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25. 17:13

ts아카시- 세이카 ts미도리마- 신쿠 입니다.

 

 

 

 

" 계속 그렇게 피할꺼야?"

 

 부활동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던 미도리마의 뒤에서 뜬금없이 들려온 말의 내용이었다. 조용하던 탈의실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잠시 놀란 듯 하던 미도리마는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 애초에 둘이 있을 때 부터 그녀가 언젠간 이 이야기를 꺼낼 것은 알고있었다. 그녀와 함께 있지 않기위해 노력을 했지만 같은 부활동을 하는 이상 마주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블라우스의 단추를 채우던 미도리마의 손길이 빨라졌다. 아무런 대답없는 미도리마의 뒤에서 아카시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미도리마는 뒤를 돌아 아카시와 곧게 시선을 마주했다. 그날 이후로 처음으로 마주쳐보는 눈이었다.

 

 나, 라쿠잔에 갈꺼야.

바람에 실려오는 목소리였다.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미도리마와는 다르게 아카시는 매우 평온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열린창문 사이로 불어온 바람에 아카시의 긴 머리가 흔들렸다. 예쁘게 웃고 있는 그녀는 창 밖의 노을과 동화된 듯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을 말하는 것 같은 말투 안에 들어있던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엄청난 통보였다. 시간은 어느새 3학년 말이었다. 학교는 고등학교 진학으로 떠들썩했다. 제일 주목받았던 것은 역시 전교권인 아카시와 미도리마의 진학이었고, 미도리마가 명문고 슈토쿠에 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아카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미도리마는 그녀가 자신과 같은 학교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카시와 사귀기 시작한지 1년, 함께 있고 싶은 것은 같은 마음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갑자기 선언된 이별통보에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슈토쿠와 라쿠잔. 가깝지 않은 거리에 있기에 거의 만날 수도 없을 것이었다. 만나지 못해도 아카시는 괜찮은 것인가, 까지 생각이 미친 미도리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마주쳐보는 아카시의 눈은 그 때와 마찬가지로 살짝 웃고있었다. 이대로 헤어져도 괜찮냐고, 더이상 우리는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냐고, 묻고싶은 말은 수없이 많았지만 미도리마는 차라리 입을 다물었다. 아카시의 생각은 언제나 읽을 수 없어서, 미도리마가 무서워하는 부분 중 하나였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차 물을 수 없는 관계가 그녀와 자신의 관계였다. 사귀는 사이라는 표현은 두루뭉실했다. 미도리마가 불안해 하는 것도 당연했다. 미도리마는 차마 그녀의 눈을 계속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고개를 숙여버렸다. 숙여진 미도리마의 시선에 아카시의 단화가 흐릿하게 보였다. 아카시가 미도리마의 볼을 향해 손을 뻗어서 그녀의 고개를 손수 올려주지 않았더라면 아랫 속눈썹 끝에 매달려있던 눈물은 이미 흘려내렸을 터였다.

 

" 뭐가 그렇게 불안해?"

" …아카시. 나는…,"

 

 고작 고등학교만 헤어지는거야. 아카시의 목소리는 언제나와 같이 평온했다. 고작이, 아니라는 것이야. 목까지 차오르는 대답을 애써 누르고 미도리마는 눈물이 터져나오지 않도록 눈을 크게 깜빡였다. 언제나 같이 있던 사람과 헤어진다는 느낌은 결코 익숙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어린 소녀의 감성에 더 슬프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했다. 미도리마는 손을 내려 자신의 치마를 그러쥐었다. 그렇게라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터져나와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리라. 나, 나는, 하고 운을 뗀 미도리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 응, 미도리마."

" 모, 모르겠다는 것이야.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살짝 가웃겨려지는 아카시의 고개를 보자 미도리마는 애써 눌러놓았던 무언가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한 번 말로 표현하기 시작한 감정은 그동안 품어놓았던 것들을 멋대로 빠져나오게 했다. 미도리마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단지 축축하게 젖어오는 뺨 때문에 울고있구나, 같은 것만 느껴질 뿐이었다.

