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5. 23:27

- whiteberry의 나1츠2마츠리 라는 곡의 가사를 보자마자 오사무의 생각이 났습니다. (숫자는 검색 방지용)







 나에게 새 유카타를 입혀주시던 마마가 울고 있었다. 옷장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곱게 다려진 새 옷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눈물의 의미를 묻지 않았다. 괜히 눈물이 많은 그녀에게 다시금 슬픈 기분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몇 번이나 빳빳하게 서있는 옷깃을 매만져주고, 애절한 손길로 오비를 몇 번이나 정리해주며 웃는 그녀의 뺨에 한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을 모르는 척 하느라 애써 시선을 그녀의 손끝으로 내렸다. 잘 어울리는 구나, 켄. 울음 섞인 목소리에 괜히 목이 메였다.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입 꼬리를 올려 웃는다. 자신의 체형보다 조금 큰 옷. 그럼에도 그녀는 기쁜 듯이 울면서 웃고 있었다.


 오사무가 키가 많이 컸구나. 자신이 유치원에 다니던 때, 형의 옷맵시를 만져주던 마마께서 기뻐하며 말했었다. 발목 위로 올라오는 유카타가 어색한지 형이 볼을 조금 긁적였다. 초등학교에 올라간 형은 키가 자신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형의 키가 클수록 점점 그가 자신에게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리는 것 같아 켄은 몇 번이나 그의 옆에서 발끝으로 서서 키를 재보고는 했다. 형보다 크고 싶어서 우유도 남기지 않고 마셨지만 격차는 좁혀지지 않아 입술을 삐죽이던 어린 나날. 형이 커져서 못 입게 된 옷을 또다시 물려 입는 것이 싫다는 어린 생각을 하며 울상을 짓던 어린 나날이 있었다.


 짧은 유카타를 입은 형과 형의 유카타를 입은 자신이 손을 꼬옥 붙잡고 마지막으로 갔던 여름 축제는,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이후로 형은 여름 축제를 편안하게 즐긴 적이 없었다. 아직 어린 자신은 몇 번이나 함께 하자고 손을 이끌었지만 형은 그런 자신의 손을 거칠게 쳐내곤 했다. 3학년, 형제 자매와 함께 여름 축제를 즐기러 간다는 반 친구들의 말에 마마를 졸라 간신히 허락을 얻어냈을 때엔 이미 축제 시즌이 끝난 후였다. 그러고 보니 오사무의 유카타가 짧았지, 하고 생각난 듯이 중얼거린 그녀는 그 후 분명 새 유카타를 샀을 것이다. 그대로 아무에게도 입혀지지 못한 채로 옷장 깊숙한 곳에 들어가게 되었겠지만.

 

그래, 그렇게 형은 12번째의 여름을 맞이하지도 못한 채로 그렇게도 짧은 생을 끝마쳤더라.

 


 자신의 마지막 여름 축제는 한낮이었다. 형은 사방으로 흩어져있는 길거리 상점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앞으로 쭉쭉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함께 축제에 가면 안 되냐고 손을 뻗고 싶었지만, 몇 번이나 거칠게 거절당했기 때문에 자신은 차마 그의 손끝에조차 닿지 못하고 있었다. 얼얼한 손등과 깜짝 놀라 주저앉은 자신. 두꺼운 안경알 속에 잔뜩 화난 얼굴을 하고 자신을 내려다보던 형의 모습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형의 뒤를 밟았지만 그는 여전히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자신을 데려다주기 위하여 학원에 가는 방향이 아닌 쪽으로 오게 된 형은 조금 화가 나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형의 화를 풀어줄 수 있을까, 하며 조금 눈치를 살피던 자신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가, 동그랗게 잡히는 것에 방긋 웃었다.



“ 형아야, 선물!”



 자신이 잠시 길을 벗어난 것도 모른 채로 앞으로 나아가던 형의 걸음이 멈칫했다. 아직 제대로 개점도 하지 않은 가게에 달려 갔다 오느라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형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자신의 손에 쥐어져있던 사과 사탕을 한 번, 자신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던 형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기에 잠시 자신은 실수를 한 것인지 고민을 했어야만 했다. 사과 사탕이 아니라 초코 바나나를 사왔어야 했나, 아니면 형은 이제 여름 축제가 싫어진 것일까, 를 고민하는 사이에 자신을 내려다보던 형의 얼굴이 자신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사각, 하고 사과가 깨물리는 소리가 들렸다.



“ 나머지는 너 먹어.”



 짧게 중얼거리며 앞서나가는 형의 발걸음이 빨랐다. 아직 학원 시간까지는 한참 남아있었지만 어딘가 급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자신은 따라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입밖에 먹어주지 않았지만, 그가 화내지 않고 자신의 선물을 받아줬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잇자국이 나있는 사과의 옆을 깨물자 옅은 캐러멜 향과 상큼한 사과맛이 느껴졌다. 달달했다. 그것이 아마, 그의 마지막 축제 기억이겠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집 밖으로 나설 때엔 붉은 눈가를 하고도 자신을 향해 기쁜 듯이 웃어주고 있는 마마의 얼굴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형의 옷은 자신에게 약간 컸지만,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자신에게 작아질 즈음엔 아마 자신은 형보다 커져 있겠지. 형보다 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형은 필연적으로 자신보다 작을 수밖에 없었다. 웃고 있는 마마가 누구를 보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처음으로 형의 옷을 물려 입은 것이 기뻤다.


 형은 아마 입을 수 없던 이 유카타를 입고 여유롭게 여름 축제를 즐기고 싶을 것이다. 여유롭게 자신과 사과 사탕도 먹고, 초코 바나나도 먹고, 금붕어 낚시도 하고, 풀밭에 누워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처럼 자유롭게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싶었겠지. 다이스케들과 함께 올려다 본 밤하늘에 수놓아진 이 불꽃을 학원이 끝나고 돌아오던 형은 보고 있었을까. 함께 여름 축제를 즐기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리워하고 있었을까. 그 때 꼬옥 맞잡은 손의 온기를 느끼며 조금쯤은 웃었을까.

 

 형이 있던 여름은 먼 꿈의 속.

 

 하늘로 사라져 버린 위로 쏘아진 불꽃.

 

Posted by 하리쿠
2016. 1. 1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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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10. 22:49

- 손풀이 낙서'~'









 어울려, 이치죠우지 군. 입술을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는 타케루의 목소리에 켄은 조금 시선을 내렸다. 이물질이 묻은 것 같은 입술에 위화감이 있다. 음식물이 묻은 것 같기도, 아니면 무언가 더러운 것이 묻은 것 같기도 한 이상한 기분에 혀로 핥거나 무언가에 닦아내고 싶은 것을 꾸욱 눌러 참았다. 탁, 하고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은 타케루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바닥에 놓인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립스틱을 한 번 바라보고 다시 시선을 돌렸다. 저 안에 들어있던 화장품은 색이 붉었다. 붉은 색에도 여러 가지 다양성이 있었던 것 같았지만 여자들의 화장품에 쓰이는 종류까지는 켄은 알지 못했다. 타카이시 군의 어머니 것이라고 했나. 언뜻 지나가다 마주친 적이 있는 그의 어머니의 기억나지 않는 입술을 조금 떠올려볼 뿐이었다. 이런 불편한 것을 여자들은 왜 바르고 다니는 것인지는 아직 어린 켄이 이해하기엔 어려웠다.


