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17. 01:59

조용한 집 안을 울리는 네 번의 기계음 소리가 끝난 후에야 열린 문의 바깥에는 이 집의 주인이 서있었다. 다녀왔어, 하고 끊어진 기계음 소리가 아쉬웠단 듯이 바로 딸려 들어오는 목소리는 약간의 피곤기를 담고 있었다. 바깥은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저녁무렵 이었다. 아침. 언제나 처럼 울린 알람에 작은 짜증을 부리며 일어난 이자야가 그것을 끄고 사무실에 가기 위해 일어났을 때, 그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아오는 단단한 팔이 있었다. 자연스레 감겨온 팔의 주인은 당연하게도 자신의 동거인, 헤이와지마 시즈오. 한숨을 내쉬며 그것을 풀어내려 끙끙거렸지만 시즈오는 그것을 조금도 들어주지 않았다. 좀 더 자라, 이자야. 하고 잠에 덜 깬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자야, 하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오는 목소리는 언제나 들어도 좋았지만, 이렇게 잠에 덜 깨어 허스키한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갈라졌을 때의 그것은 특히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었다. 이 목소리에는 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허리를 꽉 잡고 놔주지 않지 않는가.

이자야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다시 자리에 누웠다. 잠시 손에 닿은 시즈오의 팔은 외부의 차가운 공기에 의해 차갑게 식어있었지만, 자신이 누움으로써 자연스레 닿게 된 시즈오의 가슴은 평소와 같이 따듯했다. 시즈오의 옆에 누우면 키가 작은 자신은 자연스레 안기는 꼴이 되어 버린다. 어쩔 수 없었지만 가끔은 억울하기도 했다. 키가 작아 시즈오를 올려다 봐야한다던가, 누울 때에면 이렇게 안겨버린 다는 것이. 그래도 차가운 자신과는 다르게 따듯한 시즈오의 몸은 항상 기분이 좋았기에 이자야는 조금 더 시즈오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온 몸 가득 닿아오는 시즈오의 따듯한 기운이 나른하게 잠을 몰고왔다. 어울리지 않게 자신에게 잠을 강요하던 시즈오는 이미 세상 모르게 잠이 들어 있었다. 이자야는 그의 자는 얼굴을 조금 보다가, 곧 잠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어났을 때에는 어느새 정오가 지나가고 있었고, 자신을 안고 잠이 든 시즈오는 침대 끝에 가 있었다. 아직도 곤히 잠이 들어있는 그를 굴려 침대 가운데에 데려다놓고, 그제서야 이자야는 씻고 집을 나설 수 있었다. 바른생활을 하는 자신의 동거인 덕분에 항상 챙겨먹을 수 밖에 없던 아침을 굶은 점심은 동거 전보다 훨씬 더 허기가 졌기에 집 앞 자주 가던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샀다. 빈 속에 마시는 커피는 몸에 좋지 않다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왔지만, 입 맛이 없는 아침에 간단히 챙겨주던 동거인의 아침을 제외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었다.

예정은 아침에 나가 3시 이전에 귀가하는 것이었지만, 조금 엇나가 정오가 지난 다음에야 나갈 수 있었기에, 이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지고 만 것이었다. 밖에 나가면 밥이란 것을 챙기는 습관이 없었기 때문에 내내 먹은 것은 집을 나서면서 마셨던 커피와 사무실에서 나미에씨가 챙겨준 커피 몇 잔이 다였다. 집에 돌아 왔을 때에는 배가 조금 고팠다. 휴일이었기에 언제나처럼 청소같은 집안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 시즈오가 지금 쯤이면 저녁을 준비하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거실로 발을 옮긴 이자야는 맥이 탁 빠지고 말았다. 어쩐지 집 안에 들어왔을 때 조용하다 했다.

