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 21:01

- 다이스케는 라멘집 아르바이트. 켄은 대학생. 동거중.

- 손풀기용 전력 60분







 시험기간이라는 선언을 한 뒤로 켄의 취침시간이 줄었다. 매 학기마다 있는 일이었지만 잔뜩 신경이 날카로워진 채로 눈 밑에 시커먼 다크서클을 달고 다니는 켄의 얼굴은 보기 힘들어 다이스케는 오늘도 방문 앞에서 조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도서실에서 돌아와서도 늦게까지 불을 켜놓고 공부에 열중하는 켄을 위해 함께 쓰던 방에서 나와 부엌과 이어져있는 작은 거실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3주째이다. 그렇다는 말은, 켄의 수면부족 생활도 3주가 넘었다는 말이 된다. 걱정을 하지 않을래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깨우지 않으면 함께 밥을 먹을 시간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조금이라도 더 잠을 재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 켄. 아침이야. 일어나자, 응?”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다가가 살짝 몸을 흔든다. 동거 초, 자신이 제대로 일자리가 잡히지 않았을 때까지만 해도 정 반대였지만, 이제는 자고 있는 켄을 깨우는 것도 익숙하다. 자신의 알바처는 식재료의 운반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서, 처음엔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라 억지로라도 일찍 일어나는 버릇을 들였다. 처음엔 몇 번 지각도 했지만, 부랴부랴 준비하는 생활을 바꾸기 위해 아침 당번을 도맡은 지도 일 년이 넘었다. 바른 생활 청년일 것 같았던 켄이 생각보다 아침에 약하다는 것과,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 억지로 먹어왔지만 사실 아침엔 입맛이 없다는 사실도 그 때가 되어서야 알았던 것 같다. 달콤한 아침잠은 잃었지만 연인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안 것과, 이렇게 곤히 자고 있는 연인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꽤나 즐거웠기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오늘도 시험 날이라고 했었나. 책상 위에 놓인 켄의 전공 책의 어마어마한 두께에 혀를 내두르며 다이스케는 다시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누나가 대학교에 갔을 때엔 탱자탱자 노는 것으로 보였는데, 전공이 다른 탓인지, 아니면 성실한 그의 성격 탓인지 그의 대학 생활은 전혀 달랐다. 으응, 일어 났어…. 아직 잠이 가득 섞인 목소리가 웅얼웅얼 들린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후우, 하고 평소보다 더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쉰 다이스케가 켄의 귓가에 시험에 늦겠어, 하고 속삭였다.



“ ! 다이스케, 지금 몇 시!?”



 효과는 좋았다. 단숨에 벌떡 일어난 켄이 놀란 토끼눈을 하고 시계를 찾아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 다이스케는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깔깔 웃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한 켄이 입술을 꾹 다물고 노려본다. 지난 학기, 자신이 깨워줬음에도 불구하고 식탁 앞에서 다시 잠이 들어 전공 시험 하나를 못 볼 뻔했던 전적이 있었기에 켄이 시험 시간에 민감한 것을 알고 친 장난이었다. 이런 장난은 그만둬, 다이스케. 잠이 싹 달아난 목소리로 조곤조곤 속삭이는 켄을 보며 다이스케는 아직도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그의 작게 삐져나온 입술에 작게 키스했다.



“ 알았어, 미안해. 밥 먹게 나와.”



 마주 닿은 입술을 떼고 눈을 마주하며 씨익 웃으면 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조금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이고야만다. 어찌됐건 켄은 자신에게 약했다. 그랬기에 이렇게 함께 사는 것도 그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겠지. 먼저 방 밖으로 나와 접시를 늘어놓고 있자면 책상 정리를 끝마친 켄이 약간 뻗친 머리칼을 손으로 정리하며 식탁 앞에 앉는다.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눌려있는 뒷머리를 귀엽다고 생각하며 다이스케는 마시기 쉽게 미리 내려놓은 커피를 그에게 내밀었다. 고마워. 작게 입을 벌려 하품하던 켄이 웅얼거렸다. 아침이라 내려앉은 그의 목소리 또한 아침의 묘미 중 하나였다.



“ 잘 먹었습니다!”

“ 입가심.”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큰 소리로 외치자 포크로 접시 위에 놓인 방울토마토 하나를 콕 집은 켄이 자신에게 내밀었다. 아침 입맛이 없다며 잘 먹지 않으려 해 과일이나 샐러드, 작은 빵 같은 것을 준비하고 있것만 그것조차 먹지 않으려 애쓰는 그의 애교에 다이스케는 그대로 입을 벌려 그것을 받아먹는다. 억지로 일어나서라도 켄이 자신의 아침 식사에 어울려주는 것은 자신이 애써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 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졸린 눈가를 비벼가며 샐러드나 작게 자른 사과를 콕콕 집어먹어주는 그의 상냥함 또한 자신은 알고 있기에 이런 애교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 다녀올께!”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나가기 전, 몇 개 남지 않은 켄의 접시 위 방울토마토 하나를 더 입에 던져 넣으며 인사하자 뒤에서 잠깐, 하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신발을 신고 있던 그대로 우물우물 고개를 돌리자 아까보다 좀 더 말끔한 얼굴을 한 켄이 조금 웃으며 다가온다. 다녀와, 하고 고개를 내려 자신에게 입 맞춘 켄의 입술은 방금 전까지 그가 마시고 있던 커피향이 났다. 언제나의 평화로운 아침이다.

 

Posted by 하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