 켄의 입술을 어루만지던 타케루가 조금 힘을 주어 꾸욱 눌렀다. 손가락이 더러워질 텐데, 하는 짧은 걱정이 지나갔지만 켄은 굳이 입술을 열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입술을 누르던 손가락이 입술의 선을 따라 움직이더니 결국 벗어나는 것이다. 입술에 묻어있던 붉은 것들이 번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하는 행위의 이유를 알 수 없어 얌전히 입을 다물고 눈을 맞추자 얼굴이 다가오는 것이다. 이것의 이유는 알 수 있었기에 켄은 타케루를 바라보고 있던 눈을 감았다.


 손끝으로 쓰다듬어지던 입술에 다른 것이 닿았다. 혀가 침투하기 쉽도록 입을 벌리면 체중이 가득 실어진 손바닥이 어깨에 닿는다. 힘을 주어 내리누르는 것에 굳이 저항하고 싶지 않아 몸을 뒤로 넘기자 등에 닿아온 침대 매트릭스가 넘실거렸다. 천천히 켄의 몸 위로 올라오는 타케루의 고개가 비틀어진다. 가득 막혀진 입 안으로 넘어오는 숨이 뜨겁다. 코로 들이쉬는 숨으론 충분치 않아 헐떡이며 타케루의 어깨를 꽈악 잡자 웃옷 안으로 급하게 손이 들어왔다. 달아오르는 몸을 가누기 어려워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를 그가 들어오기 쉽도록 간신히 조금 벌리자 입 안을 가득 메운 타액이 넘쳤다.



“ 타, 카이시….”



 입이 열려있는 채론 숨을 쉬는 것도, 입 안에서 흘러넘치는 타액을 삼키는 것도 버겁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어깨를 누르려 애썼지만 아무런 외력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셔츠를 끌어올리며 올라오는 손에 저도 모르게 달콤해지는 숨이 뇌까지 닿아 어지럽다고 생각한 순간, 타케루의 몸이 흠칫, 떨리더니 멀어졌다. 단번에 식어가는 공기가 어리둥절해 켄은 눈을 끔뻑거렸다.



“ …맛없어.”



 인상을 찌푸린 타케루가 혀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붉은 혀끝에 더 붉은 무언가가 묻어있다. 키스하다가 입술에 혀가 닿은 모양이었다. 급하게 키스하며 자신을 넘어뜨린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아이로 돌아간 얼굴에 켄은 조금 웃었다. 흘끗 바라본 타케루의 입술이 자신의 그것과 동일하게 붉었다. 이리저리 키스하는 동안 번졌지만 평소보다 붉은 입술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손으로 혀에 묻은 립스틱을 닦아내는 타케루의 움직이는 붉은 입술선이 선명하다. 번진 붉은 자국들조차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아, 이제야 타케루가 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눈앞에서 살랑거리는 붉은 입술의 맛을 알고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키스하고 싶다.


 단숨에 몸을 세워 입술을 집어삼키자 조금 놀란 것 같던 타케루도 조금 웃으며 입을 열어주었다. 혀에 닿아오는 그의 입술은 그의 말대로 맛이 없다. 그럼에도 입술을 떼고 싶지 않아서, 솔직하게 위험한 기분이었다. 

Posted by 하리쿠
2015. 12. 26. 02:13

- 딱히 전 내용과 이어지지는 않지만 설정은 공유하고 있습니다.

- 백합주의 약간 수위 주의~







 네가 누워있는 모양에 따라 주름이 가있는 침대 시트는 먼지 하나 없이 새하얗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쓸 것에 조금의 더러움이라도 있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에 당연했다. 스프링에 따라 출렁이는 침대에 몸을 맡기고 고개 하나 들지 못한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켄은 입술을 부드럽게 휘어 웃었다. 얇은 천에 의해 입이 막혀있는 그녀가 웃음 하나 짓지 못하고 몸을 조금 떨었다. 네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천을 제거하면 분명 자신이 듣고 싶지 않은 말을 할 것이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자신에게 꽂혀있는 시선에 물기가 가득하다.



“ 다이스케….”



 작게 중얼거리며 손을 뻗으면 도망가려는 듯이 몸을 조금 뒤로 내뺀다. 묶여있는 팔과 다리로는 그것에 한계가 있을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이스케는 한가득 맺혀있는 눈물을 또르륵 흘려보내며 바들바들 떠는 것이다. 다이스케의 짧은 스커트 밑으로 길게 뻗어있는 허벅지 위에 살짝 올라타 그녀를 내려다보면 무언가 말하고 싶다는 듯이 입술 사이에 있는 천을 짓씹으며 고개를 젓는 그녀가 예쁘다. 옆으로 쏟아진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켄은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잔뜩 젖은 눈가에 그녀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방금 덧바른 붉은 입술이 비쳐보였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너는 이렇게나 예쁘고 아름다운데, 너를 위해 쓸데없는 단장을 하는 자신의 모습은 한없이 추악하다.


 툭, 하고 다이스케가 앙 문 입술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색이 옅은 입술에 곧 붉은색 핏기가 돌기 시작한다. 예쁜 몸에 상처 내지 말아줘. 옆 서랍 뒤에 올려져있는 립밤을 발라주기 위해 집어 올리니 시선이 따라온다. 힘을 주어 연 립밤에서는 장미향이 났다. 쭉 써오던 것이었지만 향을 맡은 것은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바를 때에는 자신의 추악함에 사라져버린 향기도 다이스케가 바를 때엔 그 향을 뽐내는구나. 어쩐지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새끼손가락 끝을 살짝 굳어있는 립밤 위에 올리고 부드럽게 굴린다. 체온에 조금씩 녹아가는 분홍색의 립밤이 손가락의 표면에 진득하게 묻어나왔다. 립밤을 서랍의 위에 달각, 하고 올려놓고 켄은 다이스케를 향해 몸을 내렸다. 흐트러진 교복의 옆에 체중지지를 위해 놓여진 손과 그 옆의 겁에 질린 표정을 한 다이스케. 그리고 그 위로 쏟아지는 자신의 그림자가 어쩐지 조금 기분 좋았다.



“ 아프겠다…….”



 작게 중얼거리며 새끼손가락 끝을 다이스케의 입술에 가져다대었다. 잔뜩 터버린 다이스케의 입술 표면은 까끌까끌했다. 입술의 선을 따라 새끼손가락을 움직이자 움찔, 하고 눈을 꾸욱 감던 다이스케가 다시 물기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약간 색이 있는 립밤이었기에 조금 분홍색을 띄게 된 다이스케의 입술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같은 것을 발랐기 때문에 아마 같은 향일테이지만, 다이스케의 그것은 좀 더 아름다운 향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입술을 가까이 가져다 대면 향을 맡을 수 있을까. 립밤으로 번들거리는 그의 작은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짓누르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만 해도 황홀해지는 느낌이었지만 켄은 그 즐거움은 조금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조금 더, 소중하게 다루고 싶었다. 연약하고 깨지기 쉬운 유리 인형처럼.


