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17. 23:01

" 뭐야, 이거."

" 그거입니다."

" 그게 뭔데 ?"

히지카타는 지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비번인 날이지만 부지런한 그였기에 일찍 잠에서 깨버려, 이불위에서 담배한대를 뻑뻑 피워대고 있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들어온 오키타가 히지카타의 입에 물려있는 담배를 빼서 꺼버리고, 자신의 품 가득히 무언가를 안겨준 것이다. 자신의 두 팔 아래 안겨있는 보드라운 천으로 둘러싸여진 무언가. 처음 건내받았을 때만해도 얌전하던 그것이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꼬물거린다. 점점 강도가 심해지는 꼬물거림을 이기지 못한 천이 스륵, 하고 흘러내리고 그 안에 있던것의 정체가 들어났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쳐나가는 시기. 개구리로 치자면 개구리 알에서 막 깨어나온 꿈틀꿈틀한 흑갈색 점같은 올챙이랄까. 응, 바로 그것이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듯한 자그마한 아기.

" 네놈이 질러놨냐 ?"

" 그럴리가 있습니까 ? "

" 그럼 얜 누구야."

" 자세히 보세요."

정말 뭐야, 이자식. 오키타의 말에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얌전히 고개를 떨구었다. 어라, 그러고보니 조금 낯익기도 하다. 뭐지 ? 이 낯익은 은발은 ? 요 반쯤 감겨인듯 힘풀린 생선같은 눈깔은 ? 응 ? 뭐야 ? 지금 정말 내가 생각하고있는 그것 ? 응. 역시나 그것이었다. 아무리봐도 지금 독자분들도 생각하고계실 긴토키 주니어였다. 아니, 그 주니어가 아니라. 남자의 제 3의 다리가 아니라. 그거면 여러므로 혐오스럽잖아요. 그런것이 천에 돌돌 감싸여 꼬물거린다니. 애초에 그런것을 떼어내면은 긴토키는 고자가 되잖아요. 긴토키가 고자가 되면은 이렇고 저런짓을 할수 없으니 무리. 아니, 애초에 주니어를 보고 그런것 ? 이라는 생각을 하는 분이 계시려나. 아니 지금 무슨 헛소리래. 아무튼.

아무튼 긴토키주니어였다. 반쯤밖에 뜨여있지 않은 자그마한 눈을 열심히 끔벅대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그거냐 ? 긴토키자식의 올챙이로 만들어놓은거 ? 아니 이아기도 나름 올챙이긴 한데. 무튼 이녀석 다른 여자랑 붕가를 했단말이야 ? 이런 파렴치한 ! 그럼 왜 이 아기가 나한테 있는건데 ! 내가 낳지 않았다고 ! 긴토키자식이 낳았을리가 없잖아 !? 애초에 그녀석의 엄청난 올챙이를 받아낸건 나니까. 어라, 왠지 패배감이 드는데. 아냐아냐아냐 내가 무슨 올챙이를 받아내. 내가 무슨 개울도 아니고 개구리알따위 받아내고싶지 않다고.

" 그거 아닐까요 ? 천인들의 기계로 작아져버린.."

" ...무슨 젊어지는 샘물이라도 마셨다냐 ?"

아, 그래. 이건 긴토키라는 개구리의 옛날 모습인 올챙이구나. 랄까, 난 왜 아까부터 올챙이올챙이 거리는거야 ? 아무튼 품속의 아기는 오키타의 말에 따르면 긴토키였다. 그래서 긴토키와 똑같이 생겼구나. 다행히도 긴토키자식이 다른 여자와 붕가뜬게 아니었구나. 아니, 다행이라는 생각은 왜 드는거지 ? 별로 그렇게 여길 것 없는데 말이지. 품 속의 아기는 있는곳이 불편한지 열심히도 몸을 꼬물거렸다. 마치 X이라도 씹은것 같은 표정을 하고 몸을 꿈틀꿈틀. 입술을 잔뜩 삐죽이며 편안한 자세를 만들려 노력하는 녀석을 다시 고쳐안았다. 한쪽 팔로 밑을 받혀주고, 나머지 팔로 고개를 받혀주니 이제야 괜찮아진듯, 무슨 노인이 온천에 들어가 ' 아이고.. 살것같다. 이렇게 편안히 죽으면 얼마나 좋을꼬..' 하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짓는 표정같은 것을 지어보였다. 아무래도 반쯤밖에 뜨여있지 않은 눈이 더 작아진것 같다. 너말야, 아기 주제에 건방지다고.

