께. 하고 아카시는 멈췄던 발거름을 다시 옮겼다. 아이들도 별 다른 말 없이 보내주는 것을 보면 이러한 일이 한 두번 있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항상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작은 시골 마을에 딱 한 분 계시는 의사선생님께 달라붙는 것도, 그들을 적당히 상대하는것도, 적당한 먹을거리들을 사들고 애완동물을 보러가는 것 또한 말이다. 아카시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마을 한 쪽에 있는 사당으로 향했다. 이 시간쯤 되면 그 곳에는 한발 먼저 와있는 애완동물이 있었다. 아카시가 사당을 찾아가는 시간은 매번 달랐지만 그쪽에서 먼저 와있는 것은 항상 같았다. 사당이 다다라감에 따라 작은 계단에 앉아있는 사람이 한 명 보였다. 아카시는 그를 '미도리마'라고 불렀다. 난 머리가 붉어서 아카시니까, 넌 미도리마. 하는 가벼운 이유로 붙여준 이름이었다. 그가 직접 이름을 붙여줘야만 하는 이유는, 그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통칭 '요괴'라고 불리는 종으로써, 사람으로 변신을 하면 보통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왜 자신에게는 보이는지 물어봤지만 다른 요괴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데 굳이 미도리마만 눈에 보이는 이유를 그라고 해서 알 수는 없었기에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미도리마가 처음으로 아카시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약 10년 전 일이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향하던 아카시가 숲속 구석에 버려져있던 여우 한 마리를 주운 것이 그 화근이었다. 쓰러져 있던 여우를 주운 것이기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병원에 데려가고, 먹을 것을 가져다 주고 하며 기르기를 한 달. 학교를 다녀온 아카시의 눈 앞에는 여우에게 덮어주었던 이불을 머리 위에 올리고 있던 어린아이 한 명이 있었다. 자신이 그 여우라고 설명하는 아이의 말은 머리에 달려있던 귀를 보면 설득력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모님께 숨겨가며 대학에 합격하기 전까지, 여우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미도리마와 아카시는 한 방에서 지냈고, 아카시가 도쿄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고 헤어지게 됐지만, 아카시는 의사가 되어 돌아왔다. 여우 요괴라 그런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미도리마는 처음엔 아이었지만, 어느새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로 커 있었다. 자신의 반도 오지 않던 키도 훌쩍 커버려서, 아카시는 미도리마가 일어서면 굳이 자리에 앉히곤 했다.


" 잘 있었어?"


아카시의 입술은 약간의 미소를 띄고 있었다. 미도리마는 아카시가 앉아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내미는 무언가가 잔뜩 들어있는 봉투를 잠자코 받아들여, 사과 하나를 꺼내어 아카시에게 건낸 미도리마가 양배추 한 잎을 물었다.


" 이틀 전에도 봤다는 것이다."

여우인 만큼 사람의 말에는 어색하던 미도리마는 다른 사람들의 어깨너머로 배운 탓인지 약간 특이한 일본어를 구사했다. 말투가 보통사람들과는 다르게 차가운 것도 그 영향인듯 했다. 물론, 그의 성격을 대변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아카시와의 만남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눈에 띄게 쫑긋거리는 귀가 미도리마의 반가운 심정을 말해주고 있었기에. 옛날부터, 거짓말을 못 하는 사내였다. 미도리마 자신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미도리마가 들고 있던 사과 한 입을 깨문 아카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어서, 아카시가 할 말 있어? 하고 물었고, 입을 다물고 있던 미도리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왜 이 곳으로 왔냐는 것이야."


" 뭐?"


" 도쿄엔 더 좋은 병원이 있다고 마을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 왜 굳이 이쪽으로 온 것이냐는거지. 네가 공부를 잘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도리마의 목소리는 한껏 진지해져 있었다. 자신을 바라봐오는 미도리마를 흘끗 바라본 아카시가 미도리마의 옆에 앉으며 다시 사과를 입에 물었다. 아삭아삭 베어무는 소리가 조용한 사당에서 울렸다. 아카시가 사과를 반 이상 먹을 때 까지 미도리마는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 …장기, 두고싶어서."


" ……하?"


" 너 혼자선 심심할테니까 말이야."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하는 미도리마의 입술에 아카시가 먹고 있던 사과가 들이밀어졌다. 사과에 의해 막혀서 반쯤 열린 입과 함께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미도리마의 입술에 사과가 꾹꾹 눌러져 미도리마는 하는 수 없이 그것을 받아먹었다. 아삭아삭 씹어먹는 미도리마를 바라보던 아카시의 입술이 예쁜 호를 그렸다.