 그녀의 입술에 립밤을 꼼꼼하게 바른 켄이 조금 허리를 들어올리며 손끝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가 덧발랐다. 굳이 한 번 더 바를 필요는 없었지만, 자신의 손가락이 다이스케의 입술에 닿았다는 생각을 하면 마치 키스라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이스케의 온기가 마치 손가락이 남아있는 것 같아 자신의 아랫입술을 한 번 훑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움찔거릴 정도로 좋았다. 손가락을 떼어내자 바른지 얼마 안 된 립 때문인지 손가락 끝에 붉은 것이 묻어나 있었다. 마치 그녀를 향한 자신의 숨길 수 없는 욕망처럼.



“ 다이스케….”


“ …우…….”



 작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흐트러진 교복 위로 손을 내렸다. 작게 바스락거리는 교복 블라우스가 손끝에서 애처롭게 올라가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밑으로 드러나는 아랫배가 예뻤다. 운동을 하고 있는 그녀였기에 하얗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창백하여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려지게 하는 자신의 것보다는 훨씬 분홍 빛깔을 띄고 있었다. 자신의 감추어진 부분이 보여지고 있다는 생각에 다이스케는 눈을 꼬옥 감으며 작게 우는 소리를 내었다. 막힌 목에서 울리는 소리마저 예쁘다고 생각하며 켄은 부셔지랴 천천히 그녀의 배에 손가락을 얹었다.



“ 부드러워, 다이스케….”



 그녀의 피부를 살며시 쓸어 올리자 우는 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그녀의 안쪽 피부에 손이 닿았다는 것만으로도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흥분되어 켄은 저도 모르게 숨이 달콤해진다. 살짝 힘을 주어 누르면 약간의 살집이 있어 말랑거리는 아랫배가 참을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이를 세워 자신의 흔적을 남겨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켄은 조금 더 아랫입술을 깨무는 것으로 대신했다. 조금 더, 조금 더 나중에. 한 번 그녀를 맛봤다간 끝까지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의 아랫배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도망가려는 듯이 묶인 팔을 몇 번이나 꼼지락거리고, 다리를 비트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이 앉아있는 엉덩이 아래에서 다이스케의 허벅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짧은 그녀의 스커트 아래에서 속옷이라도 보일 것 같아 켄은 그녀를 조금 힘을 주어 누르며 쉬이, 하고 작게 바람소리를 내었다. 자신의 목소리에 움찔, 하고 허리를 떤 그녀가 다시 보석 같은 눈물을 흘려보냈다. 점점히 젖어가는 시트의 색이 짙어진다.



" 울지 마…….“



 허리를 조금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고는 천천히 손을 그녀의 허리선에 따라 쓸어올렸다. 손가락 피부에 얇게 느껴지는 그녀의 세포 하나하나가 푸딩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이렇게 하고 싶었어, 다이스케. 그녀의 묶여져 붉게 달아오른 손목에 소중하게 키스를 떨어뜨리며 켄은 손끝에 닿아온 그녀의 속옷을 만지작거렸다. 다이스케의 표정이 더 울 것 같이 변했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그녀가 이 이상 진행하면 되돌릴 수 없어, 하고 비난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이미 되돌릴 수 없는걸.”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속옷 안으로 들어간 켄의 손끝에 다이스케의 작은 밑 가슴이 닿은 순간, 켄은 떨어지듯 정신을 깨웠다.

 




-


“ 이봐, 켄! 괜찮은 거야? 어디 아파?”



 핫, 하고 퍼뜩 고개를 올린 켄이 눈을 조금 깜빡이자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다이스케가 보였다. 바로 앞에서 깜빡이는 그녀의 속눈썹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아 켄은 흠칫, 하며 몸을 뒤로 물렸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작게 대답하니 금방 흥미를 잃으며 멀어져가는 그녀를 붙잡을까, 하고 고민했지만 켄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 그래. 다이스케의 집에 놀러가는 중이었지. 다이스케가 속해있는 학교의 축구부 시합이 있다고 해서 보러왔다가, 자신이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그녀가 함께 뒷풀이를 가자던 같은 팀원들의 권유를 모두 거절하고 자신에게 달려왔었다. 누구보다도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 같은 생각에 그녀의 저녁 초대를 기쁘게 받아들였지. 그래, 그렇게 함께 돌아가던 중이었다.


 앞서나가는 그녀의 높게 올려 묶은 머리칼이 걸을 때마다 하늘하늘 흐드러진다. 노을을 받아 붉게 빛나는 그녀의 머리칼을 보며, 살랑거리는 머리카락의 사이로 보이는 목덜미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상상을 해버린 것 같았다. 그 전에도 몇 번이나 한 것이 있는 그런 상상을. 상상 속에서 닿았던 그녀의 부드러운 밑 가슴의 느낌이 손끝에 남아있는 것 같아 켄은 손가락을 조금 부볐다.


 다이스케, 너를 원해. 뒷모습에 작게 중얼거린 켄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와 나란히 걸어가며 웃었다. 언젠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싶어. 아직, 아직은 아니야.


 이런 나를 네가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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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
2015. 12. 3. 05:29

- 왜 매번 내용이 똑같지..w






 녀석의 집착에는 당해낼 수 없다.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야마토는 생각했다. 어머니를 닮아 하얀 피부에 유난히 눈에 띄게 남아있는 붉은 자국들이 어지럽다. 내일은 또 어떤 옷으로 자국들을 숨겨야 할지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하다. 그나마 지금이 겨울인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야마토는 수건으로 대충 물기를 제거하고는 욕실 밖으로 나왔다. 현관에서부터 자신과 녀석의 옷들이 허물처럼 이어져있었다. 하여간, 자신이 씻는 사이에 치우라고 말을 해도 들어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야마토는 짧게 한숨을 쉬며 그것들을 따라가며 주워 모았다.


 바지 사이에서 제대로 빠져나오지도 못한 속옷을 빼내면 자신은 어느새 침대 옆에 있었다. 정신없이 타오른 시간이 지나고 나자 급격하게 모든 것이 귀찮아지는 것이었다. 제대로 정리를 하고 시작할 것을, 하고 후회 해봐도 현관에서부터 진심으로 덤벼드는 녀석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정말 진심으로 밀어냈다면 이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겠지만, 그 때엔 자신에게도 그 정도의 여유는 없었다.



비켜, 아버지 오시기 전에 치워야해.”



 잔뜩 구겨지고 젖어버린 시트 또한 빨아야했기에 야마토는 지금까지 주워온 옷가지들을 침대 구석에 쌓으며 넌지시 말했다. 지저분한 시트 위가 신경 쓰이지도 않는지 알몸으로 뒹굴거리고 있던 타이치 녀석이 자신을 보며 낄낄 웃었다. 나중에 해, 나중에 해. 노래하는 것처럼 흥얼거리던 녀석이 팔을 뻗어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잔뜩 풀어져있는 표정과는 다르게 팔뚝에 가해진 힘이 상당하다.



비키라니까.”



