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17. 23:31

사이케의 방은 언제나 순수하구나, 하고 츠가루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사이케의 방으로 이동해올 때 마다 처음으로 보이는 것이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장난감들이니 당연했다. 사이케는 나이 -프로그램에 나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에 맞지 않게 순수했고, 행동이 어렸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할 수는 있는 방이었다. 외출할 때에도 언제든지 놀러오라며 잠금은 해놓지 않기 때문에 츠가루는 언제든지 사이케의 방을 드나들 수 있었다. 자신의 눈높이에서 천천히 등속도 운동을 하고 있는 작은 곰 인형 하나를 잡아챈 츠가루가 그것을 끌어안으며 몸을 뒤로 눕혔다. 중력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만 언제든지 그것을 부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속이기 때문에 츠가루는 그것에 영향 받지 아니하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자야와는 다르게 사이케는 단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방에서는 옅은 단내가 났다. 단것은 자신도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츠가루는 사이케의 방이 좋았다. 푹신푹신한 솜이 가득 들어가 있는 곰 인형을 가득 끌어안고 공중을 떠다니던 츠가루가 사이케가 돌아올 때 까지 에너지를 아낄 겸 잠이나 잘까 싶어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때 일이 터졌다.

토독, 하고 실밥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편안히 낮잠을 자려 하던 츠가루가 깜짝 놀라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반쯤 몽롱하게 정신이 나가있던 차에 급하게 현실로 끌려 온 것이라 잠시 균형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지만, 츠가루는 차분히 발을 땅에 대었다. 순식간에 생겨난 게다가 땅에 닿아 또각, 하는 소리를 내었다. 조용한 방 안을 가득 울리는 소리에 츠가루는 긴장한 마음을 다잡고 -아무도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주위를 둘러보고는 천천히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인형을 내려다보았다. 일 났다. 츠가루는 잠시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옅은 갈색 곰돌이의 옆구리를 비집고 튀어나온 것은 그 안에 있는 새하얀 솜. 아마 자신도 모르게 팔에 힘을 주어버린 모양이었다. 어린아이답게 자신의 것을 끔찍하게 아끼는 사이케가 화를 낼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어떻게 해서든 손끝으로 꾹꾹 눌러서 안으로 넣어보려고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말끔하게 정리되어 새파란 매니큐어까지 발라져있는 손톱에 찢겨 더욱 더 아가리를 벌릴 뿐이었다. 곰 인형의 상처가 커질수록 츠가루의 패닉 상태도 커져만 갔고, 당황한 나머지 과부하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 츠으-가루!"

