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9.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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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19. 04:57

- 졸려서 내용이 엉망.... 신고가 토하는걸 보고싶었을 뿐입니다u_u

- 하나하키 소재가 들어갔습니다









 분명히,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하고 왔을 터였다. 사와타리는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으며 방금 전의 자신을 떠올렸다. 점심을 먹기 위해 먼저 옥상으로 올라갔을 야마베들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가던 길, 창문 밖으로 보이는 사카키 유우야 녀석과 히이라기 유즈를 보고 발걸음을 옮긴 것이 방금 전의 일이었다. 히이라기 유즈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고, 유우야 녀석에게 제대로 한 마디를 해준 것은 좋았지만 그 뒤로의 자신은 어쩐지 화장실의 구석에 있었다. 그에게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뿌듯해진 기분에 옥상으로 올라가다가, 어쩐지 올라온 토기를 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점심을 먹기 전이었기에 위장에서 나온 것은 쓴 위액과 섞인, 쉬는 시간에 먹었던 간식에 들어있던 밀가루밖에 없었다. 먹기 전엔 예쁘게 꾸며져 있던 간식을 굳이 다시 꺼내어 보는 취미는 없었으므로 변기통 안에 들어있는 덩어리들을 보자 더욱 더 속이 울렁거렸다. 차라리 배가 고픈 상태였다면 이렇게 구역질나는 것을 보지는 않았을 터였다. 오늘따라 쉬는 시간에 간식을 내민 야마베 녀석이 미워질 정도였기에, 사와타리는 눈을 감으며 입 안에 남아있는 쓴 액체들을 모아 변기 안으로 떨어뜨렸다.


 어째서 갑자기 속이 안 좋아진 것인지에 대해선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새로운 펜듈럼 카드를 손에 넣어 유우야 녀석을 이길 것이라는 생각에 기분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고, 싫어하는 음식이나 상한 음식을 먹은 기억도 없었다. 몸이 안 좋은 것이라고 하기엔 자신은 딱히 문제가 없었다. 혹시나 유우야 녀석과 듀얼을 할 생각에 긴장이라도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자신은 겨우 그런 것에 긴장을 할 사람도 아니었다. 오늘은 일찍 조퇴하고 파파에게 말하여 병원이라도 가야할까. 하필 유우야 녀석을 본 다음에 이럴게 뭐람. 녀석의 앞에서는 절대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괜히 입술을 삐죽이며 방금 전 대화한 유우야 녀석을 떠올린 순간, 또 다시 토악질이 올라왔다.



“ 우욱!”



 이미 위장이 아릴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내었기 때문에 몇 번이나 변기를 부여잡고 헛구역질을 해도 나오는 것은 없었다. 생리적으로 흘러나온 눈물이 어느새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젠 위아래로 흔들리는 머리까지 어지러울 지경이라 빨리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자 이번엔 식도를 타고 역류하는 것이 있었다. 아직도 위장 안에 남아있는 것이 있다니, 분명 이것을 뱉어내면 더 이상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와타리는 손가락을 목구멍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입 안은 끈적한 위액으로 더러워져 있었기 때문에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단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처음 몇 번은 잘만 나오던 구역질이 어느 순간 기도까지 막아버려 기침이 되었다. 아, 정말 나 몸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후들거리는 다리를 벽을 붙잡는 것으로 애써 지탱하며 몇 번을 쿨럭거리니 눈앞에 있는 손바닥이 붉었다. 순간, 현기증이 났다고 생각했다.



“ ……뭐야, 이건.”



 덜덜 떨리고 있는 손바닥에 있는 것은, 형체를 간신히 알아볼 정도로 눅진눅진해진 장미꽃이었다. 사람의 입에서 꽃이 나오다니, 이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자신은 절대로 꽃을 먹은 적이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멍하게 손바닥을 바라보고 있으면, 다시금 토악질이 올라와 변기에 머리를 박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아까와는 다르게 목구멍을 찢는 고통이었다. 안쪽에서 부글거리는 무언가를 내뱉기 위해 식도를 움직이면 배 안쪽에서부터 입에까지 날카로운 통증이 이어졌다. 차라리 올라오는 것들을 삼키고 싶었지만 위장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번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징그럽게 올라왔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변기를 잡고 있는 팔이 덜덜 떨렸다. 마치 위장 안에 살아있는 생물이 들어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식도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그것은 식도의 근육들을 모두 찢어발기고 있었기 때문에 사와타리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헛구역질을 했다. 이게 무엇인지는 몰라도 빨리 뱉어내고 싶었다. 벌어진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며 사와타리는 흐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목구멍에서 떨어진 것은, 아까와 같은 새빨간 꽃잎이었다.


 한 장, 두 장, 천천히 떨어지던 꽃잎은 토기가 목구멍까지 다다르자 이내 위액과 함께 쏟아져나왔다. 변기 안에 있던 것들이 빨갛게 변했다. 그것들의 안에는 줄기까지 선명한 것이 있었기에 자신이 고통스러웠던 이유가 가시가 목구멍을 긁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속에 있던 것들을 모두 토해내고 나자 어지러워진 머리에 사와타리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자신의 안에서 꽃이 자라나다니 직접 토해내고 나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 이건 병원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저히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흐릿흐릿한 시야가 반전하더니 어느새 화장실의 타일이 보였다. 미칠 듯이 아프던 통증은 어느새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멍하게 눈을 깜빡이며 사와타리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자신이 쓰러졌다는 사실은 나중에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타일의 한기가 스멀스멀 몸에 침식해왔지만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도저히 통제할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이렇게 될 줄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자신의 안에서 자라는 것은 무엇이었으며, 왜 자신은 꽃을 토한 것일까. 머릿속에 이어지는 의문은 아쉽게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점점 멀어지는 의식을 붙잡으려 했지만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막을 수는 없었다. 눈을 천천히 깜빡이다보면 방금 전 자신이 토한 꽃이 보였다. 언제 변기의 옆에까지 떨어진 걸까, 따위의 태평한 생각을 하며 사와타리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붉은 색의 꽃잎과 녹색의 잎사귀가, 어쩐지 사카키 유우야를 닮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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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타리 안죽었습니다(...) 내용이 뭐이래...ㅏ아ㅏ아ㅏㅇ;ㅐㅑ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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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
2015. 4. 11. 23:13