 팔뚝을 세게 꼬집으며 작게 짜증을 내면 바로 울상을 지으며 떨어져나가는 꼴이 천연덕스럽다. 별로 아프지도 않은 주제에 멍이라도 들면 어떻게 할 거냐고 징징거리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야마토는 서랍에서 속옷을 꺼냈다. 자신의 온 몸에 이빨 자국을 만들어 놓은 녀석이 할 말은 아니다. 작게 째려보면 금세 장난 섞인 미소를 짓는 녀석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자신이 개어놓은 속옷을 풀어 입고 있으면 자신을 바라보는 녀석의 시선이 날카로워진다. 피부에 달라붙어오는 속옷이 타고 올라오는 다리선을 눈으로 훑어 내리는 녀석은 명백하게 시선만으로 자신을 범하고 있었다. 얇게 뻗은 하얀 종아리를 지나 매끈한 허벅지를 걸쳐 단단한 엉덩이에 다다를 때까지. 마치 스트립쇼라도 하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노골적으로 성욕을 가득 담아 자신을 보고 있는 녀석이 눈꼬리를 조금 휘어 웃었다.



야마토.”



 목소리마저 끈적한 아저씨 같기는. 작게 혀를 차며 야마토는 순순히 그에게 다가가 허리를 내렸다. 입을 벌림과 동시에 급하게 혀부터 얽어오는 녀석의 입 안이 뜨겁다. 무엇에 또 스위치가 켜진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방금 갈아입은 속옷을 또 더럽힐 수는 없었기에 그를 진정시키려 손을 얹은 어깨가 생각보다 단단하다. 동계 훈련에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가. 키스에 집중하고 있는 녀석이 눈치 채지 못하게 살짝 눈을 떠 바라본 녀석의 등이 조금 더 말랐다. 살짝 굽은 어깨와 튀어나온 어깨뼈의 안쪽둘레. 확연히 눈에 띄는 척추뼈의 선과 도톰하게 힘이 들어가 있는 복근까지. 속옷을 입는 자신을 바라보던 그의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


 아, 조금 꼴려버렸다. 다시금 뜨거워지는 자신의 하반신을 느끼며 야마토는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감쌌다. 힘줄이 선 아래팔뚝까지 붉게 울혈이 퍼져있는 자신과는 다르게 그의 등은 깔끔하다. 자신은 옷조차 남들 앞에서 제대로 벗지 못하게 만들어놓고는 혼자 웃통을 까뒤집고 운동장을 뛰어다니느라 까맣게 탔던 여름보다는 하얗게 변해있는 피부를 보자, 어쩐지 조금 심술이 났다.



,”



 맞대고 있던 입술에서 짧은 신음이 흘렀다. 키스에 집중하다 몸을 움찔 떨며 반응해오는 그를 보며 작게 웃자 바로 자신의 뒷통수를 잡아오는 손길이 거칠다. 복수라도 하고 싶나보지? 공격적으로 바뀐 키스에 응해주며 야마토는 방금 전 자신이 세게 긁어내린 등의 피부를 더듬었다. 손가락 끝이 살짝 축축해져오는 것을 보면 피라도 흐르고 있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빨래거리가 하나 더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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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
2015. 11. 11. 01:32

- ts 주의 백합 주의~









 짹짹, 하고 창문 너머에서 울리는 새소리에 몸을 뒤척이자 옆에서 자고 있던 사람과 몸이 닿았다. 어제 켄이 놀러왔었지. 슬금슬금 생각나는 기억에 다이스케는 고개를 완전히 켄의 쪽으로 돌려 누웠다. 살며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켄의 잠든 얼굴이 예뻤다. 살며시 감겨진 눈과 앙다문 얇은 입술, 새근새근, 하는 아기 같은 소리가 날 것 같은 작은 숨소리까지, 찬찬히 뜯어볼수록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그녀의 모습에 다이스케는 손님용 이불에서 자겠다는 그녀를 굳이 함께 자자며 자신의 옆에 눕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곤란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할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포옥 내쉬며 승낙 하던 그녀가 자신에게 약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친절함을 자신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곤란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좋아하는 것 중 하나였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천천히 자고 있는 그녀의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얇은 머리칼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다이스케에게 보인 것은 알람이 꺼져있는 탁장시계였다. 8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린 다이스케가 베게에 얼굴을 조금 묻었다. 금방이라도 감길 것 같은 눈을 끔뻑거리며 멍하게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리던 다이스케가, 갑자기 스쳐지나간 오늘이 평일이라는 사실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지각이다! 빽 소리를 지르자 자고 있던 켄도 깜짝 놀라 몸을 획 뒤집어 시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꺄아, 하는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킨 켄이 약간 뻗친 머리칼을 부여잡고 시선을 이리저리 방황시키는 것이었다. 그녀의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 같아 다이스케는 후다닥 일어나 거실로 튀어나갔다.



왜 안 깨운 거야, 오빠-!”



 빽 소리를 질렀지만 돌아오는 목소리가 없었다. 부모님께서 집을 비운 오늘, 분명 몇 번이나 깨워달라고 당부를 했었는데! 어젯밤 TV를 보며 설렁설렁 대답하는 그를 처음부터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너무 많이 구워서 놓고 간 것이 분명한 몇 개의 토스트와 함께 탁자 위에 놓인 엉망인 글씨로 안 일어나서 먼저 간다~’고 쓰여 있는 쪽지를 꽈악 쥐어 구겨버리며 다이스케는 속으로 오빠에게 몇 번이고 화냈다. 하필 켄이 집에 놀러온 날에! 자명종 또한 자신이 꺼버린 것이 분명했기에 차마 켄에게 할 말이 없어 다이스케는 있는 힘껏 손에 잡혀있는 종이를 휴지통에 던져 넣었다. 오늘 만나면 반드시 등짝을 콱콱 밟아줄 테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얄미운 오빠의 얼굴에 속이 더욱 더 부글부글 끓는 것 같았다.



다이스케! 계산해봤는데, 일단 지하철을 타고 가는 건 무리야. 버스도 없고, 택시를 탄다고 해도 나에게 그 정도의 돈은 없어. 자명종의 소리를 못 들은 건 내 잘못도 있으니 빨리 선생님께 전화를.”


자전거!”



 갑자기 크게 외친 다이스케의 말에 진지하게 말을 꺼내던 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잠시 깜빡, 깜빡, 했다. ? 하고 고개를 갸웃 거린 그녀에게 주먹을 꽈악 쥐며 자전거로 데려다 줄께! 하고 외치자 금세 켄의 얼굴이 구겨졌다. 내 기초체력을 고려해보면 여기서 내 중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건 무리야, 다이스케. 아니, 나도 같이 갈께! 번갈아서 밟으면 둘이서는 갈 수 있어! 오케이! 아니, 그러니까 무리. 계속 말을 이으려는 켄에게 그녀가 어제 벗어준 교복을 들려주며 다이스케는 어깨를 빙빙 돌렸다. 맞겨두라니까! 이렇게 나오는 다이스케는 더 이상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던 켄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작게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재빨리 양치와 세수를 마치자마자 입고 있던 잠옷을 휙휙 벗어 침대에 던져두자 옆에서 켄의 잔소리가 들린다. 그럼 바쁜데 어떻게 해? 평소에도 비슷하지만 괜한 변명을 덧붙이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마침 잠옷 상의를 벗고 있던 켄과 시선이 마주쳤다. 한 눈에 들어오는 그녀의 얇은 몸과 새하얀 피부가 괜히 당황스러워 재빨리 시선을 돌리자 어쩐지 방금 행동이 더 부자연스러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모습에 뒤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다이스케는 차마 다시 고개를 돌려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를 대할 자신이 없어 교복을 입는 것에 집중하는 척 했다. 눈앞에서 켄의 속옷 아래 가려진 봉긋하게 나온 가슴이 어른거린다.



