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17. 01:59

조용한 집 안을 울리는 네 번의 기계음 소리가 끝난 후에야 열린 문의 바깥에는 이 집의 주인이 서있었다. 다녀왔어, 하고 끊어진 기계음 소리가 아쉬웠단 듯이 바로 딸려 들어오는 목소리는 약간의 피곤기를 담고 있었다. 바깥은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저녁무렵 이었다. 아침. 언제나 처럼 울린 알람에 작은 짜증을 부리며 일어난 이자야가 그것을 끄고 사무실에 가기 위해 일어났을 때, 그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아오는 단단한 팔이 있었다. 자연스레 감겨온 팔의 주인은 당연하게도 자신의 동거인, 헤이와지마 시즈오. 한숨을 내쉬며 그것을 풀어내려 끙끙거렸지만 시즈오는 그것을 조금도 들어주지 않았다. 좀 더 자라, 이자야. 하고 잠에 덜 깬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자야, 하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오는 목소리는 언제나 들어도 좋았지만, 이렇게 잠에 덜 깨어 허스키한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갈라졌을 때의 그것은 특히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었다. 이 목소리에는 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허리를 꽉 잡고 놔주지 않지 않는가.

이자야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다시 자리에 누웠다. 잠시 손에 닿은 시즈오의 팔은 외부의 차가운 공기에 의해 차갑게 식어있었지만, 자신이 누움으로써 자연스레 닿게 된 시즈오의 가슴은 평소와 같이 따듯했다. 시즈오의 옆에 누우면 키가 작은 자신은 자연스레 안기는 꼴이 되어 버린다. 어쩔 수 없었지만 가끔은 억울하기도 했다. 키가 작아 시즈오를 올려다 봐야한다던가, 누울 때에면 이렇게 안겨버린 다는 것이. 그래도 차가운 자신과는 다르게 따듯한 시즈오의 몸은 항상 기분이 좋았기에 이자야는 조금 더 시즈오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온 몸 가득 닿아오는 시즈오의 따듯한 기운이 나른하게 잠을 몰고왔다. 어울리지 않게 자신에게 잠을 강요하던 시즈오는 이미 세상 모르게 잠이 들어 있었다. 이자야는 그의 자는 얼굴을 조금 보다가, 곧 잠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어났을 때에는 어느새 정오가 지나가고 있었고, 자신을 안고 잠이 든 시즈오는 침대 끝에 가 있었다. 아직도 곤히 잠이 들어있는 그를 굴려 침대 가운데에 데려다놓고, 그제서야 이자야는 씻고 집을 나설 수 있었다. 바른생활을 하는 자신의 동거인 덕분에 항상 챙겨먹을 수 밖에 없던 아침을 굶은 점심은 동거 전보다 훨씬 더 허기가 졌기에 집 앞 자주 가던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샀다. 빈 속에 마시는 커피는 몸에 좋지 않다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왔지만, 입 맛이 없는 아침에 간단히 챙겨주던 동거인의 아침을 제외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었다.

예정은 아침에 나가 3시 이전에 귀가하는 것이었지만, 조금 엇나가 정오가 지난 다음에야 나갈 수 있었기에, 이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지고 만 것이었다. 밖에 나가면 밥이란 것을 챙기는 습관이 없었기 때문에 내내 먹은 것은 집을 나서면서 마셨던 커피와 사무실에서 나미에씨가 챙겨준 커피 몇 잔이 다였다. 집에 돌아 왔을 때에는 배가 조금 고팠다. 휴일이었기에 언제나처럼 청소같은 집안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 시즈오가 지금 쯤이면 저녁을 준비하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거실로 발을 옮긴 이자야는 맥이 탁 빠지고 말았다. 어쩐지 집 안에 들어왔을 때 조용하다 했다.