이런, 이유야. 미도리마.


…역시 모르겠다는 것이야.

 

Posted by 하리쿠
2013. 1. 17. 23:38

방과후, 여느날처럼 나츠메가 친구들과 함께 하교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항상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 이럴 때 요괴들의 습격같은게 있었기에, 대낮부터 낮술을 마시겠다며 팽하고 가버린 냥코선생이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다. 뭐가 수호자냐구, 뭐가. 작게 투정한 나츠메의 시선 구석에, 무언가 까만 형상이 잡힌것은 순식간이었다. 재빨리 시선을 돌린 나츠메에게 보인것은 한 새까만 남자였다. 그리고 그에게 붙어있는 것은 한눈에 보기에도 절대 좋지않은 '무언가'. 멍하게 그것을 보고있자 옆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소리에(어이, 나츠메. 뭘 보고 있는거야?) 나츠메는 그냥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 남자가 신경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남자가 사람이라는 보장도 없었고, 무엇보다 또 만날 것 같았기에 친구들 사이에 다사 섞일 수 있었다. -물론, 미련은 남았는지 몇번 힐끗힐끗 남자가 간 쪽을 바라봤지만.

그리고, 나츠메의 예감은 맞았다. 나츠메가 친구들과 헤어져 집을 향해 발을 옮긴 순간 안녕, 하고 그 남자가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레 걸려온 말에 나츠메는 두어번 눈을 깜박이며 인사를 했다. 누가 봤다면 몇년만에 만난 친척사이나 이웃사이, 정도로 해석했으리라. 그정도로 친근하게 다가온 남자의 뒤에는 여전히 새까맣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서, 나츠메는 저도 모르게 남자보다는 그것들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 내 뒤에 뭔가가 있니?"



남자가 그렇게 말했기에 나츠메는 부랴부랴 아니라며 손을 내젓고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았다. 새까만 머리와 하얀 얼굴, 새빨간 눈이 무척이나 잘 어울려져있는 예쁜 얼굴. 남자에게 예쁘다, 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겠지만 나토리 씨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잘생긴, 그런 남자였다. 처음 본 사람에게 잠시 얘기가 하고 싶다는 수상한 말을 꺼내는 남자를 순순히 따라간 것은, 그 남자 뒤의 까만 무언가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향해 살짝 웃어보인 얼굴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나츠메는 생각했다.

남자는 자신을 나쿠라 라고 말했다. 나츠메가 자신의 이름을 밝힌 후로부터는 나쿠라의 말을 한참을 들어주느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풀밭에서, 자신의 옆에 앉아있던 나쿠라 씨는 도쿄에서 왔다고 했다. 나쿠라 씨의 얘기는 솔직히 재미있었고, '말을 잘한다' 는 감상을 떠오르게 했다. 특이하게도 목소리가 자신과 아주 비슷하여, 자신이 어른이 되면 이렇게 될까, 하는 감상마저 불러일으켰다.


" 나쿠라 씨의 뒤에, 무언가가 잔뜩 있어요."


나츠메의 말은 바람에 실려나오듯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소리에 나츠메는 재빨리 입을 막았다. 어쩌지? 나쿠라 씨가 이상하게 볼지도 몰라. 응? 하고 되묻는 나쿠라의 말에 어버버하며 나츠메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변명을 늘어놓았고, 자신을 바라보는 붉은 눈동자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냥 입을 다물면 이상하게 생각하고 말아버리겠지, 라는 생각으로. 제풀에 지쳐 고개를 푹 숙여버린 나츠메를 바라보던 나쿠라는 작게 웃더니 입을 열었다.


" 너, 요괴같은게 보이지?"

" ..네?"

" 나츠메 타카시. 사실 널 만나려 이곳까지 왔어. 요괴를 보는 소년, 이라고 하길래 설마 싶었는데 진짜로 있었다니. …무언가 있다고 했지? 사실 여기 들어왔을 때 어떤 스님 한 분을 봤는데, 그 사람도 똑같은 말을 하더라구. 검은 무언가라…. 원한, 같은게 아니려나? 난 인간을 매우 좋아하지만 그렇기에 인간의 다양한 면을 보고싶었고, 지금 하고 있는 일로 인간의 원한을 잔뜩 사고 있거든. 뭐, 그 점까지 인간은 사랑스러운 거지만…. 내 이름은 오리하라 이자야. 잘 부탁해, 나츠메 타카시 군."