- 약간 수위 주위







 회사의 안쪽에 마련해 둔 방 안으로 들어선 아카바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펜듈럼 카드의 개발에 힘쓰기 시작한 이후로, 제대로 집에서 쉬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집에 돌아갈 시간조차 아까워 회사에서 지내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이었지만, 자신의 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생각하면 그것을 내색할 수도 없었다. 원래는 오늘도 지금보다 더 늦은 시간까지 실험을 해봐야 했지만 피곤해 보인다며 오늘은 들어가 쉬어달라며 간곡하게 부탁하는 나카지마 덕분에 조금 일찍 들어올 수 있었다. 부하 직원에게까지 걱정을 끼칠 정도로 얼굴에 내색하고 있었다니, 이것은 분명한 자신의 실책이었다. 오늘은 이만 잠에 들고, 내일은 누구보다 일찍 나와 있으리라, 하는 생각을 하며 머플러를 푸는데, 어두운 자신의 방 안에서 작은 인기척이 났다.



“ 누구냐.”



 방 안쪽 구석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실루엣이 보여 아카바는 조금 더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의 방은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보안이 철저하게 되어있을 터라 누군가 들어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동안 자신의 행적을 생각해보면, 멋대로 들어온 그의 목적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닐 것이었다. 듀얼디스크를 발동시킬 것인지, 아니면 경비를 부를 것인지 고민하던 아카바가 조금 몸을 뒤로 빼며 방 안의 불을 켜기 위해 벽을 더듬거리자 어두운 실루엣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가까이 오기 전에 불을 켜야 하는데, 하며 다급하게 손을 움직이다 마침내 손끝에 닿은 스위치를 누른 아카바에게 보인 것은,



“ 어서오세요, 주인님~!”



 메이드 복장을 한 사카키 유우야였다. 방금 전까지 긴장했던 것이 풀리며 갑자기 아파오는 머리에 아카바는 잠시 눈을 꾸욱 감았다 떴다. 혹시나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도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분명 고약한 취미의 유우야였다. 자신의 저택에 있는 고용인들도 입지 않는 저런 프릴이 잔뜩 달린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는 남자라니, 자신은 그런 사람을 연인으로 둔 기억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은, 그가 여자만큼이나 곱상한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었다.


 자신보다 작은 몸집의 그는 그와 함께 다니는 소녀와 비교해도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커다란 눈망울을 깜박이는 그를 보고 있자면 가끔 여자아이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는데, 그럼에도 단 한 번도 그에게 치마를 입혀보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제 의지로 입을 줄이야! 눈을 조금 내리면 여성용인지 살짝 늘어나있는 가슴부분 사이로 안쪽이 훤하게 들여다보여 아카바는 시선을 조금 반대쪽으로 끌어내렸다. 아무리 남자치고는 작다고 해도 여성용은 버거웠던 것인지 치마가 유난히 짧아 새하얀 스타킹에 감싸여진 다리가 아슬아슬한 부분까지 보였다. 쓸데없이 아랫배가 욱신거렸다. 그런 자신을 보고 입 꼬리를 말아웃은 유우야가 아카바의 손목을 붙잡고 성큼성큼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 여기 앉아.”


“ 대체 뭘 하려는 거지?”



 그가 이끈 곳은 자신의 의자였다. 멋대로 치마 같은 것을 입고 자신의 방 안에 침입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알 수 없는 행동까지 하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카바는 얌전히 그가 하라는 대로 따랐다. 새하얀 장갑의 부드러움이 손목에서 느껴졌다. 스타킹과 같은 색의 면장갑이라니, 사소한 부분에서 세심한 녀석이었다. 잠시 그가 원하는 대로 앉아있다 보면 유우야가 자그마한 대야를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 꽤나 무거웠던 탓인지 몇 번이나 휘청인 대야에서 물이 금방이라도 흐를 듯이 넘실거렸다.



“ 늦은 시간까지 힘낸 주인님에게 봉사를 해드리지요.”



 자신의 앞에 대야를 내려놓으며 주먹까지 불끈 쥐어 보이며 의욕을 불태우는 유우야에게 차마 그만두려는 말조차 할 수 없어 아카바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일찍 자려 했지만 아마 조금 늦어질 것 같았다. 의자 앞에 조심히 무릎까지 꿇고 앉은 유우야가 입술 사이로 새하얀 이를 조금 내밀어 장갑의 끝을 물었다. 부드러운 손의 살결을 쓸며 벗겨진 장갑이 유우야의 붉은 입술 사이에 걸려 흔들거렸다. 저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가서, 아카바는 그런 자신을 유우야가 보지 못하기를 바랐다.