그리고 그 순간 사이케의 등장은, 츠가루로써는 정말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급하게 뒤로 곰 인형을 숨긴 츠가루가 간신히 입 꼬리를 올려 하늘에서부터 천천히 전송되며 떨어지는 사이케를 맞이하였다. 혹시나 곰 인형의 뭉툭한 팔이나 다리가 자신의 뒤에서 튀어나오기라도 할까봐 츠가루는 긴장하며 사이케를 바라보았다. 밖으로 나갔던 것인지 밖의 사람들처럼 간편복이던 사이케의 옷이 프로그램에 설정되어 있는 새하얀 털코트로 바뀌었다. 다다다, 하며 자신의 쪽으로 달려오는 사이케가 언젠가 자신에게 무섭게 화를 내던 그로 겹쳐 보여 츠가루는 자신도 모르게 발을 뒤로 빼었고, 밟히는 자동차의 바퀴가 츠가루의 무게로 인해 뒤로 굴러가는 바람에 츠가루는 아무런 생각 없이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갑자기 넘어지는 츠가루 탓에 깜짝 놀란 사이케가 급하게 방을 변환시키며 그를 끌어안았다. 사이케의 무게가 덧붙여져 급하게 땅으로 가라앉은 츠가루의 등에 닿는 것은 액체였고, 빠르게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에 자신이 다치지 않도록 물을 만들어낸 사이케의 순발력에 감탄하며 츠가루는 자신의 허리를 강하게 안고 있는 사이케를 한 손으로 토닥였다.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장난감들은 물 위에 둥둥 떠있었기에, 천천히 떠오르고 있는 장난감들을 제외하고 물속에는 츠가루와 사이케, 그 둘밖에 없었다. 츠가루를 가득 껴안은 사이케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잔뜩 휘어져 웃음을 잔뜩 머금고 있는 눈이 사이케의 머리와 함께 츠가루의 가슴에 품어져 있었다. 사이케는 남에게 안기기를 좋아했지만, 그만큼 자신이 누군가를 가득 끌어안고 있는 것을 좋아했고, 그 상대는 종종 자신이 되곤 했다. 그렇기에 언제나처럼 사이케에게 가득 안겨 있는 츠가루는 평소처럼 미소를 지어보이며 사이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츠가루가 여기서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츠가루와 사이케가 빠져있는 액체는 물이 아니었다는 것. 보통 물이었다면 곰 인형의 솜은 그것을 잔뜩 흡수하여 잔뜩 무거워져 얌전히 츠가루의 손에 들려있었겠지만, 액체를 흡수하기는커녕 액체보다 밀도가 작은 것인지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간신히 그것을 잡고 있던 츠가루가 아차, 하는 동안에 곰 인형은 츠가루의 손을 거부하고 위로 떠올랐다. 급하게 그것을 잡으려 츠가루는 손을 뻗었지만, 그것을 먼저 잡아채는 손이 있었다.

" , 내 인형!"

사이케는 인형을 잡자마자 그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츠가루가 침을 꿀꺽, 삼킴과 동시에 그들을 품어주던 액체가 사라졌고, 츠가루의 등에는 땅이 닿았으며 하늘에서 장난감이 쏟아져 내려왔다. 장난감은 누워있는 츠가루와 그 위에 앉아 인형을 끌어안고 있는 사이케를 피하듯 그 주위로만 떨어져 내렸기에 둘은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에는 신경도 못 줄 만큼 츠가루는 긴장해 있었다. 사이케의 반응이 어느 쪽으로 나올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이케가 정말로 화가 나면 이자야조차 손이 댈 수 없을 만큼 무서워지기 때문에 츠가루는 특히 조심하곤 했다. 다행히도 츠가루는 누군가를 열받게 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사이케가 자신 때문에 화를 낸 적은 없었지만, 그의 동생인 데리오는 가끔 정말 사이케를 화나게 하곤 했기에, 그것을 받아줘야 하는 입장은 츠가루가 난감했었다. 이런 일로 과연 화를 낼까 ? 싶긴 했지만 최근에 사이케가 데리오와 심하게 다툰 원인이 시즈오가 사준 딸기케이크를 누가 먹었느냐 였기에 -결국 범인은 츠키였기에, 사이케와 데리오는 이자야에게 크게 혼났었다.- 그럴 수도 있다고 결론을 내린 츠가루는 조심히 사이케의 눈치를 살폈다. 사이케의 얼굴이 인형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기에 츠가루는 더욱 더 긴장하고 있었다.

" 내 인형을……. 츠가루 미워!"