시즈오는 소파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소파의 등받이는 시즈오의 앉은 키보다 훨씬 작았기에 고개를 불편하게 기울이고 있는 시즈오의 자는 얼굴은 평소보다 맹해보였다. 가까이 와야 들릴만큼의 작은 볼륨의 티비가 재미없는 광고를 지껄이고 있었다. 바닥은 자신이 나갈 때 보다 깨끗했으며 흘끗 쳐다본 부엌의 싱크대도 역시 약간의 물기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깨끗했다. 아마 비몽사몽 일어나 밥을 먹고 평소 휴일에 하는 것 처럼 청소과 설거지를 끝낸 후 간단한 후식을 먹으며 티비를 보다 잠이 들었으리라. 그 증거로 시즈오가 잠들어 있는 소파의 앞에 있는 탁자에 귤 껍질 몇개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패턴이었다. 잠시 피식, 하고 웃음을 흘린 이자야가 시즈오에게 다가가 두 뺨을 손으로 감싸 고개를 바로 해주었다. 시즈오는 한 번 잠이 들면 왠만해선 절대로 깨지 않는 타입이었기에 아침마다 그를 깨우기 위해 이자야는 항상 고생을 하곤 했다. 그렇기에 원래 차갑긴 하지만 밖에 나갔다 왔기에 더욱 더 차가워진 이자야의 손이 뺨에 닿아도 약간 인상을 찌푸렸을 뿐 조금도 깨지 못한 것이겠지.

" 바보같은 얼굴."

하고 약간의 비웃음 섞인 말을 내밷은 이자야가, 그의 말에 따르면 바보같은 얼굴을 하고 자고 있는 시즈오를 바라보았다. 두 손에 닿아있는 뺨은 무척 따듯했다. 오늘 하루 종일 잔 덕분인지 부드러운 피부가 손끝에 느껴졌다. 이거 꽤나 잘생긴 얼굴이잖아? 항상 드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이자야는 시즈오의 고개를 뒤로 젖힌 후 자신의 고개를 숙여 그의 입술에 살짝 자신의 그것을 갖다대었다. 따듯한 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고개를 살짝 돌리면 서로의 입술이 가득 닿는 느낌이 좋았다. 자고 있는 상대에게 키스하는 것은 익숙했다. 아침마다 잠에서 깨지 못해 끙끙대는 남자를 몇번이고 키스로 깨워주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때에는 자신이 키스받는 것도 모른채 자기도 했고, 어느 때에는 잠결에 키스를 받아주기도 했다. 둘 중 어느 것이었던 완전히 깨고 나서 자신과 키스한 사실을 눈꼽만큼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똑같지만. -심지어 말해줘도 믿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숙인 고개가 조금 아파올 때까지 입을 맞추고 있던 이자야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잤을 주제에 뭐가 그렇게 졸렸던 것인지 시즈오는 여전히 눈치 하나 못채고 자고 있었다. 시즈오의 자는 얼굴은 사람을 나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사람처럼 표정을 풀고 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곱게 닫혀진 눈동자 사이의 평평한 미간이 그렇게 나른할 수가 없었다. 이자야는 속 아래서부터 천천히 밀려오는 하품을 막을 수가 없었다. 시즈오에게 끌어안긴 채 정오까지 잤음에도 불구하고, 원래 잠을 별로 자지 않는 사람을 이렇게 졸립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이었다. 소파에서 자고 있는 시즈오를 침대까지 옮긴 후 옆에서 잘까, 하고 잠시 생각하며 잡고있던 시즈오의 볼을 놓은 이자야는, 기대고 있을 곳을 잃은 시즈오의 고개가 잠들기 불편하게 기울어지는 것을 보고는, …그냥 시즈오의 옆에 앉기로 했다.