 장갑을 벗어던진 길게 뻗은 손가락은 곧 아카바의 발목을 잡았다. 언제나 양말을 신지 않는 탓에 딱히 벗겨낼 것은 없었다. 어린 유우야의 높은 체온은 손가락까지 유효했기에 언제나 차가운 외부 공기에 노출되어 있는 발목에 닿자 저도 모르게 다리가 움찔거렸다. 카드의 표면을 쓸어 올리듯이 가볍게 복사뼈를 쓰다듬는 유우야의 손가락이 간지러웠다. 유우야의 손길이 이끄는 대로 대야 위로 발을 올려놓으면 이내 안쪽의 물에 손가락을 담구어 발등을 적시기 시작했다. 언제 받아놓은 것인지 살짝 차가운 물의 온도에 조금 몸을 떨면 따듯한 손바닥으로 발을 감싸며 유우야가 자신을 보며 웃었다. 피곤한 몸의 영향인지, 아니면 치마를 입고 있는 유우야 때문인지 아까부터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긴장을 해버린 탓에 딱딱하게 굳은 발을 다시 유우야가 따듯한 손으로 어루만졌다.


 한 번 시작한 이상 제대로 하려는 것인지 유우야의 손가락은 천천히 발바닥을 쓰다듬고, 이내 물로 발가락 안쪽까지 씻어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목적은 발을 씻는 것에 있지 않아서 손가락이 닿는 곳마다 묘하게 끈적함이 묻어나는 것이었다. 처음 그를 볼 때부터 목적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카바는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불안감을 애써 누르며 그의 세족을 받고 있었다. 시선을 내리면 자신의 발을 잡고 있는 유우야의 고운 손가락이 보였고, 조금 아래로 내리깔아진 긴 속눈썹과 앳된 얼굴이 보였다. 그 아래에는 헐렁거리는 앞섬 사이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속살이 선명하게 보였으며, 물에 닿을까 걷어 올린 치마의 안쪽에선 가터벨트까지 한 다리가 보였다. 하얀색 가터벨트를 따라 올라가면 치마의 안쪽까지 멋대로 상상하게 되는 것이 저도 모르게 머릿속을 이상한 생각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유우야는 자신이 그를 외형까지 포함하여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을 꾸몄을 것이었다. 그의 뜻대로 놀아나고 있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아카바는 그의 하얀 허벅지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 변태 주인님.”



 위쪽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 시선을 올리자 자신의 발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유우야가 자신 쪽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는 자신의 시선을 즐기고 있었다. 가늘게 휘어진 눈동자가 요염하게 반짝였다. 자신에게 보여지며 그도 조금씩 흥분하고 있었는지 볼이 조금 붉었다. 자신을 조롱하려는 듯이 살짝 내밀어진 혀가 야하다고 생각할 무렵, 유우야의 입이 조금 열렸다. 마치, 며칠 전 잠자리를 함께 할 때 자신의 것을 입에 넣을 때처럼.


 하지만 이번에 그가 입 안에 넣는 것은 자신의 발이었다. 내밀어진 혀로 조금 엄지발가락을 할짝이더니 이내 입 안에 넣는 그의 행동에 긴장한 발끝이 떨렸다. 혀로는 발을 핥고 있는 주제에 어느새 손가락은 발목을 타고 종아리로 올라와 있었다. 바지의 사이로 들어온 손가락이 오금을 간질이며 허벅지를 쓸었다.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카바는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점점 가빠지는 숨을 숨기지 않고 내어놓으면 자신을 바라보던 유우야가 쌜쭉 웃으며 반대쪽 손으로 대야를 옆으로 치우는 것이었다. 아마 그는 반대쪽까지 씻어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 이걸 바랬던 것 아닌가.”


“ 물론 그랬지.”



 점점 끈적해져가는 발의 표면이 어쩐지 방금 씻은 행위조차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직접 씻어준 주제에 별로 상관하지 않는 듯이 마지막으로 발바닥 안쪽에 키스까지 한 유우야가 천천히 올라와 아카바의 입술을 핥았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발을 핥고 있었던 입술이지만, 입을 열어 초대하면 금방 입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이제는 셔츠의 안쪽으로 들어오는 유우야의 손이 아까보다 뜨거웠다.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허벅지에 손을 올려 쓰다듬으면 크게 헐떡이는 유우야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카바는 성급하게 그의 속옷에 손을 대었다. 이쪽까지 여성용이라니, 정말 도발적인 남자였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려 했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을 유혹해오는 남자를 앞에 두고는 아마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하리쿠
2015. 4. 11. 00:23









 어느 날부터인가,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어쩐지 몸이 찌뿌듯했다. 바뀐 환경의 탓인지, 아니면 취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 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요즘 따라 힘들어진 크로노스 교수님의 수업 탓인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많았기 때문에 만죠메는 조금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스트레칭을 하다가 천천히 발을 바닥을 향해 내렸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일찍 자야지. 어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씻기 위해 화장실로 향한 만죠메가 거울을 봤을 때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목덜미에 선명하게 나타나있는 붉은 멍 자국이었다.



“ 뭐야, 이건.”



 혹시나 뭐가 묻은 것은 아닐까, 하고 물을 묻혀 문질러보았지만 아쉽게도 그 자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꾸욱 눌렀을 때 딱히 아픈 것도 아닌 것을 보면 부딪친 자국은 아닌 것 같은데,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것 같은 멍이 갑자기 생기다니 만죠메는 고개를 조금 갸웃하며 목덜미를 여러 번 문질렀다. 이 정도라면 자신의 목폴라로 아슬아슬하게 가려질 듯한 장소였기에 딱히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혹시나 벌레에게 물린 것일지도 모르므로 오늘은 매점에 가서 벌레 퇴치제라도 사놓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만죠메는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그 이후로는 별다른 상처가 없었기 때문에 만죠메는 솔직하게, 그것에 대해 잊어가고 있었다.


