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18. 23:23
내가 사는 도시에는 괴담이 하나 있다. '건드릴 수 없는 무덤' 이라고 도시 한가운데 있는 무덤인데, 그곳에 도로를 놓거나 건물을 지으려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한 번도 그 무덤을 밀어버리거나 파헤칠 수 있었던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강제로 손을 대어도 다음 날이면 다시 원상복구가 되어있으며 건든 사람은 저주를 받는다는, 그런 괴담을 가지고 있는 무덤. 이젠 아무도 건들 생각조차 하지 않는 그런, 잔디 위에 그저 놓여있을 뿐인 무덤.

무덤 옆의 긴토키씨

Sakata gintoki X Hijikata toushirou

write by, 하리쿠

" 잘 가요, 곤도 씨."

보통 거리에서 보이는 하교장면이었다. 더운 여름날, 히지카타는 두갈래로 갈라져있는 골목길 앞에서 곤도를 집으로 보내며 그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아무리 학교에서 지정해준 여름용 하복을 입어도 더웠기에 그의 손에는 아이스크림 하나가 들려있었다. 곤도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질 무렵 히지카타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더니 자신이 오던 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누구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큰일이 나는 것 처럼 조심조심 새앙쥐처럼 발걸음을 옮긴 히지카타가 향한 곳은, 그 '괴담'의 주인공인, 무덤이었다.

정말 도시 한가운데라는 표현이 사용된 이유는, 보통 도시와 다름없는 건물들 사이에 골목길이 하나 나있고, 그 사이로 들어가면 어울리지 않게 무덤 하나가 떡하니 있기 때문이었다. 저주를 받는다며 그 근방에는 건물같은 것을 세우지 않아서 나름 아늑한 공간이지만, 그 덕분인지 아무도 오가지 않아서 제멋대로 자란 풀들이 그 곳의 음험한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다시 한 번 아무도 자신을 보지 않는지 주위를 살핀 후에 조심히 건물 사이로 들어갔다. 높은 건물들에 가리어 햇빛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 히지카타가 매번 납시는 이유는, 지금 무덤에 기대 누워있는 한 사람 때문이었다.

사람, 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 어라, 오늘도 왔네."

" 못 올 사람이라도 왔다는 거야?"

그 사람은 히지카타가 무덤이 있는 공간에 발을 드민 순간 일어나며 말을 건네었다. 더운 여름날임에도 불구하고 짙은 검정색의 기모노로 속살을 꼼꼼히 감춘 긴토키의 피부는 항상 가리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갈색빛으로 태닝되어 있었다. 금색 실로 자수가 놓여있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정색 기모노에 건강미를 자랑하는 갈색 피부와 옷 라인으로 알 수 있는 탄탄하게 다져져있는 몸이 무척이나 잘 어우러져 있었다. 거기에 일본인 답지 않은 은발에 붉은 눈까지 합쳐져, 아무리 봐도 일본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 남자였다. 히지카타는 그 사람을 긴토키, 하고 매우 친근하게 불렀다.

히지카타가 무덤 가까이 다가가자 긴토키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그의 왼손을 낚아채어 날름, 그것을 입에 넣었다. 히지카타가 반정도 먹은 아이스크림은 달달한 딸기맛이 났다. 그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지 긴토키의 표정은 반쯤 풀어져 있어서, 히지카타는 오늘에야 말로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리라 마음 먹었다. 사실 그것을 위해 이곳까지 아이스크림을 들고 온 것이기도 했다. 입을 열려는 순간, 입 안으로 들어오는 딸기맛이 없었더라면 히지카타는 그것을 바로 실행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히지카타가 그를 '인간이 아니다', 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처음 만났을 때 부터였다. 여기에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은 히지카타는 무덤의 존재조차 몰랐었고, 곤도와 오키타를 통해 접해 들은지 몇 일 되지 않아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직접 찾으러 온 것이었다. 처음 발견했을 때에는 어린아이들이 놀기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고-가운데 무덤만 없었더라면-, 가까이 가면 안된다는 말을 들은 것도 그 다음이었기에, 히지카타는 아무런 생각 없이 무덤에 가까이 다가갔었다. 그리고, 긴토키는 무덤 뒤에서 나타났다.