시즈오와 약간의 거리를 둔 옆에 앉은 이자야는 불편하게 자고 있는 시즈오의 고개를 끌어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두었다. 자연히 따라오는 몸뚱아리가 소파 위로 엎어졌다. 한번 잠들면 세상 모르게 잠드는 남자였기에, 이정도로는 당연하게도 깨지 않았다. 이자야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자고 있는 시즈오의 자신의 허벅지 위해 이리저리 흩어진 금발의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손바닥 가득 느껴지는 따스한 기운을 느끼며 천천히 쓰다듬었다. 동시에 쏟아져오는 잠을 이기고 싶지 않아졌다. 여전히 할 일은 남아있었지만, 이대로 잠든 다음에 해도 상관 없을 것 같았다. 이자야는 그대로 조용한 집안에서 울려퍼지는 자신의 것이 아닌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눈을 감았다. 시즈오와 닿아있는 손바닥, 그리고 허벅지서부터 천천히 시즈의 잠이 전염되어 오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오늘 정도는 잠으로 보내도 괜찮겠지.

…시즈도 있고.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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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
2013. 1. 17. 01:58

소리 없이 열린 문의 안쪽은 깜깜했다. 아주 작은 조명에 의지하고 있는 어두운 복도가 그나마 방 안보다는 밝았으므로 회색빛이 방 안으로 길게 늘어졌다. 조용히 안으로 들어온 청년은 약간의 현기증을 느끼며 밖은 햇빛이 밝은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점의 불빛 하나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커튼까지 굳게 치고 있는 방 안의 주인을 향하여 다가갔다. 바닥에 잘 끌리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리 없이 침대 가까이 다가간 청년이 조심스럽게 커튼을 걷었다. 한 번에 와르르 쏟아지는 햇빛이 청년의 까만 머리와 침대에 누워 있는 이를 비추었다. 갑자기 콕콕 찔러대는 햇빛에 눈이 부셔 청년은 손으로 눈을 가렸다. 빛에 적응하기 위해 로돕신이 분해되는 짧은 시간동안 시야를 가리던 손을 바라보던 청년은 시선을 옆으로 옮겨 이불 속에서 얌전히 자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하얀 베게 위에 이리저리 흐트러진 금발이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에 의해 반짝반짝했다. 잠시 창백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청년은 조심스럽게 그의 뺨을 매만졌다. 푸석해진 피부가 손가락 끝에 닿아왔다. 한없이 거칠어진 피부가 안쓰럽기까지 했지만 청년의 손길은 마치 아주 사랑스러운 아기를 쓰다듬는 그것과 같았다. 몇 번을 쓰다듬어도 미동조차 없는 얼굴을 감싸듯 따듯한 눈길로 바라본 청년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

“ 데리오.”

청년의 깔끔한 얼굴만큼 미성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얌전히 감기어 있던 눈꺼풀이 조금 떨렸다. 옆모습이라 더욱 더 도드라져 보이는 속눈썹이 살며시, 그리고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한순간 거칠게 들어오는 반짝이는 햇빛에 적응이 되지 않아 눈이 몇 번이고 깜박깜박했다. 분홍색의 예쁜 눈동자가 눈꺼풀에 가리어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햇빛이 눈동자의 망막에 반사되어 핑크색으로 반짝반짝했다. 초점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던 눈동자가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야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를 향해 데굴데굴 굴러왔다. 얌전히 그가 자신을 보기만을 기다리던 청년의 말끔한 얼굴이 눈동자에 비추어졌다가 곧 사라졌다. 금방 눈을 돌려버린 것이었다. 눈은 침대 옆에 있는 탁자를 향했다. 곧 이불 속에 있던 비쩍 마르고 이리저리 주사바늘 자국과 멍으로 어지러운 팔이 탁자위의 깨진 유리컵을 향해 뻗어졌다. 옆에 있는 사람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그를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새하얀 손가락이 유리컵의 깨어진 부분을 더듬더니 곧 그것을 들어 올렸고, 깨진 부분 사이로 흐른 물이 손가락을 타고 흘렀다. 데리오라고 불린 남자의 물기가 없어 잔뜩 말라 갈라진 입술이 찢어지듯 벌어졌다.

“여기는 무슨 일이야 ? 이자야.”