사이케가 빼액, 하고 귀가 멍멍할 정도로 소리를 지르자마자 츠가루는 강제적으로 사이케의 방에서 튕겨져 나오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보인 사이케의 꽉 감긴 눈에 순간적으로 눈물이 보인 것 같아서 츠가루는 조금 미묘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빽 소리를 지르고 자신을 쫓아버린다는 것은 화내는 것이 아니라 삐진 것이라는 뜻이라서 자신이 걱정하던 상황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일단 다행이었다. 사이케는 화가 나면 일단 그 사람과 마주하고 말로 쏘아붙이거나 분위기로 밀어붙이는 타입이라서, 차라리 이렇게 소리 지르고 쫓는 게 마음이 편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이것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전송당한 츠가루는 주위를 살피며 사이케에게 가기 위해 시도해보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위치를 변경할 수 있는 상태 창을 빨간색의 SCREEN, 이라는 글자가 가득 채우는 것을 보니 자신에게만 제한을 건 모양이었다. 자물쇠로 꼭꼭 잠궈 버린 것이다. 작은 한숨을 내쉬며 츠가루는 일단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몸을 옮겼다. 새하얀 방으로 들어온 츠가루는 의자에 앉아서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일단 사이케가 소중히 아끼는 것을 멋대로 망가뜨린 것은 자신의 잘못이었기에 사이케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그러나 사이케가 이렇게 꼭꼭 잠구고 틀어박혀 버리면 자신은 그를 만날 수 없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착한 츠가루는 상대방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그것도 상대가 자신의 연인인 사이케라면 더욱 더 싫었다. 감정의 영향을 잘 받는 시즈오나 데리오와는 다르게 자신은 힘 조절을 꽤나 잘 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잘못하여 실수를 저지른 것이니 약간의 충격이 일기도 했다. 하아아아. 츠가루는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츠가루의 영향을 받는 방은 그가 걱정 섞인 한숨을 내쉴 때 마다 파란색 연기를 뽀글뽀글 내뱉었다. 뽀글뽀글뽀글 비눗방울 같은 연기들이 퐁퐁 생겨나 츠가루의 방 안을 채워나갔다.

대체 무슨 일이야?”

츠가루 밖에 없는 방 안에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숙인 고개를 천천히 든 츠가루의 눈에 약간 짜증스러운 얼굴을 한 채 전송이 제대로 되었는지 상태창을 띄워 확인하는 데리오가 보였다. 데리오는 곧 그것을 지우고 공중에 동동 떠다니는 연기 하나를 두 손으로 양쪽에서 때렸다. 연기는 기체였기에 짝, 하고 데리오의 두 손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연기가 사라지며 팡, 했다.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 자신의 손 박수로 인해 사라졌다는 사실에 재미를 느낀 것인지 잠시 웃음을 터트리던 데리오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츠가루에게를 흘끗 바라보며 무안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내 방까지 이 녀석들이 날아왔다구. 변명 같은 말을 작게 중얼거린 데리오가 분명 침울해진 것이 분명한 츠가루의 표정에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유를 물었고, 츠가루는 조잘조잘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츠가루의 말을 들을수록, 그의 앞에 의자를 만들어 앉은 데리오의 인상이 점점 찌푸려졌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자신의 형이 츠가루에게 삐져서 그를 쫓아버렸다는 것인데, 그것에 침울해진 츠가루도 딱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것보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하아? 겨우 곰 인형이 터졌다고? 애냐!”

였던 모양이었다. 츠가루가 갑자기 터져나온 불만에 눈을 끔뻑끔뻑 하는 동안에 혼자서 바보 아니야 ? 그럴 수도 있는거잖아 ! 하며 혼자 씩씩대며 공중에다가 화를 내던 데리오가 자신의 흥분을 주체할 수 없는 듯 공중에 있는 연기 하나를 주먹으로 퍽 치며 터트려버렸다. 파란색의 연기가 눈앞에서 사라짐에 츠가루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했다. 자신의 일도 아닌데 순수하게 분노를 터트리는 데리오가 무서워 츠가루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고, 그에 따라 츠가루의 방안을 날아다니던 연기도 하나 둘 씩 사라졌다. 더 이상 자신의 분노를 표출할 것이 사라지자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던 데리오가 결국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사이케에게 다녀올게 ! 하고 소리치며 상태창을 띄워 위치를 입력하더니 냉큼 가버렸다. 멋대로 왔다가 멋대로 화를 내고 멋대로 사라져버린 데리오의 행동이 너무나도 순식간에 이루어져 츠가루는 그저 눈만 깜빡거렸다. 화날 내용이 있었나 ? 싶긴 했지만 데리오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화부터 내는 타입이었기에 딱히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저 데리오의 혼잣말 덕분에 떠들썩하다 한 순간에 조용해진 방 안이 어색할 뿐이었다. 잠시 눈을 깜박이던 츠가루는 곧 자신의 창을 켜 데리오가 간 곳을 검색해 보고는, 그 곳이 사이케의 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그를 쫓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이건 자신이 잘못한 것이었고, 사이케에게 사과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마음을 먹은 츠가루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잔뜩 삐져버린 사이케에게 어떻게 말을 꺼낼지 생각만 해도 앞이 깜깜했지만, 그래도 분명 사과하면 그가 받아줄 것이라 믿고 츠가루는 전송을 시작했다.

