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18. 23:35

 하암. 육비는 안쪽에서부터 올라오는 하품을 간신히 속으로 삼켰다. 눈을 굴려 자신의 앞을 가리고 있는 사람의 뒤를 바라보아도 그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평범한 표정을 하고있는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는 지루한 풍경만이 보일 뿐이었다. 카페숍같은 곳에 들어가 사람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아니면 유리 밖의 사람들이 어떻게 걷는지, 전화를 무슨 표정으로 하는지, 같이 있는 사람과의 분위기는 어떤지 따위를 구경하는 것이 차라리 덜 심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이 자신의 취미인 것은 아니었지만. 육비가 이렇게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자신의 연인, 츠키시마 때문이었다. 자신보다 키가 훨씬 크기에 고개를 숙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앞의 시야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시선을 조금 밑으로 내리면 앞으로 뻗어져 있는 자신의 손과, 그것의 주위를 헤메고 있는 츠키시마의 손이 있었다. 육비는 몇 번째인지 세기조차 포기한 한숨을 내쉬었고, 그와 동시에 츠키시마의 어깨가 움찔, 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늘은 데이트를 하는 날이었다. 육비는 보통 그렇게 칭했지만 츠키는 그것조차 부끄러운 모양인지 입 안에서 웅얼거리곤 했다. 아무튼, 데이트. 평소와 다름없이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츠키를 배려한 육비가 몸소 츠키시마 역까지 온 날이었다. 열차 시간 계산을 잘못한 바람에 평소보다 20분이나 일찍 도착한 육비가 자신의 실수가 못마땅한 듯이 혀를 차며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언제부터 나와있었는지 모를 츠키시마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빨리 나왔나보네. 생각을 마치고 육비는 언제나처럼 츠키시마에게 인사를 건내었고, 또한 언제나처럼 자신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며 쑥쓰럽게 그것을 답하는 츠키시마의 대답을 기다렸것만, 그것만큼은 평소와 같지 않았다. 츠키시마가 자신에게 인사를 건내는 대신 부탁 하나를 먼저 해왔던 것이다. 엄청난 것을 각오한 비장한 표정으로 두 손까지 꽉 쥔 츠키시마가 조금의-약 2분- 뜸을 들인 후 입을 열었다.

 

" 오늘은 제가 먼저 손을 잡아보고 싶어요, 육비씨!"

 

 츠키시마로써는 엄청난 제안이었다. 델릭가 또 이상한 말을 했나보군, 하고 가볍게 넘긴 육비가 그것을 허락한 기점에서, -육비는 시선을 내려 시계를 보았다.- …정확히 48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기다린 육비의 인내심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지금까지 손 하나 못잡고 쩔쩔 매는 츠키시마 또한 대단했다.

 

" 조금만, 조, 조금만 더…!"

 

 자신이 한숨을 쉴 때마다 조그마하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이 너무나 츠키시마 다웠기에 귀엽다고는 생각했지만, 지루한 것은 지루한 것이었다. 사실, 그 중얼거림을 듣기 위해 일부러 크게 한숨을 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잡아 보라고 내밀고 있는 손에 고정되어 집중하고 있는 눈이 참 보기 좋다고 생각하며 육비는 시선을 자신의 손쪽으로 떨구었다. 이미 새빨갛게 달아오른 귓볼같이 츠키시마의 떨리는 손끝 또한 달아올라 있었다. 평소 자신과 만날 때에 내미는 손은 부끄러워 하면서도 잘도 잡더만 이렇게 자신이 밝히고 잡는 것은 평소보다 훨씬 더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대체 무슨말을 듣고 와서 이런 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시도도 나쁘지는 않다고 육비는 생각했다. 언제나 그와 자신의 관계는 자신이 이끌고 츠키시마가 따라오는 것이 대부분 이었기 때문이었다. 부창부수(夫唱婦受)를 그대로 실현한듯이. 그래서 흔쾌히 허락했던 것인데 이래서는 답이 없다. 턱없이 진지해 보이는 츠키시마의 표정은 마치 세계 기록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그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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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