잔뜩 갈라진 목소리는 귀찮음을 가득 담고 있었다. 유리컵 속을 부유하는 희뿌연 가루들을 응시한 청년, 이자야의 입술이 고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곧 데리오는 몸을 일으키며 자신이 잡은 유리컵 속의 물을 단숨에 마사며 인상을 있는 힘껏 찌푸렸다. 어디가 불편한 것인지 찌푸려진 인상이 더욱 더 구겨졌다. 데리오가 괴로워 보이는 얼굴을 하고 마른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것과 동시에 힘이 들어간 손 안에 있던 유리컵이 쨍 하고 다시 한 번 깨져 산산조각이 났다. 그 파편들이 손 안에 있었지만 데리오는 상관하지 아니하고 손을 꽈악, 쥐었다. 새하얗게 질린 손 안쪽의 유리가 그의 여린 살 속으로 파고들어 결국엔 피를 보았다. 경련하듯 떨리는 데리오의 주먹의 움직임이 잦아들 무렵, 이자야는 한숨하며 그가 있는 침대의 한쪽 끝에 앉았다. 한순간에 체중이 쏠린 침대가 크게 들썩였다. 바르르, 떨리는 주먹이 다급하게 탁자 위를 더듬었다. 그곳에 시선조차 주지 못할 만큼 괴로운 것인지 데리오는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기에 이자야는 손을 뻗어 유리병 하나를 탁자 위에서 미친 듯이 움직이는 손에 쥐어주었다. 하얀 가루가 가득 들어있는 유리병이 자신의 손에 쥐어지자 데리오는 그것을 급하게 자신의 쪽으로 끌어들이고는 입구를 막고 있는 마개를 들어내고는 병의 아가리를 자신의 입에 들이대었다. 중력에 따라 밑으로 쏟아지는 가루들이 데리오의 입 안으로 쏟아졌다. 약간 버거울 만큼의 양을 자신의 입에 털어 넣은 데리오가 그제서 병을 다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공기 중에 흩어진 가벼운 하얀 가루들이 데리오 앞을 하염없이 부유했다. 햇빛 때문에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방금 전의 데리오의 행동은 분명 보통사람이 할 말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잠시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이자야가, 자신의 입 안에 있는 것을 섭취하느라 정신없는 데리오를 대신하여 병의 마개를 닫아주었다. 뻑뻑한 마개를 닫는 동안 데리오에게 가까이 다가간 이자야는 처음 들어왔을 때 보다 약간 심해진 두통을 느꼈다. 이 방 전체에 이 가루가 퍼져있음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들어오자마자 현기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겠지. 계속해서 경련하던 데리오의 주먹은 그가 입을 우물거림에 따라 잦아들고 있었다.

마약중독. 그것 외에는 그의 행동을 정의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 내가 왜 왔는지는 상관없잖아 ?”

“ …그렇네. 히비야는 ?”

가루가 든 병을 들고 있던 이자야의 손이 움찔, 하고 떨렸다. 이름에 반응한 것이 틀림없어 보이기에, 그것을 얌전히 보고 있던 데리오가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얼굴 곳곳에 퍼져있어야 하는 모세혈관에 피가 전혀 흐르지 않는 것처럼 새하얗게 질려있는, 창백하다고 표현해야 맞을 듯 한 얼굴에 영양이 제대로 섭취되지 않아 가는 속눈썹이 도드라졌다. 마른 입술을 축이기 위해 조금 핥던 데리오가, 입술과 마찬가지로 물기가 거의 없는 혀 탓에 별로 소용없는 행동이었음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히비야는 역시, 감옥에 있는 거지 ? 눈을 감은채로 데리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만으로 감정이 격해지는지 데리오의 가지런히 놓여있던 손바닥이 침대시트를 꽈악, 잡았다. 짜증난다는 듯이 얼굴을 잔뜩 찌푸린 데리오가 대답을 바라며 이자야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의 시선을 맞던 이자야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들고 있던 병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들어왔을 때와는 다르게 발소리를 조금도 숨기지 않으며 밖으로 나가던 이자야가 뒤를 돌아보며 그를 향해 말을 던졌다.

