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0. 21:48

- 제곧내

- 썰은 토장님께서 제공해주셨습니다





 옆에서는 칼칼한 냄새가 났다. 녀석이 담배를 처음 잡았던 게 언제쯤이었더라. 자신에게 직접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녀석에게서는 확실히 오래전부터 탄내가 났었다. 처음엔 녀석의 아버지 냄새가 옮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본 아저씨는 어린 아들의 옆에서 냄새가 배길정도로 몸에 해로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아니었다. 집에 홀로 있는 탓에 이리저리 엇나갈 기회가 많았던 녀석과 그의 아버지가 사다놓은 맥주를 마셔본 적이 있었기에 어쩌면 그것과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타이치는 그런 야마토를 그저 지켜보기로 했다.


 처음엔 야마토도 자신에게 숨길 생각인 것 같았다. 녀석의 옆에선 옅은 치약 냄새가 났고, 가글 향이 났다. 비누향도 섞여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워지지 않는 냄새란 것이 있어서 타이치는 단순히 장난으로 몇 번 손댄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심증만 가득할 뿐 제대로 된 물증이 없어 화제를 꺼내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녀석의 집에 찾아갔을 때 결국엔 그것을 계기로 싸웠던 것도 같았다. 이미 녀석이 흡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뭐가 그렇게 화가 났던 것인지 지금 생각해보면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아마 어린 나이의 치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녀석이 어쩐지 자신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가는 것 같아서, 그것에 흘러나온 짜증을 괜히 녀석에게 화풀이를 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은? 야마토 녀석은 이젠 아예 자신을 불러다놓고 끽연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녀석의 옆모습을, 핸드폰을 두드리며 아닌 척 바라보는 것은 이제 일상에 가까웠다.


 필터를 입술로 살짝 씹으며 스읍, 빨아들이는 입술을 잠시 바라보며 타이치는 핸드폰의 화면을 껐다. 쪼그려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면 멍하게 공중을 배회하던 푸른 눈이 자신을 따라왔다. 하얀 손가락 사이에 얇은 담배를 끼워 넣고, 날이 밝을 때의 하늘 색 교복을 입은 녀석은 확실히 자신의 또래들과 이질적으로 보였다. 그것이 유난히 밝은 녀석의 머리카락 때문인지, 아니면 교복을 입고, 해서는 안 될 흡연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그를 다르게 보고 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시선을 마주하고 나란히 서니 녀석의 눈이 조금 휘어졌다.


녀석은 내가 할 행동을 알고 있는 듯 했다.


 살며시 그러쥔 손목에서 담배가 떨어질 듯이 공중에서 한 번 휘청, 했다. 그것을 손가락을 조이는 것을 막은 야마토가 급하게 닿아오는 입술을 얌전히 받아들였다. 새하얀 종이를 조금씩 새빨갛게, 그리고 새까맣게 물들이며 타들어가는 담배의 재가 바람에 흩날려 날아갔다. 벌어진 입술에서 회색 연기가 하늘하늘 흩어져, 마치 그것과 마주대고 있는 자신의 입 속에서 나온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안쪽 깊숙이 탐하는 혀끝에서 칼칼한 맛이 났다. 이제는 익숙해 질 법도 했지만, 자신이 직접 담배를 태워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생소한 것 중 하나였다. 오늘도 몇 번 몰래 담배를 피운 것인지 살짝 남아있는 가그린의 맛과 약한 멘솔 향이 섞였다. 가까이서 맡을 수 있는 녀석의 향은 여러 가지가 섞여 어지러웠다. 녀석의 이불에서도 맡을 수 있던 섬유유연제 향도 있었고, 언젠가 물어뜯은 적이 있던 목덜미에서 나던 시원한 향도 있었다. 녀석 특유의 향 또한 섞여있었다. 그 어지러운 향을, 자신은 어느새 꽤나 좋아하고 있었다.