그러더니 천속에 고이 모셔있는 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아기답게 통통히 살이 올라있는 팔뚝이 마치 곰인형의 팔같이 자그마했다. 아직 밖에 몇번 나갈 기회조차 없었던 것인지 태양의 안좋은 자외선을 몇번 맞지 않은 팔뚝은 정말 우유같이 새하얬다. 들어올려진 팔이 히지카타를 향해 수직으로 뻗어올려졌다. 그리고 그 끝에, 마치 가지의 끝부근의 열매처름 달려있는 정말 자그마한 손이 히지카타를 보고있었다. 정말 움직일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작은 손이 정말 오물오물 움직인다. 너무나도 작아서 손가락 마디마디조차 보이지 않는 뭉툭한 손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것을 반복한다. 마치 무언가를 쥐어달라는 움직임 같아서 히지카타는 저도 모르게 그 자그마한것에 자신의 손가락을 올렸다. 아, 고개가 뒤로 획 젖혀지지 않도록 자세를 고친것은 당연하다.

그러자 그 자그마한 손가락들이 자신의 그 손가락을 잡아챘다. 식인식물이 파리를 잡으려 입구를 막듯이 빠르게 조여든 손가락의 악력은, 아기의 그것이라고 말할 수 없을만큼 강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아기는 아기. 깜짝 놀란 히지카타가 손가락을 빼내려 뒤로 무르자, 금새 놓쳐버린다. 이에 아기의 눈망울에 눈물이 맺힌다. 아우우우, 하는 자그마한 울음섞인 소리를 내며 울듯말듯 입술을 오물거리며 훌쩍훌쩍 거리는 아기의 보챔에, 당황해버린 히지카타가 다시 손가락을 내어준다. 그 손가락을 다시 잡은 아기가 고인 눈물을 다 없애버리고는 베시시.

" 아무튼 그겁니다. 그럼."

" 글쎄, 그게 뭐냐니까 ? 넌 왜 가려고 하는건데 ? 이봐, 이 아기는 ? 어이, 소우고 ? 소우고 !???????"

히지카타와 아기의 아기자기한 행동을 보며 오키타는 횅하고 나가버렸다. 재빠르게 열렸다 재빠르게 닫히는 문의 아가리를 향해 히지카타가 있는힘껏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오키타는 이런다고 다시 돌아올 위인이 아니었다. 방 안에는 히지카타와 아기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응, 아기라고 하기 좀 그러니까 긴토키라고 해야겠다. 어른긴토키가 아니라는것을 염두해놓도록 하자. 어? 아니다. 역시 긴토키하면 어른긴토키니까 아기긴토키라고 표현하겠다. 무튼 히지카타의 손가락을 쥐고 히지카타의 텐션높은 샤우팅을 들은 아기긴토키는 그런 히지카타를 보며 상황을 이해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소리에 다시 아기쪽으로 시선을 떨군 히지카타가 어쩔수 없다는듯이 한숨지었다. 아아,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냐고. 넌 왜 아기가 되어버린거냐고. 난 왜 그런 너를 데리고 있는거냐고. 왜 당장 쫓아나가서 다시 오키타에게 돌려주지 않는거냐고. 이 아기가 너라는것을 알자마자 왜이렇게 편안해 지는거냐고. 그냥 아기일 뿐인데. 쳇이다, 증말. 너도 쳇이고, 이 아기도 쳇이고, 이 상황을 만든 오키타도 쳇이고, 나도 쳇이다. 쳇쳇쳇쳇 히지카타 삐지꼬에염, 뿌우...... 가 아니라.

" 이 꼬맹아. 아기야. 아가야. 애기야. 정말 긴토키냐? 응 ? 네 정체가 뭐야. 정말 젊어지는 샘물을 마신거냐 ?"

" 우으으"

" 우으으, 가 아니잖아. 응 ? 대답해봐. 어 ? 대답못하나 ?"

" 하우우우"

.......할리가 없지. 히지카타는 지금까지 한 자신의 뻘짓이 바보같았다. 그래 애긴데 무슨말을 하리오. 그렇게 계속 안고있다보니, 아무리 아기라도 몸무게가 나가서, 팔이 조금씩 저려오는것 같아, 이불위로 내려놓았다. 혹시 아기의 성질을 건드릴까 조심히. 누구보다도 민감한것이 아기니까, 언제 눈물을 터트릴 지 모르므로 조심히 행동해야 했다. 그러나 그런 히지카타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 아기긴토키는 아기답지않게 어른스러웠다. 그래봤자 아기이므로 얼마나 어른스럽겠냐만은.