무덤지기라도 되는 줄 알고 지레 사과라도 하려했던 히지카타와는 다르게 긴토키는 조금 놀란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이름을 물었다. 히지카타가 대답을 해주자 긴토키는 납득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이름을 밝히었고, 긴토키가 히지카타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오키타의 목소리가 들려와 둘의 대화는 그대로 끊겼었다. 왜 여기있냐는 오키타와 몇 번 대화를 하고 히지카타가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그는 이미 사라져 있었고, 오키타의 손에 이끌려 히지카타는 그대로 그 곳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거기서 저주라도 받아서 죽으려는 작정입니까, 히지카타야? 그건 찬성이지만 이왕이면 제가 보는 앞에서 죽어주시지요. 라는, 밉살맞은 목소리를 들으며.

그 후로, 히지카타는 매일같이 그를 찾아갔다. 두번째엔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 세번째도 비슷했고 네번째도 별 다르지 않았다. 처음부터 신경이 쓰였던 그와 그렇게 한달이 지난 지금에서는 어느새 키스, 심하면 그 이상을 나누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왜 갑자기 그렇게 발전을 했냐고 물어보면 딱히 할 말이 없었던 것이, 자연스럽게 입을 겹쳐오는 그를 히지카타는 처음부터 밀쳐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혼자라고 했다. 히지카타는 이것이 그에 대한 연민인지, 인간이 아닌 것과 키스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지, 아니면 정분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을 받아들였고, 그 뒤로는 키스같은 것은 자연스러운 그들의 인사가 되어있었다.

" .. 읏, 좀 깨물지,"

마. 마지막 말은 긴토키의 입 속에 먹혀들어갔다. 긴토키는 집요하게 입술을 깨무는 것을 좋아했기에 히지카타는 짜증을 내면서도 그를 받아주었다. 타액으로 적셔진 입술 사이로 매끄럽게 파고드는 혀는 자신의 그것보다 달콤한 느낌이라 히지카타는 인상을 찌푸렸다. 애초에 단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에게 주기 위해 사온 것이었다. 비록 날이 너무 더워 몇 입 베어물긴 했지만, 그도 그것을 알고 자연스레 가져간 것이겠지. 긴토키의 커다란 손이 히지카타의 뒷통수를 붙잡기가 무섭게 몸이 뒤로 쓰러졌다. 긴토키는 한 눈에도 어른이었고, 아직 고등학생밖에 되지 않은 히지카타가 이겨내기엔 어려운 벽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몇 번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느껴지는 연륜도 그랬고, 이러한 것에서의 힘도, 테크닉 또한 그랬다. 긴토키의 혀는 처음부터 히지카타 입 안의 내벽을 탐하는 것에 특화되있다는 양 힘들이지 않고 히지카타의 찌르르 울리는 부분도, 신음을 뽑아내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반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다소 거친 느낌이 있는 그의 키스-혹은 그 이상-를 받아내는 것은 단순히 히지카타가 예전부터 지금까지 해오는 검도 덕분에 다져진 기초 체력이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덕분에, 히지카타는 첫 관계때에도 꼴사납게 기절하지 않고 버텨낼 수 있었다.

긴토키가 혀를 섞으며 목구멍까지 살덩이들을 밀어넣을 때에는 읏, 하고 입 안을 울리는 신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긴토키는 툭하면 그것을 유도해 내곤 했지만 히지카타로써는 전혀 내고 싶지 않은 종류였기에, 자신도 모르게 흘리고 난 뒤에는 몸이 후끈 달아오르곤 했다. 긴토키는 그것을 '느꼈다'라고 표현하며 비웃곤-히지카타 기준에서- 했지만, 히지카타는 그것을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창피해서라고! 몇 번을 피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의견은 이제 내세우기도 지쳤다. 아무래도 더운 날씨에 딱 달라붙어서 입술을 맞대고 타액에 젖은 붉은 살덩이를 섞고 있는 둘 사이에서는 여름의 뜨거운 공기도 진저리를 칠 것 같았다. 어느새 히지카타의 얼굴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더운 공기는 코 안으로 들어가는 것 조차 거부하여 시간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숨이 찼다. 입술 사이로 새기 시작한 타액이 목 아래까지 흘러내려가 찝찝한 기분에 히지카타는 이젠 안된다는 의견을 가득 담아 고개를 내리졌자 여린 볼 안쪽을 핥아대던 긴토키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금세 떨어져나갔다. 몇 번을 입을 맞추어도 긴토키의 테크닉은 익숙해지기가 어려웠다.