 

“ 헉! 만죠메 군. 등이 왜 이럼까!?”



 그리고 그 자국이 조금의 착색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질 때 즈음, 쇼 녀석이 자신의 등을 보고 놀라는 것이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따라 제멋대로가 되어버린 크로노스 교수님의 막무가내 체육시간에 옷을 갈아입으러 화장실로 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유난히 근육이 붙지 않는 몸 때문에 남들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취미는 없었지만, 모처럼 탈의실에서 상의를 벗자마자 들려온 목소리에 만죠메는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아직 체육복조차 벗지 않은 쇼가 다가와 등의 맨 살을 몇 번 꾸욱 눌렀다. 대체 자신의 등이 어떻기에 그런 반응을 하는지 알 수 없어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 등을 확인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시야에 잡히지 않았다.



“ 어디 부딪치기라도 했슴까? 아니면 벌레? …동물이라도 키우는 검까?”



 대체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이리저리 자신의 할 말만 늘어놓는 쇼에게 조금 짜증을 내고 나서야 만죠메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등을 볼 수 있었다. 상처 하나 없이 매끈했던 자신의 등에, 전에 본 것과 같은 붉고 푸른 멍들이 수없이 들어있었다. 심지어 언제부터 나기 시작했는지 옅어져 가는 것들도 있었고, 이미 자신의 색을 잊어버리고 착색된 피부까지 있었다. 이 정도가 될 때까지 자신이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는 사실조차 이상할 정도로 엉망이 되어있는 등에, 만죠메는 이것저것 물어대는 쇼에게 아무런 말조차 할 수 없었다. 일단 아유카와 선생님에게 가보라는 쇼의 말을 뒤로하고 만죠메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은 후 탈의실에서 나왔다. 어쩐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실수로 어디에 부딪친 것으로 생길 상처는 아니었다. 벌레에게 물린 것이라고 해도 이렇게 많이 생길 때까지 자신이 눈치 채지 못할 리도 없었고, 전에 목에 멍을 발견한 날 벌래 쫓는 약까지 뿌렸었다. 게다가 분명, 그것들 중에 자신이 본 것이 맞다면, 이빨 자국도 있었다. 누가 봐도 사람이 냈을 이빨자국에 만죠메는 소름까지 돋을 지경이었다. 자신은 남에게 등을 허락한 적이 없었다. 단 한 사람, 유우키 쥬다이를 제외하고는. 하지만 그와 몸을 마지막으로 섞은 것은 작년이었고, 그는 자신을 이렇게 깨물지 않았다. 그러니까 자신의 등에는 이러한 자국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만죠메의 걸음은 레드 기숙사로 향하고 있었다. 어쩐지 머릿속에서 어른어른거리는 쥬다이의 얼굴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 요즘 수업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볼 일조차 생기지 않던 쥬다이의 얼굴이 마치 어제 본 것처럼 맴돌았다. 자신의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별로 없었다. 혹시 쥬다이가 아니더라도 그는 무언가 알지도 모른다. 점점 가까워지는 레드 기숙사가, 분명 나온 지 꽤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제 온 것처럼 익숙했다. 낡은 기숙사의 계단이 끼익거리는 소리조차도 그랬다.



“ 어이, 유우키 쥬다이!”



 쥬다이의 방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커튼을 쳐놓았기 때문인지 어두운 방안에, 가볍게 앉아있는 쥬다이의 눈만이 어두운 갈색으로 반짝인 것 같았다. 자신을 멍하게 보고 있는 쥬다이의 상태가 어쩐지 이상했다. 문을 닫으면 단숨에 빛 하나 들어오지 않게 되어버린 방안이 어쩐지 오싹해 창문이라도 열기 위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자 손목에 잡혔다. 무언가 말하기 위해 벌린 입이 단숨에 막히고, 오랜만에 하는 키스 덕인지 단숨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게 되자마자 옷 안으로 손바닥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자마자 인사 한 마디 없이 하는 것이 이런 것이라니, 끝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솔직하게 그의 목에 팔을 걸려는 순간, 등에게 따끔한 감각이 올라왔다.



“ 윽!”



 쥬다이의 손톱이 파고든 것이었다. 단숨에 살점까지 떼어버릴 정도로 강하게 파고들어온 손톱에 저도 모르게 눈물까지 핑 돌았다. 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화를 내려 쥬다이 녀석을 바라본 순간 만죠메에게 보인 것은 그의 붉고 녹색인 눈이었다. 이 감각은 분명, 어디선가 느껴본 적이 있었다. 등에서 아릿하게 올라오는 고통에 신음할 때마다 보이던 쥬다이의 눈. 몇 번이나 그를 떼어내려 했지만 몸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던 힘. 그리고 자신이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모를 장소에 계속해서 집착하던 쥬다이까지.



“ 좋아해, 만죠메….”



 역시, 범인은 쥬다이였구나. 어쩐지 흐릿해져가는 정신 속에서 만죠메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쥬다이를 보았다.