이불위로 조심히 놓여진 아기긴토키가 여전히 잡고있는 히지카타의 손가락을, 이번에는 두 손으로 쥐었다. 너무나도 작은 손이라, 히지카타의 검지손가락 하나를 두 손으로 쥐어도 남는곳이 더 많을 정도였다. 히지카타는 그저 할짓이 없어 아기긴토키가 하는짓을 바라보았다. 애기를 데리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애기가 손가락을 잡고있는이상 다른 어떤것도 할 것이 없었다. 그렇게 두 손으로 히지카타의 손가락을 소중한것을 다루듯이 가득 잡고있던 아기긴토키가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붉은 자그마한 입술이 조심스레 열리며 작은 구멍을 하나 만들어냈다.

그것은 히지카타의 검지손가락이 간신히 들어갈만큼 작았다. 그래도 아기긴토키는 그 자그마한 입에 히지카타의 손가락을 집어넣고는 쪽쪽 빨기 시작했다. 배가 고픈것일까. 무언가를 주어야하나, 하고 생각한 히지카타가 부엌에라도 나가볼 생각으로 아기긴토키에게 들려있던 손가락을 빼고 일어났다. 그러자 아기긴토키가 빼액, 울어댄다. 다시 주저앉아 손가락을 내어주자, 다시 그것을 집어들더니 입속으로 가져간다. 아참, 그러고보니 나, 오늘 손 안씻었는데. 노폐물이라던가, 아기에게 안좋은 세균이 잔뜩잔뜩 우글우글할텐데. 괜찮으려나.

히지카타는 하는수 없이 아기긴토키에게 손가락을 물려준채로 안아들었다. 아니, 안아들려 했다. 히지카타가 긴토키의 몸을 받혀 안아들자마자, 자신의 몸이 공중에 붕 뜨는 느낌이 맘에 안든건지 그저 누워있던거 싶은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징징댄다. 얌전하다고 해도 아기인 것인가. 다시 내려놓자 징징거리던것이 뚝. 너말야, 혹시 나 놀리려는거냐 ? 응 ? 그래도 아기에게 화를 낼 수 없으므로 히지카타는 침묵. 여전히 물려있는 손가락에 무언가를 줘야할것만 같아서 근처에 널부러져있는 마요네즈를 집어들었다. 어제 자기전까지 먹다가 놔둔거라, 방바닥의 열기에 조금 따듯했다.

차가운것은 아기에게 먹이면 안된다지. 따듯한 그것에 안심한 히지카타가 한손으로 뚜껑을 열어 손가락에 조금 발랐다. 이거, 애기가 먹어도 되려나 ? 음, 부들부들 하니까 괜찮을지도. 애초에 마요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음식이니까. 아, 참고로 내가 제일 좋아한다. 마요를 좋아하는 이 마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 마요마요. 마요마요마요. 그니까 아기긴토키도 마요를 좋아할꺼야마요. 먹어주길바래마요 !

그러나 그런 히지카타의 마음은 무산되었다. 자신에게로 가까이 다가온 히지카타의 손에 뭍어있는 물질에, 아기긴토키가 조금의 호기심을 가지고 그것의 냄새를 맡아보다 바로 고개를 돌려버린것이다. 이에 상처받은 히지카타가 흑흑, 하며 손가락에 묻어있는 마요를 빨았다. 이 맛난걸 안먹다니.... 응 그거다. 이 아기는 지금 배가 부른거야. 그러니까 이 맛있는 마요도 안먹지. 그렇지, 아가야 ? 아기는 대답이 없었다. 그렇지, 마요야 ? 마요도 역시 대답이 없었다. 나 씹혔구나.

히지카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아기긴토키는 어느새 히지카타의 손가락을 쭈쭈, 빨며 졸고있었다. 깜박깜박 거리는 눈동자의 움직임이 천천히 느려지다, 이내 감겨버린다. 그 모습을 본 히지카타가 역시 아기는 정말 인형같다고 느꼈다. 저 조그마한 것들이 어찌 움직이는지 신기할 다름이었다. 아기는 자버렸고. 내 손가락은 아직도 아기의 입속에 있고. 이걸 빼내면 깨겠지 ? 아기는 많이 자야한다는데. 하는수 없이 히지카타는 아기긴토키의 옆에 누웠다. 그리고 조심히 아기의 얼굴을 살피었다.