시즈오는 소파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소파의 등받이는 시즈오의 앉은 키보다 훨씬 작았기에 고개를 불편하게 기울이고 있는 시즈오의 자는 얼굴은 평소보다 맹해보였다. 가까이 와야 들릴만큼의 작은 볼륨의 티비가 재미없는 광고를 지껄이고 있었다. 바닥은 자신이 나갈 때 보다 깨끗했으며 흘끗 쳐다본 부엌의 싱크대도 역시 약간의 물기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깨끗했다. 아마 비몽사몽 일어나 밥을 먹고 평소 휴일에 하는 것 처럼 청소과 설거지를 끝낸 후 간단한 후식을 먹으며 티비를 보다 잠이 들었으리라. 그 증거로 시즈오가 잠들어 있는 소파의 앞에 있는 탁자에 귤 껍질 몇개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패턴이었다. 잠시 피식, 하고 웃음을 흘린 이자야가 시즈오에게 다가가 두 뺨을 손으로 감싸 고개를 바로 해주었다. 시즈오는 한 번 잠이 들면 왠만해선 절대로 깨지 않는 타입이었기에 아침마다 그를 깨우기 위해 이자야는 항상 고생을 하곤 했다. 그렇기에 원래 차갑긴 하지만 밖에 나갔다 왔기에 더욱 더 차가워진 이자야의 손이 뺨에 닿아도 약간 인상을 찌푸렸을 뿐 조금도 깨지 못한 것이겠지.

" 바보같은 얼굴."

하고 약간의 비웃음 섞인 말을 내밷은 이자야가, 그의 말에 따르면 바보같은 얼굴을 하고 자고 있는 시즈오를 바라보았다. 두 손에 닿아있는 뺨은 무척 따듯했다. 오늘 하루 종일 잔 덕분인지 부드러운 피부가 손끝에 느껴졌다. 이거 꽤나 잘생긴 얼굴이잖아? 항상 드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이자야는 시즈오의 고개를 뒤로 젖힌 후 자신의 고개를 숙여 그의 입술에 살짝 자신의 그것을 갖다대었다. 따듯한 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고개를 살짝 돌리면 서로의 입술이 가득 닿는 느낌이 좋았다. 자고 있는 상대에게 키스하는 것은 익숙했다. 아침마다 잠에서 깨지 못해 끙끙대는 남자를 몇번이고 키스로 깨워주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때에는 자신이 키스받는 것도 모른채 자기도 했고, 어느 때에는 잠결에 키스를 받아주기도 했다. 둘 중 어느 것이었던 완전히 깨고 나서 자신과 키스한 사실을 눈꼽만큼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똑같지만. -심지어 말해줘도 믿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숙인 고개가 조금 아파올 때까지 입을 맞추고 있던 이자야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잤을 주제에 뭐가 그렇게 졸렸던 것인지 시즈오는 여전히 눈치 하나 못채고 자고 있었다. 시즈오의 자는 얼굴은 사람을 나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사람처럼 표정을 풀고 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곱게 닫혀진 눈동자 사이의 평평한 미간이 그렇게 나른할 수가 없었다. 이자야는 속 아래서부터 천천히 밀려오는 하품을 막을 수가 없었다. 시즈오에게 끌어안긴 채 정오까지 잤음에도 불구하고, 원래 잠을 별로 자지 않는 사람을 이렇게 졸립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이었다. 소파에서 자고 있는 시즈오를 침대까지 옮긴 후 옆에서 잘까, 하고 잠시 생각하며 잡고있던 시즈오의 볼을 놓은 이자야는, 기대고 있을 곳을 잃은 시즈오의 고개가 잠들기 불편하게 기울어지는 것을 보고는, …그냥 시즈오의 옆에 앉기로 했다.

시즈오와 약간의 거리를 둔 옆에 앉은 이자야는 불편하게 자고 있는 시즈오의 고개를 끌어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두었다. 자연히 따라오는 몸뚱아리가 소파 위로 엎어졌다. 한번 잠들면 세상 모르게 잠드는 남자였기에, 이정도로는 당연하게도 깨지 않았다. 이자야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자고 있는 시즈오의 자신의 허벅지 위해 이리저리 흩어진 금발의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손바닥 가득 느껴지는 따스한 기운을 느끼며 천천히 쓰다듬었다. 동시에 쏟아져오는 잠을 이기고 싶지 않아졌다. 여전히 할 일은 남아있었지만, 이대로 잠든 다음에 해도 상관 없을 것 같았다. 이자야는 그대로 조용한 집안에서 울려퍼지는 자신의 것이 아닌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눈을 감았다. 시즈오와 닿아있는 손바닥, 그리고 허벅지서부터 천천히 시즈의 잠이 전염되어 오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오늘 정도는 잠으로 보내도 괜찮겠지.

…시즈도 있고.

- fin.

'듀라라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이데리] 미치게 보고싶은  (0) 2013.01.17
사이츠가 원고中  (0) 2013.01.17
[히비데리] 내가 만들어낸 당신의 세계中  (0) 2013.01.17
[이자시즈] 쿠마쿠마  (0) 2013.01.17
[역 데리사이츠가] 일방통행  (0) 2013.01.17
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