 






-


 

 아침에 일어났을 땐 어쩐지 몸이 찌뿌듯했다. 몸을 일으키자 관절 이곳저곳에서 뚜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여간 크로노스 교수의 막무가내 체육수업이 분명 몸을 혹사시킨 것이 분명했다. 별로 좋지 않은 몸 상태에 침대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만죠메는 조금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켰다. 슬슬 쇼 녀석이 먼저 내려가 식당에 가있을 시간이었다. 하여간 블루 기숙사에 처음 온 놈들은 멋대로 각이 잡혀서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것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어제 체육시간이 끝나고 쇼에게 무슨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다지 중요한 말은 아닌가. 설렁설렁 화장실로 향하는 만죠메의 등에는 어제 새로 새겨진 상처가 하나, 목덜미 뒤의 새빨간 키스마크가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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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
2015. 4. 6. 04:03

- 오글거림 주의 아주 살짝 수위 주의










 사와타리 신고에게는 키스는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아무리 연인사이인 유우야에게라고 할지라도 누군가가 유우야가 좋아, 파파가 좋아? 하고 묻는다면 사와타리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파파에게 자연스럽게 하는 굿나잇, 혹은 굿모닝 키스를 유우야에게도 할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가벼운 말다툼을 하다가 순전히 유우야의 벌어진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서 했던 키스가 첫 키스였다는 사실을 유우야는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아까부터 유우야가 잔뜩 삐져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였다.


 아, 진짜. 대체 어쩌라는 거냐구. 사와타리는 이제 자신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 연인을 보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사실 키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주 예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방금의 키스는 솔직히 나쁘지 않았다고 사와타리는 생각하고 있었다. 비록 자신이 붙잡은 것은 유우야의 멱살이었지만, 제대로 입술도 닿았고, 혼자 연습해본 것처럼 입술도 몇 번 핥았다. 눈을 감는 것도 잊지 않았으며 처음일 유우야를 위해(비록 자신도 처음이었지만) 숨이 차지 않도록 금방 떨어져 주는 것까지 완벽한 매너의 키스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반응이 좋지 않다니. 대체 어떤 키스가 하고 싶었던 거야! 슬슬 화라도 내고 싶었지만 분명 유우야가 삐진 것은 자신의 탓이었기 때문에 사와타리는 조금 더 마음을 다스리며 상냥하게 그를 불렀다.



“ …어이, 사카키 유우야. 넌 대체 어떻게 하고 싶었던 건데.”



 비록 그의 상냥함이 세간에 통용되는 그것이 아니었을지라도, 사와타리 나름대로는 그랬다. 그의 말을 듣고도 한참동안 입을 꾸욱 다물고 있는 유우야에게 몇 번 더 말을 걸던 사와타리가 신경질적으로 뒷머리를 헝클었다. 이건 무슨 삐진 여자 친구도 아니고,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참던 이성의 끈이 끊기는 것을 느끼며 요코 씨에게만 들리지 않을 정도로 화를 내려던 찰라, 조그맣게 유우야의 입이 열렸다. …좀 더, 분위기 있는 첫 키스가 하고 싶었다고, 하고.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하. 그 말을 들은 사와타리는,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그와 자신은 같은 성별이고, 여자가 아닌 남자에게 그다지 분위기를 잡아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그가 이렇게 신경을 쓰고 있을 줄은 조금도 몰랐던 것이었다. 이 사와타리의 말을 모조리 무시한 이유가 겨우 분위기? 유우야 녀석이 손을 잡을 때에도 묘하게 쭈뼛거린다던가, 말없이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부끄러워 할 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사와타리는 맥이 탁 풀려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할 지 조차 알 수 없었다. 하아. 푹 내쉬어진 한숨에 유우야의 어깨가 조금 움찔거렸다.



“ 네가 하고 싶었던 건 뭔데? 한 번 해보시던지.”



 등 뒤에 있던 침대에 몸을 기대며 공중에 손을 휘휘 젓자 유우야의 푹 숙여진 고개가 휙 들어올려졌다. 동그랗게 뜨여 몇 번 깜빡대는 눈동자가 어린아이 같아 사와타리는 어깨를 조금 으쓱거렸다. 더 어른스럽고 남자다운 자신이 참아야지. 제대로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시선에 빨리 해, 하고 재촉하자 마침내 마음을 다잡은 것인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본 유우야가 조금씩 다가왔다. 하여간 성가신 놈이었다.


 텁, 하고 자신의 얼굴 옆의 침대에 놓여진 유우야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니 어느새 그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었다. 하려면 빨리 할 것이지 괜히 왜 뜸을 들이는지 모를 노릇이라 인상을 조금 찌푸리자 유우야가 사와타리, 하고 자신을 불렀다. 대답을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시선을 맞추는 것으로 대신하자 유우야가 조금 입술을 당겨 웃었다. 두근, 하고 잠시 심장소리가 온 몸으로 퍼졌다. 왜 이런 곳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인지, 혹시나 자신이 그의 얼굴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킨 것인지 하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어쩐지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았다.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말은 했지만 자신을 당황시키라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잖아! 자신이 생각해도 억지스러운 생각을 하며 시선을 흐트러뜨리자 유우야의 얼굴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이렇게 되어서는 어느 쪽을 바라봐도 유우야밖에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다. 방금까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머리가 단숨에 유우야로 가득 차올랐다. 숨을 크게 쉬면 혹시나 유우야에게 닿을까, 하는 생각에 사와타리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어째서 그에게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을까, 하고 조금 후회스러웠다. 이래서는 자신의 페이스조차 찾을 수 없지 않은가.



“ 유, 야,”


“ 좋아해.”



 이건 정말 제대로 크리티컬이다. 아까부터 시끄럽게 쿵쿵거리던 심장소리가 더 커진 것 같았다. 이래서는 유우야에게 들려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다스리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조금 벌어졌던 입술이 닫혔다. 그것과 마주 닿기 위해 성큼 다가온 유우야의 입술에 움찔, 하고 고개를 조금 뒤로 당겼다. 지금 그와 키스를 했다간 분명 무슨 일이 생겨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분명 파파와 했던 키스와는 달랐다. 예전에 키웠던 고양이와 했던 키스와도 달랐고, 방금 전 자신과 유우야가 했던 키스와도 달랐다.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어 하는 표정의 사와타리에게 유우야는 아까보다 조금 더 성급하게 입술을 마주했다. 부드럽게 닿아오는 유우야의 입술은, 이제는 피할 수 없었다.