" 거 참, 이런거 가지고 헐떡대니 오오구시군은 체력 단련 좀 하셔야겠어요~."

" 누, 누가…, 헉, 오오구시, 군 이야…. 하아.."

손바닥으로 땅을 지탱해 간신히 상체만 일으킨 채로 히지카타는 다른 손으로 자신의 코와 입을 막고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긴토키의 말마따나 그는 전혀 타격이 없어 보이는데 자신만 이렇게 헐떡이는 것은 문제가 있어보였다. 조금 더 운동을 해서 이런거론 끄떡도 안할 거라고 다짐한 히지카타는 일단 내일 당장 운동장 8바퀴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키스를 마친 긴토키는 평소보다 느슨해진 감이 있었다.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 빈틈을 찾아 공격해야 하는 검도의 탓인지는 몰라도 히지카타는 그런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어서, 오늘에야 말로 꼭 물어보겠다고 다짐한 그 물음을 입에 담았다.

" 긴토키. 나…. 하아, 질문이 있는데."

" 엉? 뭔데?"

" 저 무덤 말이야. 누구 꺼야? "

네 꺼? 튀어나올 뻔 한 물음을 간신히 집어삼킨 히지카타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본 순간, 굳어있는 그의 표정은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웠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 것 마냥, 긴토키의 얼굴과 그 주변 공기는 너무나도 무서운 형태를 띄고 있었다.

…생님. 응? …우리 선생님, 무덤. 긴토키의 얼굴이 우는 것인지, 화난 것인지 모르게 잔뜩 찌푸려졌다.

히지카타는 그 뒤, 내쫓기듯 거기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긴토키는 그를 잡지 않았고, 오히려 나가라는 듯한 태도로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덤에 대한 것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었나. 찝찝한 기분에 히지카타는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저녁으로 마요네즈를 산처럼 뿌려놓고 먹어도, 야식으로 마요네즈를 산처럼 뿌려놓고 먹어도, 그 다음날 아침으로 마요네즈를 산처럼 뿌려놓고 먹을 때까지. 학교에서 점심으로 마요네즈를 산처럼 뿌려먹으며, 히지카타는 오늘 가서 사과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척 소중히 여기던 선생님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무덤을 지켜온 것이겠지.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것이 답이었을 텐데. 아무런 생각 없이 물음을 입에 담아버린 자신을 원망하여 히지카타는 산같은 마요네즈를 먹기 시작했다. 토나올 것 같은데요. 개 밥은 나가서 먹어주시죠. 시끄러, 소우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히지카타는 곤도와 오키타와 함께 하교를 했다. 오키타와 곤도와 헤어지고 난 다음에 몰래 눈치를 보며 평소같이 무덤으로 향할 생각이었는데, 그것을 막는 뒷모습이 하나 있었다. 항상 보던 꼬부랑 은발이 자신들의 앞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왠일로 까만 기모노가 아닌 하얀색을 입고 있는 그가 이상하긴 했지만, 일본에 저런 머리가 흔할리가 없었다. 히지카타는 저도 모르게 튀어가 그의 소매 끝을 잡았다. 히지카타 씨? 토시? -하고 약간의 배경음과 함께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린 은발 사내는 당연하게도 긴토키였다. 무덤 근처에만 있어야 하는게 아니었구나. 저도 모르게 안도한 히지카타가 입을 연 순간,

" 긴토키? 여긴 어쩐일이야?"

" …어엉? 넌 누구?"

들려오는 목소리는, 매우 친숙하지만 그에게 자신은 모르는 사람이라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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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