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7. 01:19

 이자야는 다른 사람과 있을 때에는 잠을 청하지 않는다. 직업 관계상 적도 많고, 애초에 남에게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성격 탓이 컸다. 잠귀도 밝기 때문에 옆에서 누군가가 움직이고 있으면 자다가도 금방 깨버리곤 했다. 그래서, 오늘도 이자야가 잠에서 깬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상체를 일으켜 시계를 확인해 보니 이제 슬슬 해가 뜰 시간이었다. 자정을 넘기고도 한참 뒤에야 잠에 들었으니 제대로 잔 시간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밖에 되지 않았다. 베게에 눌린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이자야는 자신을 깨워놓은 장본인을 바라보았다. 남은 자신의 뒤척임 때문에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잠에서 깼는데 정작 본인은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정말 무신경한 남자였다. 잠 좀 자라고 매일같이 잔소리를 하는 주제에 막상 그 잠을 깨우는 것이 자신이라는 것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오늘은 꼭 그에게 얌전히 자라고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우연히 들어온 그의 얼굴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인상을 쓰고 폭력으로 먹고 살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남자인 주제에 그의 자는 얼굴은 누구보다 평온했다. 밋밋한 미간과 졸음을 불러일으키는 닫힌 눈꺼풀은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던 것 중 하나였다. 저 얼굴에 항상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자야는 오늘도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잠을 깨운 것에 대한 보답은 저 얼굴이면 충분했다.

 

 항상 이렇게 잠에서 깸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와 한 침대를 고집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자신은 일 관계상 툭하면 외박을 하지만, 그에게는 항상 집에서 잠을 자라고 말을 하는 이유 또한 이것이었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누구나 긴장이 풀리기 마련이었다. 이케부쿠로 최강이라고 이름 붙여진 남자의 누구보다 평화로운 얼굴을 자신만이 볼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온 몸이 짜릿짜릿해져 오는 것이었다.

 

 이자야는 천천히 손을 내려 잠들어있는 그의 허리에 손을 대었다. 겉보기엔 그다지 근육이 있어 보이지 않지만 조금만 힘을 주어 만지면 금방 단단한 것이 만져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끌어안으면 체격 차이상 안겨버리는 자신이 매일같이 기대어 자는 곳이었다. 이자야의 허리가 천천히 숙여지다 자신이 손을 얻고 있는 허리 주위에 머물고는 곧 다시 펴졌다.

 

 

“ 잘 자, 시즈.”

 

 

 침대 위의 남자는 아직도 잠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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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