“ 먹을 만한 걸 가져올 테니 얌전히 있어.”

데리오는 자신의 질문에 답 없이 나가버린 이자야의 차가운 뒷모습을 바라보다 곧 시선을 돌려버렸다.

 

 

 

 

 

원고중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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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
2013. 1. 17. 01:57

눈은 오늘따라 무거웠다. 잘 뜨여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나서, 나른한 눈꺼풀을 어떻게든 하기 위해 손을 들어 눈을 매만졌을 때에야 손의 뭉툭함이 느껴졌고, 그제서야 이자야쿠마는 어제 자신이 곰이 되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손가락이 없어서 보드라운 천의 느낌만이 있는 손으로 눈을 문질렀다. 꾹꾹 누르면서 잠을 깨고 싶었지만 솜이 든 손은 자신의 마음대로 무게가 실어지지 않았기에 불가능했다. 몇 번 눈 비비는 것을 시도하던 이자야쿠마는 곧 그것이 시간낭비, 힘낭비라는 것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몸을 일으키려고 시도하였으나 곧 자신의 허리-이 통통한 것을 허리라고 표현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부근 압박감이 느껴졌다. 분명 어제 잘 때에는 시즈오쿠마쪽이 먼저 잠에 들어, 솜으로 되어있는 자신들이 덮기에는 두꺼운 이불 대신 얇은 천을 둘둘 감고 자는 따듯한 시즈오쿠마를 자신이 안고 잤는데, 어느새 자신들의 자세는 반전되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시즈오가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것은 자주 있던 일이었기 때문에 별 감흥은 없었다. 항상 춥다고 투덜대면서도 시즈오는 항상 자신을 끌어안고 자고는 했다. 시즈오는 따듯했기에 끌어안으면 잠이 잘 왔지만, 왜 시즈오가 자신을 안고 자는지는 모를 노릇이었다.

아무튼, 오늘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손을 치우고 일어나 욕실로 건너가 세수를 했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았다. 몸은 솜밖에 들지 않아 가벼웠기에 손은 금방 치울 수 있었지만, 나른했다.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어제 처음 곰이 되었을 때, 자신과 시즈오가 데굴데굴 구르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지 생각해보았다. 평소라면 생각도 못할 행동이었지만, 곰이 되어서 인지는 몰라도 그 때에는 그것이 마냥 좋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은 겨우 7시밖에 되지 않았다. 잠시 눈을 굴려 시간을 확인한 이자야는 다시 눈을 감고 자신을 안고 있는 시즈오쿠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몸 안에서 어제 먹은 핫케익과 생크림의 향기가 났다. 그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이자야쿠마는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폭신폭신한 구름속에 파고들어 둥둥 날고있는 기분이었다.


이자야쿠마가 다시 눈을 뜬 것은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난 뒤였다. 햇빛이 잘 드는 쪽을 선택했기에, 침실안에는 길게 햇빛이 스며들어 있었다. 솜이 그것에 의해 데워진 것일까, 몸이 답지 않게 따듯했다. 낯선느낌이 드는것이, 이 몸에는 쉽게 적응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물론, 익숙해 지면 안되겠지만. 이자야쿠마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허리를 꽉 붙들고 있던 시즈오쿠마는 어느새 데굴데굴 굴러서 저 침대 끝으로 가있었다. 건장한 남정네 둘이서 자던 침대였다. 특대인형도 아니고, 작은 인형 둘이서 자기에는 넓은 공간이었다. 어제 했던 것 처럼 이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싶었지만 관두었다. 다시 손을 들어 눈을 비비었다. 천의 보드라운 느낌이 여전히 기분좋았다. 이자야쿠마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시즈오쿠마를 데굴데굴 굴려 침대의 가운데로 옮겨놓은 다음, 가장자리로 와서 바닥을 향해 뛰어내렸다. 콩. 의외로 귀여운 소리가 났다