**

빠르게 사이케의 위치를 스캔하여 그가 있을 곳으로 이동해 온 데리오가 눈을 뜨기도 전에 느껴지는 은은한 향기에 고개를 갸웃, 했다. 사이케가 있는 방은 몇 번 들른 적 있었지만, 그가 있는 곳은 절대로 이러한 향기가 나지 않았다. 달콤한 냄새가 주로 났는데, 그것은 자신도 좋아하는 종류였기에 장난감만 가득한 사이케의 방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여기는 분명 사이케의 방이 아니었다. 익숙한 향기. 눈을 뜬 데리오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정원에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히비야의 방이었다. 아마 사이케가 이쪽으로 온 것이겠지. 은은한 홍차향기를 맡으며 데리오는 천천히 정원을 걷기 시작했다. 사이케의 하얗고 핑크한 코트라면 어디서든 눈에 띌 것임이 분명했다. 게다가 그는 자신과 같은 사이키델릭이 아니던가. 그리고, 곧 사이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딱 보기에도 어려워 보이는 두꺼운 책을 읽고 있는 히비야의 맞은편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앉아서, 케이크를 포크로 쿡쿡 쑤시고 있는 모양이 사이케쪽도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데리오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일부러 발소리를 숨기지 않고 내자 그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쏟아졌지만, 데리오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사이케! 네가 애야!? 형이면 형답게 굴란 말이야!”

하지만하지만! 츠가루가 내 인형을! 내 인형으을!!”

징징거리지 마 ! 사이케의 울음 섞인 외침에 데리오가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조용한 방 안에 두 남자의 빽빽거리는 외침이 가득 떠돌았지만 히비야는 그들에게 시선하나 주지 않았다. 저 둘이 싸우는 건 일상다반사였고, 항상 싸우지만 형제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서로를 아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 분전 사이케가 울면서 자신의 방으로 쳐들어와 자신의 앞에 앉아 츠가루가 자신의 인형을 망가뜨렸는데 소리를 질러버렸다고 조잘조잘 얘기를 늘어놓았었다.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이 츠가루에게 그렇게 해버려서 그가 화가 났을까 무섭다는 내용이었는데, 가서 사과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하고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말해주자 사이케는 금세 시무룩해져 버렸다. 만약 그것이 됐다면 이렇게 자신에게 조잘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히비야는 딱히 시무룩해진 사이케를 달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고, 책의 뒷내용이 궁금했기에 그것을 읽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이 책을 다 읽을 때 까지 사이케가 기운을 내지 못하면 도와줄 생각이었지만, 데리오의 등장이 좀 더 빨랐다. 저렇게 데리오와 투닥이다 보면 자연히 기분이 나아질 것이 분명했기에 히비야가 끼어들지 않았던 것이다. 어짜피 저 둘이 놀러오지 않으면 아무도 없는 이 방은 조용하기에, 가끔 이렇게 떠들썩한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바보냐! 인형 같은 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잖아!”

몰라! 그건 소중한 사람한테 받은 거란 말이야!”