 눈은 저절로 꾸욱 하고 감겼다. 얼마나 세게 감았는지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마저 느껴졌지만, 사와타리는 감은 눈을 뜰 수 없었다. 여기서 눈을 떴다간 유우야밖에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다는 것이, 참을 수 없었다. 아까전의 키스는 분명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입술만 닿았을 뿐임에도 머릿속에 새하얗게 변했다. 아까 전부터 제대로 쉬지 못한 숨이 벌써부터 막혔다. 그럼에도 유우야가 바로 앞에 있다는 사실에, 크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저도 모르게 속눈썹에 눈물이 걸렸다. 부드럽게 머리를 감싸오는 유우야의 손이 처음으로 남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우야의 고개가 조금 돌아감에 따라 생긴 틈으로 숨을 쉬기 위해 입술을 벌리자 금방 혀로 막혀버렸다. 미끄러지듯 안쪽으로 들어오는 축축한 살덩이가 자신의 그것보다 훨씬 뜨거워 사와타리는 몸을 조금 떨었다. 잠시 치아를 더듬던 혀가 자신의 것과 맞닿고, 천천히 움직였다. 오히려 정신이 없을 만큼 입 안을 헤집었다면 하얗게 변한 머리 덕에 괜찮았을 텐데, 조금씩 할짝이는 바람에 오히려 말캉한 느낌을 더 확연하게 느끼고 있었다. 입 안에서 자신과 유우야의 타액이 섞여 끈적거렸다. 입을 벌리고 있어서는 제대로 삼킬 수도 없었기 때문에 입술 사이로 흘러버릴 것 같아 입술을 조금 모으자 유우야는 금방 입술을 떼어주었다.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것 같은 입안의 타액을 꿀꺽 삼키자 자신이 유우야의 것까지 삼켜버렸다는 생각에 괜히 얼굴이 홧홧거렸다.


 유우야의 키스는 제대로 모르는 자신이 느끼기에도 확실히 서툴렀다. 입 안에서 몇 번 움직이지조차 않았고, 아마 그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조차 제대로 몰랐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와타리의 숨은 턱까지 차올라 헐떡대었고,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유우야의 얼굴이 빨간만큼 아마 자신의 얼굴도 빨갛게 달아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게 키스구나. 유우야가 원했던 것은 이것이었구나. 유우야의 머릿속에서 이러한 키스가 몇 번이나 리플레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또다시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버렸다. 유우야를 어린 아이라고 놀리고 있었지만, 정말 어린 아이는 자신이었던 것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유우야의 눈이 남자의 그것으로 변했다. 차마 그것을 피할 수조차 없었다.



“ 사와타리. …한 번 더 해도 돼?”



 거절을, 할 수조차 없었다.

 

Posted by 하리쿠
2015. 3. 15.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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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14. 04:12

- 슬럼프가... 지독하게 왔습니다orz...






 가끔, 만죠메 쪽에서 먼저 안겨올 때가 있다. 만죠메가 프로로 나가고, 그가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예민한 날엔 얌전히 눈치를 보고 있는 날이 많았는데, 그러다 가끔, 정말 가끔씩 일어나는 일이었다. 원래 자신이 힘든 일을 남에게 말하지 않는 성격인지라-지나간 다음에야 언급하는 정도였다- 굳이 캐묻지는 않았지만 반쯤 잠에 취해있는 자신에게 샤워 코롱향을 풍기며 품에 안겨오는 그를 자신은 절대 내칠 수 없었다. 쥬다이, 하고 달콤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등을 더듬는 그의 손길이 차가워 쥬다이는 굳이 추운 겨울날 그가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한 이유를 생각해야만 했다.


 아, 그래. 오늘 경기 성적이 안 좋았지. 지난번에도 좋지 않았고. 슬슬 스폰사 쪽에서 압력이 올 상태였던 것이었다. 혹시나 나쁜 말을 들었다면, 아니면 압력이 따로 오지 않아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 자신에게 말하여 조금 덜어내도 괜찮을 텐데 그는 바보 같이 분명 혼자 이겨내려 했을 것이다. 남에게 도움 받는 것을 싫어하니까. 모든 것을 스스로 하려 하는 남자니까. 그렇게 복잡한 머리를 식히려 샤워를 하다가, 아무리 찬 물을 맞아도 우울해지는 기분을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홀로 고민하다가 결국 차가워진 몸으로 자신에게 안겼을 것이다. 이불 안에 있던 따듯한 자신이 과연 그에게 위로가 되었을까? 하는 물음이 떠올랐지만 그는 절대로 자신에게 대답을 해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쥬다이, 하고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만죠메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서 간질간질하게 울렸다. 사실 키는 비슷하기 때문에 자신의 품 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몸을 살짝 구부려야 해서 불편 할터임에도 불구하고 만죠메는 얌전히 자신의 쓰다듬을 받고 있었다. 점점 맞닿은 신체에서 전해져오는 체온에 살며시 눈을 감은 만죠메의 입술에 짧게 키스하자 입술이 벌어졌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꺼끌거리는 입술이 안쓰러워 혀를 내밀어 낼름낼름 핥아주자 살짝 뜨인 눈에 살풋 웃음이 걸렸다.