평소에는 가까운 노선이었지만, 몸이 인형만큼 작아진 지금은 침대에서 문까지 가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뾱, 뾱, 하고 울었다. 도대체 이 몸은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거지 ? 이자야쿠마로써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열심히 발을 움직인 결과 문이 있는 곳 까지 다다른 이자야쿠마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딛쳤다. 어째서인지, 항상 열려있던 문이 오늘따라 닫혀있었던 것이다. 사는 사람이라곤 자신과 시즈오밖에 없고, 그렇기에 딱히 방문을 닫는데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데 오늘따라 왜 굳게 닫혀있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입술을 한 번 삐죽인 이자야쿠마는 -항상 삐죽거리는 입술이긴 했지만- 문고리를 잡기 위해 손을 위로 뻗었다. 아슬아슬하게 문고리 쇠의 아랫부분이 손끝에 스쳤다. 이 정도로는 안닿나 ? 하는 수 없이 꽁지발을 들어 두 손으로 문고리를 움켜쥔 이자야쿠마가 간신히 그것을 돌렸고, 의외로 가볍게 돌아간 문고리는 금방 문이 열릴 수 있게 만들어주었고, 문은 생각보다 매끄럽게 열려 자신의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콩.

이자야쿠마는 문에 밀려 넘어져 엉덩방아를 찢고 말았다. 가벼운 솜이었기에 바닥에 닿은 몸은 공중을 향해 튀어올라 한참을 콩콩거렸다. 들썩이던 몸이 잦아들었을 때, 왠지 모르게 위아래로 튀어오르던 방금전이 재미있었던 이자야쿠마는 몇 번 더 몸을 위아래로 들썩였다. 몸 안에서 솜이 움직였다.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기에 곧 그만두었다. 이제 일어나서 욕실을 향해 가야하는데 영 움직이기가 귀찮았다. 곰이 된 이후로부터 몸이 나른한게…, 왠지 굴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기에, 이자야쿠마는 오늘도 구르기로 했다. 굴러서 욕실에 도착을 한다면 구르고 싶은 자신의 마음도, 욕실에 도착한다는 자신의 목적도 해결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자야쿠마는 구르기로 했다. 몸에 힘을 꽉 주고 데굴, 하고 굴렸다.

데굴데굴데굴데굴('')( :)(..)(: )...

열심히 몸을 굴렸것만 눈 앞의 풍경은 별로 바뀌지 않았다. 이자야쿠마는 다시 한 번 몸을 더 굴리기로 했다.

데구르르르...('')( :)(..)(: )('')( :)(..)(: )

구르는 동안 천장을 보았는데, 왠지 모르게 똑같은 무늬가 반복되었다. 그제서야 이자야쿠마는 자신이 똑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고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곰이 되니 이런 것 조차 둔해진 모양이었다. 자신이 생산성없이 그저 제자리를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이자야쿠마는, 조금 더 제자리를 구르기로 했다.

데굴데굴 데구르르('')( :)(..)(: )('')( :)(..)(: )('')( :)(..)(: )...


아, 재미있었다. 아무 의미 없이 제자리를 도는 것을 마친 이자야쿠마는 여전히 일어날 생각은 눈꼽만큼도 하지 않고, 아까 자신이 목표한 대로 욕실을 향해 몸을 굴렸다. 조금 아픈 문턱을 넘고 거실을 데굴데굴 굴러 욕실 앞에 다다른 이자야쿠마는 천천히, 아주아주 천천히,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켜 욕실안으로 기어가는 듯이 들어갔다. 키가 닿지 않아, 곰이 되기 전에 미리 가져다 놓은 의자 위로 올라가 거울을 보았다. 새까만 구슬같은 눈과 삼자형의 입모양-물론 한 쪽이 조금 올라가긴 했지만.-, 새까만 머리 위에 동그랗게 나있는 귀까지. 손을 들어 귀를 만져보고 싶었지만 머리가 커서 귀까지 닿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이따가 시즈오쿠마의 귀라도 만져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이자야쿠마는 수도꼭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앗, 그러고보니. …인형인데 물이 닿아도 되나 ? 아주 간단한 의문이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물이 닿으면 솜에 금방 흡수되어 몸이 무겁고 축축해 질 것 같았다. 이자야쿠마는 거울을 보고 눈꼽만 대충 떼고는 의자에서 뛰어내렸다. 여전히 콩, 했다.