, 먼저 나가있을게.”



 치마 아래 입을 체육복 바지를 챙겨 방 밖으로 나온 다이스케가 급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조금 붉어져있는 것 같아서 손등을 가져다 댄다. 어쩌지, 들켰을지도 몰라. 돌아보지 말걸, 하고 후회해도 이미 엎어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티를 내지 않으려 해도 가끔 이렇게 흘러넘치는 감정의 표현을 숨길 수가 없는 것이었다.


 켄을 좋아하고 있다.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너무나도 예쁘고 달콤해 조금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왕이면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가까이 있고 싶다. 그녀를 바라보는 감정에 이름표를 붙여놓자 이제야 알았냐는 듯이 쏟아져 내리는 애틋함을 어찌할 수 없었다. 주먹을 꾸욱 쥐면 자신의 세포 하나하나에서 체액처럼 감정이 새어나올 수 있을 만큼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 같은 성별이라는 장벽조차 소용없을 만큼. 그 장벽조차 허물어버릴 만큼 거센 파도를 다이스케는 애써 억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켄은 상냥하다. 만약 자신이 이 감정을 내비친다면 분명 그녀는 고민할 것이다. 자신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서. 아직까지도 자신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그녀라면 그녀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자신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었다. 눈썹을 살짝 내리고, 눈을 조금 휘어서, 가슴 안쪽이 아릴만큼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분명, 그렇게 받아들여 주겠지. 그것이 그녀의 속죄인 것처럼. 눈치가 빠른 그녀는 금방 자신의 감정을 알아챌 수도 있었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자신은 그것을 모르는 척 할 수밖에 없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그녀의 상냥함을 이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퇴로를 모두 막아버리고, 그녀의 가는 손목을 발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잡아 구석까지 몰아버리고는, 자신의 감정을 강요한다면. 차마 자신을 쳐내지도 못하고 겁에 질린 눈동자를 도록도록 굴리며 말라버린 아랫입술을 조금 깨물고는 수긍해버리는 그녀를 몇 번이나 떠올렸는지 셀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올곧은 시선을 볼 때마다 포기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그녀가 바라보는 자신이 되고 싶다고. 그녀가 바라는 자신의 위치에 있고 싶다고.


그것이 자신의 최선이었기에.


 아직까지 화끈화끈 거리는 볼을 한 번 짝, 소리 나도록 때리고는 다이스케는 거실 탁자 위의 토스트 하나를 입에 욱여넣었다. 반쯤 눅눅해진 토스트가 입 안에서 녹아간다. 어제 미리 샤워를 해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머리를 높게 올려 묶고 나자 이리저리 뻗힌 머리를 정리하고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입은 켄이 방에서 나왔다. 허벅지 근처에서 살랑거리는 치마와 그 밑의 니삭스에 다이스케는 모르는 척 시선을 돌렸다.



저기, 다이스케. 나 진짜 괜찮으니까 먼저, 으웅.”



 멘션의 앞에서, 자전거를 꺼내든 다이스케를 향해 또 무어라 말을 하려던 그녀의 입에 다른 토스트를 물려준 다이스케가 다시 괜찮다니까! 하고 씨익 웃었다. 정말 자신이 어떻게 말릴 수 없었다. 더 말을 하려 입을 오물거려도 씹히는 것은 눅눅한 토스트였기 때문에, 켄은 작게 한숨을 쉬며 그녀가 물려준 토스트를 조금 더 우물거리기로 했다.


 자, 출발한다구! 먼저 페달을 밟겠다는 켄을 굳이 뒤에 앉혀둔 다이스케가 기운차게 외쳤다. 뒤에서 느껴지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밟은 페달이 가볍다. 갑작스런 출발에 꺄앗, 하고 짧은 비명과 함께 자신의 옷을 살짝 잡아오는 그녀의 손길도 뿌듯했다. 옆으로 지나가는 배경을 따라 시선을 뒤로 살짝 돌리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날리는 치마를 살며시 누르고, 손이 부족해 날리는 머리칼을 어찌할 줄 몰라 하는 그녀의 곤란한 표정이 보였다. 살금살금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숨기지 않으며 다이스케는 조금 소리 내어 웃었다.


 늦어버린 아침. 제대로 챙겨먹지 못해 허전한 위장. 살짝 보여 버린 비밀스런 감정과 화끈거렸던 볼. 조곤조곤 수다를 떨며 함께 걸어갈 수 없어져버린 등굣길.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지만, 시선을 살짝 내리면 보이는 자신의 허리를 감싼 그녀의 가는 팔뚝을 보면 어쩐지 다 괜찮아지는 것이었다. 오빠의 등짝은 조금만 밟아줘야지. 콧노래라도 나올 것 같은 둥실둥실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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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
2015. 10. 22.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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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20. 21:48

- 제곧내

- 썰은 토장님께서 제공해주셨습니다





 옆에서는 칼칼한 냄새가 났다. 녀석이 담배를 처음 잡았던 게 언제쯤이었더라. 자신에게 직접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녀석에게서는 확실히 오래전부터 탄내가 났었다. 처음엔 녀석의 아버지 냄새가 옮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본 아저씨는 어린 아들의 옆에서 냄새가 배길정도로 몸에 해로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아니었다. 집에 홀로 있는 탓에 이리저리 엇나갈 기회가 많았던 녀석과 그의 아버지가 사다놓은 맥주를 마셔본 적이 있었기에 어쩌면 그것과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타이치는 그런 야마토를 그저 지켜보기로 했다.


 처음엔 야마토도 자신에게 숨길 생각인 것 같았다. 녀석의 옆에선 옅은 치약 냄새가 났고, 가글 향이 났다. 비누향도 섞여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워지지 않는 냄새란 것이 있어서 타이치는 단순히 장난으로 몇 번 손댄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심증만 가득할 뿐 제대로 된 물증이 없어 화제를 꺼내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녀석의 집에 찾아갔을 때 결국엔 그것을 계기로 싸웠던 것도 같았다. 이미 녀석이 흡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뭐가 그렇게 화가 났던 것인지 지금 생각해보면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아마 어린 나이의 치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녀석이 어쩐지 자신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가는 것 같아서, 그것에 흘러나온 짜증을 괜히 녀석에게 화풀이를 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은? 야마토 녀석은 이젠 아예 자신을 불러다놓고 끽연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녀석의 옆모습을, 핸드폰을 두드리며 아닌 척 바라보는 것은 이제 일상에 가까웠다.


 필터를 입술로 살짝 씹으며 스읍, 빨아들이는 입술을 잠시 바라보며 타이치는 핸드폰의 화면을 껐다. 쪼그려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면 멍하게 공중을 배회하던 푸른 눈이 자신을 따라왔다. 하얀 손가락 사이에 얇은 담배를 끼워 넣고, 날이 밝을 때의 하늘 색 교복을 입은 녀석은 확실히 자신의 또래들과 이질적으로 보였다. 그것이 유난히 밝은 녀석의 머리카락 때문인지, 아니면 교복을 입고, 해서는 안 될 흡연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그를 다르게 보고 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시선을 마주하고 나란히 서니 녀석의 눈이 조금 휘어졌다.


