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 04:19

- 약간의 켄미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불륜 소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취향이 아니신 분들께서는 피해주세요.





 켄이 다이스케의 집으로 발을 들였을 때엔 이미 그에게는 옅게 술냄새가 나고 있었다. 손끝에서 바스락거리는 봉지 안에 있는 것을 핑계로 여기까지 발을 옮겼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자신이 사온 것을 대충 받아든 다이스케가 말없이 작은 냉장고 안으로 그것을 넣는다. 냉장고 안에는, 아직 봉투에서 꺼내지 조차 않은 몇 개의 캔과 안주들이 이미 굴러다니고 있었다. 자신이 편의점에서 한참을 골랐던 것과 같이, 그도 아마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며 그 안을 몇 바퀴나 돌았으리라.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생각을 애써 잊어버리려는 듯이.



“ 적당히 앉아. 많이 더럽지만.”



 언제나 더럽잖아, 새삼. 익숙한 대답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곤 켄은 조용히 바닥에 꿇어앉았다. 그가 자취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히카리가 집들이 선물로 사다준 앙증맞은 방석은 이미 한쪽 구석에 쌓여있는 상자 안에 들어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방 안 가득하던 다이스케의 흔적들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풍경을 차마 보고 싶지 않아 켄은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방금 전까지 그가 씹고 있었을 오징어 다리 하나가 굴러다녔다. 다이스케는, 금방 그가 마시던 것과 살짝 다른 종류의 맥주 한 캔을 건네주었다. 별로 좋아하지 않던 술을 매일같이 마시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더라. 이제는 익숙한 알코올 향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불덩이라도 삼킨 것 같다.


 자신이 미야코 씨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얘기한 것과, 다이스케가 미국으로 떠나가겠다고 결정한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며 웃어보이는 다이스케를 향해 자신은 차마 함께 웃어줄 수 없었다. 다이스케는 전부터 외국으로 나가고 싶다는 말을 하곤 했지만, 그를 자신이 쫓아낸 것 같은 기분을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던 자신에게, 다이스케가 얼마나 단단한 손으로 붙들어 주었던가. 언제까지나, 자신은 그 손의 따듯함에 기대고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쭈욱.



“ 다이스케.”



 중얼거리듯 그의 이름을 부르자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침묵을 안주삼아 그저 입 안으로 술을 쏟던 다이스케의 손이 조금 멈칫했을 뿐이었다. 다이스케. 내 입에서 나오는 그의 이름은 미련이다. 추악함이고, 더러운 집착이다. 그의 상냥함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가 오늘 자신을 집으로 들인 것도, 자신에게 술을 권한 것도 모두 그의 상냥함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뭐가 상냥함의 문장이야. 손 안에서 따듯하게 빛나던 그것이 아직도 제 손에 있었다면, 아주 오래전에 빛을 잃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들고 있던 맥주캔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다이스케에게 달려들었다. 차마 시선을 자신과 마주하지 못하고 내리깔고 있던 다이스케가 놀라 몸부림치는 것을 내리눌러 막았다. 마주한 입술 사이에서 술맛이 느껴졌다. 처음 그와 키스했을 때엔, 지금과 다르게 코코아를 마시고 있었다. 잔뜩 긴장하여 꽉 쥔 손바닥에서 흘러나오는 식은땀과 흥분한 공기, 귓가에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와 서로의 심장소리가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혀가 얼얼할 정도로 느껴지는 알코올의 기운이 가끔 미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혀가 얼얼한 만큼, 속에서 흘러나오는 알콜 섞인 숨이 거칠어질 만큼, 점점 돌이킬 수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 …취했어? 쉬어야겠다, 너.”



 입술을 떼어내자 붉어진 얼굴을 애써 숨기며 다이스케가 어깨를 살짝 밀어내었다. 신경 쓰지 않으려는 척 하는 것이 눈에 보여 입 안으로 살짝 웃었다. 아무렇지 않아야 했다. 아무 일도 없어야 했고, 아무래도 좋았다. 위에서 체중으로 누르고 있는 쪽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를 조금 더 내리누르자 다이스케의 표정이 조금 더 복잡해졌다. 켄, 너…. 무어라 말을 하려는 그의 입술을 다시 한 번 자신의 것으로 막았다. 나는 조금도 취하지 않았어, 다이스케. 술이 위 안으로 들어갈수록, 몸이 뜨거워질수록 반대로 싸늘하게 식어가는 머릿속이 신기할 정도였어. 오히려 죽을 만큼 멀쩡해서, 모두 잊고 싶었는데, 알코올로 모두 지워버리고 싶었는데 지우려 할수록 선명해서 비참할 지경이었어.


 아, 그래. 사실 다이스케가 방금 하려던 말이 자신이 제일 신경 쓰고 싶지 않던 것이었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면, 아는 지인과 머리가 돌아버릴 만큼 술을 마시면, 그러면 잊혀질 줄 알았는데. 그럼에도 너무나도 확연하게 남아서 결코 잊히지 않는 것이 있었다. 뇌가 녹아버릴 만큼의 쾌락으로 모든 신경을 돌려서, 잠시라도, 아주 잠깐만이라도 잊어버리고 싶은 것. 그렇기에 켄은 조금 더 다이스케에게 깊숙하게 입 맞추며 그의 허리를 쓸었다. 약간의 반항을 하려 꿈질거리는 다이스케는 진심으로 자신을 밀어내지 못했다. 자신이 무엇에서 도망치려 하는 것인지 알고 있기에. 그것을 알려주고 싶으면서도, 굳이 일깨워주고 싶지 않았기에.


 아, 그래. 내일이 자신과 미야코 씨의 결혼식이라는 것을.


 조금 더 힘을 주어 무릎으로 다이스케의 사타구니를 문지르면 아래서 참는 듯 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참지 않아도 좋아. 모두 들려줘. 먼저 유혹을 하고 있으면서도 쫓기는 것 같은 자신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급하게 다이스케의 목덜미로 입술을 묻었다.


 나는, 최악의 쓰레기였다.

 


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