“ 잘 거야?”



 애교를 가득 담아 눈을 마주하자 자신의 등을 훑어 올리는 만죠메의 손길이 조금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답은 알고 있었기에 단숨에 위로 올라타면 만죠메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목에 팔을 걸었다. 단단히 속박당하는 느낌이 그가 자신을 이만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분 좋았다. 가까워진 얼굴에 천천히 키스하며 입술로 내려오자 어느새 벌어진 입술 속에서 따듯한 혀가 맞닿았다.


 힘들면 조금 더 나에게 기대도 괜찮아. 조금 상냥하게 입 안쪽을 훑자, 어쩐지 만죠메의 팔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간 것 같았다. 손끝에 닿은 만죠메의 허리는 아까보다 따듯해져 있었다.

 

Posted by 하리쿠
2015. 3. 3. 17:37

- 지지난 주 주제 [고양이] + 지난 주 주제 [병문안]

- 주제와는 먼가 달라진 것 같지만 괜찮..겠지?^0^

 

 

 

 

 

 

 

 

 강의가 끝나자마자 가방을 챙기는 쥬다이의 손길이 빨랐다. 강의시간 내내 손톱을 깨물며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시계를 노려보면 노려볼수록 시간은 느리게만 가는 것이었다. 오늘만큼은 교수님께서 수업을 일찍 끝내주시기를 바랬지만 끝난 시간은 정확히 정각이었다. 젠장, 하필 오늘 9교시까지 강의가 있을게 뭐야! 출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기에 이제 한 번만 더 결석을 하면 F가 떴을 것이라 자체휴강조차 하지 못하고 어거지로 끝까지 남은 쥬다이가 강의가 끝나기가 무섭게 프린트를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시간이면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기에 평소라면 근처 술집에 가서 저녁 겸 술 한 잔 하자며 말을 걸었을 동기들도 차마 허둥지둥 강의실을 나가는 쥬다이를 붙잡지 못했다.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뛰는 소리를 들으며 강의실에 남아있던 학생들과 교수의 눈이 크게 뜨여 깜빡거렸다.

 

 

만죠메!!”

 

 

 8층에 위치한 강의실에서 학교 밖에서도 살짝 거리가 있는 자취방까지 가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정말 조금도 쉬지 않고 단숨에 달려왔기 때문에 턱까지 올라온 숨을 몰아쉬며 쥬다이는 도어락을 몇 번이나 잘못 누르고, 간신히 성공하여 문을 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제대로 메지도 않고 그대로 들고 뛰어온 가방을 대충 현관 바닥에다가 던져버리고 신발도 벗지 않은 채로 무릎걸음으로 자신의 침대로 다가간 쥬다이의 얼굴이 벌써부터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미안해, 만죠메. 역시 F를 받더라도 자체휴강을 했어야 했는데! 만죠메 죽지마아! 방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음을 터트리는 쥬다이의 모습에 볼록 튀어나와있던 침대보가 확, 하고 걷혔다.

 

 

에에잇! 시끄럽다! 머리가 울린단 말이다!”

 

 

 짜증이 잔뜩 섞이고, 목이 쉰 것인지 잔뜩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그것을 듣자마자 확, 하고 고개를 든 쥬다이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단숨에 이불채로 와락 끌어안으며 옷에 잔뜩 콧물을 묻혀대는 쥬다이를 강제로 밀어내고 있는 이는 만죠메 쥰. 쥬다이의 애완동물이었다.

 

 

 

만죠메, 또 밥을 안 먹으면 어떻게 해!”

 

아픈 고양이가 그런 걸 먹을까보냐! 내 입은 최고급이란 말이다! 애초에 입맛도 없어!”

 

 

 쥬다이는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만죠메의 밥그릇을 보며 푹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오늘 아침에 나갈 때에도 이만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조금도 줄지 않은 것을 보면 만죠메는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 같았다.혹시나 몰래 섞어 넣은 감기약 냄새를 맡은 건가 싶어 눈치를 살폈지만 정말 입맛이 없어서 먹지 않은 것 같았기에 조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먹어야 감기도 나을 텐데. 처음 데려올 때엔 완전한 고양이었지만, 데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귀와 꼬리, 그리고 몇몇 습성을 제외하면 사람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변해버린 그가 보통 고양이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차마 동물병원에도 데려가지 못한 쥬다이의 걱정하는 마음도 모른 채로 만죠메는 여전히 손목을 낼름낼름 핥으며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그럼 약이라도 먹을래?”

 

……싫다.”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 귀를 덮고 있는 털을 정리하던 만죠메가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자신은 만죠메를 생각하느라 점심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는데 이런 법이 어딨냐고 따져도 그건 자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라며 고개를 돌려버릴 그를 알고 있었기에 쥬다이는 차라리 입을 다물기로 했다. 아직도 새하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내 마음도 몰라주는 바보 같은 만죠메. 입술을 삐죽이며 천천히 손을 들어 만죠메의 머리 위로 올려놓으면 잠시 몸을 움찔 떨던 그는 금방 눈을 감고 얌전해졌다. 손에 닿는 따듯한 체온을 느끼며 머리를 쓰다듬고 턱을 몇 번 간질이자 만죠메의 작게 벌어진 입술사이에서 냐아앙,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빨리 나아야 하는데.”

