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5. 18:26
-[1주 1연성] 7주차 주제: 비 오는 날,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너는 우산이 없었다



 

 
 밖에서는 아직도 비가 내렸다. 저녁부터 미친듯이 쏟아붓던 빗줄기가 조금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거센 소리가 창문을 타고 들려왔다. 아직 닫아놓지 않은 창문 앞은 아마 몰아쳐둔 비때문에 축축할 것이다. 지금 일어나서 제대로 닫아두지 않으면 일어나서 뒷정리가 힘들어질 터였다. 분명 머리로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조금도 움직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대로 눈을 감았다. 새벽 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내일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잠에 들어야 하는 시간은 예전에 지나갔다. 지금 당장 자지 않으면 내일 피곤에 찌들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시끄러운 빗소리가 거슬리는 탓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거슬리는것은, 자신의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내 것이 아닌 숨소리때문이었다. 숨소리에 깃들어있는 너의 목소리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너는 비에 젖어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헛 것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5년? 아니, 그것을 넘는 시간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너는 조금 더 성숙해 있었고, 어른이 되어있었다. 바닥에 어지러이 흩어져있는 담배가 네가 얼마나 긴 시간동안 이 곳에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이라는 곳에서, 이렇게 젖어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기다리느라 비오는 와중에도 계속 바깥을 들락날락 했다는 것일까. 대체 네가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기에 네가 살지 않는 이곳까지 와서 이렇게까지 젖어있는 것일까. 너를 이렇게까지 기다리게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너는 내가 얼마나 보고싶어 했는지 아는 것일까. 그렇게 모질게 너를 쫓아내며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는 것일까. 그렇게 너를 잊으려 애쓴 나를 알고는 있는 것일까.

그렇게 너를 바라보고 있는 나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듯 몇 대 째일지 모를 담배를 입에 문 네가 괜히 원망스러워 라이터를 집어드는 너에게서 담배를 빼앗았다.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너에게서 청년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어린아이답게 말랑말랑하던 피부는 더이상 없고 밤을 샌 것인지 푸석푸석해진 피부만이 나를 반길 뿐이었다. 아니, 반기기는 할까 싶었다. 성인도 되지 않았던 너에게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알고 있었다. 사랑과 동경조차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제자를 멋대로 휘두른 천하의 나쁜놈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점점 커가는 너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처음 고등학교에 들어와 풋풋하던 신입생이 학교 생활에 적응해가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너를 바라보는 여학생들의 시선을 볼 때마다 이를 악물기 시작 한 것은 네가 고3이 된지 얼마 안되서부터였다. 나를 따라 피우기 시작한 너의 담배를 보면 화까지 나기 시작했다. 졸업식 전날, 너를 안으며 이게 마지막일거라고 생각하니 괜히 심술이 나서 내 밑에서 겁에 질린 너에게 심한 짓을 했던 것 같았다. 졸업식 당일 온통 퉁퉁 부어있는 너의 눈을 보기 싫어서 일부러 모르는 척 했으나 계속해서 나를 바라보던 너를 알고 있었다. 식이 끝나고 급하게 도망가는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네가 무슨 말을 할까 무서워 안들리는 척 걸음을 재촉했다. 나의 집을 알고 있는 네가 언제 찾아올지 두려웠기에 그 이후로 집 밖으로 나가는 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직서를 몇 번이나 거절당했다. 한참 후, 네가 이사를 갔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야 간신히 일상생활을 원래대로 추스를 수 있었다. 이렇게 끝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 선생…."


 네가 부르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것이 보여 이 곳에서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차마 너의 눈을 마주 볼 수 없어 고개를 숙이자 손 끝이 덜덜 떨렸다. 숙여진 시선의 끝에 나에게로 다가오는 너의 신발이 보였다. 귀를 울리는 옷의 마찰소리에 몸을 떨자 내가 잡고 있는 우산의 손잡이를 가져가는 손이 보였다. 안 가? 자연스럽게 나의 우산을 들고 간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 물어왔다. 먼저 앞서나가는 너의 뒤를 쫓다보니 마치 너와 내 처지가 역전된 것 같았다. 항상 나의 뒤를 쫓던 너의 등은 예전보다 조금 더 넓어지고, 또 단단해져 있었다. 나보다 약간 작았던 키는 어느새 비슷해진 것 같았다. 차마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너는 왜....아........ 내가어덯게알아아ㅓㅂ;샤머;ㄴ이사버;시먀ㅓㄴ시ㅏㅓㅁㄴ;시아ㅓ재ㅑㅈㅅ;3ㅓ 아이고 보는 내가 다 힘들어서 더이상은 안되겠다 긴파치 바보멍충이ㅣㅣ이아아ㅏ~!!!ㅏ아아아ㅏㅏㅏ아~~ 죄송합니다... 슬럼프가 왔는가보다... 도저히 더이상은 못쓰겠어요 이걸 2주가 넘도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미치겟당.... 긴히지 결혼이나 해버려 이 둔탱이 아저씨들아 결론은 했다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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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