그래, 너의 어린모습이구나. 이게 너라고 생각을 하니까, 무진장 음.. 음... 응. 그렇다. 보기가 음. 응. 더 이상 말을 하면 손발이 오글오글 오그라들어 불판위의 오징어같이 쪼그라들것 같음으로 안하겠다. 무튼 너구나. 어째서 작아져 버린걸까, 너. 이 모습도 괜찮긴 하지만, 난 역시 원래대로의 너가. 말도 통하고. 나와 대화도 하고. 나를 항상 보고싶어서 전전긍긍하는. 내가 바빠서 조금이라도 보지 못하면 꿈에서 까지 내가 나온다며 툴툴대는 네가. 언제나 휘적휘적 걸어와서 나를 끌어안는 네가. 가끔 야한짓도 하는 네가. 그런 네가, 더이상은 볼 수 없는 걸까 ? 넌 언제쯤에야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이냐.

항상 보는 꼬불꼬불 엉켜있는,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은색 머리칼. 아기답게 긴 은색의 속눈썹. 통통한 볼살. 그래. 응 참 귀엽구나. 히지카타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관찰하고 있었다. 얌전히 감긴 눈. 동그란 콧방울. 아기라 그런지 살짝 붉은듯한 볼. 그리고 작은 입술. 언제인지 모르게 내 손가락을 뱉어내었구나. 그래도 여전히 두손으로 붙들고 있고. 아무튼, 이 입술이 너의 것이지. 항상 내게 입맞춰오던 그것. 이제는, 그렇게 입맞춤받을수 없나 ? 언제와, 긴토키. 히지카타는 조심스레 아기긴토키를 향해 입술을 떨구었다. 그 작은 입술과 맞닫고, 아기다운 보드라움을 잠시 느끼다 금새 떼어내었다. 나, 지금 뭐하는거냐. 자는 아기한테.

역시나 바보같다고 느끼며 히지카타는 다시 몸을 뉘었다. 그리고 아기긴토키를 품으로 끌어들여 가득 안았다. 아기답게 자신보다 더 높은 체온이 노곤노곤 깨었던 잠을 다시 불러들였다. 이에, 아까의 아기긴토키처럼 히지카타의 눈도 점점 감긴다. 그리고, 히지카타 역시 다시 잠들어버렸다.

-

" 오쿠지군 !!!!!!!!!!!!!!!!!!!!!"

쿠당탕 탁탁탁 드르륵 버럭 ! 시끄러운 소리에 히지카타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기는 민감하다지만, 이 아기는 아닌듯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듯 했다. 응 ? 잠깐. 그 소리 긴토키 아니었어 ? 어라, 이 아기도 긴토킨데 ? 응 ??? 히지카타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온 이를 확인했다. 역시나 긴토키. 옆에서 자고있는 애기도 긴토키. 모다모다 ? 벙찐 히지카타에게로 다가와 그 어깨를 움켜진 긴토키가 여전히 버럭버럭 소리질렀다.

" 오쿠지군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 내가 아닌 다른 남자와 동침을 하다니 ! 이럴수는 없어 !"

" 이 아기가 남자냐 !? 애초에 이건 너잖아 ! 그리고 조용히 해 ! 아기 깨겠어 !"

" 지금 이 긴상보다 다른남자가 더 중요하다 이거야 !? 브로큰 하트하겠어 !"

얌전했던 아기보다 더 찡찡대는 어른의 찡찡거림을 받아내며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등을 두드리며 닥쳐. 했다.

나중에 말을 들어보니, 오키타의 말은 구라란다. 너는 나의 함정에 걸려들었어 ! 함정카드 발동 ! 우하하하 ! 였던 것이다. 오키타에게 낚여버린것이다. 파닥파닥 파닥닥ㄷ가더;배서ㅏ;;ㅓ입허 머라구 !?!!?!!!!!!!!!!! 그럼 머야, 디스 베이비 노 긴토키 ? 나우 쳐들어온 긴토키 이즈 레알 긴토키 ? 베이비 이즈 낫 ?????????????????????????????? 뜨헐 ? 우띠, 아기한테 베푼 애정 돌려내 !

.................뭐, 돌아오지 않는게 아니라서 조금. 아주 조금. 응. 엄청 쪼오오오오오오오오금. 음음. 다행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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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