둘의 끝도 없는 논쟁 -그저 소리 지르는 것이지만-을 보고 있던 히비야가 결국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인지 읽고 있던 책을 탁, 소리 나게 덮고, 일단 시비를 걸기 위해 온 데리오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꺼내려 그를 바라본 순간, 히비야의 시선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걸렸다. 데리오의 옷은, 비록 약간의 핑크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얀색이었는데, 그의 너머에 무언가 다른 색이 끼어있었다. 그것에 의구심을 느낀 히비야가 눈을 깜박이며 데리오의 뒤를 보았고, 히비야가 책을 덮는 소리에 잠시 그의 쪽으로 신경을 쏟던 두 어린이는 그가 자신들의 쪽이 아닌 뒤를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여섯 개의 눈이 향한 곳에는, 츠가루가 서 있었다. 데리오 혼자만 온 줄 알았는데 갑자기 츠가루까지 자신의 앞에 나타남에 사이케는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에, , 하는 짧은 소리를 내었다. 츠가루는 자신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이케와 데리오를 번갈아 보더니 눈을 잠시 감았다. 그의 뒤에서 알 수 없는 오오라가 짙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에 두 어린아이는 영문도 모르고 츠가루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있단 말이죠."

뜬금없이 츠가루가 낮게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아무리 온화한 츠가루라고 할지라도 본판은 시즈오였기에 목소리를 내리까니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워졌다. 그의 말에 사이케와 데리오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했다. 사이케는 자신이 무언가 말실수를 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움찔거린 것이었지만, 데리오는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겁을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사실상 데리오가 겁을 먹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굳이 따지자면 사이케의 옆이라 츠가루의 화가 영향을 미치는 범위 안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 리가 없는 데리오는 그저 왜 자신이 이런 상황에 놓여야 하는 것인지 (데리오의 기준에서) 가장 만만한 사이케에게 윽박이라도 지르며 물어보고 싶은 기분이었다. 감고 있던 츠가루의 눈이 천천히 뜨여졌고,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츠가루의 날카롭게 깎인 눈동자가 드러났다. 언제나 고요하던 푸른 눈동자가 날이 선 칼로 자른 듯 세워지자, 분명 시즈오와, 그리고 자신과 같은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무서워 보이는 것이 데리오는 너무 억울하여 울고 싶어졌다.

알았어요.”

츠가루의 말은 고드름같이 얼어서 뚝뚝 떨어졌다. 말을 마치자마자 츠가루는 몸을 획 돌려 걸어 나갔고, 하오리의 푸른 잔상이 눈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이동해버렸다. 깜짝 놀란 사이케가 그를 잡으려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손을 뻗었지만, 그의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으아앙, 하고 일부러 낸 듯한 울음소리를 지른 사이케가 발을 동동 구르며 몸을 이동시켰고, 그것을 보고 있던 데리오도 그들을 따르기 위해 발을 옮겼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를 붙잡는 손길만 없었어도 그것은 실현되었을 것이다. 갑자기 자신의 손목을 누군가가 붙잡는 바람에 무게중심이 뒤로 쏠린 데리오가 뒤로 휘청, 하는 동시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손목에 보드랍게 닿아오는 면의 느낌은 분명 히비야였고, 역시나 그 생각은 맞았다. 쫓아갈 필요 없습니다. 조용히 말을 건내며 히비야는 호박색 눈동자를 살짝 휘어 웃었다. 그의 예쁜 웃음에 데리오는 순간 덜컹, 해버린 심장을 부여잡고 간신히 그의 손길을 뿌리치며 얌전히 방금까지 사이케가 앉아있던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 그런가. 그의 말이 붉어서 히비야는 작게 웃었다.

츠가루는 바깥으로 나간 것이니, 육비나 이자야 님께서 어떻게는 해주겠지요.”

히비야의 점잖은 말에 데리오는 짧게 답하며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모은 채로 시선을 아래로 깔아 사이케가 잔뜩 헤집어 놓은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더 이상 케이크라고 칭할 수 없게 되어버린 물체를 복구시켜 원상태로 만든 데리오가 그제서 무언가를 깨닫고는 아, 했다. , 하고 고개를 든 데리오의 시선이, 그의 행동을 조용히 바라보던 히비야와 마주쳤다. 데리오가 깨달은 것을 히비야 역시 알았는지 눈동자가 조금 동그랬다. 그 둘은, 정말 바보같은 싸움을 하고 있었다.