녀석은 내가 할 행동을 알고 있는 듯 했다.


 살며시 그러쥔 손목에서 담배가 떨어질 듯이 공중에서 한 번 휘청, 했다. 그것을 손가락을 조이는 것을 막은 야마토가 급하게 닿아오는 입술을 얌전히 받아들였다. 새하얀 종이를 조금씩 새빨갛게, 그리고 새까맣게 물들이며 타들어가는 담배의 재가 바람에 흩날려 날아갔다. 벌어진 입술에서 회색 연기가 하늘하늘 흩어져, 마치 그것과 마주대고 있는 자신의 입 속에서 나온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안쪽 깊숙이 탐하는 혀끝에서 칼칼한 맛이 났다. 이제는 익숙해 질 법도 했지만, 자신이 직접 담배를 태워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생소한 것 중 하나였다. 오늘도 몇 번 몰래 담배를 피운 것인지 살짝 남아있는 가그린의 맛과 약한 멘솔 향이 섞였다. 가까이서 맡을 수 있는 녀석의 향은 여러 가지가 섞여 어지러웠다. 녀석의 이불에서도 맡을 수 있던 섬유유연제 향도 있었고, 언젠가 물어뜯은 적이 있던 목덜미에서 나던 시원한 향도 있었다. 녀석 특유의 향 또한 섞여있었다. 그 어지러운 향을, 자신은 어느새 꽤나 좋아하고 있었다.


 턱, 하고 녀석의 등이 벽에 닿았다. 조금 힘을 주고 있었던 것인지 살짝 세게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아픈 기색도 없이 야마토는 급하게 맞닿아오는 거친 키스를 받아들였다. 부드러운 혀가 입 안 깊숙한 곳에 닿을 때엔 약간의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지만 야마토는 고개를 조금 비트는 것으로 막았다. 하여간, 한 번 타오르면 자제라는 것을 모르는 녀석이었다. 막혀있는 입술에 점점 가빠져오는 숨이 뜨거웠다. 자신의 혀를 잡고 놓지 않는 녀석의 뜨거운 살덩이 또한.


 입 안 가득 차오르는 끈적거리는 타액을 간신히 목구멍 너머로 흘러 넘기며 야마토는 타이치의 혀에 자신의 것을 감았다. 그가 자신의 도발에 약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알고 그를 건드린 것이었지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퍼부어오는 욕망을 받아주기는 힘들었다. 쫓아갈 수 없을 만큼 이리저리 혀를 얽어오는 타이치 녀석 덕분에 입 안이 온통 엉망이었다. 귓가에 울려 퍼지는 끈적한 소리가 괜히 야했다. 입 안에서 터져 나오는 자신의 뜨거운 숨마저 집어삼켜버리는 녀석의 페이스에 말려버려 거칠어진 숨조차 제대로 되돌릴 수 없었다.



, .”



 슬슬 산소부족으로 머리까지 어지러워질 지경이라 그만 놔달라는 표시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집요하게 따라붙어 쪼듯이 입술을 탐하던 타이치 녀석이 만족하고 떨어져나가려 할 때엔, 이제는 자신의 차례였다. 자신이 내뱉으려던 연기를 녀석 때문에 다시 삼켜버린 탓인지, 아니면 녀석의 혀에 자극을 당한 탓인지 목구멍이 조금 아팠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한 발자국 뒤로 멀어져나가는 녀석에게 성큼 다가가 담배를 들고 있지 않은 쪽 손으로 턱을 잡아챘다. 들썩거리는 녀석의 어깨가 자신보다 안정되어 있었기에 조금 져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기분 나빴다.



키스하기 전에 담배는 안 피우면 안 되냐?”



 당장이라도 부딪칠 듯이 가까이 다가온 입술을 사이에 두고 타이치 녀석이 태연하게도 말을 꺼냈다. 멈추고 싶지 않다는 듯이 욕망으로 가득한 시선으로 자신을 온통 범하고 있는 주제에 느긋하게 생각을 입 밖으로 뱉는 녀석의 무신경함에는 이제는 도가 틀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번 손에 쥔 것은 놓지 않겠다는 짐승의 본능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꽤나 오싹오싹한 일이었기 때문에 야마토는 그를 비난하기 보다는 차라리 입 꼬리를 비틀어 웃는 것을 택했다. , 그러냐? 손을 올려 살짝 밀어낸 녀석의 가슴팍이 움직이기 싫다는 듯이 단단하게 자신을 가로막고 있었다.



우왓!”



 고개를 살짝 돌려 키스하는 동안 자신의 손 근처까지 타버린 담배의 끄트머리를 쥐고 스읍, 하고 빨아드린 야마토가 자신의 입 안에 있던 것들을 타이치를 향해 뱉었다. 훅 밀려오는 매캐한 연기에 멍하게 보고 있던 타이치 녀석이 화들짝 눈을 감으며 콜록대는 것이 보였다. 멋대로 키스하고(물론 자신이 허락 한 것이었지만), 호흡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더니 이제는 멋대로 그 이상을 진행하려는 녀석의 바보 같은 모습에 야마토는 큰 소리로 웃으며 짧아져버린 담배를 대충 바닥에 던져 짓밟았다. 잡은 먹잇감을 놓지 않는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상기되어 눈물까지 보이고 있는 녀석의 구겨진 얼굴이 꽤나 마음에 들어 다시 턱을 잡아채 입술을 집어삼켰다. 기침 탓에 잔뜩 흐트러진 호흡이 벌써부터 느껴져 즐거웠다. 점점 달아오르는 몸을 느끼며 야마토는 만족한 듯이 타이치의 입술을 핥았다. 담배에 약한 녀석을 괴롭히는 것이 너무 재밌어 곤란할 지경이었다.


Posted by 하리쿠
2015. 10. 6. 03:15

- 소재가.. 취향을 탈 수도 있습니다. 주의.






 어쩌다 그런 분위기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날씨는 더웠고, 누나가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선풍기 하나 없던 방에선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습하고 시원하지 않은 바람만이 방 안을 돌아다녔다. 방학숙제를 하자는 명목으로 불러냈지만, 아직 일주일이나 남은 방학은 여유롭게 느껴져 한 판 하고 온 축구 덕분에 온 몸이 땀으로 끈적끈적했다. 샤워라도 하고 싶었지만 샤워를 했다간 그대로 숙제고 뭐고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았기에 일단 뒤로 밀어둔 참이었다. 더워어, 하고 투덜댈 때면 빨리 끝내고 씻자. 하는 단정한 목소리만 들려왔기에 다이스케는 입술을 조금 더 삐죽이며 책상에 얼굴을 비볐다. 옆으로 보이는 숫자들의 나열이 벌써부터 싫증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분수는 전혀 모르겠다구! 숫자들 안에 있는 동그라미를 까맣게 메꾸며 다이스케는 시선을 조금 위로 올렸다.