여전히, 나쿠라의 말은 나츠메가 끼어들 틈이 없이 흘러나왔다. 너무나도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기에 나츠메는 어안이 벙벙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그런 나츠메의 앞에 가볍게 일어선 나쿠라- 가 아닌 이자야, 라는 남자는 나츠메에게 손을 내밀었다. 잡으라는 듯이 동그랗게 말려있었기에 나츠메는 단순하게 그것을 잡았고, 이자야는 그를 일으켰다. 나츠메가 엉덩이부근에 뭍은 풀을 털 동안 이자야는 그럼, 다음에 봐. 하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미련없이 발걸음을 돌려버렸기에, 나츠메는 목소리를 높히기로 했다.


" -계속 그것을 키울 생각이세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뜬 남자의 입술이 예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며 아무런 말 없이 가버렸다. 나츠메는 그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너무 신경쓸 필요는 없다, 나츠메. 저 남자는 그냥 저대로가 좋은 것이겠지. 인간이 좋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다만." 하고, 어느새 나타난 냥코선생이 그렇게 말했지만, 나츠메는 다음에 봐, 하는 이자야의 인사를 잊을 수 없었다. 신기한 사람이라,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고, 그때까지 저 남자 뒤의 '원한'이 더 이상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Posted by 하리쿠
2013. 1. 17. 23:35

긴토키가 시즈오에게 보내는 키워드 : 동그랗게 뜬 눈, 바보야, 사탕 http://kr.shindanmaker.com/215124

긴토키에게 쇼요선생님을 만나지 않은 어린 시절은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였다. 남들에게는 다 있는 부모님도 없었고, 심지어 집도 생활할 공간도, 아무것도 없었다. 사회의 흐름을 따라 검을 배웠고, 그 검으로 사람을 베어 의식주 모두를 해결했다. 마을에 자신에 대한 어떤 소문이 퍼지던지 상관없었다. 어린 나이었기에 남들보다는 자신이 더 우선시였고, 애초에 생명이 귀중하다는 것을 알려줄 부모조차 없었다. 그렇기에, 이런 아이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아이는 놀이터에서 혼자 그네를 타고 있었다. 땅을 내려다보고 자신의 신발로 파해쳐지는 모래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몸을 흔들고 있는 소년의 얼굴에는 반찬고로 가득했고, 그네를 잡고 있는 손가락도 다쳤는지 붕대로 둘둘 싸고 있었다. 처음, 자신에게 손을 내민 쇼요선생님을 따라가 치료라는 것을 받았을 때의 자신도 이런 모양새였다. 잔뜩 찌푸리고 있는 얼굴이 무언가의 불만감을 가득 안고 있었다. 긴토키는 타고 있던 스쿠터에서 내려 아이에게 다가갔다. 초등학생정도로 보이는, 크지도, 왜소하지도 않은 보통 체구의 소년이었다.


“ 어이, 꼬맹아. 이렇게 늦은 시간에 꼬맹이가 밖을 나다니면 못써요. 아저씨와 다른 못~된 아저씨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긴상은 이 세상의 어떤 아저씨보다 착한 아저씨지만 말이지! 그러니까 이렇게 충고도 해주는 거라구. 알았냐? 아님 뭐야, 엄마라도 기다리고 있는건가? 그렇다면 할 말이 없는데 말이지~ 어머니께 일찍 오시라고 전화라도 하는 게 좋지 않겠어? 긴상이 지갑은 텅텅 비었지만 핸드폰 정도는 가지고 있거든. 어~이, 듣고 있냐, 꼬맹이?”


갑자기 다가와 길게 말을 늘어놓는 긴토키를 소년이 고개를 들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이가 대답 없이 그저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었기에 무안해진 긴토키는 손을 뻗어 아이의 눈 앞에서 저으며 아이를 불렀지만 아이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무섭게 생겼나?- 까지 생각이 미친 긴토키가 어쩌지, 하며 뒷머리를 긁적거리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이 빠르게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곧 아이에게 내밀어진 커다란 손에 놓여있는 것은 자그마한 사탕이었다.


“ 단 것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명언이 있지! 아저씨는 세상에 당분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거든! 그렇게 아무런 말도 안하고 있으면 아저씨가 매우 무안한데 말 좀 해보련? 바-보! 바보야! 말 없는 바보야!”


하고 어떻게든 말을 걸어보려 하여도 아이는 말이 없었다. 딸기맛인가!? 딸기맛이 문제인가!? 딸기맛을 싫어하는 아이였던 것인가!? 하지만 긴상에게는 딸기맛 외의 사탕은 없는 걸! 이것도 오늘 의뢰인의 집에서 슬쩍 가져온…, 이 아니라 빌려온 유일한 사탕인데!! 으아~ 답답해!! 누가 와서 이 어색함 좀 어떻게 해봐!! 200엔 줄께!! 앗, 그것 보다는 차라리 200엔으로 다른 맛 사탕을 사주는 게 나으려나!? 그래서 이 꼬맹이는 어느 파!? 포도!? 사과!? 이 아저씨는 딸기파입니다!!

