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 21:18

- 유희왕 온리전 데스티니 드로에 발간된 십만 배포본 [ 일생의 파트너가 되어도 곤란하지 않은 십만 배포본 ]에 ts 십마니로 참여했었습니당






 아, 하는 짧은 소리가 들려 만죠메는 고개를 들었다. 반대편에 앉아서 공부를 하던 쥬다이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입술을 꾸욱 누르는 것이 보였다. 건조한 바깥 날씨에 가습기를 틀어놓았지만 그럼에도 습기가 부족해 입술이 갈라져 버린 것일까. 천천히 떨어지는 그녀의 손가락에 옅은 핏물이 보인 것 같았다. 멍하게 바라보는 만죠메의 시선을 눈치 챈 쥬다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했지만 혀로 꾸욱 누르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 꽤나 신경 쓰이는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던 만죠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책상으로 향했다. 한참을 파우치를 뒤적이던 만죠메의 손에 들린 것은 스틱 형태로 된 립밤이었다. 별로 화장이나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유독 피부가 연약한 입술이 자주 텄기 때문에 챙기고 다니곤 했었다.



“ 아냐, 괜찮아.”


“ 됐으니까 가만히 있어봐.”



 퐁, 하고 뚜껑을 여니 옅은 오렌지향이 올라왔다. 자신이 꺼내 든 것에 괜찮다며 손을 내젓는 그녀를 대충 진정시키고 가까이 다가가자 시선이 가까이서 마주 닿아 순식간에 공기가 후끈 달아올랐다는 착각이 들었다. 사실 달아오른 것은 자신의 얼굴일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과 예쁜 입술에서 도저히 시선이 벗어나지 않아 만죠메는 조금 침을 꼴깍 삼켰다. 이렇게 긴장해버릴 줄 알았다면 그녀에게 직접 바르라고 할 걸 그랬다. 그럼에도 이미 자세를 잡아버린 것은 어쩔 수 없어서, 만죠메는 립밤을 잡은 손에 조금 힘을 주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표면에 잘 정돈된 손톱 끝이 닿아 살짝 떨렸다. 있는 힘껏 긴장을 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속눈썹 긴 눈을 깜빡거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 걸.


 오늘도, 쥬다이가 자신의 집에 놀러온다는 말에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얼마나 방 청소를 하고, 일부러 집임에도 불구하고 제일 예쁜 치마로 차려입고, 그것도 모자라 입술에 립밤과 잘 바르지도 않는 틴트까지 열심히 발랐는지 모른다. 머리를 풀까, 아니면 묶을까 거울을 보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묶은 것이 더 예쁘다 했던 그녀의 말에 몇 번이나 실수하며 다시 올려 묶기도 했다. 혹시나 긴장한 자신의 모습을 들켜 버릴까봐 처음 그녀가 방에 들어올 때엔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 했다. 게다가 자신이 그렇게 부끄러워했다는 것을 그녀에게 들키는 것은 더 부끄러워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몰랐다. 그런 자신과는 다르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들어와, 예쁘게 꾸며진 자신의 방을 이곳저곳 둘러보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마저 행복해 몇 번이나 식은땀이 흐르는 손바닥을 옷에 문질렀다. 같이 공부를 하는 순간에서도, 몇 번이나 귓가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숨소리가 긴장되어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녀에게 들리지 않기를, 하고 몇 번이나 심호흡을 했지만 커다랗게 쿵쾅거리는 심장은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였다.


 립밤이 닿는 순간까지 쥬다이는 멍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술의 모양을 따라 바르고, 상처가 생긴 부분은 특히 신경을 써서 빙글빙글 돌려 꼼꼼히 바르고 나니 그녀의 입술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보여 어쩐지 더 부끄러워졌다. 다, 됐다. 어쩐지 그녀의 입술을 한참을 바라보던 자신이 이상해서 급하게 립밤을 떼어냈더니 자신을 보고 있던 쥬다이가 눈을 살풋 휘어 웃었다.



“ 고마워, 쥰.”



 그것에 대답을 하기도 전에 눈앞에서 쥬다이의 갈색의 머리칼이 살랑거렸다. 바른지 시간이 지나 건조해진 자신의 입술에 따듯하고 미끌거리는 쥬다이의 입술이 닿았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에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눈을 감는 것조차 잊어버려 트여있는 시야에는 꼬옥 눈을 감고 있는 쥬다이의 눈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맞닿았다 떨어진 입술에서 립밤과 동일한 달콤한 오렌지 향이 올라왔다. 어째서, 하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쥬다이의 고개가 조금 갸웃거렸다.



“ 키스 해달라는 거 아니었어?”



 씨익 웃어 보이는 그녀에게, 만죠메는 차마 부정조차 할 수 없었다.

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