 켄은 벌써부터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명문 초등학교에 다니는 켄은 자신보다 숙제가 더 많았기에 미리미리 처리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개인공부와 병행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끝내지 못한 듯 했다. 자신은 방학 숙제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개인공부라니. 언젠가 켄의 집에 놀러갔던 날, 알아볼 수 없는 꼬부랑 글씨로 쓰인 책이 책상위에 놓여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꼬부랑 글씨였기에 영어? 하고 물으니 켄은 조금 웃으며 프랑스어야. 하고 답했다. 어쩐지 살짝 다르게 생긴 것도 같았다. 작년 겨울에 녀석은 야마토 형과 프랑스 쪽에 갔던가. 그 뒤로도 외국어는 게을리 하지는 않는 것 같아 역시 대단하구나, 싶었다.



숙제에 집중해, 다이스케.”



 자신의 시선에 여전히 책에 눈을 고정한 채로 켄이 단호한 목소리를 내었다. 아차, 들켰나. 어색하게 낄낄 웃으며 다시 시선을 책으로 옮겨보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르는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 이거, 어떻게 푸는 거더라아.. 연필의 끝으로 머리를 조금 긁적이다가, 켄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었지만 집중하고 있는 그를 향해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자신은 텅 빈 동그라미에 색칠이나 하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켄은 어느새 옆에 있는 노트에다가 산더미 같은 수식을 적어가며 문제를 풀고 있었다. 사각사각 거리는 연필소리가 간지러워 다이스케는 조금 눈을 깜빡였다. 노트에 적혀있는 문자들은 분명 숫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나, 꼬부랑 글씨가 섞여있었기 때문에 자신으로써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기에 재미가 없어 시선은 켄을 향해 있었다.


 조금 내려앉은 눈꺼풀, 아래로 뻗은 속눈썹, 느슨한 바람에 말라가는 땀과 이리저리 흐드러진 진한 색의 머리카락. 같이 다니면 주변 여학생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을 아무리 눈치 없는 자신이라도 알 수 있었던 것처럼, 좀처럼 시선을 뗄 수 없는 녀석이었다. 예쁘게 생겼구나. 녀석에게 우연히 시선이 갔을 때, 요즘 따라 왜 그것을 다시 돌릴 수 없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 것이었다. 애초에 녀석에게 유난히도 시선이 자주 머무는 이유가 과연 우연이었을까? 몸 안쪽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렸다. 언제나 뛰고 있을 심장소리가 왜 유난히도 신경이 쓰이는지 알 수 없어서 다이스케는 연필을 쥐고 있던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까득, 하고 손톱과 맞닿은 연필의 표면이 조금 울었다.


 하아. 자신의 시선을 결국 견딜 수 없었는지 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집중력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기에 아마 자신이 전혀 집중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살포시 내려간 얇은 눈꺼풀이 예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싶었다. 귀 뒤로 넘겨진 머리칼이 간질간질하게 자신의 손가락에 닿아오고, 아마 그 후론 꺼끌꺼끌한 속눈썹이 손끝에 닿겠지.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말로 느껴지는 것 같이 손가락 끝이 간지러웠다. 손목에서 두근두근하고 들려오는 고동이 이렇게나 신경에 거슬리는 것이었던가. 한숨을 쉬느라 살짝 벌어진 작은 입술이 이렇게나 예뻐 보이는 것이었던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자신은 어느새 켄을 넘어뜨리고 있었다.



다이스케?”



 다행히도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켄을 넘어뜨렸다고 해도, 아마 세게 밀친 것은 아닌 듯이 켄은 살짝 얼얼할 그의 뒷통수 보다는 위에 있는 다이스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입술 사이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이 부끄러워 다이스케는 순간 그의 입술을 막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무엇으로? 아직 자신은 그것을 알 수 없었기에 그저 입안 가득하게 고인 끈적한 침을 한 번 꿀꺽, 삼킬 뿐이었다. 목구멍 너머로 넘어간 액체가 식도를 타고 자신의 위로 넘어간 것이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할 때 즈음, 다이스케는 바짝바짝 마른 입술을 조금 열었다. . 자신의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켄에게 닿았을 자신의 목소리가 혹여나 실체를 가지고 있다면 어두운 색에 찐득찐득한 기분 나쁜 무언가 였을 것이라고 다이스케는 생각했다. 마치 타르처럼. 폐에 진득하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그것처럼, 켄에게 닿아 그의 본래의 색을 어지럽히고 말 것이라고, 다이스케는 그렇게 생각했다.


 켄은 자신의 행동에 의문을 가진 듯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자신은 차마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를 왜 쓰러뜨렸는지 자기 자신조차도 알 수 없었기에 행동의 이유를 그에게 설명해 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단 하나 다이스케가 알 수 있는 것은, 그저 자신의 밑에 있는 켄이 예쁘다는 거였다. 살짝 벌어진 입술을 만지고 싶었고, 이리저리 하늘하늘하게 퍼진 머리칼을 쓰다듬고 싶었고, 머리칼사이로 드러난 새하얀 목덜미의 따스한 기운을 느껴보고 싶었다. 단지 그 뿐이었다. 자신은 아직 어렸고, 이 기분의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그에게 답해줄 수 없었다.


 눈을 깜빡이며 켄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의 목덜미에서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언제나처럼 교복에 단단히 가려져 있는 목덜미 아래가 푸르스름했다. 그가 자신에 의해 넘어져 있기에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어딘가 다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장 단지 그런 단순한 이유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뒤따라왔다. 순간 심장이 두근, 하고 울었다. 아까 켄을 보며 두근거리는 것과는 조금 다른 두근거림이었다. 심장의 두근거림에도 종류가 있었구나, 하고 다이스케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상처의 정체를 자신이 알아도 되는 것인가, 혹시 그만의 조심스러운 비밀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어느새 손끝은 그의 옷을 향하고 있었다. 긴장한 손가락 끝에 땀이 살며시 배어왔다. 그리고,



보고, 싶어?”



 켄은 그것을 잡아챘다. 켄의 따듯한 손바닥에 갇혀버린 손가락이 갈 곳을 잊어버리고 공중을 배회하고 있었다. 당황했다는 듯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던 눈동자가 조금 휘어진 것이 보였다. 그렇게 살풋 예쁘게 웃으며, 켄은 쥐고 있던 자신의 손가락을 놓고는 그의 옷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이었다. 그의 단정한 손에 닿는 지퍼의 달각거림이 왠지 크게 들린 것 같았다. 자신이 대답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켄은 그만의 비밀을 자신에게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 약간의 걱정과 조금의 기대감, 그리고 많은 위치를 차지한 나쁜 일에 대한 두근거림이 긴장감으로 변해갔다. 다이스케는 천천히 벌어지는 그의 상의에 저도 모르게 침을 조금 꿀꺽, 하고 삼켰다. 옷에 의해 가려져있던 새하얀 목덜미 아래엔, 누가 봐도 목이 졸린 자국이 나있었다. 다른 것도 아닌, 사람의 손으로.



, …….”



 내가 한 거야. 켄은 기쁜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 자국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붉게 울혈이 생겨버린 목덜미의 살결을 손끝 피부로 다정하게 쓸면서,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켄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분명 켄의 눈에 비치는 것은 자신이었지만 그는 자신을 통해서 그 자신의 흉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도취감에 눌려 다이스케는 어째서라는 의문조차 내뱉을 수 없었다. 조금 벌어져 작은 숨만 내쉬고 있는 자신의 입술에 켄은 살짝 웃는 것 같았다.