“ 엄마가 모르는 사람이 주는 과자는 마음대로 받지 말라고 했는데.”


“ 그게 문제였냐!!!!!”

있는 힘껏 소리 지르는 것으로 대화를 미친 긴토키가 진이 다 빠졌는지 헉헉거렸다. 한참을 헉헉거리고 나자 아이가 그네에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반바지 밑으로 보이는 무릎 또한 반창고로 덮혀있었기에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아이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줘. 작게 웃으며 자신에게로 뻗어진 자그마한 손에 사탕을 올려주자 아이는 바로 그것을 까서 입에 넣었다. 안 받는다며? 아이는 대답없이 입에서 사탕을 굴릴 뿐이었다.

Posted by 하리쿠
2013. 1. 17. 23:30

혜나에게 혹사당한 후 마왕님께 선물 하나를 전해달라는 혜나의 부탁아닌 명령에 성까지 온 것이 방금전의 일이었다. 조금 귀찮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래도 혜나가 부탁이라고 쓰고 명령이라고 읽는 것을 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왕님을 뵈러 왔것만, 옥좌에는 그가 있지 않았다. 분명 경비원에게 안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들어왔는데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잠시 고개를 갸웃, 한 데일은 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성 안을 조금 돌아다녔지만, 넓디 넓은 성을 제 안방마냥 쏘다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으므로 곧 포기했다. 그렇다는 말은 곧 누군가에게 그의 행방을 물어봐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 데일이 서있는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돌아다니며 복도를 지키는 경비원들이 있었것만 딱 자신이 찾을 때는 없는, 타이밍도 이런 개같은 타이밍이 다 있냐고 생각하며 데일은 쯧 ! 하고 크게 혀를 찼다. 조용한 복도에서 데일의 혀차는 소리가 메아리쳐 울렸다. 짜증스레 금발의 머리카락 속에 손을 넣어 벅벅 긁은 데일이 멈추어져 있던 다리를 다시 움직였다. 긴 다리를 이용하여 큰 보폭으로 복도를 걷는 데일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 것은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끄아아끼아가아앙겅ㄱ읗윽ㅇ아ㅏ아앍아ㅏㅏ 하는, 인간이 듣기에는 소름끼치는 비명소리가.

데일은 단 한번에 그것이 자신들의 마왕 솔로몬의 보좌관 케인의 악기소리라는 것을 눈치채었다. 걸음을 옮길수록 점점 커지는 비명소리가, 언제나 듣는 것이었기에 이젠 짜증부터 치솟았다. 자신과 같이 있을 때에도 그는 항상 좋아라고 그것을 눌러대곤 했다. 눈알모양의, 아니 진짜 눈알일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것을 눌러대며 밝은 표정으로 리듬을 타는 그의 얼굴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하여간 시끄럽다니깐 ! 발걸음을 재촉하여 거의 뛰다시피 복도를 질주한 데일이 마침내 소리의 근원지에 도착했고, 데일의 짜증스런 손이 케인이 들어있는 방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얇은 문 하나로 가로막힌 비명소리는 그것이 없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시끄러웠다. 케인이 그것을 산지 얼마 안됬을 무렵, 이리저리 살피며 부럽다고, 자신도 갖고싶다고 방방 뛰었던 자신을 후회하며 데일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소리 없이 열린 문의 사이에서 눈을 감고 비명소리를 즐기며 연주를 하고 있는 케인이 보였다. 퍽이나 즐거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자신은 혜나의 심부름으로 성까지 오고 만나고자 했던 사람은 못만나고 복도에서 길까지 잃고 헤매었것만, 이 사람은 너무나도 태평하게 악기연주나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갑자기 심통이 생긴 데일이, 자신의 쪽으로는 시선 하나 주지 않는 케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절대, 자신에게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케인님이 보기 싫어서는 아니었다.

" 아 케인님 기타 좀 그만 눌러요. 시끄럽네 증말 !"

" 내가 뭘 하던 무슨 상관이야. 왜 왔는데?"