 

 

 기분 좋은 듯이 살랑살랑 흔들리던 꼬리의 움직임이 멎었다. 자신의 걱정 섞인 말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 것인지 흘끔흘끔 자신의 눈치를 살피던 만죠메의 귀가 추욱 쳐졌다. 맛이 없단 말이다. 작게 중얼거리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쥬다이는 다시 만죠메를 침대에 눕혔다. , 알았으니까 일단 자. 빨리 나아야지. 풀이 죽어버린 만죠메를 달래기 위해 조심스레 머리와 등을 쓰다듬는 손길이 상냥했다. 잠시 눈을 들어 쥬다이를 바라본 만죠메가 소곤소곤 입을 열었다.

 

 

같이 자면 안 되냐.”

 

 

 만죠메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말에 눈을 깜빡깜빡 거리는 쥬다이와 눈을 마주하지도 못한 채 푸욱 숙여진 고개에서 튀어나온 복슬복슬한 귀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오늘따라 까칠했던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점심은 대충 때우고, 아직 저녁을 먹지 못해 배가 고팠지만 아픈 고양이를 혼자 두고 강의를 들으러 아침 일찍 나가서 그대로 혼자 둔 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씨익 웃으며 옆자리에 냉큼 누운 쥬다이의 품으로 안겨 들어온 만죠메의 체온이 따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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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
2015. 2. 7.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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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7. 00:02

- 백합 주의! 만죠메(ts)->아스카(ts) 주의!







“ 쥬다이, 내 말 듣고 있어?”



 잠시 다른 곳을 보고 있던 쥬다이가 갑자기 들려온 말에 어깨를 흠칫 떨었다. 갑자기 자신의 집으로 쳐들어와 눌러 앉아있는 만죠메와 대화를 하는 중이었다는 것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에 쥬다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으응, 하고 답했다. 자신의 말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는지 만죠메의 눈이 조금 가늘어지더니 곧 다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은 그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던 것이 아니었다. 잊어버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내용을 듣고 싶지 않았다.


 오늘의 만죠메는 같은 여자가 봐도 예뻤다. 정갈하게 빗어 올린 비단 같은 머리칼과 그것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는 보석이 박힌 예쁜 악세사리. 하얀 피부와 잘 어울리는 핑크빛의 볼터치, 그리고 붉은 색의 립글로즈. 옷도 그녀가 가장 아끼는 치마에 얇은 다리를 감싸고 있는 니삭스까지. 아마 그녀는 밤을 새워가며 오늘을 위해 준비했을 것이다.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반짝거리는 손톱을 보고 있자니 그녀가 오늘을 얼마나 준비했을지 알 수 있었기에 쥬다이는 차라리 시선을 피하고 싶었다.


 아스카와 데이트가 있다고 했다. 사실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그와 함께 TCG샵을 가기로 한 것뿐이었지만, 단 둘이 가게 된 것에 만죠메는 꽤나 흥분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주일 전부터 자신의 집에 찾아와 기뻐하는 그녀를 보며 같이 웃어주었던 기억이 있었다. 진지하게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어떤 신발을 신을까 고민하는 그녀가 찾아올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쥬다이는 차마 그녀를 내쫓을 수 없었다. 바보 같은 만죠메. 데이트하기 전날까지 자신에게 연락을 하고, 그것이 끝나자마자 자신에게 달려온 만죠메를 자신이 얼마나 바보라고 욕했는지 모른다.



“ 이거 텐죠인 씨가 골라준 팩에서 나온 카드인데,”



 그녀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둘 사이에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쥬다이는 질투를 하고 있었다. 차라리 그 질투의 대상이 눈앞에 있는 만죠메였다면 이렇게 비참한 기분까진 들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친구와 같은 대상을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뻐했을지도 몰랐다. 자신은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쥬다이가 질투를 느끼고 있는 대상은 그녀의 말 속에 들어있는 아스카였다. 진심으로 행복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을 볼 때마다 쥬다이는 그 표정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 것에 대해 질투했다. 아스카와는 좋은 친구사이였기 때문에 그에게 다른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자신에게 연애상담을 하고 있는 만죠메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자신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만죠메가 이런 상담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며 아무리 마음을 진정시키려 해도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당장이라도 떠들고 있는 그녀의 입을 막고, 나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라고 외치고 싶었다. 바보 같은 만죠메. 반짝거리는 제일 예쁜 눈을 하고, 팔랑거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을 입고, 당장이라도 키스하고 싶은 제일 예쁜 입술로 제일 듣기 싫은 말을 하고 있는 바보 같은 만죠메.



“ 아, 그래. …좋겠네.”



 초조한 손가락 끝에 닿는 컵이 따듯했다. 그녀를 위해 타온 아끼는 코코아가 담긴 컵이 자신의 앞에 두 개나 놓여 있었다. 아스카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제 단 것은 먹지 않겠다며 흥, 하고 고개를 돌려버린 그녀가 자신에게 밀어준 것이었다. 그녀가 제멋대로 인 것은 언제나 였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것에마저 서운함을 느껴버리는 자신이 한심해서 어쩐지 눈물까지 나와 버릴 것 같아 쥬다이는 입술을 꾹 물었다. 나는 왜 너를 좋아해버리고 만 것일까.



“ 만죠메, 나. …연애를 해볼까?”



 자신의 말에 놀란 듯이 조금 커다랗게 뜨인 만죠메의 눈이 곧 가늘게 휘어졌다. 아서라. 네가 무슨 연애야. 관심도 없어 보이더만. 아무렇지도 않게 심한 말을 해놓고는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너를 알고 있었다. …만약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 만죠메 님께 제일 먼저 말해라. 좋은 남자인지 평가해 줄 테니! 정말로 힘내라는 듯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남의 속도 모른 채로 그렇게 웃고 있는 바보 같은 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야. 그 한 마디를 하지 못해서 제일 한심한 말을 해버린 바보 같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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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