 턱, 하고 녀석의 등이 벽에 닿았다. 조금 힘을 주고 있었던 것인지 살짝 세게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아픈 기색도 없이 야마토는 급하게 맞닿아오는 거친 키스를 받아들였다. 부드러운 혀가 입 안 깊숙한 곳에 닿을 때엔 약간의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지만 야마토는 고개를 조금 비트는 것으로 막았다. 하여간, 한 번 타오르면 자제라는 것을 모르는 녀석이었다. 막혀있는 입술에 점점 가빠져오는 숨이 뜨거웠다. 자신의 혀를 잡고 놓지 않는 녀석의 뜨거운 살덩이 또한.


 입 안 가득 차오르는 끈적거리는 타액을 간신히 목구멍 너머로 흘러 넘기며 야마토는 타이치의 혀에 자신의 것을 감았다. 그가 자신의 도발에 약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알고 그를 건드린 것이었지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퍼부어오는 욕망을 받아주기는 힘들었다. 쫓아갈 수 없을 만큼 이리저리 혀를 얽어오는 타이치 녀석 덕분에 입 안이 온통 엉망이었다. 귓가에 울려 퍼지는 끈적한 소리가 괜히 야했다. 입 안에서 터져 나오는 자신의 뜨거운 숨마저 집어삼켜버리는 녀석의 페이스에 말려버려 거칠어진 숨조차 제대로 되돌릴 수 없었다.



, .”



 슬슬 산소부족으로 머리까지 어지러워질 지경이라 그만 놔달라는 표시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집요하게 따라붙어 쪼듯이 입술을 탐하던 타이치 녀석이 만족하고 떨어져나가려 할 때엔, 이제는 자신의 차례였다. 자신이 내뱉으려던 연기를 녀석 때문에 다시 삼켜버린 탓인지, 아니면 녀석의 혀에 자극을 당한 탓인지 목구멍이 조금 아팠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한 발자국 뒤로 멀어져나가는 녀석에게 성큼 다가가 담배를 들고 있지 않은 쪽 손으로 턱을 잡아챘다. 들썩거리는 녀석의 어깨가 자신보다 안정되어 있었기에 조금 져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기분 나빴다.



키스하기 전에 담배는 안 피우면 안 되냐?”



 당장이라도 부딪칠 듯이 가까이 다가온 입술을 사이에 두고 타이치 녀석이 태연하게도 말을 꺼냈다. 멈추고 싶지 않다는 듯이 욕망으로 가득한 시선으로 자신을 온통 범하고 있는 주제에 느긋하게 생각을 입 밖으로 뱉는 녀석의 무신경함에는 이제는 도가 틀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번 손에 쥔 것은 놓지 않겠다는 짐승의 본능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꽤나 오싹오싹한 일이었기 때문에 야마토는 그를 비난하기 보다는 차라리 입 꼬리를 비틀어 웃는 것을 택했다. , 그러냐? 손을 올려 살짝 밀어낸 녀석의 가슴팍이 움직이기 싫다는 듯이 단단하게 자신을 가로막고 있었다.



우왓!”



 고개를 살짝 돌려 키스하는 동안 자신의 손 근처까지 타버린 담배의 끄트머리를 쥐고 스읍, 하고 빨아드린 야마토가 자신의 입 안에 있던 것들을 타이치를 향해 뱉었다. 훅 밀려오는 매캐한 연기에 멍하게 보고 있던 타이치 녀석이 화들짝 눈을 감으며 콜록대는 것이 보였다. 멋대로 키스하고(물론 자신이 허락 한 것이었지만), 호흡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더니 이제는 멋대로 그 이상을 진행하려는 녀석의 바보 같은 모습에 야마토는 큰 소리로 웃으며 짧아져버린 담배를 대충 바닥에 던져 짓밟았다. 잡은 먹잇감을 놓지 않는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상기되어 눈물까지 보이고 있는 녀석의 구겨진 얼굴이 꽤나 마음에 들어 다시 턱을 잡아채 입술을 집어삼켰다. 기침 탓에 잔뜩 흐트러진 호흡이 벌써부터 느껴져 즐거웠다. 점점 달아오르는 몸을 느끼며 야마토는 만족한 듯이 타이치의 입술을 핥았다. 담배에 약한 녀석을 괴롭히는 것이 너무 재밌어 곤란할 지경이었다.


Posted by 하리쿠