빽 하고 소리를 지르자 깜짝 놀라 움찔, 하고 멈추어버린 손을 잠시 내려다본 케인이 곧 데일의 쪽으로 눈을 흘기며 입을 열었다. 곧 펑, 소리를 내며 사라진 기타를 들고 있던 두 손을 맞부딛치며 탈탈 턴 케인이 앉아있던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마왕님과 같이 있었던 것인지 케인은 정장차림이었다. 곧 데일쪽으로 일으킨 몸을 돌린 케인이 한쪽 다리로 삐딱하게 서서 그를 바라보자, 데일은 괜시리 입술을 삐죽이며 자신이 들고 있던 쇼핑백을 그에게 내밀었다. 혜나가 마왕님께 가져다 달래요. 마왕님께서 어디 계신지 안보여서…. 하고 작게 웅얼거린 그에게서 그것을 받아든 케인이 안을 들여다보곤 ㅇㅇ, 하고 대답했다. 시선을 약간 위로 올리자 바로 그와 시선이 마주쳐버려서, 자신보다 아주 조금 더 키가 큰 그에게서 조금이라도 눈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눈을 돌린 데일이 멋쩍은 듯이 뒷통수를 조금 긁었다. 아무런 생

각 없이 이곳으로 오긴 했지만 지금의 그는 어색했다.

어제, 그와 맞닿았던 입술이 계속 해서 생각이 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어제는 일요일이었고,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케인은 그의 여친과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어느 연인들이 그렇듯, 아무리 악마라고 해도 그들의 데이트 코스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밤에는 다시 마왕님께 돌아가 봐야 하기 때문에 달이 뜰 저녁 무렵 끝낸 데이트의 마지막은 공원이었다. 사귄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손을 잡고 있으면 떨렸고 헤어질 때가 되면 아쉬웠다. 언제나의 아쉬움을 남긴 채 잡고 있던 손을 놓은 케인이 먼저 가보겠다는 여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쉬움에 온기가 떨어져나간 손을 주억거렸고, 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리자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데일이 있었다. 데일은 그들의 데이트 장면을 보게 된 것이 민망한 듯 했고, 물론 여친이 없는 그에게는 이런 따뜻한 광경이 민망할 것임이 당연했다. 뭘 보냐, 하며 자연스레 지나치려는 케인의 옷자락을 잡은 것은 데일이었고, 그런 그를 받아주며 한숨을 내쉰것인 케인이었다. 날이 저물어 가고 있음에 사람..이 아닌 악마 없는 공원에서 잠시 같이 걷던 그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멈추어 섰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선을 마주했고, 그리고….

-까지 떠올린 데일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대로 집에 와서도 계속 그 광경이 생각났다. 자고 일어나면 없어질 줄 알았지만 그럼에도 기억이 남아 있었고, 혜나에게 불려 일을 나갔다 와도 기억이 났다. 성에 올 때에도 혹시나 마주칠까 두근거렸고, 직접 여기로 찾아올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를 대하리라 마음을 먹었었다. 그러나 이렇게 시선을 마주치는 것 만으로도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서 미칠 것 같았다. 어쩌지, 하고 있는 데일의 시야 앞에서 무언가가 흔들렸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데일이 깜짝 놀라 흐릿한 시야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것이 케인의 손바닥 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뭘 그렇게 멍때리고 있어? 먹을래?"

" …네 ?"

케인은 곧 데일이 전해 주었던 쇼핑백의 안에서 무언가 하나를 꺼내서 그에게 쥐어주었다. 마왕님께서 좋아하시는 건데, 하나 둘 쯤 빼먹어도 모르실꺼야, 하고 케인의 설명이 변명하듯 뒤따라왔다. 자신의 손바닥에 들려있는 것은 초코파이, 라고 쓰여진 과자 봉투였다. 처음 보는 과자였기에 데일은 곧 그것을 뜯어 입에 물었고, 그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케인도 봉투를 뜯었다. 안에 들어있는 시꺼만 과자는 달달했

고, 부드러웠다. 맛있네,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케인쪽에서 들려왔다.

" 저, 케인님?"

" 어, 왜 ?"

" …아니에요."

물어보고 싶은건 많았다. 왜 키스를 했는지, 그리고 받아주었는지. 자신과의 관계는 무엇인지.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되물어오는 케인에게 괜히 어제 일을 꺼내고 싶지 않았기에 데일은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냥 신경만 쓰지 않으면 아무래도 좋은거잖아 ? 하는 생각이 머릿 속을 점령했기에 조금 찜찜했지만 그냥 마음 속에 묻어두기로 했다. 곧 빠른 속도로 과자를 해치운 데일이 쓰레기를 대충 구겨 케인의 방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에 골인시킨 후, 거의 다 먹어가는 케인을 향해 입을 열어 이만 갈께요, 했다. 아, 잠깐만. 하고 자신을 잡아오는 목소리가 망설임을 가득 안고 있었다.

" …넌 아무렇지도 않은거냐 ? 어제 일."

어,

케인님도 신경 쓰고 계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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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