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4. 02:29

- 사카타 긴파치x헤이와지마 시즈오



 

 

" 아저씨. …이봐, 아저씨."

 

 

 곤히 자고 있는 아저씨를 깨우는 건 대체 누구야? 하며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긴파치가 눈을 떴을 때에는 세상이 뒤집혀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눈을 깜빡이고 있자 그제야 머리로 피가 몰려 자신이 거꾸로 있던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눈앞에 모래가 있는 것으로 보아 놀이터 같은 곳이고, 등에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그네에 몸을 맞기고 뒤집혀 잔 것 같은데, 설상가상으로 지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창피한 일이! 제정신이 아닐 때까지 술을 퍼붓고는 길가에서, 그것도 그네에 거꾸로 매달려 자고 있었던 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보이다니! 긴파치는 지끈거리는 머리가 더욱 더 아파오는 것을 느끼면서 최대한 침착하게 몸을 일으켰다. 눈앞에서는 자신보다 한참 더 클 것 같은 남자가 교복을 입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하, 하하, 하하하, 하, 거, 고, 고맙구먼, 학생! 그, 그, 그럼 갈 길 가렴!"

 

 

 긴파치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건내며 침착하게 코 밑을 손가락으로 훑고, 침착하게 발을 내딛다가 침착하게 균형을 잡지 못하고 침착하게 바닥으로 처박혔다. 얼굴로 다시금 피가 몰렸다. 창피함에 얼굴조차 들 수 없어서 긴파치는 이 자리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생각할 지경이었다.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자신 때문인지 학생은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긴파치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 아저씨…. 일단은 일어나라고."

 

 

 학생은 주저 없이 긴파치의 팔을 잡았다. 일으키려 하는 것 같아서, 긴파치는 차라리 여기서 얼굴을 가리고 일단 학생부터 가달라고 말을 하기 위해서 일어나지 않기 위해 몸에 힘을 주었지만, 번쩍, 하고 들어 올려지고 말았다. …엉? 말 그대로 번쩍, 하고 들어 올려 진 것이다. 무려 땅에 발조차 닿지 않아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들어 올린 학생을 바라보자, 성인 남자 한 명을 들어 올렸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태연한 얼굴의 학생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악한 얼굴로 멍하게 학생의 얼굴을 바라보자, 학생은 또다시 태연하게 자신을 내려놓았다. 바닥에 닿은 발에 간신히 체중을 싣고 그를 바라보자 노란머리의 학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손을 털고는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닌가. 긴파치는 밀려오는 혼란에 다급하게 학생의 옷을 잡았다. 물음표를 띄운 학생의 표정이 자신에게 마주대해 졌을 때에는, 긴파치는 대체 자신이 왜 그를 붙잡은 것인지 순간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 아니야, 일단 침착하게! 침착하게!

 

 

" ……지금 몇 시야?"

 

 

 으아아아 어디가 침착하다는 거야!! 긴파치는 다시 한 번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혼자 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고 있는 긴파치와는 다르게 학생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덤덤한 목소리로 1시입니다, 하고 말했다. 긴파치는 생각보다 훨씬 낮은 목소리에 한 번 놀라고 지금이 1시라는 말에 한 번 더 놀랐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이 학생이었기에 등교시간이려니,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것만 이미 한참을 지나있었다니!! 완전 지각이잖아! 애초에 이렇게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힘도 무지막지하게 세고 상처투성이인 학생이 제 시간에 학교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잘못 된 거였어!! 타임머신!! 타임머신이 필요해!! 이왕이면 어젯밤 술집에 들어가기 전으로! 얼레, 거기서 본 예쁜 언니는 괜찮았는데? 이게 아니라!

 

 

" 점심시간 아니야? 밖에 있어도 돼?"

 

 

 출근 시간은 이미 한참은 넘었고, 이렇게 된거 결근이나 하자고 생각하며 긴파치는 일단 침착하게 학생에 대한 것을 물었다. 교복을 보아하니 라이진 고등학교 같고…. 교복을 보느라 밑으로 내려간 시선을 위로 올리자, 무엇이 잘못 된 것이었는지 혈관이 튀어나와 무려 빠직, 하는 마크를 그리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빠직, 하고 학생이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이 부셔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뭐가 잘못 된 거지!? 폭탄? 시한폭탄인가!?!! 오늘의 긴상은 침착하면 안됬던 거야!?