 

" 너는 항상 그런것이야. 항상 멋대로 상대를 주물러놓고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상대방의 생각은 해본적이 있어? 나는 언제나 그런 너가,"

 

 미도리마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것만 아카시는 미도리마의 뒤로 손을 뻗어 미도리마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캐비넷의 안에 놔둔 그 날의 행운의 아이템을 집었다. 그것은 결코 장난스레 집고 놀 수 있을 만큼 안전한 물건이 아니었기에 놀란 미도리마가 그것을 빼앗으려 손을 움직이려했고, 아카시는 그녀가 자신에게 손을 뻗기도 전에 그것을 잡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칼을 한데 움켜쥐었다. 사건은 한순간이었다.

시원하게 잘리는 소리와 함께 아카시의 머리카락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아카시의 움직임에 따라 휘날리는 머리칼이 하늘하늘 바닥으로 떨어졌다. 미도리마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난데없이 자신의 앞에서 지금까지 기르고 있던 머리칼을 잘라버리는 행동을 보았으니 놀라는 것이 당연했다. 공기중에서 흩날리는 아카시의 빨간 머리카락의 가운데에서 그녀는 웃고있었다. 예쁘게 호를 그리며 휘어진 아카시의 입술은 반짝반짝했다. 마지막 한 올이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그녀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미도리마였다.

 

" …이, 이게 무슨짓이냐는거다! 가, 갑자기 머리를 자르다니..!"

 

 허둥지둥 아카시의 머리칼의 끝에 손을 대는 미도리마를 보며 아카시는 여전히 웃고있었다. 가위의 날에 따라 엉망으로 잘려진 머리칼이 삐죽삐죽하게 손 끝에 닿았다. 너무나도 놀라버린 탓에 방금까지 흐르던 눈물은 이미 말라버린지 오래였다. 머리칼의 상태를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온 미도리마의 팔에 아카시의 숨결이 느껴졌다. 순간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미도리마는 문득 부끄러워져 몸을 굳혔고, 곧 아카시의 손이 미도리마를 향해 다가왔다. 조심스럽게 미도리마의 뺨을 어루만지는 아카시의 손길은 부드러웠다. 또, 이 느낌이었다. 분명 또 자신이 상처를 받을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도리마는 잠자코 그의 손길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아카시의 말은 거부할 수 없는 언령에 가까웠다.

 

"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약속해. 졸업해도 나는 너를 다시 만나러 올꺼야."

" 아카시……."

" 고등학교를 들어가면 우린 분명 중학교 때와는 달라질꺼야. 머리스타일도, 취향도 달라지겠지. 그래서 그게 뭐가 문제야? 다시 만날 수 있고,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으면 된거잖아? 설마 내가 고작 고등학교가 달라졌다고 널 놔줄 것 같아?"

 

 조심스레 자신의 어깨에 손을 감고 힘을 주는 아카시의 손길에 따라서 미도리마는 잠자코 고개를 숙였다. 키스할 듯 가까워지는 얼굴 사이에서 미도리마는 그냥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어버리기로 했다. 될대로 되라 싶었다. 위에서 내려온 머리칼이 아카시의 목덜미를 간지렵혀 아카시는 작게 웃었다.

 

" 좋아해, 신쿠. 그러니까 놔주지 않아."

 

 내가 바라던 것이라는 거야. …세이카.

 

 

 

 

 

 

 

 

제 적녹은 이런 느낌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 세이카 이런?
미도리마는 분명 또 다시 상처받고 혼자 끙끙댈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카시라면 그냥 넘겨버리겠죠
사실 그냥 소녀스러운 감성이 폭발하는 신쨩을 쓰고싶었습니다만
어쩌다보니 제 해석의 적녹까지 들어가버렸네요
미도리마의 행복은 어디갔는가...
내용이 너무 두서없어서 부끄럽다 티스토리에만 올리고 끝내야지 어휴
쓰고싶던 백합의 느낌은 어디로갔는가...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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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