뾱뾱뾱뾱.

천천히 걸어서 거실로 나온 이자야쿠마는 약간의 허기짐을 느끼고 냉장고를 향해 다가갔다. 커다란 냉장고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열었고, 여전히 익숙하지 않음에 엉덩방아를 콩, 했다. 엉덩이쪽에는 특히나 솜이 많아서 전혀 아프지는 않았다. 넘어진 몸을 일으켜 냉장고 안을 살피니, 단것을 좋아하는 시즈오 때문에 항상 사다놓는 푸딩이 있었다. 설탕덩어리인 저것을 맛있게 먹는 시즈오가 항상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곰이 되고 나니 단것이 끌렸다. 그래서인지 어제는 시즈오쿠마가 한 산더미같은 핫케이크를 다 먹었었다. 이자야쿠마는 푸딩을 집었다. 냉장고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푸딩이 담겨있는 곽의 껍질을 깠다. 달콤한 향기가 울컥 올라왔다. 기분이 좋아졌다. 시즈오는 가끔 접시에 그것을 엎어놓고 말랑말랑한 푸딩의 느낌을 즐기며 먹곤했지만, 그렇게까지 할 기분은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귀찮았다. 숟가락을 가지러 가기도 귀찮았다. 이자야쿠마는 무작정 푸딩을 향해 입을 돌진시켰다. 입술에 닿아오는 푸딩은 말랑말랑했고 보들보들했고 달콤했다. 이자야쿠마는 그자리에서 숟가락도 없이 푸딩 하나를 먹어치웠다. 그럼에도 배는 차지않아서, 오히려 조금 들어온 단 것에 자극을 받았는지 단 것을 더 먹고싶다고 난리를 쳤다. 이자야쿠마는 하는 수 없이 시즈오쿠마를 깨우기로 했다. 자신은 요리를 할 줄 모르니 당연했다. 손에 들린 쓰래기를 대충 탁자, 는 손이 닿질 않아서 의자 위에 올려놓고는 이자야쿠마는 침실을 향해 갔다.

부엌에서 침대까지는 멀었다. 침대는 높았다. 두 손을 침대 위에 올린 다음 이불을 잡아 끙끙 기어오른 이자야쿠마는 시즈오쿠마를 향해 기어갔다. 시즈오쿠마는 여전히 세상모르게 자고있었다. 곰이 되자 더 잠이 많아지고 게을러진 것 같았다. 아직 겨울잠 잘 때는 아니라구, 시즈오쿠마. 이자야쿠마는 조심스레 시즈오쿠마를 살피었다. 갈색에 가까운 피부톤, 여전히 둘둘 말고있는 이불, 곱게 감기어진 눈. 여전히 바보같은 얼굴이었다.

" 하암…. /)ㅅ`"

시즈오쿠마의 얼굴을 살피던 도중, 이자야쿠마에게 하품이 튀어나왔다. 너무나도 곤히 자고있는 시즈오쿠마에게서 잠이 전염된 것 같았다.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이자야쿠마는 어느새 배고픔도 잊고 시즈오쿠마의 옆에 누웠다. 여전히 햇빛은 따듯했다. 몸은 노곤했다. 시즈오쿠마를 끌어안으면 따듯했다.

졸려…. 밥은 나중에 먹어야지. 구르는 것도 조금 더 있다가 해야겠어.

- fin.

 

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