**

" 그거, 복구하면 되잖아."

그리고, 그것을 츠가루가 알아 챈 것은 조금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홧김에 밖으로 나와버린 츠가루가 허공을 향해 혼자 투덜댔고, 갑자기 옆에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고,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자신의 옆 책상에서 자신에게 시선 하나 주지 않은 채로 노트북에 열중하고 있는 육비를 발견했다. 상대가 누구가 되었건 지금 자신은 무척이나 답답한 상태였고, 털어놓을 상대가 필요했기에 츠가루는 따각따각 화난 발걸음을 숨기지 않으며 그에게 다가가 자신의 심정을 얘기했다. 일하고 있는 노트북에 집중하면서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육비가 처음으로 꺼낸 말은 저것이었다. 지금까지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부분을, 자신의 말을 듣자마자 아무렇지도 않게 찔러오는 육비의 말에 츠가루는 아, 하고 바보 같은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처음에 그렇게 되자마자 복구를 하면 됐을 텐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데리오, 그리고 화가 나면 주체를 못하는 시즈오와는 달리 힘으로 실수를 하여 물건을 부수는 일이 별로 없었던 츠가루는 복구라는 기능 자체를 거의 쓰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것이 필요한 순간에 떠올리지 못했던 것이었다. 사이케로서도, 안의 물건들을 부술 정도로 큰 힘을 쓰지 않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자신들이 방금 한 싸움은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는 뜻이라서, 츠가루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와 손을 들어 미간을 꾹꾹 눌렀다.

그러나 자신이 이쪽으로 온 것은 다른 이유였다. 자신이 사이케를 피해서 이쪽으로 온 것은 그것이 아니었으니, 그건 그거였고 이건 이거다. 사이케가 분명 누군가 소중한 사람에게 받은 것이라고 했었다. 자신은 사이케에게 곰 인형을 준 적이 없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받은 것이라는 건데, 츠가루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당연하게도 그와 사귀고 있는 사이케였기에, 사이케도 그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순간 그의 옆에 있는 데리오가 준 것일까? 하고 생각을 했지만 아무리 데리오라고 할지라도 사이케의 가장 소중한 사람의 자리에 그가 위치하여 있다면 그를 질투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딱히 사이케가 자신만을 바라보고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렇지 않는다면 상처받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츠가루는 낑낑대는 강아지 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리듯 육비에게 말을 걸었다. 육비는 여전히 그를 신경도 쓰지 않을 채 노트북만 바라보고 있었다.

사이케에게도 소중한 사람이 있을 텐데.. 제가 경솔했던 것 같아요.”

츠가루는 감정에 복받쳐 사이케에게 화를 내고 만 자신이 바보 같았기에, 자신의 경솔했던 행동을 탓하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한순간 어색해져버린 방 안에는 육비의 타자 소리만이 울렸다. 그리고 그것이 멎는 순간, 육비의 것으로 추정되는 한숨소리가 터져나와 츠가루는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자신의 쪽으로 고개를 돌린 육비의 붉은 눈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자야와 같지만, 그것이 자아내는 분위기만은 그것과 달랐기에 츠가루는 그를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 바보같이 여기서 침울해 하지마, 하고 차갑게 내뱉은 육비가 천천히 일어나 츠가루에게 다가왔다.

까지 쓰다가 육비츠가가 될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을 못대겠어요...ㅜ.ㅜ

으아아앙, 츠가루 밉다고 해서 미안해! 사이케는 츠가루가 너무너무 좋은걸!"

이자야도 정말정말 좋아하지만, 츠가루도 정말정말 이~~~따만큼 좋아!”

이케이케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원고였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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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