 목을 졸리면 말이야, 다이스케. 켄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다정했지만, 약간의 도취감을 담고 있었고, 조금의 열기와 달콤함도 들어 있었다. 마치 단죄를 받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다이스케, 나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나쁜 짓을 했잖아? 그걸 아무도, 정말 단 한 명도 나에게 심하게 굴지 않았어. 시작의 마을에서 약간의 진실을 듣고, 나의 망상 속에서 어둠의 탑에 매달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맞았을 뿐이었어. 나는 말이야, 그 상냥함이 고마웠지만, 그와 동시에 너무너무 괴로웠어. 차라리 나를 욕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지경이었어. 내가 아무리 너희에게 속죄하기 위해, 친해지기 위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과거의 일은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 그래서, 차라리 욕을 하고, 내가 디지몬들에게, 그리고 너희에게 했던 것처럼 모질게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내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어. 하지만 말이야, 나는 차라리 그렇게 해서라도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그래서 말이야, 다이스케. 나는 방법을 찾아낸 거야. 이렇게, 목을 조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 자기 만족이라고 해도 좋아. 이렇게 해서라도 나는, 조금이라도 편해지고 싶어. 있잖아, 아직도 꿈에서 나는 내 친구들을, 디지몬들을 괴롭히고 있어. 내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채찍은 여전히 웜몬을 때리고, 그렇게 상처 입은 웜몬은 바닥을 뒹굴며 지워지지 않는 흉터에 괴로워해. 나는 그것을 막을 수 없었어. 두 손 가득히 흘러넘치는 디지몬들의 피-그들이 피를 흘리지 않는다고 하여도-가 아무리 손을 씻고, 비누칠을 해도 사라지지 않아. 그것이 끝나고 나면 나는 또다시 다크 타워에 매달리는 거야. 맞고, 또 맞고, 상처를 입고, 끝에 불이 질러져 온 몸이 녹아가는 고통에 괴로워하면서도, 나는 그것에 안심해버려. 그리고, 그 안도감을 느낄 때 즈음에 꿈에서 깨. 안도감은 꿈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너는 영원히 속죄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나는 말이야, 다이스케. 그게 너무너무 괴롭고 힘들었어. 밤마다 땀에 젖어 깨는 것도, 현실로 다가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것도.



“ -있잖아, 다이스케. 내 속죄, 도와주지 않을래?”



 몇 번이고 자신의 존재를 되새기려는 듯이 자신의 이름을 부른 켄은 그 따듯한 손으로 내 손을 쥐고는, 그의 목으로 가져다 대었다. 그의 목에 새겨진 붉은 자국의 위에 나의 손이 덧대어 졌다. 켄의 목은 불에 달군 듯이 뜨거웠다. 마치 그의 죄책감이 화염이 되어 손끝에 달라붙어 오는 것 같아서 다이스케는 그것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손이 그의 목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그 뜨거운 기운에 자신의 피부가 녹아 그의 것과 결합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긴장감에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는 나의 손에 켄은 다시 눈을 곱게 휘며 야살스럽게 웃었다.


, 다이스케. 그대로 손끝에 힘을 줘. 옳지. , , 렇게…….

 그의 목소리를 따라 천천히 손가락의 근육 하나하나에 힘을 주자 켄의 목덜미가 조금 더 붉게 변했다. 그의 살짝 상기된 볼과 기쁜 듯이 비틀어지는 입술을 보며 다이스케는 조금 가빠진 숨을 몰아쉬었다. 목을 졸리고 있는 것은 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숨이 턱, 하고 막혔다. 손에 힘이 들어갈수록 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괴로울 텐데, 분명 괴로울 텐데도 켄은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듯이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바닥에 이리저리 흐트러진 그의 머리칼이 마치 곱게 물들여진 실로 수를 놓은 것 마냥 예뻤다. 참을 수 없는 듯이 그의 얇은 손가락이 바닥을 조금 긁었다.


 그의 힘들어 보이는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다이스케는 짜릿짜릿하게 올라오는 쾌감을 느꼈다. 켄의 목덜미는 햇빛에 제대로 닿아본 적도 없다는 듯이 희었고, 그곳에는 붉은 자국이 있었고, 그리고 지금 자신이 그것을 아로새겨 넣고 있었다. 손의 감각을 통해 그의 심장소리가 두근, 두근, 하고 전해져왔다. 마치 처음 죠그레스를 했던 것처럼, 그런 일체감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이 자신의 두 손에 깃들어 있다는 것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기뻤다. 이제는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손의 움직임조차도 느낄 수 없었다. 오직 들리는 것은 켄의 밭은 숨소리였고,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성대의 작은 떨림으로서 흘러나오는 약간의 신음소리였고, 자신의 숨소리였다. 온 몸이 축축해질 정도로 흘러나오는 땀으로 인해 더웠지만 그와 닿아있는 뜨거운 부분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자신은 분명 나쁜 짓을 하고 있었다. 친구의 목을 조른다니, 이건 누가 생각해도 나쁜 짓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것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이 멈출 줄을 몰랐다. 나는 대체 켄에게 무슨 짓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는지 생각하는 것조차 모조리 날아갔다. 온갖 잡생각이 죄다 날아간 새하얀 두뇌 안에 켄의 괴로워 보이는 얼굴과 그의 야릇한 목소리만이 가득 차는 것이었다. 내가 중심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오로지 켄 한 명만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쿨럭, 하고 힘든 기침을 하는 켄의 입술을 타고 끈적한 타액이 형광등의 불빛을 받아 반짝이며 흘러내렸다.



, ! 허억, , , .”

 


 그의 위를 향해진 눈동자가 서서히 감겨지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 즈음, 다이스케는 힘을 조금씩 빼었다. 부족한 산소를 필사적으로 탐하는 켄의 숨소리가 시끄럽게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갑자기 안을 거칠게 메우는 산소를 견딜 수 없는 지 몇 번 쿨럭거리고, 그럼에도 가쁘게 숨을 들이쉬는 켄을 내려다보는 느낌은 생각보다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저렇게 필사적으로 원하는 산소는 어떤 느낌일까.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처럼 짜릿짜릿하게 온 몸을 돌아다니는 느낌일까. 머릿속이 어떻게 되어버려 쾌락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들을 잔뜩 내어놓는 그런 것일까. 괴로운 것도, 힘든 것도, 모조리 잊고 자기자신이 아니게 되어버릴 만큼 강렬하고도 야릇한 쾌감을 주는 그런 마약을 한 것 같은 느낌일까.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켄에게 그러한 느낌을 줬다는 생각에 다이스케는 저도 모르게 반응하는 몸을 어찌할 수 없었다.


 기분 좋아, 다이스케. 반쯤 탈진하여 바닥에 쓰러진 켄이 누구보다 쾌락에 젖은 달콤한 표정으로 말했다. 달뜬 숨소리가 섞인 그의 말에 다이스케는 방금전까지 그의 생명을 짓누르고 있던 손바닥으로 다정하게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창문을 타고 들어온 따듯한 바람이 살랑살랑 얼굴을 간지럽혔다. 머리칼을 타고 올라오는 따듯한 기운이 참을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그가 웃으며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포함해서.

나도,



나도, 좋아. .”



오늘의 일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두 소년들만의 은밀한 비밀.

 

Posted by 하리쿠
2014. 6. 26.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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