 

 

" ……자식이…."

 

" 엉?"

 

" 빌어먹을 벼룩 자식이……!!!"

 

 

 잘못했습니다!!!! 결국 학생은 휴대폰을 부러뜨리고 말았다. 손에서 튀어나가는 휴대폰의 부품이 1분 후의 자신의 척추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긴파치는 처음 본 학생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잘못했다고 빌어야겠다고 생각 할 만큼 무서웠다. 일단 화가 난 것 같은 학생을 진정 시켜야 한다! 이건 분명 미션 임파시블보다 어려운 일 일거야!

 

 

" 이, 이, 일단은!! 하, 학생 이름이 뭐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 해주면 들어줄 수 있는데!! 일단 난 선생이니까! 진정하고!!"

 

 

 주제를 살짝 돌리자 금방 학생은 조용해졌다. 다행히도 끓는점은 낮아도 금방 식는 모양이었다. 놀란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최대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자-하지만 입꼬리가 덜덜 떨렸다- 자신을 바라본 학생이 지었던 인상을 풀고는 옆에 있던 그네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신을 간신히 진정시켰어. 난 세상을 구한거야. 긴파치는 냉큼 그 옆에 앉아 그의 말을 경청하기로 했다.

 

 

" 헤이와지마 시즈오, 요. 밖에 있는 건…, 빌어먹을 벼룩 놈이 자고 있는 저를 건들여서……!"

 

" 으아아아!! 진정, 진정해!! 그, 벼룩이라는 애는 생각하지 말고!!"

 

 

 뿌드득, 하고 다시금 시즈오라는 학생 손에 들려있던 휴대폰이 신음했다. 이제는 정말로 명을 다한 것 같은 휴대폰에게 애도를 하고 긴파치는 또다시 학생을 진정시키기 위해 진땀을 빼었다. 끓는점은 낮아도 자신이 선생이라고 하자 말을 높이는 것을 보면 분명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닐 것이라고 긴파치는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

 

 

" 그 학생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만나서 왜 그랬는지 묻는 게 좋지 않을까?"

 

" 그리고 죽이면 되겠군요."

 

" 그, 그게 아니라!! 물어보고 해결방법을!!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 …이유가 없으면 죽여도 된 다는 거겠죠. 아아…. 역시 그렇군. 감사합니다, 선생님."

 

 

 으아아아!!!! 고맙다는 소리까지 들어버렸어!! 무엇을 그렇게 잘 납득 한 것인지 고개까지 끄덕이던 시즈오는 벌떡 일어나서는 자신에게 인사를 하고는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언제 또 폭발할지 모르는 마신을 불러 세울만큼의 배짱은 없었기에 긴파치는 그냥 얌전히 있기로 했다. …이 아저씨는 아무런 책임이 없어요. 다시 지끈지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이대로 집으로 가버릴까, 하고 생각을 하고 있던 긴파치의 뒤로 갑자기 미성의 목소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 싫다아. 시즈를 괴롭히는 데에 이유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사카타 긴파치 선생님."

 

 

 하면서, 자신을 흘끗 바라보고는 아까 시즈오가 간 쪽으로 폴짝폴짝 뛰어가는 까만 머리의 학생. 리폼 한 듯 보이지만 분명 저 교복도 라이진의 것이었다. 어라, 내가 저 학생을 알고 있던가? 어떻게 내 이름을…. 하고 생각해봐도 긴파치는 정말 본 적이 없는 학생이었기에 어떻게 된 건지 모를 노릇이었다. 어쩐지 저 학생이 그 '벼룩'일 것이라고 막연히 드는 생각을 머리를 가로저어 날려버렸다. 라이진네 선생님. 미안합니다, 명복을 빕니다.

…오늘은 정말 집에 가서 잠이나 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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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