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17. 22:25

" 선생, 언제부터 학교 쉬어?"

어쩐일인지 공부가 안된다며 집까지 쳐들어와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점프나 읽어대던 긴토키가 넌지시 물었다. 히지카타는 응? 하고 반문하며 긴토키를 바라보았다. 학교를 쉬다니. 갑자기 무슨 소리인지. 컴퓨터를 달깍이던 손의 움직임도 잠시 멈춘다. 그 다음의 대답을 기다리며 응시하자 누워있던 긴토키는 그자리에 벌떡 앉더니 읽고있던 점프를 닫고 내려놓는다. 항상 이녀석만 왔다가면 집안이 엉망이 된다니까. 좀 어질지좀 말란말이다, 요녀석아.

" 이제 곧 배가 더 불러올꺼고. 그럼 수업도 더이상 못할꺼아냐. 그리고 선생이란게 스트레스도 엄청 받는 직업이고. 아기한테 안좋아."

얼씨구. 꼴에 아빠라고. 하고 비웃어주며 히지카타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눕듯이 앉았다. 사실 창피해서 병원은 가보지 않았지만, 밥이나 먹을것의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나고, 배도 조금씩 나오고있고, 과일이 먹고싶고, 가끔 우울해지고. 하는 자신의 자그마한 모든 변화들이 임산부와 같은 현상이였다. 사실 인정할수는 없는 내용이지만 이 변화를 눈치챈것은 오히려 긴토키 쪽이라 그렇게 티가 많이났나ㅡ라는 기분에 더더욱 인정할수 밖에 없었다. -사실 자신도 조금은 알아채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가 임신이라니. 애는 어떻게 낳지? 제왕절개? 하며 혼자 자문자답도 해보았고, 밥맛은 없었지만 밥을 먹으려고 열심히 노력중이었고, 긴토키는 자기 나름대로 자신에게 먹을것을 -주로 당분- 사다준다던가, 힘든일을 해주던가 하며 도와주고 있었다.

" 만약 정말 임신이라 하면. 낳고 나면 돈이 더들어. 조금이라도 괜찮을때 벌어두어야지."

조금 우스갯소리로 내뱉은 말이었는데 긴토키의 표정은 진지하다. 저렇게 진지한 표정은 오랜만이라 할정도로. 역시 남자는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인가. 그래도 자기 아이라고. 그래. 정말 임신이라면. 이렇게 농담말고 정말 임신이라면. 언젠가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였다. 녀석과 관계를 가졌던 기간을 손꼽아보면 약 3개월정도 된것같고. 그렇다 하면 아이도 3개월. 나타나는 현상도 임신 3개월. 정말 소름끼칠정도로 딱딱 맞아 떨어지기에. 손을 들어 배를 조금 쓸어보았다. 살짝 나온것같은 느낌이 드는것이 정말 이 안에 생명하나가 자라고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을 안겨준다. 순간, 갑자기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녀석에게 임신 아니냐는 말을 듣고 난 후부터, 뭔가가 마음에 걸려 잠시 끈었던 담배가, 격하게 피우고 싶어졌다. 장난식으로 사귀고, 관계맺고, 하던일이 이렇게 진지하게 변화될줄을 누가 알았던가.

" 내가 알바라도 하지뭐. 선생도 어른이니까 모아둔 돈은 조금이라도 있을것 아냐."

결국 그거냐. 그래도 알바는 안돼. 싫은데? 선생도 일하는것 안돼. 누가 멋대로 이래라 저래라야? 그럼 선생은 왜 멋대로 이래라 저래라야? 선생이 우리 엄마야? - 하며 투탁투탁. 퉁명스러운듯 하지만 분명 안에 애정이 담겨있음이 강하게 느껴지는 말투라 다정하다.

" ‥애인이잖아."

-풉.

콜록이며 뭐? 뭐? 하고 묻는 긴토키의 말에 히지카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아무말도 안했어! 누가 무슨말을 했다고!! 하며 부정하는데 뭐가좋은지 생글생글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히지카타에게 다가간다. 뭐뭐 거리며 신나게 노려보는 히지카타의 눈빛을 스킵, 뒤로 돌아가 와락 껴안는다. 잠시 놓으라며 반항하던 히지카타도 금방 잠잠해진다. 백허그의 느낌이 좋아서 일까. 좀더 뒤로 파고들며 고개를 살짝 위로 올린다. 기다렸듯이 맞추어오는 입술. 혀도 넣지 않고 그저 가만히 맞대고 있을 뿐이었지만 기분 좋은듯 살짝 미소가 걸린다. 여운이라도 남기려는지 금방 떨어지고는 여전히 그 사람좋은 미소만 짓는다.

" 걱정마. 내가 만든 애니까. 내가 책임질께."

퍽이나 그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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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